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23.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2)
두 여인의 외침에 식당 안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음식 연구부다!”
“오늘 밥은 다 먹었다. 나가자.”
그나마 황실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은 이들은 익숙한 일이었는지 먹던 것을 치우거나 주섬주섬 싸 가기 시작했고.
“도련님,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아직 다 안 먹었잖아.”
“솔직히, 이거 다 못 먹잖아요.”
아직도 산더미만큼 쌓여 있는 음식에 예리엘이 울상을 짓자.
“솔직히, 궁금하잖아.”
르윈 역시 그 사실을 인정하며, 그냥 구경하자고 주장했다.
“여기 학생들 도망치는 게 심상치 않은데요?”
예리엘은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가는 황실 아카데미 학생들을 보며 당황했으나, 이미 르윈은 어디서 난 건지 팝콘을 꺼내고 있었다.
“도련님, 그건 언제 사셨어요.”
“혹시나 해서 샀지. 요즘 제국 극장에서 인기라던데?”
극장에서 구경할 때 먹는 음식을 샀다는 것은 이미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말이었다.
“알고 계셨군요?”
“혹시나 했다니까.”
데이지의 차가운 시선을 무시하며, 르윈은 요리사와 미식가의 싸움을 구경했다.
“오늘도 형편없는 요리였습니다.”
“학생 식당에서 미식을 바라는 게 정상이냐?”
“당신의 실력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닙니다. 평범한 요리는 평범한 요리사에게 맡기고, 저희와 함께 미식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뭔가 더 험악한 관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만 들으면 단순한 스카우트 제안으로 보였다.
“꺼지라니까.”
“하, 어쩔 수 없군요.”
요리사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쉰 검은 머리의 소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뭐야, 끝인가?”
이렇게 쉽게 물러나는 건가.
고작 이 정도로 아카데미의 문제아 취급을 받는 건가.
‘그럼 실망인데.’
황실 아카데미의 문제아인 만큼 베르샤 아카데미보다 더욱 큰 임팩트를 남겨 줄 거라 믿었는데.
‘아닌가?’
엘리트 아카데미의 문제아는 엘리트 문제아일 줄 알았는데.
그저 모범생일 뿐이었나.
팝콘으로 가던 손이 절로 멈추고, 실망하려던 찰나.
“일단, 잡아가서 설득하죠.”
그 말과 동시에 뒤에서 황실 아카데미의 옷을 입은 학생들이 요리사를 향해 달려들었고.
“셰프를 지켜라!”
“막아!”
조리실에서 조리 도구를 든 요리사들이 나와 그 학생들을 막아섰다.
“와!”
검과 식칼이 부딪치고, 마법과 프라이팬이 교차하는 상황은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역시, 황실 아카데미야.”
요리사를 붙잡으려는 학생들의 실력도 뛰어나고, 그것을 막는 요리사들의 실력 또한 그에 뒤처지지 않았다.
“여긴 요리사도 잘 싸우네.”
“그러네요.”
“다들 나보다 강해…….”
식칼에 검기가 맺혀 있다.
그뿐인가? 프라이팬에 마력을 담아 마법을 후려치는 장면에서는 르윈조차 감탄사를 내뱉었다.
“순순히 잡히면 좋을 것을.”
“제발 좀 꺼지라니까.”
검은 머리의 소녀가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꺼내 들었고, 그에 맞추어 엘레세드라 불렸던 요리사가 요리모를 벗고, 들고 있던 밀대를 들어 올렸다.
“꿀꺽.”
요리모를 벗자 찰랑거리는 금발의 여성 요리사.
그리고 그런 그녀와 대치하는 음식 연구부의 소녀!
베르샤 아카데미에서는 볼 수 없는, 황실 아카데미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세기의 대결에 르윈은 팝콘을 움켜잡으며 긴장했다.
그리고.
“베로니카 선배! 제가 학생 식당에서 깽판 치지 말랬죠!”
검은 머리의 소녀가 꺼낸 지팡이에 마력이 담기는 그 순간, 식당 정문에서 울려 퍼지는 뾰족한 목소리에 르윈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나…….”
익숙한 목소리. 르윈의 누이인 르나인의 목소리였다.
참으로 좋은 누나인데, 이렇게 눈치가 없을 줄이야.
