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22. 인생 10회 차의 시종은 나라를 구한다 (2)
“그래서 계획이 뭐지?”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
“……?”
칸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데이지도 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 작전 아닌가?”
“아니라니까요.”
“아, 그런 콘셉트랬지.”
“콘셉트 아니라니까요…….”
데이지는 있는 힘껏 부정했지만, 칸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맞아요. 데이지는 재무부와 감찰부, 정보부를 이용하여 세력을 모으고, 그것을 바탕으로 병력을 모을 생각은 안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계획이었구나!”
“…….”
옆에서 아닌 척 계획을 말하는 르윈 탓이었다.
“그런데 세 개의 부서를 이용하여 세력을 모은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루테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데이지에게로 향했다.
“모른다니까요.”
그리고 그 시선에 데이지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고.
“황실이 앞장서서 나서면 부담이 크니까 앞장세울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을 세 부서가 모은다는 계획이라고 데이지가, 아니 누군가가 말했는데. 그게 누구더라.”
잘 기억이 안 나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르윈의 말에 데이지가 고개를 들었다.
“저는 절대 말 안 했습니다!”
“응. 나도 그렇게 말했잖아?”
으득.
어디선가 어금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콘셉트를 참 잘 지킨다고 칸나는 생각했다.
“앞장세울 사람들?”
“네. 대신 베르크의 살림 좀 내놓아야 할 건데…….”
“살림? 그게 무슨 소리지?”
베르크의 살림살이를 빼앗겠다는 것은 강탈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짜로 도와준다고 생각했었나?”
“공짜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타국에 도움을 청한 순간부터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
그뿐인가?
어찌 되었든 베르크 소속 소드마스터인 베켄나와 그 수하들이 제국 수도까지 들어왔고, 더 나아가 제국의 수도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베르샤 아카데미가 수도의 가장 구석에 있다고 하더라도 한 나라의 심장부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대가를 베르크는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앞장세울 사람들에게 살림을 내놓다니.”
그 대가를 지불할 대상은 제국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외에도 지불을 하다니.
“안 그래도 내전으로 흔들리는 왕국이다. 제국 황실에 다른 세력에까지 나라의 살림살이를 넘겨준다면, 그건 그냥 망하라는 뜻 아닌가?”
그 말에 르윈은 피식 웃으며 비웃음을 흘렸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우리 드라이르프 가문의 비밀 병기가 그런 것도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사람을 호구로 본 건 아니고?”
“그랬으면 이렇게 설명도 안 해 주지. 우리 비밀 병기가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베르크는 이미 16조각으로 나뉘어 대륙에 팔릴 준비가 되었을걸?”
“뭐?”
설마 그 정도일 줄이야.
칸나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데이지를 힐끔거렸다.
“하.”
마음대로 생각해라.
이제 반쯤 포기한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흡족한 표정으로 칸나에게 말했다.
“황실에는 주지 않아도 돼.”
“뭐?”
“정확히는 황실은 이번 일에 참여를 안 할 거야.”
“그게 무슨 소리지?”
제국이 행하는 일에 황실이 나서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우리 데, 아니 흑막께서는 말씀하셨지. 제국은 너무나 거대하다.”
말 그대로 제국은 너무 거대했다.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주변 왕국의 정세가 바뀌었고, 멀리서 지켜보는 왕국들은 숨을 죽였다.
그뿐인가? 제국 하나를 견제하기 위해, 대륙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강대국 세 곳이 동맹을 맺기도 했다.
하나하나가 한 시대의 패자를 노릴 만한 국가가, 오직 제국을 견제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만큼 제국은 강대했고, 또 위험했다.
“그렇기에 황실이 움직였다가는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제국이 그러한 마음을 먹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변국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아니, 그 이전에 흔들리는 베르크를 제국이 흡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었다.
“그쪽도 걱정이 많지?”
“…….”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칸나의 머릿속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존재했다.
흔들리는 베르크를 제국이 흡수하지는 않을까.
