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21. 인생 10회 차는 황성에 간다 (4)
“아하하, 장난이었습니다.”
“…….”
무안한 듯 웃는 라그일을 루테스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루테스 전하께서 역모라니, 그럴 리가 없죠.”
그 시선에 라그일은 뻘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저희 형이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니까요.”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는 르윈의 말에 루테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개소리다.
루테스는 장담할 수 있었다.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포커페이스가 무너지고, 거칠게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라그일의 시선을 루테스는 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잊겠는가?
그렇게 싸늘하게 웃던 사람이, 한순간 흔들렸는데.
‘진심으로 믿는 모습이었지.’
억울했다.
아무리 망나니 생활을 좀 했다고 하지만, 고작 열한 살짜리가 역모를 한다는데 다들 믿는다니.
‘심지어 하자고도 안 했잖아.’
그저 역모를 말했을 뿐인데, 당연하게 역모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인생…….”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것일까.
열한 살의 루테스는 자신의 짧은 인생을 되돌아보았고.
‘아니.’
짧았기에 매우 빠르게 확인을 할 수 있었고.
‘다 저 새끼들 때문이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범인1을 바라보며 묻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네?”
그리고 그걸 왜 나한테 묻느냐는 듯한 르윈의 답변에 루테스는 이를 갈았다.
“으득. 그래, 그럼 내가 알아서 해야겠지.”
그러고는 곧장 범인2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인질범, 일로 와 봐.”
“어, 어?”
인질범이라는 말을 누가 들을까 다급히 뛰어온 칸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루테스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너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개다.”
신장 차이로 인하여 무릎을 굽힌 칸나의 귓가로 루테스는 세 가지 선택지를 제안했다.
“하나. 황실로 가서 황제 폐하에게 부탁한다. 그 대가로 황실의 내정 간섭이 좀 생기겠지.”
무료로 남을 도와줄 만큼 착한 곳이 아니니까.
“그, 그렇겠지.”
“둘. 이대로 저 녀석의 집안으로 달려간다.”
칸나의 시선이 루테스의 손가락을 따라 르윈의 얼굴에 닿았다.
“군권을 담당하는 드라이르프 가문인 만큼, 독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니까.”
다른 가문이라면 위험하겠지만, 드라이르프라면 가능하다.
“그 대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는 모르겠다.”
잘만 하면 황실의 내정 간섭을 피할 수는 있겠으나.
“저 녀석의 가문이니까.”
의미심장함이 가득 담긴 말이었지만, 칸나는 루테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그, 그렇겠지.”
“마지막으로 셋. 이건 좀 도박수이기는 한데.”
루테스는 베르크라는 이름의 나라를 떠올려 보았다.
‘제국 근방에 있는 작은 왕국. 나라의 규모에 비해 군권이 강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경제력이 부족함.’
나라의 규모에 비하여 국력이 강한 건 제국의 주변에 있는 모든 국가의 특성이었다.
바로 옆에 제국이라는 절대적인 나라가 존재한다는 두려움.
그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무력.
‘쓸모없는 행동이지만.’
제국을 상대로 하루를 버티냐, 이틀을 버티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것을 위하여 그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하느니, 그 돈으로 뇌물을 뿌려 두는 것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베르크의 상황 모르지?”
“…….”
루테스의 말에 칸나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내용은, 역모들이 왕성을 점령했지만 왕께서는 피난에 성공했다는 정보였다.”
타국에 알려서 좋을 게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배를 탔다고 생각했기에 칸나는 루테스에게 자신이 아는 내용을 모두 전하였다.
“이겼을까?”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역모를 일으킨 1왕자였다.
역모를 일으킨 명분이 없고, 오히려 역모를 일으킨 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니까.
그야말로 최후의 발악.
그러나 그런 발악이, 때때로 성공할 때도 존재했다.
“주요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베켄나를 나한테 붙였으니, 그만한 전력이 또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하는데?”
“내 형이 그런 머리가 있었으면 왕세자에서 잘리지도, 역모를 일으키지도 않았겠지.”
“가장 중요한 패를 보낼 정도로 멍청하다?”
“자신의 자리를 노린 동생을 없애기 위해서는, 충분히 저지를 사람이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루테스는 마지막 수를 알려 주었다.
“왕국이 반란군에게 당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방법이 하나 더 있지.”
“무슨 방법이지?”
점점 생기가 생겨나는 칸나의 눈을 보며 루테스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물어보았다.
“그 전에, 싸움 좀 하나?”
***
“르윈이다! 르윈아~”
자신을 푹 껴안는 누이의 행동에 르윈은 가만히 있어 주었고.
“쳇.”
그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막내를 독차지할 기회를 날린 라그일이 혀를 찼다.
“그래서, 출전권을 달라고요?”
“그렇지.”
“흠.”
르나인이 움직이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르윈을 무시한 채, 라테일과 루테스는 서로 협상에 들어간 상태였다.
“황실에 알리는 것이 제일 좋지 않겠습니까? 건국제를 기념해서 황실 쪽 사람이 많이 와 있습니다.”
그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말에 루테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 형제들한테 들어가면, 매우 귀찮아질 텐데.”
“흠.”
그 말에 라테일의 인상이 찌푸려졌고, 루테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드라이르프에는 본성을 드러냈나 보네.’
대놓고 황족을 까는 라그일의 모습에 혹시나 했던 루테스였다.
그러나 장남인 라테일의 반응을 보니, 자신의 형제들 역시 문제가 많았던 모양이었다.
“황제 폐하께 직접 말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 대회 출전권이 필요해.”
