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25. 인생 10회 차는 시험한다 (5)
평소의 데이지였다면 르윈의 제안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르윈이 노렸고, 그에 데이지는 르윈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그 선택을 후회하지도 않았다.
“이, 이분은.”
인간들이 이종족이라 분류하는 종족들은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엘프라면 큰 귀, 드워프는 강인하면서도 작은 신체, 그리고 수인족들은 동물과 닮은 신체 부위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한 종족은 겉모습만 보면 인간과 똑같으나, 다른 것으로 자신의 종족을 나타내고 있으니.
“딱 보면 나오지?”
바로 거대한 챙을 가진 고깔모자, 흔히 마녀 모자라 불리는 것을 쓴 마녀였다.
“마, 마녀…….”
물론 모자만으로 상대가 마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 모자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런 모자를 이용하여 마녀를 사칭하는 사기꾼들도 종종 등장했다.
들키면 나라는 물론 마녀에게도 벌을 받을 수 있지만, 어차피 사기는 범죄였다.
인간이라고 사기를 치든, 마녀라고 사기를 치든 잡혀가는 건 똑같았고.
그리고 원래 범죄자란 대부분 자기가 잡힐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법이었다.
“지, 진짜죠?”
“그럼 가짜겠냐.”
그러므로 마녀 사칭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범죄 중 하나였다.
여성 마법사가 마녀 모자만 준비하면 사칭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 안녕?”
“안녕하세요.”
동시에 많은 여성 마법사가 마녀라는 종족을 동경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얘도 동화책 좀 많이 읽었다고 했었지.’
노예 상인이 아동 노예들을 위해 동화책이라도 많이 배치해 둔 건가.
예리엘과 하인스처럼 티를 내지 않았을 뿐, 데이지 또한 동화 속 모험담을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아닌가?’
제법 귀여운 구석도 있다고 생각하던 르윈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동화들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기억 속에 마녀는 그리 좋은 역할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마, 마녀님에게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건가요?”
“어, 그게…….”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데이지의 모습에 타니야는 당황했다.
대충 마녀인 티를 팍팍 내 달라는 의뢰자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 누군가에게 마법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말이 다른데요?’
그런 시선을 보내자, 르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불량품이니까.’
데이지보다는 마법을 잘 사용하겠으나, 마녀의 기본 소양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마녀였다.
어차피 금방 밑천을 털리고, 데이지의 마녀에 대한 환상을 무너트릴 게 분명하니.
‘애들의 환상은 지켜 줘야겠지.’
차가운 현실은 나중에 깨달아도 될 터.
데이지의 환상을 지켜 주기로 한 르윈이었다.
“이 마녀는 아카데미에서 고용된 마녀라서. 곧 집으로 돌아가야 해.”
“아…….”
드물게 실망한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피식 웃었다.
“대신 다른 마녀를 보내 주기로 했으니까.”
“다른 마녀요?”
그에 다시 빛나는 데이지의 눈동자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불량… 이 아니라, 이 마녀가 아니라 다른 마녀.”
불량품이라는 말에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르윈을 노려보는 타니야였지만, 르윈은 그 시선을 가볍게 무시했다.
불량품을 불량품으로 부르는 데 문제는 없으니까!
“내가 특별히 부탁한 거니까, 감사한 마음을 품도록!”
“감사합니다.”
그냥 내뱉는 말에 고개를 숙이는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적잖이 당황했다.
‘이런 애가 아닌데.’
퉁명스러운 말투로, 평소에도 좀 잘하라고 말하던 데이지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쿡쿡.
“아, 왜요.”
“귀 좀.”
그에 팔꿈치로 마녀의 허벅지를 쿡쿡 두들긴 르윈의 행동에 타니야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저렇게 기대하는데, 제대로 된 애 좀 데려와.”
“그 말은 저는 제대로 된 애가 아니라는 것 같은데요?”
“불량품이 말을 하네.”
“아 씨!”
그저 전문 분야가 다를 뿐인데, 이렇게 차별을 하다니.
‘이런 취급은 마녀 사회에서만으로도 충분한데!’
이미 여러 번 당한 것이기에 익숙한 일이지만, 익숙하다고 안 아픈 건 아니었다.
‘엄마, 내가 이런 취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요.’
울상을 지으며 그렇게 속삭였지만, 귓가에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그러게, 평소에 공부 좀 하라니까.’라는 잔소리였다.
그에 더 풀이 죽은 타니야는 드림 월드의 설계도만 챙기면 두고 보자고 조용히 다짐했다.
***
“지속적인 협업이라.”
약간의 트러블이 생겼지만 사소한 오류였다.
그뿐인가?
거기에 사과의 의미로 드림 월드를 하루 더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고.
덤으로 지속해서 관리를 해 주겠다는 마녀의 말에 황금 공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마녀는 인간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용사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인류와 화합한 마녀지만, 먼 옛날부터 이어진 핍박의 역사를 잊은 건 아니었다.
당연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마녀 사냥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한 살육의 역사부터.
인간 세상에 전해지는 전설이나 동화에 나오는 마녀의 모습은 대부분 왕이나 공주를 속이고, 이용해 먹는 것으로 나오고 있었으니까.
물론 마녀를 사칭한 사기꾼들이 많아진 이후부터.
사실 동화에 나오는 마녀는 그런 사기꾼들이었다고 물 타기를 하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고 하나.
