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26. 인생 10회 차는 선거한다 (3)
조용했던 베르샤 아카데미의 선거판이 갑작스럽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데일드 총학생회장이 4선에 도전했다!”
은퇴한다고 소문이 났던, 데일드 차일스의 총학생회장 출마 선언.
예전부터 선거 유세를 뛰던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 매우 늦게 나온 것이기는 했으나.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불이익은 가볍게 무시하는 게 데일드 차일스가 쌓아 온 인망이었다.
“회장, 내년에도 잘 부탁해!”
“아직 확정된 게 아닌데.”
“베르샤 아카데미 종신 총학생회장, 데일드 차일스!”
“졸업하고도 회장 해라!”
“하…….”
데일드 차일스가 수면을 포기하고 야근을 할 때마다 베르샤 아카데미는 발전했다.
데일드 차일스가 고통받을 때마다 학생들의 생활은 더욱 좋아졌다.
그렇기에 데일드는 총학생회장을 더 하기 싫어했고.
그와 반대로 학생들과 교수, 아카데미 운영진은 데일드 차일스의 연임을 강하게 반기고 있었다.
“소문은 거짓이었군.”
“데일드가 상대라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데일드가 은퇴한다는 소문을 듣고 총학생회장의 자리에 도전했던 몇몇 후보들은 사퇴를 선언했다.
자신들이 데일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이들 또한 있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칠 수는 없지.”
“상대가 데일드라고 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란 없다고!”
강한 적을 만나 더욱 전의를 불태우는 이들.
그들은 타도 데일드를 외치며, 더욱더 열심히 자신을 어필했다.
그들이 기억하는 데일드 차일스는 늘 실없이 웃는 얼굴로 돌아다니는 사람이었으니까.
잘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마음속 한구석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총학생회장으로서 이런 성과를 올렸습니다.”
데일드가 본격적으로 선거 활동을 시작하자, 그들의 전의는 빠르게 식어 버리고 말았다.
베르샤 아카데미 총학생회장 자리를 3년 연임한 경험.
그리고 그것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압도적인 실적.
심지어 이전 성과를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담담히, 올해 자신이 했던 일을 말하는 것만으로 데일드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거기에.
“그리고 진행 중인 일들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그는 과거의 실적만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으로서 만들어 나갈 미래의 베르샤 아카데미를 말하였고.
그것이 모두 끝났을 때, 베르샤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은 생각했다.
‘역시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은 데일드 차일스가 해야 한다.’라고.
***
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데일드 차일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진행 중인 일들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야, 왜 그렇게 초롱초롱하게 보는 건데. 같은 놈이 또 해 처먹겠다는데, 질리지도 않냐?’
총학생회장, 그만두고 싶다.
제발 날 뽑지 마라.
강렬한 의지를 담아 학생들을 하나하나 마주 보았지만.
“회장님의 저 강렬한 눈빛을 봐.”
“아카데미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셔.”
틀렸다.
시선이 마주친 여학생들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까르륵거리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 여자 친구라는 것이 존재했었다면, 자신에게 반했다고 착각을 해 버렸을지도 모를 정도의 반응이었다.
‘젠장!’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데일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간의 경험과 흑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까.
“우선 황실 아카데미와의 교류를 늘릴 생각입니다. 그에 관하여 황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 라테일 디 드라이르프 님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보아라. 라테일의 이름이 나오자 환호성을 지르는 저 모습을.
저게 진짜 반응이지.
여학생뿐만 아니라 몇몇 남학생들도 홍조를 띠며 감탄하는 것이 조금 이상했으나, 데일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괜히 냉혈의 라테일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니까.’
베르샤 아카데미의 얼굴마담이 자신이라면, 황실 아카데미의 얼굴마담은 라테일이었다.
그중에서도 라테일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는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와 지속해서 교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데일드의 품격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딴 건 없지만.’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 데일드였다.
라테일과의 교류? 건국제 때 아카데미 교류로 조금 말을 나눈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다 공적인 대화였고, 사적으로 한 이야기는 라테일이 르윈의 안부를 물은 게 전부.
그러나.
‘선배님, 앞으로 황실 아카데미와도 교류가 있을 거예요.’
‘네?’
‘다 회장님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니, 학생들도 좋아할 것 같네요.’
르윈은 말했다.
앞으로 황실 아카데미와 베르샤 아카데미의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학생회 사이의 교류는 물론 동아리적 교류도 말이다.
‘예시로 든 동아리들이 다 이상하기는 했지만.’
아카데미 사이에서, 황실 아카데미의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동아리가 셋 이상 포함되기는 했으나.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그 황실 아카데미에 테러리스트가 존재한다니, 그럴 리 없지 않은가!
“그렇게 최고의 아카데미와 교류하며, 베르샤 아카데미 또한 경쟁력을 올릴 예정이며.”
그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은 황실 아카데미와 라테일의 이름에 감탄사를 연신 흘릴 뿐이었다.
“이 일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신 기초 교육 1학년이자 노동 동아리의 부원, 라일라 라인하르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와! 역시 라인하르트.”
“실존하는 인물이었어?”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마지막 말에 사람들은 아카데미 초반에 들려왔던 학원 전설을 떠올렸다.
‘베르샤 아카데미에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가 들어왔다.’
‘보이지 않는 손, 라인하르트. 그것을 증명하듯,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라일라 라인하르트!’
아카데미에 등록은 되어 있으나, 그 존재를 찾을 수 없다.