“데이지.”
“네, 도련님.”
“누나 좀 막아 줘.”
“…왜요?”
“저거 보려고.”
솔직히 궁금하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뻔한 데이지였지만.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정신을 차린 데이지가 더듬거리며 르윈의 말을 부정했다.
“우리 아카데미도 아니잖아.”
“저희 아카데미에서, 도련님이 저러고 계시면 전 기절할 자신이 있습니다.”
아예 뒷덜미를 잡고 쓰러질 거라는 구체적인 언급은 덤이었다.
“저희 아카데미가 아니니 말리지는 않겠지만, 말리는 사람을 말리는 건 사양하겠습니다.”
선도부로 보이는 인원들을 이끌고 등장한 르나인을 보며 데이지는 고개를 저었다.
“쳇.”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니었는지, 르나인이 등장한 순간부터 요리사들은 공세를 멈추고 수비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버티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르나인, 또 방해를.”
그리고 음식 연구부를 통솔하던 검은 머리의 소녀 베로니카는 인상을 찌푸리며 르나인과 엘레세드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너도 참 징하다. 이번에 잡혀 들어가면 벌점으로 안 끝나지?”
그런 그녀를 보며 엘레세드는 비웃음을 흘렸다.
베로니카가 아무리 성적으로 우등생 취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벌점이 성적을 상회하면 아카데미 측에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이번에야말로 학생 식당 영구 출입 금지를 받을 차례다!”
승자의 미소를 짓는 엘레세드를 보며 르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 순 없지.”
“도련님…….”
이런 멋지고 재미있는 동아리 활동을 방해하다니.
아무리 자신의 누이라고 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
“누나!”
“거기서 멈… 르윈?”
갑자기 들려온 동생의 목소리에 르나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감히, 내 동생이 밥을 먹고 있는데 이런 소란을…….”
“아.”
역효과였던 것일까.
베로니카에 대한 분노를 더욱더 키운 르나인을 보며, 르윈은 빠른 걸음으로 르나인의 품에 달려들었다.
“어디 있었어? 누나 주려고 맛있는 거 많이 사 놨는데.”
“그랬니? 역시 누나 챙겨 주는 사람은 르윈이뿐이야.”
르윈의 말에 르나인이 방긋 웃었고, 시종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냥 산 거면서.’
‘남는 음식 줄 생각이었으면서.’
‘아주 입만 열면 구라가…….’
하지만 꿈을 꾸듯 몽롱한 르나인의 표정에 차마 잔혹한 현실을 알려 줄 수는 없는 시종들이었다.
“저기 사 놨으니까 같이 먹자.”
“그래. 그런데 누나가 지금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그것만 끝나고 같이 먹자.”
“안 돼?”
“으, 으…….”
그에 르윈과 베로니카 등을 번갈아 보며 고민하는 르나인의 모습에.
-붙잡고 있을 테니, 빨리!
르윈은 마력을 담아 베로니카에게 은밀하게 목소리를 전달했고.
“흡!”
순간 그 목소리를 듣고 놀란 베로니카였지만, 르윈이 있는 곳을 힐끔 쳐다보고는 바로 마법을 발현했다.
“뭐?”
평소라면 당하지 않았겠으나, 이미 사건이 끝났다고 방심했던 엘레세드는 갑작스러운 마법에 당황했다.
“이런, 젠장!”
밀대에 마력을 담으려고 했으나, 그녀는 전문적인 검사가 아니었다.
아니, 전문적인 검사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빠르게 대처하기란 어려운 마법이었다.
“셰프!”
마법의 넝쿨에 사지가 결박당해 쓰러지는 엘레세드를 보며 다른 요리사들 또한 당황했다.
“어, 어?”
“누나, 가자니까?”
“누, 누나가 지금 바쁜데.”
“나랑 같이 밥 먹는 게 싫어?”
“그, 그건 절대 아닌데!”
“회장님, 주방장이 포박당했습니다!”
“베로니카가 주방장을 짊어지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추격합니까?”
그리고 갑자기 쓰러지는 엘레세드와 르윈을 번갈아 보며 르나인은 고민했고.
“알겠어. 누나가 바쁘면… 형들이랑 먹을게.”
“이, 일단 쫓아가서 잡으세요! 저는 조금 바빠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르윈의 모습에,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아, 알겠습니다!”