지금은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으나, 또 눈앞에 맛있는 먹잇감이 보이면 먹고 싶은 것이 사람의 생리였다.
“우리 데흑막께서는 사람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아시지.”
“이름을 부르든지, 흑막이라고 부르든지 통일을 하시죠.”
데흑막은 도대체 뭐냐.
그렇게 투덜거리는 데이지를 힐끔 쳐다본 르윈은 망설임 없이 그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하여 우리 드라이르프의 비밀 병기, 데이지 흑막님께서는 이 계획을 세운 거지.”
꿀꺽.
마른침을 삼킨 칸나는 데이지를 힐끔거리며 르윈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황실이 나서지 않으면 된다. 동시에 베르크를 도울 이유가 있는 이들을 모으면 된다.”
“그런 이들이 있나? 아니, 그 이전에 타국에서 그걸 믿을까?”
제국의 모든 것은 바벨리안 황실로부터 나온다.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어중간한 인물들을 앞에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타국이 그걸 믿을 리가 없었다.
“있지. 제국에 소속이 되어 있으면서, 적당한 병력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 타국의 시선에도 민감하지 않은 이들이.”
그 누구보다 세속적이기에 베르크를 돕고, 그 누구보다 세속적이기에 의심을 받지 않을 이들.
“상인.”
르윈의 말에 칸나의 동공이 크게 떠졌다.
황실에 이권을 넘기는 대신 상인들에게 대가를 준다.
단기적으로는 더 손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이득일 수 있었다.
이것이라면 베르크도 만족할 수 있는 거래였다.
“그렇다면 세 세력은 지금 상인들을 모으기 위해!”
“응, 족치러 갔어.”
“……?”
분명 상단을 아군으로 삼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아군을 족치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칸나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우매한 자신의 머리로 이해를 하지 못할 뿐, 다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칸나는 기대가 가득 담긴 눈으로 이 모든 것의 설계자를 바라보았다.
“하아.”
칸나가 또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데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
축제는 상인들에게 있어 기회의 날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심리상 주머니를 쉽게 열었고, 평소에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기꺼이 바가지를 당해 준다.
그렇기에 제국 최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건국제는 제국의 모든 상단의 기념일이나 마찬가지.
제국에서 활동하는 상단뿐 아니라 타국에 거점을 둔 상단마저 건국제 몇 달 전부터 제국에 남는 자리가 있나 기웃거릴 정도였다.
그렇기에 건국제 축제 당일, 제국 수도에는 수많은 상단이 모였고, 그중에는 평소 얼굴을 보기 힘든 제국 5대 상단의 상단주들 또한 모여 있었다.
“잘 지내고 있었나, 브라인.”
“영감님은 아직 안 죽으셨네.”
배신과 협잡이 난무하는 상인의 세계.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료가 되는 기묘한 세계였다.
그렇기에 상인들 사이의 불문율은, 뚜렷한 적을 만들지 마라.
이득이 첫 번째인 이들인 만큼, 이득이 없는 괜한 적을 만들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상인의 세계에서도 유명한 대립 구도가 존재했으니.
바로 핫식스 상단과 레드불 상단의 관계였다.
“하하, 죽고 싶어도 핫식스를 찍어 누르기 전까지는 관에 못 들어가지.”
“불로불사를 선언하시다니. 흑마법이라도 배우실 생각이십니까?”
“에잉, 우리 카피 제품이나 파는 곳 찍어 누르는 건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네.”
“흠, 그럴까요? 요즘 레드불 실적이 많이 떨어졌던데.”
“어느 망할 놈들이 남의 아이디어 훔쳐 가서 그렇지. 뭐, 이해해 줘야지. 멍청한 놈들만 가득하니, 남의 것이라도 베껴야 살 수 있지 않겠나? 멍청한 게 죽을죄는 아니니까. 우리가 마음을 넓게 가져야지.”
“흠,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유사품이 나오자마자 흔들리는 상단을 보니 불안해서요.”
웃는 얼굴로 서로를 향해 비수를 던지는 두 상단주의 모습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저 새끼들은 만날 때마다 저러냐.”