보았다는 사람은 있으나, 그녀를 자세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들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몇몇 존재했으나.
얼마 후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기묘한 경험을 한 이들이 많았다는 전설적인 이름이었다.
이제는 신비 탐사 동아리, 이상 현상 연구 동아리, 괴담 동아리 등 몇몇 동아리에서만 파고 들어가는 전설적인 존재!
“라인하르트라면 가능하지.”
“회장 혼자서 하기는 힘든 일이었으니까.”
그런 존재가 움직였다는 이야기에 많은 학생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일라 학생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 아카데미에 새로운 분들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분들이요?”
새로운 교직원이라도 들어오는 것인가.
아니면 주말에 가끔 있는 강사 초청 시간에 누굴 부른 것일까.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런 것이었으나.
“최소 두 분 이상의 마녀분들이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활동하실 예정입니다.”
“마녀가요?”
“그게 가능한가?”
교직원도, 강사도 당연히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
용사의 등장과 마족과의 몇 번의 전투 이후.
다른 종족과의 교류가 제법 진행되었고, 몇몇 이종족 교수와 학생들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주 소수였으니까.
그나마도 이종족 교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학생들 또한 대부분 대학원생이었다.
몇 년이 지나면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거나, 교수가 되어 버리는 인간 대학원생과 달리.
조건만 좋다면 10년, 20년을 부려 먹어도 느긋하게 대학원생을 하는, 시간에 느긋한 이들이 이종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지, 진짜 마녀인가요?”
“네. 마녀가 맞습니다.”
그나마도 이종족의 대부분은 엘프였다.
타고난 외모와 숲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신비함 덕분에 인간에게는 오래전부터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고.
타고난 마력과 정령술, 그리고 압도적인 시간을 바탕으로 한 능력 덕분에 대부분 자신의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거기에 부족 단위로 움직이는 수인족이나 마녀와 달리, 엘프와 드워프는 자신의 나라가 존재했었다.
덕분에 용사 등장 이전부터 인간과 교류한 전적이 있었다.
그에 비해 마녀와의 교류는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었다.
엘프나 드워프, 수인족과도 노예사냥의 역사가 존재했기에 마찰이 있었으나, 마녀는 노예가 아닌 사냥의 역사였다.
마녀라는 종, 그 자체를 없애려고 했던 살육의 역사.
아직도 그것을 기억하며 인간을 배척하는 마녀가 많았기에, 마녀와 계약이 아닌 교류를 한 곳은 국가 차원의 일에도 거의 없었다.
“다 라일라 영애 덕분입니다.”
그걸 데일드가 해냈다.
라일라 라인하르트의 도움으로!
“최소 한 분의 마녀 교수가 아카데미로 올 것입니다. 그리고 잘하면 학생으로도 한 분 오실 수 있습니다.”
데일드는 점점 더 자신의 기반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젠장! 내가 또 총학생회장이라니! 취업도 확정되었는데, 이 미친 짓을 또 하다니!’
속으로는 눈물이 나오고 있었으나, 어쩌겠는가.
그 드라이르프가, 칼 들고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인류는 마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다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우리의 선조가 저지른 일입니다.”
데일드는 울었다.
진심이 담긴 눈물이었다.
“지금 저희가 있는 것은 다 선조들의 희생과 노력이었습니다. 그것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가, 그저 과거의 일이라고 선조의 잘못을 잊으면 안 됩니다.”
또 총학생회장이 되었다는 것을 확신한 눈물이었으나, 학생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번 교류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일입니다. 라일라 영애께서도 그렇게 마녀들을 설득하셨습니다.”
몇몇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들이 데일드를 따라 울었다.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은 이들조차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 데일드 차일스를.
올해도, 내년도 그가 총학생회장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X발…….’
데일드 차일스, 본인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
황실 아카데미와 교류를 성공한 새로운 인재!
“제가요?”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 우연히 온 마녀를 설득하고.
더 나아가서 마녀와의 교류를 성공시킨, 인류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 존재!
“제가요오오오?”
베르샤 아카데미는 물론 황성에서도 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바벨리안 제국 전역으로.
더 나아가서 전 세계로 그 이름이 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는 그런 일 안 했는데요?”
데일드가 조용했던 베르샤 아카데미의 선거판을 요동치게 했다면.
라일라는 바벨리안 황도 자체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본인도 알지 못한 일이지만!
“그, 그동안 라일라 후배가 일한 내용이 그런 것들이었거든.”
거칠게 흔들리는 라일라의 시선을 피하며, 데일드는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간 라일라가 처리한 일들이 그런 내용이었다고.
라일라가 일을 잘해서 다 성공할 수 있었다고.
“그, 그런가요?”
혼란스러웠지만, 존경하는 회장님의 말이었다.
그에 수긍하려는 라일라였지만,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닌데.”
그 나이에 걸맞지 않게 라일라는 완벽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숙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시킨 일을 하는 것을 넘어, 그 과정을 이해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한 일 중 그런 중대한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리가요. 저는 다 라일라 학생을 믿고 왔는데요.”
“네…….”
“설마 저희와의 교류를… 하기 싫다고 생각하나요?”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타니야의 모습에 라일라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요!”
“그렇죠?”
이건 다 네가 만든 결과물이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마녀와의 교류를 부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마녀 대표, 타니야의 모습에 라일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이름이 아카데미에 퍼지는 것도 막을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