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21. 인생 10회 차는 황성에 간다 (6)
사건은 르윈이 막 경기에 출전하러 갔을 때 일어났다.
“진짜 우승할 수 있겠는데.”
루테스의 말에 칸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1차전에서 패배한 아픔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다.
“드라이르프의 이름은 베르크에서도 유명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군의 명가, 혹은 전쟁의 명가 드라이르프.
타국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명칭이었다.
제국의 군권을 대대적으로 맡았던 가문이기도 했고, 기사단이 주축이기는 했으나 마법을 비롯한 여러 전투 기반 역시 기사단에 비해 절대 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타국에서는 검의 명가라는 이미지가 적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드라이르프 이 새끼들은 그냥 싸움을 잘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저도요.”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그쪽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종들조차 몰랐다는 말에 칸나가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련님이 검을 잡으신 모습을 거의 못 봤으니까요.”
예리엘이나 하인스를 연습이라는 명목으로 두들겨 팰 때도 진검이 아닌 목검을 사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도 평소에 연습은 했을 텐데.”
“안 했습니다.”
“그런데 저 정도다?”
당황하는 칸나의 모습에 데이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하.”
저 나이에 완벽한 검기를 다루는데, 그것이 순수 재능이라니.
그 사실에 당황한 칸나였지만, 그보다 더 당황한 사람이 있었다.
“어, 언니.”
“왜 그러니?”
안색이 하얗게 질린 예리엘의 얼굴에 데이지가 당황했다.
“만약에, 만약에 도련님이 우승하시면 말이야.”
그 말에 칸나는 예리엘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 드라이르프가 너무 전면에 나서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겠지.
“기회만 받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기회를 얻어 주는 것만으로도 베르크는 드라이르프의 은혜를 입은 것이다.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법.
“아뇨. 그거 말고요.”
“응?”
그러나 예리엘이 걱정하는 것은 그런 정치적인 것이 아니었다.
“도련님이 우승하시고 나면, 분명히 우리한테 말하겠죠?”
“아.”
예리엘이 무엇을 말하는지 데이지와 하인스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겠네.”
“망했다…….”
봐라. 나는 우승했다.
첫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너희도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못해? 못하면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밖에.
“망했어…….”
르윈의 사악한 웃음이 귓가에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가 동시에 몸을 떨고 있을 때.
“죄송합니다. 청소해야 하기에 관계자분들은 관객석으로 가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잡부 복장을 한 사람 셋이 굽실거리며 방 안에 들어왔다.
귀족 나리들을 쫓아내는 모양새였기에 연신 허리를 굽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여태까지 쌓아 온 업보가 신경이 쓰인 것일까.
평소라면 한 소리 했을 루테스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이들을 끌고 나갔다.
그리고.
“조용히 하고 들어라. 방금 들어온 새끼들, 추격자다.”
“…….”
“언제 기습을 받을지 모르니 대처해라. 우리 전력은 칸나 왕세자와 카벨 마탑주밖에 없으니까.”
루테스의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가장 먼저 루테스에게 질문을 던진 이는 데이지였다.
그들이 추격자라고 판단한 이유.
그것이 무엇인가.
“감.”
짧고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말이기도 했다.
“황실에 다니며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 느껴지는 게 있다.”
“무엇이죠?”
“이 새끼가 연기를 하고 있다, 그런 거지.”
연기가 단순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황실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이가 더 드물었으니까.
“평소 자기가 하던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
그런 이들에게는 특유의 완벽함이 존재했고, 그 이질적인 완벽함을 루테스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완벽함이요? 아까 그게?”
하인스의 말에 다른 이들도 이전에 들어온 세 사람의 행동을 떠올려 보았다.
굽신거리며 청소를 시작하는 모습에선 완벽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애초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드라이르프가 쓰는 대기실인데, 고작 청소하겠다고 그 손님을 쫓아낸다?”
제아무리 대회를 보기 위해 관객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단순, 결과만 듣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도 많은 판이다.
그런 이들은 그대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통신 도구를 이용하여 결과만 확인한다.
“말이 안 되는 행동이지.”
고작해야 잡부 따위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렇구나!”
예상치도 못한 루테스의 눈썰미에 칸나가 감탄했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어린 드라이르프는 완벽히 검기를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어린 바벨리안은 높은 통찰력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것이 제국인가?’
말로만 듣던 제국의 위엄을 고작 10대 초반의 어린아이들에게서 느끼는 칸나였다.
하지만 제국이 자랑하는 인재들을 겪는 것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다.
“앞에 누가 있습니다.”
황탑의 마탑주, 카벨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관객석으로 가는 길목.
그곳에서 미세한 마력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 탓이다.
“어, 어떻게 합니까?”
자신보다 수십 살은 어린 루테스였지만, 이곳의 리더는 암묵적으로 루테스였다.
거기에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카벨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행동의 지휘는 루테스가 맡게 되었다.
“몇이지?”
“느껴지는 것은 앞쪽에 다섯, 그 뒤쪽에 다섯이 더 있습니다.”
고작 열.
그러나 좁은 길을 막기에는 충분한 인원이었다.
“베르크일까요?”