선도부원들은 처음 보는 회장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음식 연구부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역시 누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지?”
“당연하지!”
르나인은 르윈에게 붙잡혀 음식의 산을 함께 처리해야 했다.
***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귀찮은 요리사들과 선도부원들의 눈을 피해 도망친 지 벌써 몇 시간.
“읍읍!”
그러나 성과는 충분했다.
베로니카는 창고 구석에서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노려보는 엘레세드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잡았네요.”
늘 단정하게 묶고 있던 금발이 산발이 되고, 주방에서 사는 자, 한 치의 먼지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청결을 지켰던 몸은 먼지투성이가 되었지만.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
그 망가진 모습도 베로니카가 보기에는 아름다웠다.
“당신은 그런 곳에서 자신의 격을 떨어트리며 살면 안 됩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음식들만 가득한 식당들을 몇 개 뒤집고 주린 배를 붙잡고 아카데미로 복귀했을 때.
배고파하는 자신과 부원들에게 음식을 권하는 엘레세드의 모습을 보고, 베로니카와 부원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학생 식당, 일명 학식은 음식 연구부 대대로 맛이 없기로 유명한 곳으로 지정되어 있었으니까.
심지어 몇 번의 구제책을 내 주어도 변하지 않는 맛으로 음식 연구부가 포기한 유일한 식당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도록 하죠.’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그저 맛없는 음식이 있을 뿐.
그렇기에 음식 연구부원은 먼저 권유하는 음식을 거부하지 않는다.
남기지도 않는다.
그저 다 먹고, 맛이 없으면 식당과 요리사를 뒤집어엎을 뿐.
그렇기에 베로니카도, 부원들도 늦은 밤, 아무도 없는 학생 식당에 앉아 엘레세드가 내어 주는 요리를 먹었고.
“돈이 필요하면 저희가 드립니다. 아카데미 월급? 원한다면 그 이상을 드리죠.”
베로니카를 포함한 부원들은 엘레세드의 요리에 매료되었다.
“선배들도 생각이 짧았죠. 천이 넘어가는 인원들의 요리를 고작 몇 사람이 만드는데.”
그게 맛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요리의 신이지 않을까.
“평범하게, 맛이 있는 수준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미식의 길을 걷는 음식 연구부의 기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학생 식당에서 식사하는 학생들이나 임직원들은 충분히 만족하며 먹는 수준이었다.
하루 세 끼, 몇 사람이 먹을지 모르는 천 인분 이상의 요리를 매일같이 함에도.
그것을 깨닫고, 베로니카와 음식 연구부 부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본인들도 실력이 있는 요리사이기에 착각한 것이다.
한 명을 위한 요리보다, 수많은 사람을 위한 요리가 훨씬 난이도가 높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그렇기에 음식 연구부는 학생 식당을 인정했다.
그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그들은 늘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그건 그거고.
엘레세드의 실력은 그곳에서 썩히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원하신다면 제도에 식당을 차려 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저희 가문의 전속 주방장 자리도 내어 줄 수 있습니다.”
베로니카의 성은 레이세르.
제국에 열두 개 존재하는 후작가의 이름 중 하나였다.
그런 곳의 식당을 책임지는 자리는 매우 높은 자리였고, 그녀의 음식에 대한 집착은 그보다도 더 높았다.
“어떠세요?”
“읍읍!”
“아, 입을 막고 있었지.”
잠깐 고민을 하던 베로니카가 그녀의 입에 물렸던 재갈을 풀어 주려는 순간이었다.
“고건 좋은 선택이 아닌데.”
“누구?”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베로니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쪽은…….”
“아까 도와줬던 사람인데, 반응이 너무하네.”
자신의 주적, 학생회의 회장들과 비슷한 느낌이나 그보다는 조금 더 어린 모습.
그러나 엘레세드를 잡을 때 큰 도움을 준 이.
“뭘 원하지?”
“그냥, 동아리 활동을 하시는 걸 보니 저희 동아리가 생각나서요.”
“동아리?”
“네.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끼리 돕고 살아야죠.”
레피스가 들었다면 저주를 더욱 퍼부을 말을 내뱉으며, 르윈은 베로니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카데미는 다르지만, 저희는 좋은 협력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