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25. 인생 10회 차는 시험한다 (4)
드림 월드로 진행한 시험은 르윈의 반이 압도적인 점수로 끝났다.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반에서 진행하는 드림 월드에서 보스몹으로 한두 마리가 튀어나오는 오크들이 르윈의 반에는 수십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뿐인가? 고블린이나 슬라임 같은 하급 몬스터도 몇 배는 더 많이 나왔고, 늑대나 맹금류 같은 짐승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대부분을 데이지와 하인스를 포함한 6인이 상대했다고 하나, 그 여파가 다른 곳에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르윈의 반 전원이 2학기 중긴 시험에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었고.
덤으로 르윈 또한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콘셉트이시죠?”
“콘셉트 아니라니까.”
그것이 눈앞에 의심이 가득한 표정을 한 마녀.
아직도 자신을 드래곤이라고 착각하는 마녀에게 르윈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게 콘셉트면 못 주는데.”
“아.”
그 한마디에 타니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필요하지 않아?”
“필요해요.”
격하게 움직이는 타니야의 얼굴에 르윈은 방긋 웃었다.
“그렇죠?”
“…….”
그 사악한 미소에 타니야가 작게 몸을 떨었다.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인질로 잡힌 것이 너무 강했다.
“그럼 믿어야지.”
“…….”
그렇기에 르윈의 말에 타니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진짜로 드림 월드의 설계도를 찾았다는 거죠?”
드림 월드의 설계도.
먼 옛날, 드림 가문의 시조와 용사가 만든 드림 월드라는 마법을 설계한 책이라고 전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전해진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말 그대로 드림 가문에 전설로만 내려져 오는 것이 드림 월드의 설계도였다.
망할 선조님은 그 설계도를 넘겨주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드림 월드를 조작할 수 있었지.”
눈앞의 상대가 하는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믿을 수밖에 없지.’
눈앞의 상대가 드래곤이 아닌 이상, 그것 말고는 드림 월드를 조작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탬을 주는 것이 르윈의 성.
드라이르프.
폐쇄적인 마녀 사회에서도 알 수 있는 거대한 가문.
아무리 드래곤들이 유희에 진심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거대한 가문의 자식으로 유희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래야 했다.
‘설계도만 얻을 수 있다면 나도 대마녀가 될 수 있어.’
그것도 최연소 대마녀가 될 기회였다.
그리고 대마녀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드림 월드의 설계도는 가문의 숙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타니야는 르윈의 말이 사실이길 바랐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만.”
그 말에 타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가문이 드림 월드를 만든 가문이라고 하지만, 드림 월드는 혼자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당대 용사로부터 시작되었고, 수많은 마탑이 참여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아티팩트를 제작하기 위해 드워프도 동원되었다.
말하자면, 인류의 모든 힘이 동원된 마법이자 장치라고 할까.
그러니.
“던전에서 발견한 물건은 발견한 당사자가 갖는 게 규칙이니까요.”
르윈의 말처럼 드림 월드의 설계도가 던전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것은 르윈의 소유가 맞았다.
“돈을 원하시나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한 명 한 명이 마법의 대가이자 아티팩트의 장인이며.
적게는 인간과 비슷한 나이에서, 많게는 엘프와 비견되는 수백 년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마녀이기 때문이다.
타니야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드림 월드의 조작을 대가로 아카데미 등에서 받는 금액이 상상 이상.
그뿐인가?
드림 월드의 설계도가 진짜라면 드림 가문은 가문의 기둥을 팔아서라도 돈을 구해 올 것이다.
“미안하지만 우리 집이 부자라서.”
하지만 르윈에게 돈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드라이르프 가문만 하더라도 돈에 여유가 있는 가문이었고.
또 대륙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 창고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보물들이 가득했다.
그것들을 암시장에 내다 파는 것만으로도 자금은 여유롭다 못해 넘칠 것이다.
“그럼 원하는 게…….”
가장 편한 길이 막혔다.
그 사실에 입을 살짝 삐죽인 타니야가 물었고.
“마녀가 가장 잘하는 일.”
르윈은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대답을 해 주었다.
“마녀가 가장 잘하는 일?”
그게 무엇인가.
타니야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가 스쳐 지나갔다.
“마법?”
“필요 없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하지만, 고대라 불리는 시대의 마법까지 다 알고 있는 르윈이었다.
새로 개발된 마법이 있겠지만, 그건 앞으로의 즐거움으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좋기도 했다.
“미모?”
마녀는 대부분 태생부터 미녀다.
물론 예외의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 이곳에 있는 타니야만 하더라도 미녀에 속하는 부류였다.
“나 이제 열 살인데?”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어디가?”
“일단 내가 연상인데 존댓말도 안 하고.”
“나 대귀족이야.”
“인간과 마녀 사이에서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데요. 그리고 나는 나름대로 존대를 해 주는데…….”
“그리고 드림 월드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고.”
“아, 그렇죠! 갑이셨죠!”
알아서 모셔야 했는데, 제가 그걸 몰랐구나!
이제는 드래곤이라는 의심이 완벽하게 사라졌는지, 과한 액션까지 하는 타니야였다.
“알면 됐고.”
“진짜 한마디를 안 져 준다.”
한숨을 내쉬며 작게 중얼거린 타니야가 두 손을 들었다.
“그거 말고 생각이 안 나는데.”
그녀가 아는 것이라면 이 두 가지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항복을 표했지만, 르윈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타니야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요?”
“진짜 그게 끝이야?”
“끝인데요…….”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기에 타니야는 입을 삐죽였다.
이것 말고 또 뭐가 있는가.
“연금술과 아티팩트 제조. 그리고…….”
“아…….”
아주 고대부터 이어져 온 마녀의 전통 분야.
