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24. 인생 10회 차는 시험을 본다 (4)
늘 땀 냄새가 가득했던 예리엘과 하인스의 몸에서 포션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예리엘은 포션 제작에서 저주받은 손을 이기기 위해서였고.
하인스는 마지막 일주일을 불태워 속성 마법 하나라도 더 완벽하게 습득하기 위해 마력 포션을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환기 좀 시켜라. 냄새난다.”
그것을 지켜보며, 르윈은 책상 위에 누워 있었다.
“도련님…….”
자신의 방 침대처럼 편하게 있는 모습에 데이지는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이 시험입니다.”
“그렇지.”
“이번에는 시험 내용이 전부 비공개 처리되어 있고요.”
“안 그래도 시험 볼 범위도 적은데, 시험 내용까지 알려 주면 교수들이 불쌍하잖아.”
“그래서 노력하는 저 아이들을 보고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
“평소에 열심히 공부해서 저렇게 벼락치기 안 해야지?”
“…….”
한 마디 한 마디가 폐부를 찌르고 들어왔다.
그에 빈사 상태가 되어 쓰러진 예리엘과 하인스를 보며, 데이지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윽!”
“아파…….”
믿었던 데이지마저 그런 평가라니.
가슴이 매우 아프지만, 현실이라는 말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을, 응원을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맞는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입 밖으로 맞는다는 소리를 내뱉으면 무슨 갈굼을 당할지 몰라 마음으로만 담아 두었다.
“응원한다고 무엇이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는 있습니다.”
“용기라.”
르윈은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을 응원하던 이들을 떠올렸다.
‘용사님, 힘내세요!’
‘정의는 지지 않습니다.’
‘사악한 마왕을 무찌르시고, 대륙의 평화를 지켜 주세요.’
‘용사여, 자네가 인류의 희망이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제자와 같은 가까운 사이부터.
교황, 성녀, 성자, 황제, 국왕, 귀족, 상인 등 다양한 직업군.
거기에 엘프, 드워프, 수인족과 같은 메이저 종족부터 아는 사람이 적은 소수 종족까지.
그들의 응원을 받고, 그들의 믿음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인생 9회 차를 날렸다.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도련님…….”
용기.
참으로 좋은 말이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를 얻은 이들이, 가끔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등 떠미는 것 같잖아.”
하지만 용기라는 것은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은 타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용기라는 것이었다.
“정말 상상도 못한 생각이네요.”
“사람들은 그런 거 생각을 잘 안 하잖아.”
할 수 있다. 넌 가능하다.
얼핏 들으면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해 주는 듯한 말이었지만.
“응원한다고 말하면서 포기하는 것을 막는 건 아닐까?”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을 것이다.
불가능한 일, 혹은 성과를 거의 못 얻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때로는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을 때도 있잖아?”
제법 진지한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한 것을 깨닫고 포기하는 것.
바로 앞에 있는 일을 잠깐 멈추고,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는 것.
그런 것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험은 내일인걸요?”
“아.”
그 말에 르윈은 자신이 너무 멀리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용사의 경험과 아카데미 시험을 비교하다니.
“그렇긴 하네. 시험을 포기하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 인데?”
“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하니,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누가 성적 나쁘면 죽이겠다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죠.”
“애들이 시험 한두 개 망쳐도 유급이 될 정도도 아니고.”
“그렇죠.”
“애들이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하인스를 보고 말하던 르윈의 시선이 예리엘에게로 향하다 멈추었다.
두 발로 서서 걷는 생쥐, 바닥을 기어 다니는 생쥐, 털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으로 변한 생쥐.
저것이 다 단순 상처 치료를 위한 포션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르윈은 자신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 되는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가능하다는 말을 조금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시험 좀 망쳐도 되지.”
“그냥 응원을 좀 해 주시지.”
시험 잘 보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운 말일까.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꼬여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데이지는 쓰러진 동생들을 일으켰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 앞으로 한 시간만 더 하고 끝내자.”
“네.”
“한 시간으로 될까.”
흐느적거리면서도 약병을 들이켜는 하인스과 약초를 분쇄하는 예리엘을 보며, 데이지는 책상에 누워 있는 르윈을 밀어냈다.
“도우라는 말은 안 할 테니, 제발 앉아라도 계세요.”
어깨를 꾹꾹 눌러 르윈을 자리에 앉힌 데이지는 두 동생의 취약한 부분을 봐주며 도움을 주었다.
“저게 제일 손해 보는 자리인데.”
시험은 예리엘과 하인스만 보는 것이 아니다.
데이지 또한 똑같은 시험을 본다.
나이가 연상이고, 조금 더 성숙하다고는 하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학년 최상위를 노리려 할 텐데.
‘그때에도 계속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기초 교육과 달리 중등 교육부터는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고등 교육으로 가면 거기에 진짜 실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때도 성적이 불안한 사람들을 도울까?
아니, 그 이전에 먼저 이것부터 깨달아야 했다.
‘어차피 다 적인데.’
아카데미의 시험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였다.
자신이 100점 만점에 50점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같은 학년에서 그보다 높은 점수가 없다면 전교 1등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99점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100점을 맞으면 1점 차이로 1등과 2등이 나뉠 수 있다.
시험에서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은 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적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짓은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과연 데이지가 그것을 깨닫는 것은 언제일까.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차피 시험을 열심히 볼 생각이 없었기에, 르윈은 그런 것이라도 흥미롭게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
시험 당일이 되었다.