그렇다고 당사자인 마녀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 번 이용 요금으로는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마녀와 교류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싼 편이지.”
인간도 그걸 알기에, 거절하기에 너무 큰 돈으로 교류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녀들은 식량에 문제가 좀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상단 몇 개랑 엮어서 식량이랑 실험 재료들을 보내 주면…….”
마녀들 또한 대부분 엘프처럼 숲에서 생활한다.
숲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인간을 피해 숲으로 들어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엘프와도 자주 부딪쳤고, 농경 사회는 꿈을 꾸기도 어려운 편이었다.
그뿐인가? 마녀는 모계사회로 이루어진 집단.
남자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수가 매우 적기에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그리 많은 식량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거기에 마법사들의 기본 성질이 그렇듯, 대부분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를 진행하고.
또 그것을 위해 많은 마법 재료들을 사야 하니 돈이 필요했기에, ‘용사님이 친하게 지내라고 했으니까…….’라는 변명을 하며 인간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소수의 마녀 대표들이 국가 차원에서 왕국이나 마탑과 교류하는 것이 전부.
그것도 인간이 을인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마녀가 먼저 교류를 제안해 오다니!
이 돈 냄새를 맡지 못하면 황금 공이라는 칭호는 반납해야 했다.
“황탑에도 미리 연락하는 게 좋겠지. 실험실에 처박혀 있을 카벨도 마녀라면 맨발로 뛰쳐나올 테고.”
마녀에게 비싼 비용을 치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에 대한 사죄의 측면도 있으나 이득을 위해 어제까지 동료였던 이를 찌르고, 이득을 위해 어제까지 적이었던 이와 손을 잡는 게 인간이라는 족속이었다.
그런 인간이 한두 번도 아니고, 지속해서 마녀에게 비싼 돈을 지불하는 이유.
그건 마녀의 마법적 기술력이 인간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엘프의 기묘한 마법이나 드워프의 손재주, 수인족의 주술과 달리 인간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가진 기술력!
“원하는 것을 들어줘서 아카데미에 교수 자리 하나만이라도 부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베르샤 아카데미의 이름은 대륙에 퍼질 것이다.
황실 아카데미도 이루어 내지 못한 마녀의 교수 영입!
그것을 베르샤 아카데미가 이루어 낸 것이니까!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 결국 돈이다.
그리고 그건 황금 공이라 불리는, 아이웬 골드워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였다.
“바르바, 듣고 있나.”
계획을 세운 황금 공은 통신구에 마력을 불어넣고, 이번 일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불렀다.
『…우리 아카데미는 저만 일하는 겁니까?』
다 죽어 가는 목소리.
바쁠 것이다.
드림 월드로 시험을 봤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점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지만, 자잘한 평가 시험 또한 진행이 되었고.
바르바는 담임으로서 그것을 모두 채점해야 했다.
거기에 개인 실험에 논문.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의 관리는 덤이었다.
“자네가 유능해서 그렇지.”
본래라면 다른 교수들에게도 일을 넘겨주는 게 옳은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맡길 정도로 바르바는 유능한 인재였다.
능력과 재능이 뛰어나고.
그러면서 다른 교수와 달리 권력이나 인맥에 관심이 없었으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유능한 인재를 과로사로 죽게 만드실 생각입니까?』
“보너스와 함께 엘프 왕국에서 온 보약도 챙겨 주겠네.”
『많이 좀 챙겨 주시죠.』
바르바의 실험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고, 그렇기에 바르바는 늘 돈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즉, 돈만 두둑하게 챙겨 주면 부려 먹을 수 있는 최상급 노예!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황금 공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바로 돈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자네도 흥미를 느낄 법한 이야기니까.”
『제가요?』
“그래. 자네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니까.”
『…….』
이것은 악마의 유혹이다.
대머리 이사장 놈이 저렇게 말한 것치고 좋았던 적이 있던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바르바였지만, 대답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
『알겠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기에 악마의 유혹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다.
좋지 못하다는 것도 알고 고생길이 훤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거절하지 못할 걸 알기에 저렇게 말하는 것이겠지.
황금 공이 바르바에 대해 잘 알고 있듯, 바르바도 황금 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설명 없이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가 있을 터.
“고맙네.”
그다지 고맙지 않아 보이는 사악한 이사장의 미소를 보며, 통신구 속 바르바는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담당자의 허락도 맡았으니, 나는 그물이나 튼튼하게 만들어야겠군.”
마녀가 빠져나가지 못할 크고 튼튼한 그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마녀와의 교류는 마녀 사냥의 역사로부터 제법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역사상 마녀와의 협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마녀의 교수 취임?
대륙에 아카데미 시스템이 정착한 이후, 유례가 없었던 일.
그러나 유례가 없었다면 만들면 되는 일이다.
지금은 종종 보이는 엘프나 수인족의 교수와 대학원생도 그 역사가 몇백 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황금 공은 알지 못했다.
그가 시원하게 김칫국을 원샷하고 있는 장대한 계획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타니야가 열심히 가문의 어르신들을 설득하고, 대마녀들을 설득하고.
정신을 차리니 지엄하신 위치 로드를 배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흠…….”
드림 월드의 설계도.
과거, 용사와 위치 로드의 주도하에 인류의 천재들이 모여 만들어 낸 가상공간 마법의 끝판왕.
“시작을 뭐라고 써야 할까?”
그것이 베르샤 아카데미의 한 기숙사에서 이제 집필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