연금술이라면 마녀에 뒤지지 않는 연금술사들이 인간 세상에서 종종 튀어나왔고.
아티팩트라면 드워프의 몇몇 장인들 또한 가능한 일이었지만.
마녀는 그 두 가지 모두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력 각인까지.”
그 두 가지를 활용한 마법 각인은 어느 종족도 마녀를 뛰어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건 그게 가능한 인재인데.”
중대장은, 아니 인생 10회 차의 용사는 실망했다.
예리엘은 용감했지만, 약했고.
하인스는 제법 괜찮게 버텼지만, 그래도 약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지는 생각보다 더 잘 싸웠지만 둘보다 조금 나았을 뿐, 결국 약했다.
누군가가 보면 평가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저 어린 나이에 수많은 오크와 몬스터들을 상대로 나름 분전하지 않았는가.
저 나이에 저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이는 제국에서도 흔치 않으리라.
하지만 르윈은 냉정했다.
그들의 분전이 가능했던 것은 체력과 마력이 무한한 드림 월드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애초에 그걸 알고 있기에 무리해 보이는 몬스터 웨이브를 상대한 것이기도 했으니까.
‘내가 너무 내버려 뒀지.’
만약 현실이었다면 데이지는 오크 두 마리를 쓰러트리고 마력 탈진으로 쓰러졌을 것이다.
그리고 제법 잘 버티는 것처럼 보이는 하인스 역시 큰 공격을 잘 막았지만 자잘한 것은 많이 놓쳤다.
현실이었다면 그것이 누적되어 빠르게 쓰러졌을 터.
아예 재능을 보이지 않았다면 모를까, 계속 아쉬운 수준에서 멈추니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신이 나설 수밖에!
“마녀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겠지?”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이 마녀의 지원이었다.
아카데미 차원에서 포션이나 연금술을 괜찮게 쓰는 이들이 있었으나, 진짜 프로들인 마녀와 비교하면 애송이들일 뿐이었으니까.
“어, 그게…….”
하지만 르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내가 그건 못하는데.”
“뭐?”
하기 싫다는 것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타니야의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내가 드림 월드만 연구해서 다른 분야는 좀…….”
마녀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는 대답에, 타니야가 연금술과 아티팩트, 마력 각인을 떠올리지 못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그냥 자기가 못해서일 뿐!
“…그걸 못한다고?”
“마, 마력 각인은 그래도 쫌!”
마녀라면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하는 일인데.
“…불량품이었어.”
울상을 짓는 타니야의 얼굴을 보며, 르윈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아…….”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다.
드림 월드에서 빠져나온 데이지는 흐릿한 기억 속에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윽!”
그러나 흐릿한 안개 속에서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끝없이 달려드는 몬스터 무리뿐.
“탈락한 건가?”
제대로 된 기억이 남지 않았기에, 데이지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언니도?”
“응.”
“하인스도 그러던데.”
드림 월드라는 꿈속의 공간에서 시험이 치러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놀랐다.
아무리 마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올해 겪었던 일 중에서도 가장 놀란 일을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다른 학생들과의 대화로 알게 된 정보에 의해 놀라움은 불안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왜 우리만 기억이 없을까.”
자신들이 어떤 적을 상대했고, 몇 마리를 쓰러트렸다.
시험이 끝나고 서로 정답을 확인하듯, 자신이 쓰러트린 몬스터의 종류와 숫자를 확인하는 학생들의 모습.
그들은 드림 월드에서의 기억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들은 기억이 없는 것일까.
“누나, 우리 말고도 몇몇이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
“진짜?”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하인스의 말에 예리엘이 눈을 빛냈으나.
“…….”
데이지는 하인스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에서 대충 예상을 할 수 있었다.
“…드림 월드에서 죽으면, 그 충격을 없애기 위해 기억을 잊게 만든다고 하나 봐.”
확실한 것은 아니나, 몇몇 학생들의 공통된 증언이 있었다고 한다.
기억이 없다고 밝힌 학생이 몬스터에 의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고.
즉, 매우 높은 확률로.
“우리… 몬스터에게 졌구나.”
충격적이었다.
나름 아카데미 대회에서 1학년임에도 좋은 성적을 보였고, 또 함께하는 학생들에 비해 나이가 몇 살 많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무사히 넘어간 드림 월드에서 버티지 못했다니.
“왜일까?”
보기 드물게 시무룩한 얼굴의 데이지의 말에 예리엘은 대답했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무리한 거 아닐까?”
“무리?”
“응. 보스 격 몬스터도 있었다고 하니까. 그것에 무모하게 도전하다가 졌다거나.”
“윽……. 그러고 보면 흐릿하게 많은 몬스터가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대답하는 하인스의 모습에 데이지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비슷했어.”
약한 몬스터에게 방심해서 진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렇게 말은 하고 있으나, 패배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데이지는 생각했다.
‘…이렇게 모자랄 줄이야.’
물론 다 착각이다.
진짜로 죽을 뻔했으나, 잘 버텼고.
라일라에 의해 구출되었기에, 본래라면 그들의 기억이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르윈이 드림 월드를 조작하여 그들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렇게 자신들이 처참하게 패배했다고 착각한 시종들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쉴 때.
“왜들 그래? 시험 망쳤어?”
“도련님…….”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다들 최고점을 맞은 것을 알고 있으나, 르윈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하였다.
“그러니까 평소에 열심히 좀 하라니까.”
“…….”
평소라면 한마디를 했겠으나, 결과로 증명된 사실이었다.
물론 다 조작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데이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사람이 좀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말하지만,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데이지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에 더 위축되는 찰나.
“그래서 이번에 내가 도움을 좀 줄 사람을 찾았어.”
그 틈을 노려 르윈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