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0)
10화 3. 인생 10회 차는 변하지 않는다 (1)
르윈 디 드라이르프, 나이 9세.
1년 사이 그에게 새로 생긴 취미가 있었으니.
“으아앙!”
르윈의 방에서 한 소녀가 서럽게 울며 뛰쳐나갔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와.”
그 모습을 보며 르윈은 감탄했다.
“저대로 조금만 더 단련하면 최고의 괴도 자리도 탈환할 수 있겠어.”
첫 만남 이후 기술을 전수해 준 적이 없었는데.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자체 은신 기술에 르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라일라 영애께서 굳이 최고의 괴도가 될 이유는 없으십니다. 아니, 그 이전에.”
앗, 차가워.
매우 싸늘하고, 한심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아든다.
“왜?”
시선을 돌리니,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의 데이지가 보였다.
“라인하르트 가문의 영애입니다. 자꾸 그렇게 괴롭히시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응? 괴롭히다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하나밖에 없는 소꿉친구를 괴롭힐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방금 울면서 뛰쳐나간 소꿉친구분은 무엇인가요.”
“원래 사람이 지면 억울하지. 승부욕이 심하면 화도 나고.”
이건 정당한 승부였을 뿐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은 잘하셔.’
그 승부욕을 자극해서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눈앞의 이 도련님이었다.
먼저 도발하고, 속을 긁고, 그러면서 상대가 자신 있는 싸움을 고르게 해 준 뒤, 철저하게 때려눕힌다.
옆에서 지켜보면 악질도 저런 악질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그 상대를 하는 라일라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었다.
“그게 참 귀엽지.”
“…….”
“재능 있고, 노력도 열심히 하는데, 멘탈까지 좋다니.”
기분 탓일까.
데이지의 귓가에 ‘이보다 더 좋은 장난감은 없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지만.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라일라를 데려온 건 데이지잖아?”
이어진 르윈의 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죠.”
사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면서 데이지는 라일라를 이용했다.
“그래야 도련님이 도망치지 않으시니까요.”
르윈의 아카데미 입학 시기도 이제 1년 남았다.
물론 그가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는 척도 안 하는 것 같은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알고 있는 것은 많았으니까.
조금 전 라일라가 뛰쳐나간 이유도 아카데미 입학 전 공부한 것들로 승부를 내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저에게 있어 가장 최우선인 사람은 도련님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르윈을 붙잡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라일라를 이용할 것이다.
“무섭네.”
“알렉스 집사님이 말했습니다. 종은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로 인해 생긴 업은 주인이 책임지는 것.”
그러니 처신 잘하라는 듯한 말에 르윈은 어이가 없었다.
“협박처럼 들리는데, 기분 탓일까?”
“기분 탓입니다. 주인을 협박하는 종이 어디 있겠습니까.”
“참 잘 배웠어.”
“다 도련님 덕분이죠.”
하하하.
호호호.
두 주종이 영혼 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는 사이.
“이번에는 안 져!”
미리 준비해 둔 다음 문제가 있었는지, 손에 종이 더미를 들고 있는 라일라가 2차전을 위해 르윈을 찾아왔고.
“끝.”
“흐아앙!”
이전보다 5분은 더 빠르게 끝난 승부에, 라일라는 다시 한번 울면서 뛰쳐나가고 말았다.
***
“괜찮습니다, 아가씨. 도련님이 비정상일 뿐이지, 아가씨는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맞습니다. 오히려 저 도련님을 상대로 포기하지 않고 싸우시다니.”
“라일라 영애께서는 무엇을 하든 성공하실 겁니다.”
주변의 칭찬에 울먹이던 라일라의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응, 맞아. 르윈이 이상한 거야. 나는 잘하고 있어!”
“맞습니다.”
“도련님이 이상합니다.”
“이 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
그것을 듣고 있던 르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라일라에 대한 칭찬은 그렇다 치자.
“너희, 나 까는 거 맞지?”
이렇게 눈치를 주면 모르기 힘들 정도였지만.
“아니요.”
“그럴 리가요.”
“하늘 같은 도련님에게 저희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맞아. 얘들이 얼마나 착한데.”
세 사람, 아니 라일라까지 포함한 네 사람은 그것을 부정했다.
‘아주 죽이 척척 맞네.’
알렉스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라일라와 세 시종의 호흡은 절묘했다.
“진짜 누구 시종인지 모르겠네.”
“당연히.”
“드라이르프 가문의 시종이자.”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시종이죠.”
“진짜 아쉽게도.”
“너희 미리 연습했지? 그렇지?”
특히 마지막의 ‘아쉽게.’라는 말에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자주자주 주변 인물들이 미아가 되는 라일라에게는, 자신을 잘 찾아내는 르윈의 시종들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으로 이직할 생각 없어? 업계 최고 대우를 해 줄 수 있는데.”
“안 줘. 안 줄 거야. 그리고 업계 최고 대우 같은 소리는 또 어디서 배워 온 거냐?”
호시탐탐 자신의 시종들을 노리는 소꿉친구의 행태에 르윈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시종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드라이르프 가문에 귀속된 상태이기에 마음대로 이적할 수 없습니다.”
“참 아쉽게도요.”
“그렇죠.”
정말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
그에 르윈이 한마디를 하려고 했지만, 세 시종은 그것조차 예상했다.
“라일라 영애께서는 수업 시간에 도망도 치지 않으시고.”
“심심하다고 도망치지도 않으시고.”
“훈련이라면서 사람을 무자비하게 때리지도 않으시니까요.”
“쌓인 게 많았구나.”
“왜, 네가 이해를 해 주는데.”