“핫식스랑 레드불 사이잖아. 영업하는 곳이 대부분 겹치는데, 안 싸우는 게 이상하지.”
“거기에 현 핫식스 상단주가 잘하면 레드불 상단이었을 수도 있잖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몰랐냐? 핫식스 전 상단주의 딸하고 레드불 상단주 딸하고, 저 핫식스 상단주 두고 경쟁했었잖아.”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였지. 결국 핫식스 상단주의 딸이 승리해서 브라인을 얻고 핫식스 상단이 레드불하고 비비게 되었으니까.”
“그때의 원한 때문에 벨레크 영감이 핫식스 상단 이야기만 나오면 이를 갈지.”
다른 제국 5대 상단조차 주변에 가지 않을 정도로, 핫식스 상단과 레드불 상단은 앙숙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역이 비슷하고, 판매하는 물건이 비슷하며, 과거의 일들까지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두 상단이 힘을 합치는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돈 냄새가 풀풀 풍기는 건국제 같은 날에는 더.
“감찰부랑 재무부 떴다!”
“시X, 그 새끼들이 왜?”
그러나 그런 두 상단조차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제국의 감찰부와 재무부가 그중 하나였다.
“당황하지 말고, 평소처럼 있어라! 잘못이 없으면 그놈들도 우리 안 건드려!”
“어떤 고얀 놈이 세금 안 냈나. 그도 아니면 탈세? 아니면 마약이라도 유통했냐?”
핫식스 상단의 상단주, 브라인은 주변 상인들을 진정시켰고, 레드불 상단의 상단주, 벨레크는 범인에게 자수를 권고했다.
하지만 자수를 하는 자는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이고, 우리 제국의 혈액 같은 돈줄님들.”
“오늘도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그들 중 범인은 없었으니까.
“하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니하엘 부장님, 헤직스 부장님.”
“아이고, 우리 브라인 상단주님, 오늘도 안색이 좋으시네요.”
“건강해 보이니 좋네요. 상단주가 오래 살아야, 제국의 재정도 오랫동안 건강할 테니.”
상단에게 있어서 제국의 감찰부와 재무부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다.
특히 재무부는 피 같은 돈을 정기적으로 뜯어 가는 악질 중의 악질.
거기에 재무부와 감찰부에 정보부가 협력하게 된 이후부터, 상단들은 연말마다 곡소리를 내뱉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저희 같은 사람들보다는 부장님들이 바쁘시죠. 오늘 같은 날에도 업무를 하시니.”
“그건 상단들 또한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런 날이 상단들 주머니 채우기에 가장 좋은 날이니.”
“하하, 그런 편이죠.”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헤직스와 브라인이었지만, 그 사이에 끼어든 벨레크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서로 바쁘면, 본론만 말하지.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아, 별일 아닙니다.”
재무부장 니하엘이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벨레크에게 말했다.
“자네가 그런 말을 하면 대부분 우리한테는 안 좋던데.”
제국의 재무부장에게 좋다는 것은 제국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
특히 현 재무부장의 역할은 제국의 국세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단들에게는 제국의 공작보다도 두려운 이였다.
“좋은 사업을 이야기하러 왔을 뿐이니까요.”
“사업을? 자네가?”
재무부장의 입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 나왔다.
그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벨레크를 보며 니하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의심한다. 그게 상인들의 습성이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상인을 많이 상대하는 니하엘이었기에 온갖 설명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찰부랑 같이 온 거죠.”
“뭐?”
니하엘의 말과 동시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감찰부다!”
“도, 도망쳐!”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제복을 입은 감찰부를 보며 상인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죄는 없지만, 일단 감찰부를 보면 도망치는 것이 제국인의 본능!
“네놈들!”
“다 평화로운 대화를 위한 일입니다. 일단 잡혀가면 다 이해하신다니까요?”
가장 편한 대화는 무력이다.
감찰부와 재무부의 정신에, 상인들은 무력하게 체포되어 끌려 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