“미치지 않고서는 제국 심장부까지 들어오지는 않았지.”
그건 말 그대로 선전포고다.
그렇게 된다면 르윈이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것도, 칸나 왕세자가 그것을 바탕으로 지원을 요청할 필요도 없어진다.
“진짜로 들어왔으면, 제국은 바로 군사를 동원해서 밀어 버릴 게 분명하니까.”
그냥 왕세자와 함께 다 같이 죽자고 덤벼들 수도 있으나,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더욱 난폭한 수단을 사용했을 것이다.
“아마 우리 쪽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표는 둘.
“날 인질로 잡았던 칸나 왕세자를 제압하거나.”
“아니, 그건 오해인데.”
“그걸 저쪽은 모르니까.”
그와 동시에 칸나에게 잡힌 루테스를 구하러 온 이들일 것이다.
루테스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니, 내가 설득하면 말이 통하겠지.”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된다.
어쩌면 그들의 도움으로 일이 더 쉽게 풀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루테스가 선택한 방법은 정면 돌파였고.
“전하,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입니까?”
“너희랑 계속 같이 있었는데, 뭘 저질러?”
그 판단은 최악의 판단이 되고 말았다.
***
『확실한가?』
통신구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제국의 정보부장 에르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장관.”
제국의 실세라는 에르문조차 우습게 보일 정도의 인물.
제국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정보성의 장관은 에르문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X나 귀찮은 일만 물어 오네.』
제국에 몇 없는 장관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움이었다.
“장관…….”
말 한마디만으로도 숨길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루테스 황자가 역모를 준비하고 있다. 그 정보를 내가 믿어야 할까.』
“도청 마법으로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함께 들었습니다.”
『도청을 눈치채고 왜곡을 했을 수도 있지.』
“그게 가능하게 하려면 저희가 위치 추적과 도청 장치를 붙인다고 가정하고 움직였다는 말이 됩니다.”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은 언제나 일어나는 법이지. 우리 건국제에 타국의 소드마스터가 와서 깽판 치는 건 말이 되는 소리냐?』
제국의 이름 아래, 그런 미친 행동을 하다니.
그런 나라가 있을 리 없다.
“…그렇죠.”
라고 어제까지는 생각했을 것이다.
『어중간한 일이라면 네 말을 믿고 그냥 저질렀겠지.』
여전히 가벼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신뢰는 무거웠다.
『하지만 역모는 그게 안 된다. 일단 확정이 되면 날아가는 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연관된 자는 사돈의 팔촌까지 목이 날아간다. 그게 역모다.
『실수하고 용서가 되는 일이 아니다. 역풍을 맞으면 우리 목이 날아가는 일이니까.』
일단 나부터.
그렇게 말하는 장관을 보며 에르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일단 폐하께만 내가 보고한다. 나머지는 함구해라.』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황제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너희가 할 일은 알겠지?』
“네.”
확실한 증거.
이게 진짜 역모인지, 아니면 해프닝인지 알기 위해서는.
“루테스 전하는 저희가 확보하겠습니다.”
루테스를 직접 만나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래. 그리고 그 옆 나라 왕세자도 잘 챙기고.』
“네.”
『그럼 고생하고. 되도록 건국제 끝나기 전까지 일 끝내라.』
그래야 너희도 좀 놀지 않겠냐.
그렇게 말하는 장관을 보며 에르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개소리.”
일을 빨리 끝낸다고 건국제에 놀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없다.
일을 끝내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그래도 빨리 끝내야겠지.”
평범한 일이라면 모를까, 황족과 타국이 엮인 일이다.
이런 일은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주로 자신과 부하들의 위장에.
“다 들었지?”
에르문의 시선이 감찰부장과 재무부장에게 향했다.
그 둘 역시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중이었다.
“아저씨, 나 연초 좀.”
“혼자 있을 때 피우고. 지금은 일할 시간이다.”
“황탑으로 가야 하나?”
“황성으로 위치를 옮겼으니, 황탑의 포탈을 타고 이동하는 게 빠르겠지.”
“아, 포탈 탄 지 얼마 안 됐는데.”
오전에 포탈을 타고 베르샤 아카데미로 왔는데, 점심시간에 다시 포탈을 타게 생겼다.
“뒷정리는 이쪽 애들한테 맡기고, 바로 출발한다.”
“네, 네.”
“감찰부는 준비시키고.”
“이미 전달받은 곳에 쫙 배치해 뒀습니다.”
에르문을 필두로 한 제국의 세 부장은 전투의 상처를 간단하게 치료만 하고 바로 황성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루테스를 잡기 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건국제 대회 대기실에 있던 루테스를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황자 전하와 베르크의 왕세자다. 아직 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니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라.”
“네.”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포획이라니.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그것이 공무원의 인생이었다.
“전하.”
“정보부장이군.”
당당한 루테스의 모습에 에르문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해였을 수도 있겠군.’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당당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역모를 준비한 이가 눈앞에 자신이 나타난 의미를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전하,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그렇기에 정중하게 말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맞아요, 오라버니.”
에르문의 뒤에서 들려오는 나긋한 목소리에 루테스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튀어!”
추격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