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25. 인생 10회 차는 시험한다 (1)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예리엘을 보며, 르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드림 월드지.”
꿈과 환상을 이용하여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은 개인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드림 월드에 들어간 이들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어차피 꿈이라며 진지하게 상황을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만들었고.
아티팩트에 지정된 내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방식으로 이것이 꿈이라는 괴리감을 최대한 없앴다.
물론 마력이 매우 뛰어나고, 감각이 매우 예민하면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으나.
“그게 가능하면 이게 필요 없는 수준이기도 하니까.”
적어도 아카데미 학생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실력으로만 따지면 지금의 르윈조차도 불가능한 일.
“진짜 우리 아카데미가 돈은 많다니까?”
그런데도 르윈이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드림 월드라는 시스템을 구축한 설계자 중 하나가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몇몇 장인급 마법사들과 대마녀들만이 기존의 술식을 이용하여 시스템 설정을 조정하는 게 전부이지만, 르윈은 마법의 구조 자체를 완벽하게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 꿈속에 대한 정보를 르윈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쓰는 돈만큼 효율이 안 나와서 그렇지.”
르윈은 인상을 찌푸리며 저 멀리 도망치는 하인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제일 강한 몬스터가 오크밖에 안 되는데 파티나 짜고.”
그리고 강대한 적이 나오니, 바로 도망을 친다.
목숨을 걸고, 강력한 적과 싸워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 이 드림 월드의 목적인데도!
“나는 그렇게 약하게 키우지 않았는데.”
막상 말을 내뱉은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 보니 전생과 비교하면 엄청 약하게 키운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쯧!”
짧게 혀를 찬 르윈이 마력을 이끌어 냈다.
정신이 기억하는, 자신의 최전성기의 마력을.
“계속 도망치다 보면 눈치를 챌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공포라는 감정에 지배되어 도망을 치고 있어서 그렇지, 쉴 틈을 주면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하인스가 엄청난 감각의 소유자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진작에 쓰러졌어야 정상이니까…….”
체력과 마력에 한계가 없다.
그것이 현실과 가장 큰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목숨의 위기를 경험하거나, 지금처럼 지속해서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 있다면.
그 괴리감에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후!”
그러니 쓰러트리든가, 더욱더 몰아붙어야 했다.
다행히 예리엘이 장렬하게 산화했으니, 뭔가 깨달은 게 있을 터.
“그게 도망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도망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합리적인 일이었다.
어떤 멍청이처럼 목숨을 걸고 싸우다 죽는 것보다는 저렇게 도망쳐서 살아남는 게 더 이득이었으니까.
“도망칠 수 있으면 말이지.”
하지만 그것도 완벽하게 도망을 쳤을 때의 이야기다.
도망을 칠 수 있다면, 예리엘이 멍청한 것이 되겠지만.
결국 붙잡히면 예리엘처럼 명예로운 죽음도 얻지 못하는 거니까.
그리고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평소에도 르윈을 이기지 못하는 하인스였지만.
“개미지옥.”
지금의 르윈은 인류 중에서는 막을 수 있는 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으아악!”
땅 끝에 맞닿은 르윈의 손을 시작으로 대지가 출렁거렸다.
대지 속성의 마법 중 최상급 마법 개미지옥.
마력의 중심으로 주변의 대지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마법이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수만의 대군의 진격조차 막을 수 있는 마법.
그걸 단 네 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과소비였지만, 어차피 이곳에서의 마력은 무한이었다.
“잡혔네.”
적당히 조절했기에 5미터 정도 되는 구덩이에 빠진 모양이었지만, 아직 살아는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이대로 리타이어 시키기는 좀 그러니까.”
하반신이 땅속에 파묻혔으니, 예리엘처럼 달려들지도 못할 터.
그러니 적당한 시련을 만들어서, 하인스가 자신의 한계를 마주 볼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러니.
“음, 대충 이런 거였나.”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드림 월드를 조작한다.
만약 아티팩트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었겠으나.
“이것밖에 안 되겠네.”
지금은 꿈속에 있기에 근본 자체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
물론 지금의 상태는 육체적 스펙을 제외하고는 전생기 그 자체이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그러면 밖에서 드림 월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아쉽지만, 오크 스무 마리만 떨어트려야지.”
이곳의 보스 몬스터로 만들어진 오크를, 하인스가 있는 구덩이에 조금만 소환시키는 것으로 만족한 르윈이었다.
***
“뭐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진동에 사냥을 끝낸 데이지가 인상을 찌푸렸다.
“가까운 거리는 아닌데.”
그런데도 느껴지는 마력이 이 정도라니.
데이지는 마른침을 삼키며, 강력한 마력의 파장 중심지로 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위험한데.”
평소라면 저런 위험한 장소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눈을 빛내며 달려가려는 르윈을 말리고 있겠지.
하나 지금은 베르샤 아카데미의 시험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만약 저것이 시험의 연장선이라면.
두려움에 도망치는 것은 시험에 악영향을 줄 터.
“가 보자.”
마음을 다잡은 데이지는 주어진 검에 마법을 부여하며 천천히 나아갔다.
만약 저곳이 위험하다면 시험을 감독하는 교수들이 가로막을 것으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살려 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죽고 싶지 않아!”
“비겁한 새끼들아, 여기서 꺼내 주고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누가 봐도 인위적으로 생긴, 반구의 구덩이 아래 처절하게 울부짖는 학생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하인스?”
그중에서도 익숙한 목소리에 데이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 하인스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깨닫고,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구덩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숙여!”
“누, 누나?”
하인스를 향해 달려든 오크의 팔을 베고, 그대로 얼굴에 화염의 구를 던진 데이지였다.
“무슨 일이야?”