넘어갈 수만 있으면 바로 넘어갈 듯한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지만, 잠시뿐이었다.
“어차피 얘들 이직 안 되거든? 평생 우리 집에서 내 뒤치다꺼리하면서 살아야 하거든? 그러니 넘보지 마라.”
“와…….”
그 뻔뻔함에 라일라는 오히려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불만 있으면 너도 구하든가.”
“노력은 해 봤지. 그렇지만 아버지한테 말했다가 혼났다고.”
“…아가씨, 도련님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시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행동입니다.”
라일라의 말에 정신이 아찔해진 하인스의 말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에게 노예 시장에서 노예를 구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라인하르트 공작에 대한 안쓰러움은 덤이었다.
“미지에 대한 도전은 늘 칭찬받아 마땅한 거야, 하인스.”
“공작가 영애에게 쓸데없는 바람 좀 불어 넣지 말아 주세요, 도련님.”
“도련님 같은 분은 세상에 한 명만 존재해야 합니다.”
“솔직히 한 명도 많은 느낌인데.”
그렇게 서로 투덕거리면서 도착한 곳은 라일라의 일행이 있는 방.
“나 왔어!”
본래라면 라일라를 보살펴야 할 시종들이 모두 이곳에 있는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르윈을 보고 왜 인사를 하는 건데!”
그녀의 시종들은 르윈의 시종들처럼 사람을 찾는 재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착각입니다, 아가씨.”
“자신 있게 말해! 내 눈을 마주 보고 말하라고!”
“어, 어떻게 제가 그러겠습니까.”
지진이 난 듯 눈동자가 떨리는 시종의 모습에 라일라가 볼을 부풀렸다.
“얘들도 참 재밌게 사는구나.”
“라그일 도련님이나 르나인 아가씨를 모시는 분들은 전혀 그렇지 않던데요?”
“도련님, 저희만 이럽니다.”
“도련님 근처만 그럽니다.”
“왜 또 내 탓처럼 되는 건데?”
아주 세상의 모든 부조리는 다 내 탓이지.
아홉 번이나 세상을 구한 르윈으로서는 아주 억울한 일이었지만.
‘뭐, 이제 상관없지.’
아홉 번 정도 구했으면 한 번 정도는 망쳐도 괜찮지 않을까.
“뭐, 내 탓이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기에 당당히 행동할 수 있는 르윈이었지만.
“제발 인정하지 마세요!”
그 작은 중얼거림을 듣는 사람으로서는 절로 울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
“응?”
“어?”
“예?”
드라이르프가의 평화로운 저녁 식사 시간.
그 평화는 르윈의 한마디에 가볍게 깨지고 말았다.
“왜들 그러는데?”
하지만 르윈은 그 반응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르, 르윈아?”
정말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르윈의 누이, 르나인은 떨리는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우리 아카데미, 안 와?”
제국 만인에게 평등하게 교육의 기회를 준다.
공식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아카데미마다 격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 황실이 직접 운영하는 황실 아카데미.
가장 뛰어난 아카데미이기에 모든 귀족들이 노리는 곳이었고, 동시에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남매들 모두가 그곳에 입학을 한 상태이기도 했다.
“응.”
“왜?”
르나인은 세상의 버림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르윈은 단호했다.
“난 딴 데 갈 건데.”
황실 아카데미는 제국, 아니 대륙의 그 어떤 아카데미보다 뛰어났다.
현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작정을 하고 만들었기에 뛰어났고, 거기에 세월이 더해지면서 명성이 올라가니 알아서 인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대륙의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학교가 되었으나.
“거기 수업 시간이 너무 길어.”
입학하는 것은 물론 졸업하는 것마저 어려운 곳이 되었다.
평범한 아카데미처럼 놀면 중간에 퇴학을 당할 정도!
그만큼 학구열이 넘치는 곳은 르윈은 사절이었다.
“지, 진짜?”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려는 상태로 그대로 굳어 있던 라일라는 떨리는 눈으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르윈이 황실 아카데미를 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
“…….”
충격에 이미 돌이 되어 버린 르나인만큼 라일라 역시 충격이 컸다.
그녀에게 있어서 르윈은 소중한 친구였다.
다른 가문의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숨바꼭질 놀이가 시작되었는데, 르윈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 공부하는 거 좋지 않아?”
“응, 좋지 않아.”
“…….”
2차 충격이었다.
르윈과의 지식 대결에서 이겨 보기 위해 졸린 눈을 억지로 떠 가며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시종들이 등불을 끄는 걸 몇 번이나 말리면서 노력했는데!’
그걸 부정당하다니.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으나.
“굳이 황실 아카데미에 갈 필요는 없잖아. 아카데미를 안 간다는 말도 아니었는데.”
정작 르윈은 태연했다.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데.’
아카데미 생활도 여러 번 해 본 르윈이었다.
심지어 지옥이라 불리는 대학원 생활도 해 봤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학풍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았고, 제국 내에 있는 아카데미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제법 노력했다.
르윈이 자발적으로 수업을 들은 과목들이 그 증거.
그들은 각자 어느 아카데미에 소속되어 있거나, 과거 그랬던 전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각 학원에 대해 물어보며 파악한 끝에 그가 선택한 곳은 단 한 곳.
“나는 베르샤 아카데미에 갈 거야.”
적당히 제국 수도 끝자락에 붙어 있고, 그러면서 학풍이 널널하고.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아카데미 중 하나이기에 시설이 좋으며 부지 또한 상당히 넓었다.
그리고.
“왜 거긴데?”
“방학 기간이 제일 길거든.”
“…….”
너무나도 확신에 찬 그 한마디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