이미 1학기에 2번의 시험을 보았기에 학생들은 각자의 펜을 점검하고, 잉크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이 되면 교수가 시험지를 들고 들어오고.
시험지를 나눠 주면 시험이 시작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학생들이 많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그러나 교실에 들어온 담임 교수, 바르바 델릭은 학생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말을 내뱉었다.
“오늘 너희의 시험지는 이거다.”
그가 꺼낸 것은 주먹 크기의 마력석이었다.
평범한 마력석과 다른 점은, 그것이 매우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위에 수많은 각인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뭔지 모르지?”
“네.”
그 말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환영 마법석이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르윈은 이전 생에도 저런 마력석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맞다.”
환영 마법석.
여러 가지 환상을 보여 주는 마력석으로, 고대 마법사들이 함정을 만들 때 자주 사용한 마법이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자원.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 던전이었고, 환상 마법은 그러한 제약을 많이 없애 주는 훌륭한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르윈 학생이 말한 것처럼 이것은 환영 마법석이다.”
물론 훌륭한 마법인 만큼, 그 가격 또한 훌륭했다.
바르바의 손에 들린 아티팩트가 잘못되면, 바르바의 반년 치 월급이 사라질 정도!
그렇게 덜덜 떨리는 손을 간절히 진정시키며, 바르바는 탁자 위에 아티팩트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본래라면 기존 형식의 시험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예정은 그저 예정일 뿐이었다.
“베르샤 아카데미가 참패한 이후, 교육을 조금 더 바꾸기로 했다.”
제국 5대 아카데미 중 최고가 되겠다고 선언한 올해였다.
하지만 베르샤 아카데미는 올해 황성에서 열린 대회에서 대부분 16강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나마 한 명이 분전을 하나 싶었지만, 4강에조차 오르지 못했고.
아카데미 최약체 유그라시아를 뛰어넘는 것은커녕, 아래에 있는 다른 학원들에 위기감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렇기에 선배들이 하는 시험을 미리 떼어 왔다.”
환영 마법을 이용한 시험.
중등 교육에서부터 사용하는 방식으로, 얕은 것은 환영으로 집중력을 깨트리는 역할을 했고.
때로는 실제 던전처럼 몬스터 같은 것이 튀어나와 전투를 진행해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르바가 가져온 환영 마법석은 그중에서도 최고 등급.
“잘 자라.”
“네?”
“자라고요?”
시험을 눈앞에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라고 하다니.
그에 당황하는 학생들이었지만, 르윈은 달랐다.
어디서 꺼낸 것인지 자연스럽게 담요까지 꺼내고 눈을 붙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니, 바르바는 반대 손에 들려 있는 수면 향이 필요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 저러는 건 아니니까.’
바르바는 마력석으로 되어 있는 아티팩트에 마력을 불어넣었고.
동시에 수면 향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잠을 거부하지 마라. 그것이 시험이니.”
그렇게 말해도 반항하는 학생이 몇 있었으나, 잠들지 못하면 최하점이라는 소리에 결국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
“우리 아카데미, 진짜 돈 많네.”
가장 먼저 잠든 르윈은 가장 먼저 깨어나 중얼거렸다.
아니, 깨어난 것은 아니다.
지금 르윈은 잠들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아카데미 시험에 드림 월드를 사용할 줄이야.”
드림 월드.
마법으로 사람의 꿈을 조종하는 환상 마법이었다.
환영 마법이자 공간 마법.
수많은 정신체를 꿈이라는 공간 안에 모으는 이 기적의 마법을 만든 이는 다름 아닌.
“나였지.”
이 또한 훈련을 위한 것이었다.
훈련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제대로 하기 어렵고, 제대로 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전 훈련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하고 대련하는 것이고, 그것을 더 나아가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경기에서 부상을 입는 일이 나오고,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사망자가 가끔 나오기도 하는 것이 현실.
그렇기에 사람과 사람 간의 결투에서는 한정적인 규칙을 만들었고, 몬스터와 싸울 때는 자신보다 한 단계 이하의 몬스터와 싸우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마왕이라는 분명한 적이 존재했던 과거의 르윈은 그런 미지근한 방식으로는 인류가 마족을 이기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서 싸워도 다치거나 죽지 않는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드림 월드다.
수많은 마법사, 그리고 대마녀를 설득하여 만들 수 있었던 대마법!
꿈속 공간이기에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고, 꿈이기에 목숨을 걸고 위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신력이 약하거나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 사람에게는 신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이들은 현실보다 조금 더 강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아무리 꿈속이라고 하더라도, 진짜 검강, 오러라 불리는 것을 완성해 본 경험은 없었으니까.
아무리 이미지를 뽑아내도, 자신이 해 보지 못한 것은 할 수 없었으니까.
“음…….”
르윈은 자신의 손에 찬란하게 빛나는 오러를 보며 생각했다.
‘마력이 안 끊기네.’
반대로 말하면, 과거의 자신보다 약해진 존재는 이 드림 월드에서 전성기 시절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르윈은 바로 이전 삶에서 인류 최강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용사였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고.
동시에 이 드림 월드의 전문가적인 지식을 지닌 설계자.
즉, 이곳에서 르윈은.
“미안하다, 얘들아.”
대마왕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기지 못할 것이 없는 절대자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