“몰라! 마왕 같은 것이 튀어나와서 도망쳤는데, 감자기 땅에 빨려 들어갔는데……. 아니, 그 전에 애들!”
“칫!”
이를 악다문 데이지는 검에 부여한 마법을 모두 해방했고.
검의 타오르던 불꽃이 그대로 쏘아져 나가 다른 오크들을 공격했다.
“빨리 빠져나와.”
“그게 마음처럼 안 되는데…….”
“그러게 마법 공부 좀 열심히 해 두라니까.”
작게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운 데이지는 최대한 땅을 무르게 만든 다음, 하인스를 무 뽑듯 뽑아내었다.
“마력도 부족한데.”
부족한 검술을 보완하기 위해 검에 마법을 부여했다.
이것만으로도 마력 소모가 큰데, 다른 학생들을 돕기 위해 그것을 한 번에 해방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크가 열이 넘는데 이런 마력 소모라니.
“얼마 못 버틸 텐데.”
이를 악다문 데이지가 자신의 마력을 확인했다.
“응?”
그리고 생각보다 멀쩡한 마력량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모든 마력을 쏟아 내면 마력이 부족한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데.
이미 마력을 다 사용해 버려서 그런 것일까.
“타올라라. 작은 불꽃이여.”
하지만 주문과 함께 주변을 도는 작은 불꽃들에 데이지의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지만.
“누나, 앞!”
“일단 이것부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오크의 모습에 나중에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에 셋!”
“너무 많은데!”
총 다섯 중 셋을 자신에게 맡긴다는 말에 하인스가 울상을 지으며 달려 나갔다.
“이기라고는 안 했어.”
그냥 버티기만 해.
그렇게 작게 중얼거린 데이지가 검을 지팡이 삼아 주문을 외웠다.
“으아악!”
셋만 상대하려고 했던 하인스에게 네 마리의 오크가 달라붙고.
그에 비명을 지르는 하인스였지만, 그걸 신경 쓸 시간은 없었다.
“상대는 오크.”
오크의 특징은 타고난 육체를 바탕으로 한 생명력.
어중간한 마법으로는 역으로 당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 가장 강한 마법으로 한 번에 목숨을 끊어야 했다.
가장 좋은 마법이라면 화염 마법이겠으나, 잘못하다 아군이 휩쓸릴 수도 있으니 패스.
“모여라. 열두 개의 뇌전이여.”
손에 모이는 번개의 실을 꼬아 하나의 창을 만든다.
건국제 마법전 참가 전, 번개의 마법을 추천한 르윈의 말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고맙다고는 안 합니다.”
번개의 실을 꼬면 꼴수록 강력한 위력을 지니지만.
지금 데이지가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숫자는 열두 개가 전부.
“후우!”
숨쉬기 운동을 통해 마력을 빨아들여 조금 더 커진 뇌전의 창은 아슬아슬하게 일반 창의 두께가 되어 데이지에게 달려드는 오크를 향해 쏘아졌다.
끄어어어!
심장에 꽂힌 뇌전의 창에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절명한 오크를 보며, 데이지는 다시 한번 뇌전의 창을 만들어 내었다.
“살려 주세요!”
“가만히 있어!”
생각보다 잘 버티는 하인스를 내버려 둔 채, 다음 뇌전의 창은 마력 장벽으로 오크를 막고 있던 다른 학생 쪽으로 날리는 데이지였다.
“누나, 나 좀 살려 줘!”
“조금만 더 버텨!”
“죽을 것 같은데?”
평소 르윈은 말했다.
진짜 죽을 것 같으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고.
죽겠다고 주둥이를 나불거리는 놈은 아직 살 만하다는 거니 내버려 두어도 된다고.
‘도련님 말씀이 맞겠지.’
만약 르윈이 들었다면, 이럴 때만 내 말이 맞는다고 투덜거렸겠지만.
지금은 살 만한 하인스보다 위험한 이들이 있었다.
“으아악!”
상반신만 밖에 있는 상태로, 용케 오크의 둔기를 검으로 받아 내는 같은 반 학생에게 달려간 데이지는 바람의 칼날을 오크를 향해 쏘아 냈다.
구어어억!
오크의 피부가 난도질당하고, 핏물이 뿜어져 나왔지만.
역시나 가벼운 일격으로는 오크의 화만 돋우는 일이 되었다.
‘충분해.’
그러나 데이지의 목적은 오크를 유인하는 것이었으니,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흡!”
검에 마력을 한계까지 담아 낸 다음, 있는 힘껏 오크를 향해 던진다.
뛰어난 검사라면 그대로 검이 오크를 뚫겠으나, 데이지에게는 그것을 가능케 할 검술도, 근력도 없었다.
다만.
“터져라.”
검이 비명을 내지를 정도의 마력을 그대로 터트릴 기술은 있었다.
그어어억!
한계에 달한 검신이 폭발하고, 그 파편이 오크의 전신에 박힌다.
이것을 위해 학생과 오크의 거리가 벌어지게 했으나.
‘괘, 괜찮나?’
생각보다도 더 엄청난 파괴력에 같은 반 학생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건 아닌가 걱정이 된 데이지였으나.
“고마워…….”
오크의 공격을 막아 내며 버텼던 학생은 이제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울면서 데이지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 모습에 데이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파편이 사람에게 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실수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한 데이지였으나, 파묻힌 학생은 자신이 오크에게서 살아남았다는 것에 데이지가 안심한 것으로 생각하여 더욱더 감동했다.
“누나, 다음은 나 좀!”
그렇게 같은 반 학생들을 모두 구한 데이지는 어느새 다섯이 더 늘어나 총 9마리의 오크를 막아 내는 하인스를 보며 다시 한번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