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대회는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황실에서 주최하는 대회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제국 건국제 당일을 장식하는 이벤트이기도 했고, 애초에 아카데미에서 이루어지는 대회가 황실 대회를 위한 예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황실 아카데미 총학생회장의 위치라면 본선 출전권 정도는 몇 장 얻을 수 있잖아.”
“그렇긴 합니다.”
이곳에만 작년도 우승자 둘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본선 직행의 권한이 자동적으로 주어진다.
그 밖에도 황실 아카데미의 이름으로 추천을 할 수 있는 권한도 몇 개 존재했으나.
“그건 저희 아카데미를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학생회장으로서, 사적인 일에 사용할 수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라테일의 굳은 의지에 루테스와 칸나는 협상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안 돼?”
“…….”
그러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르윈의 한마디에 라테일의 두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진짜 안 돼?”
“…….”
르나인에게 붙들린 채 대롱대롱 흔들리는 르윈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넘어갈 뻔한 라테일이었지만, 총학생회장으로서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형아.”
“컥.”
그러나 두 눈을 감아도, 두 귀가 남아 있었다.
“아, 알겠다.”
“와!”
결국 심장을 부여잡으며 쓰러진 라테일의 항복 선언에.
‘X발.’
‘잘들 논다.’
협상을 진행했던 루테스와 칸나만이 욕설을 내뱉었다.
***
“꼭 이겨야 한다.”
“알고 있다.”
제국 건국제의 대회에서 우승한 이들에게는 황제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황제에게 하나의 부탁을 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보통은 황실이 보유한 무기나 아티팩트를 요구하거나, 자신을 등용하기를 청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서 도와 달라고 하면, 도와줄 수밖에 없겠지.”
“우승해야겠지만.”
만약 그곳에서 우승하여 병력 지원을 요청한다면 황제는 들어줄 것이다.
그것이 초대 황제의 뜻에 따라 이어져 온 건국제의 전통이기에.
황제가 병적으로 그런 전통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테스이기에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베르크가 버티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이루어지는 계획이지만.”
“걱정하지 마라. 우리 왕국은 약하지 않다.”
루테스의 말에 칸나는 굳은 의지로 자신의 나라를 믿었다.
“내전이면, 적도 약하지 않다는 말인데.”
“도련님, 분위기 깨지 말고 조용히 있으세요!”
옆에서 그 의지를 흔드는 말이 들려왔지만, 시종의 빠른 대처로 비장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전하,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를 위한 조치 또한 속속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육체의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카벨의 회복 마법.
르윈의 부탁으로 이루어진 드라이르프 가문의 각종 장비 제공.
“아직 시간은 많다.”
그러니 몸을 회복하는 걸 우선하라는 루테스의 말이었지만, 사실 시간은 많지 않았다.
도청 마법으로 역모 소리를 들은 제국의 부장들이 황성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기에 두 사람은 비장한 분위기를 이어 갔다.
“우승할 실력은 되나?”
“나름 왕국 검술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었지.”
“준우승?”
“너무 걱정하지 마라. 벽을 넘지는 못했으나, 건국제라고 하더라도 소드마스터가 쉽게 나오지는 않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소드마스터 정도 되면, 최소 자작의 직위는 보장된다.
그것도 제국이라 자작이지, 다른 나라에서는 백작위가 보장되었다.
그렇기에 소드마스터가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일은 정말 흔치 않다.
그 정도 실력자는 이미 자리를 잡고, 나라에 소속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맞지. 소드마스터가 튀어나오는 것보다는 200년 된 엘프 검사가 튀어나오는 게 더 흔하잖아?”
“도련님, 쫌!”
다시 한번 분위기를 깨는 르윈을 질질 끌고 가는 데이지를 보며 칸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런 게 진짜 위험한 일이지.”
르윈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으나, 칸나는 그것을 긴장된 분위기를 깨기 위한 농담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그런 상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내가 질 수는 없지.”
망나니 형으로 인하여 고난을 겪고 있을 아버지와 신하들, 그리고 내전으로 인하여 혼란스러울 국민이 자신의 어깨에 걸려 있었다.
“그동안 내가 검을 배운 이유를 증명해야겠지.”
나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칸나는 결전을 위해 준비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끝난 후.
“증명하고 오겠다.”
그리고 비장한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르윈은 데이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왜 또 그러세요.”
“조용히 있으라고 해서 참고 있었는데. 검을 배운 이유를 증명하겠다고 했었잖아.”
“그런데요?”
“애초에 증명했으면 여기까지 도망을 안 쳤겠지?”
“운이 없었으니까 그렇죠. 이번에도 그러겠어요?”
적 중에 소드마스터가 있었다. 그 정도면 증명하지 못한 이유가 된다.
“원래 세상은 한 번 억까하면, 계속하던데.”
“도련님…….”
기분 탓일까.
르윈의 작은 투덜거림을 듣자, 칸나의 비장한 발걸음이 점점 흐느적거리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제발,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그래서 참았다니까.”
“하아.”
작게 한숨을 쉰 데이지는 조용히 일행과 함께 관객석으로 향했고.
“역시 본선이다! 라는 말이 나오는 대진입니다. 무려 베르크의 왕세자, 칸나 델레세 벨 베르크 왕세자! 그리고 그를 상대하는 자는!”
“아…….”
“와…….”
“이건 좀…….”
넝마에 가까운 로브를 입은 사내가 로브를 벗자, 시종들은 물론 관객석 전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고.
“X발…….”
루테스의 입에서는 욕설이 흘러나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엘프의 왕국, 수르크에서 오신 방랑 기사 펠테스!”
전설의 수백 년 산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