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25. 인생 10회 차는 시험한다 (2)
본의 아니게 아카데미 시험이 바뀌며, 시험 감독을 맡은 담임들은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책이나 가져올걸.”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심심할 정도.
교실에서 잠들어 있는 학생들을 지켜보고만 있으면 된다.
시험 감독에서 가장 중요한, 커닝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드림 월드라는 꿈속의 공간에서 시스템에 정해진 대로 행동하고.
시스템이 점수 낸 결과값을 확인하면 끝이니까.
유일한 단점이 잠들어 있는 상태라 무방비하다는 점인데.
“누가 아카데미를 습격할 것도 아니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교수가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재나 지진 등의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비록 가장 구석에 있다고 하나, 베르샤 아카데미는 제국의 수도에 포함이 되어 있으니까.
즉, 베르샤 아카데미를 친다는 것은 제국의 수도를 친다는 것이고.
그런 미친 짓을 하는 자들은.
“있네.”
건국제 기간에 일어난 사건을 떠올린 바르바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역모를 일으킨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놈들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아카데미 옆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다니.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가.
“그래도 아카데미 내부까지 찾아오는 일은 없겠지.”
아카데미란 나라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자, 귀한 집 자식들을 10년 동안 키우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국가 차원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고.
특히 베르샤 아카데미의 경우에는 이사장 황금 공의 돈지랄이 합쳐져 매년 막대한 예산이 아카데미 방비에 투자되고 있었다.
“마법관만 해도 그렇게 돈을 처바른 곳이니까.”
자신 또한 그 돈지랄에 공작가라는 이름의 폭탄을 두 개나 맡고 있지 않던가?
“지금 시험만 해도 그렇고.”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다는 최상급 마력석.
그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것을 바탕으로 드림 월드를 구현하는 아티팩트를 구해 왔다.
자신의 반만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최소 10개 이상은 구해 온 것이 아닐까.
“아무리 황금 공이라고 하더라도, 1학년 전부는 무리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왠지 그 대머리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아티팩트를 툭툭 건드릴 때였다.
“응?”
이 층의 모든 학생은 잠들어 있기에 조용해야 하는데, 복도에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것도 점점, 가깝게.
“바르바 교수님!”
다급히 뛰어온 듯한 조교의 모습에 바르바는 인상을 찌푸렸다.
“응. 왜.”
조교를 수업 보조에 활용하는 교수도 있지만, 바르바는 그러지 않았다.
가끔 필요한 자료를 찾는 것을 요청하는 것을 제외하면 실험실에서 반복 실험을 맡긴 것이 전부.
그런데 저렇게 뛰어오다니, 그다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아티팩트에 문제없습니까?”
“아티팩트?”
그 말에 바르바는 움찔하며 아티팩트를 바라보았다.
아까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기라도 한 것일까.
“마녀의 숲에서 파견 온 마녀가 이곳의 아티팩트에 이질적인 반응이 있다고 하던데요?”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녀의 숲에서 파견 온 마녀의 말이다.
마법을 배우기 위해 태어난 이들이며, 하나의 마법을 완성하기 위해 대를 이어 마법을 발전시키는 장인들이다.
드림 월드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을 온 마녀라면, 그 용사와 함께 드림 월드를 만든 마녀의 혈통일 터.
“아오…….”
그런 마녀가 이질적인 반응을 언급했다.
즉, 드림 월드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정확하게는 모른대?”
“설정한 몬스터의 숫자가 어긋났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해?”
“외부에서 조작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만.”
조교의 의심이 가득한 시선에 바르바는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나 아니다!”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거울 가져와서 봐라. 누가 봐도 내가 범인이라는 표정이지!”
“드림 월드를 직접 사용할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살짝만 만져 보자고 생각하신 건 아닙니까?”
살짝 찔리는 구석이 있는 바르바가 조교의 시선을 피했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아니, 생각만 했다고! 우리 반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소중한 내 학생이다!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바르바는 열혈 교수가 아니었다.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가 있는 반이었지요.”
“그래. 내가 미쳤다고 건드렸겠냐?”
조교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바르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짜로 안 건드리셨죠?”
“그래.”
“저 말고 온 사람도 없고요.”
“없어.”
바르바의 말에 조교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망했네요.”
“망했지.”
한숨을 쉰 조교는 마녀를 불러온다는 말과 함께 다시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고.
“…왜 나한테만.”
평화로운 시험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바르바는 절망했다.
***
“음.”
고블린 하나를 바짝 태운 라일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기분 탓이 아니야.”
갑작스럽게 몬스터의 숫자가 많아졌다.
그것을 깨달은 라일라는 다른 학생들을 떠올렸다.
“이건 좀 위험할지도.”
몬스터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절망적인 존재감 덕분에 절대 선공을 당하지 않는 라일라였다.
눈치가 없는 몬스터는 공격을 당하고도 누가 공격했는지 모를 정도!
덕분에 일격에 적을 처리하며, 많은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었던 라일라였지만.
그녀와 달리 다른 학생들은 몬스터의 기습을 받을 수 있었다.
“음.”
괜히 용병 길드나 모험가 길드에서 고블린이나 슬라임 퇴치를 나섰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매년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강한 수준은 아니나, 숫자가 모이면 무시 못한다.
성인도 그런데, 아직 어린 학생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조금 더 싸워야겠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늘 컨디션이 매우 좋다는 것.
마법을 아무리 사용해도 마력이 계속 충전되는 듯한 감각에 라일라는 눈에 보이는 적들을 하나둘 제거해 갔다.
그리고.
“저건 또 뭐야?”
저 멀리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이상한 물체를 본 순간, 라일라는 최대한 인기척을 죽이며 그것의 뒤로 다가갔다.
“르윈?”
그리고 그 안에서 흥미진진하게 앞을 바라보는 르윈의 모습에 라일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언제 왔어?”
그러나 라일라보다 놀란 사람은 르윈이었다.
아무리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의 자신이 눈치를 채지 못하다니.
“방금.”
“진짜?”
“당연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라일라를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무서운 녀석…….’
드림 월드는 자신의 한계를 이끌어 내기 좋은 환경이다.
즉, 라일라의 존재감의 한계는 르윈의 생각 이상이라는 의미.
‘마족의 암살자들도 내 뒤를 잡지는 못했었는데.’
이 정도면 은신의 신의 축복이나 저주를 받은 게 아니다.
라일라 자체가 은신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는 집안이 망해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
“우리 집이 왜 망해.”
나름 칭찬으로 말했으나, 라일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저거.”
라일라의 시선이 르윈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고군분투하며 오크와 싸우는 학생들이 있었다.
“안 도와줘?”
그 안에는 데이지와 하인스도 있었기에 라일라가 나서려고 했으나, 르윈이 말렸다.
“시험이잖아. 괜히 도와주면 애들 점수 떨어져.”
“고블린도 아니고, 오크인데?”
“우리 애들은 약하지 않아.”
“하인스가 살려 달라는데?”
“쟤는 주둥이만 저래. 잘 버티고 있잖아?”
“표정은 아닌데…….”
“엄살도 좀 심하더라.”
르윈의 말에 라일라도 인상을 찌푸린 채 오크와 데이지 등의 혈투를 지켜보았다.
르윈의 말처럼 하인스는 잘 버티고 있었고, 데이지와 다른 학생들이 한 방 한 방으로 오크의 숫자를 조금씩 줄여 나갔다.
“진짜네.”
이대로라면 힘겹지만,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모두가 다치지 않고 이길 수 있다라.
“그건 재미없지.”
르윈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갑자기 오크의 뒤쪽에서 서른 마리쯤 되어 보이는 오크 무리가 나타났다.
“어?”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데이지의 후방에는 고블린 수십이 곤봉을 들고 나타나고 말았다.
“저건 또 뭐야!”
“왜 오크랑 늑대가 한편인 듯 달려드는 건데?”
“너희끼리 싸워라! 쫌!”
갑자기 등장한 적들의 모습에 학생들이 당황하며 소리쳤고.
“일단 앞부터!”
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데이지가 거대한 불의 장벽을 쳐 후방을 가로막았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화염의 벽에 막힌 고블린들이 접근하지 못하자, 앞에 있는 소수의 오크와 늑대를 향해 하인스가 달려들었다.
오크를 상대로는 치명적인 상처를 내지 못했으나, 늑대를 상대로는 달랐다.
가볍게 칼날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늑대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쟤는 너무 자신감이 없어.”
“하인스가?”
“응. 전형적인 강약약강이라니까?”
분명 실력만 놓고 본다면 예리엘과 하인스의 차이는 거의 없다.
열 판을 싸운다고 하더라도 5 대 5, 혹은 6 대 4 정도의 성적일 것이다.
그러나 예리엘은 각오를 다지고 자신에게 도전했고.
하인스는 다수의 오크를 상대로도 쓰러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 주었으나, 치명상을 입힌 오크가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긴 한데.”
이기지 못할 적에게 덤비지 않고, 괜한 모험수를 두지 않는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만약 지휘관을 뽑아야 한다면 르윈 또한 예리엘보다는 하인스 같은 타입을 선호할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뭔데?”
“얼굴값을 못한다는 거지.”
“응……?”
거기서 왜 얼굴이 냐오냐는 표정으로 라일라가 르윈을 바라보았지만, 르윈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하인스가 얼굴값을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괜히 애들 외모를 보고 데려온 줄 알아?”
“왜?”
“그래야 주인공이 될 만하니까.”
“주인공?”
자고로 예쁘고 잘생긴 이들이 주인공을 맡는 법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9번의 인생 모두를 대륙의 전설로 남긴 전직 용사의 말이었다.
“그게 뭐야.”
하지만 인생 1회 차의 라일라로서는 절대 이해 못할 감각이기도 했다.
“하인스는 조금 더 용감하고, 강해야 한다는 거지.”
비겁하다는 것은 주인공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인생 10회 차의 자신을 대신하여 세상의 주목을 받아야 하는 인물로서 저런 모습이라니.
“조금 더.”
세상을 비틀고 조작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곳의 시스템이 드림 월드이기에 르윈은 얼마든지 이 세상을 조작할 수 있었다.
“늑대가 늘어났어?”
열 마리의 늑대를 쓰러트리자 스무 마리의 늑대가 나타났다.
“조심해! 쓰러진 오크가 다시 일어났어.”
과다 출혈로 죽은 오크가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했다.
“누나, 지원!”
“못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악물고 후방을 막는 데이지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하인스를 지원할 여력을 주지 않기 위해 데이지의 주변으로도 몬스터를 보낸다.
“아악!”
덕분에 덤으로 다른 학생들도 하나둘 부상을 입는다.
“진짜 죽겠는데?”
“안 죽는다니까.”
이곳이 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라일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달려 나가려고 했으나.
다시 한번 르윈의 손에 의하여 막히고 말았다.
“진짜로? 절대 아닌 것 같은데?”
“하인스가 각성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해.”
“그렇지. 그렇게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드림 월드니까.”
“그렇다니까?”
그 말을 내뱉고, 르윈은 이상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누구세요?”
벌써 두 번째였다.
또 누군가 자신의 곁에 있음에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다만 라일라와 다른 점이라면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기보다는 바로 옆에서 튀어나온 느낌.
“마녀.”
그 말에 갑자기 등장한 여인은 확신이 가득 담긴 어조로 대답했다.
“역시, 너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