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26. 인생 10회 차는 선거한다 (7)
원래 아카데미 선거 기간에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총학생회장 선거였다.
학생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직책.
기초, 중등, 고등 교육의 학생회장을 모두 통솔하는 아카데미의 대표가 되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 선거는 그다지 학생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데일드 차일스.
전대 총학생회장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중등 교육 과정에 총학생회장에 오른 기린아.
심지어 그 능력을 인정받아, 3년 연임을 하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이였다.
그런 이가 베르샤 아카데미의 마지막 1년을 아름답게 헌신한다!
그것을 거부할 학생이 베르샤 아카데미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차피 총학생회장은 데일드!
종신 총학생회장 데일드!
졸업하고도 총학생회장 해라, 데일드!
몇몇 교수들마저 데일드 차일스가 대학원생이 되면 총학생회장을 더 시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할 정도로 데일드의 지지층은 세대를 불문하고 두꺼웠다.
그렇기에 베르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 선거에 관심을 주는 이들은 없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데일드 다음 차기 총학생회장이 유력한 자리.
즉, 고등 교육의 학생회장이 누가 될지에 대하여 많은 학생이 관심을 주고 있었다.
분명 그러했었다.
“붉은 혁명의 데이지!”
“모두 기립하시오!”
붉은 깃발을 흔들며 혁명의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는 이들이 있었다.
“절대 수호, 라일라!”
“정치는 역시 라인하르트!”
그 반대편, 푸른 깃발을 흔들며 혁명의 의지를 강하게 밀어내려는 이들 또한 있었다.
“아카데미의 역사는 데이지 전과 이후로 나뉜다!”
“유구한 전통을 지키려는 자, 라일라 라인하르트에 한 표를!”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세력의 싸움에, 고등 교육 학생회장에 관한 관심이 집어삼켜졌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이 집중하는 선거 구도!
그것이 기초 교육 과정의 학생회장 선거였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리고 며칠 만에 아카데미의 절반의 지지를 받게 된 라일라는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며,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지를 받는 것은 좋은데, 어느새 역사와 전통을 수호하는 보수파의 거두가 되어 버렸다.
“보수, 진보로 따지면 라인하르트는 진보인데…….”
심지어 라인하르트는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가문이었다.
타국에서 좋은 선례가 있으면 제국으로 가져와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나랑 아는 사람도 없는데.”
솔직히 진보든 보수든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나는 안 끼워 주는데!”
라일라 라인하르트가 아카데미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가.
더 나은 아카데미를 만들기 위해?
아니었다.
공작가의 영애로서 권력을 움켜쥐고, 가문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그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그렇기에 출마를 했을 때 라일라는 살짝 기대했다.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선거 활동을 하며 친해진다.
솔직히 선거에 떨어져도 된다.
그저 사람들이 나를 조금 더 알았으면 좋겠다!
아주 개인적인 사심이 가득 들어간 일이었지만, 라일라는 진지했다.
“내 선거인데!”
라일라는 울상을 지었다.
르윈이 회장 선거에 출마하고 시선을 빼앗겼을 때도.
알고 보니 르윈이 아니라 데이지가 출마한 것이고,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다.
역시 내 친구다.
내 라이벌이 될 만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전의를 불태웠는데, 이게 뭐람.
“절대 수호라면서. 정치는 역시 라인하르트라면서…….”
그런데 왜 머리에 쓴 띠며, 흔드는 깃발이 다 푸른색일까.
상징하는 사람에 맞추는 것이 보통인데.
“여, 염색할까?”
눈동자가 푸른색이긴 하지만, 겉모습에서 눈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멀리서 보면 검은색인지, 푸른색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라일라에게.
“그랬다가는 너희 아버지 쓰러지시는 거 아니야?”
“르윈?”
악마의 유혹이 찾아오고 말았다.
***
“아카데미 역시를 바꿀 위대한 혁명가 동지, 데이지 님.”
“…베리엘마저 이러시기예요?”
“죄송합니다.”
세상 서러운 표정에 베리엘이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최근 메이드들 사이에도 퍼져 나가고 있어서 한번 놀려 보고 싶었습니다.”
데이지가 진짜 혁명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농담이었다.
만약 데이지라는 사람을 잘 몰랐다면, 베리엘은 데이지라는 혁명가를 최소 도서관 사서들과 동급에 놓았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메, 메이드마저…….”
그러나 농담보다 그 뒤에 붙어 있는 발언에 데이지는 좌절했다.
아카데미 학생들뿐 아니라 사용인들 사이에서도 혁명이 퍼지다니.
“사용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
나름 변명을 하는 베리엘이었지만, 데이지는 아카데미의 사용인이 가진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잡무를 맡기고 있으니까.’
작게는 방 청소나 빨래부터.
크게는 다양한 정보 수집과 개인 연구나 논문 관련 물품 수집 등의 일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물론 후자의 일을 해 줄 수 있는 메이드는 손에 꼽을 수 있고.
그 사실을 아는 학생들도 거의 없기는 했지만.
단순하게 해 주는 일들만으로도 사용인들의 영향력은 은근히 강했다.
“메이드만 그런 건… 아니겠죠?”
“어제 로열 클래스를 맡은 집사장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만.”
“하…….”
집사들 사이에서도 혁명의 기운이 돌고 있다고 한다.
덤으로 데이지와 접점이 없는 집사장이었기에, 그의 블랙 리스트에 데이지의 이름이 올라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루테스 님이나 르윈 님보다도 상위에 있다더군요.”
“왜죠……?”
“그 둘의 신임을 받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수완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
아마 집사장의 머릿속에서는 시녀임에도 공작가라는 배후를 이용하여 자기 뜻을 이루려 하는 흑막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르윈이 노리는 것이었고, 실제로 몇몇 이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왜 생각들을 못하지.”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흑막이면 이렇게 대놓고 혁명을 저지를 리가 없는데……!”
흑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놓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죠…….”
“진짜 흑막이면 어리숙한 공작가 도련님을 앞에 세우고! 그것을 조종해야 흑막이지!”
차라리 그랬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데이지에게는 르윈을 앞에 세우고 조종할 능력이 없었다.
“시녀라는 위치 때문이 아닐까요?”
“하…….”
데이지는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베리엘의 말이 맞든 틀리든, 이미 퍼진 자신의 이미지는 되돌리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지 않다는 거네요.”
로열 클래스 집사장과의 오해는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
베리엘의 말에 따르면, 그 역시도 이쪽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고 했으니.
괴짜 주인 때문에 고생하는 동료라는 것을 알리면 오해도 빠르게 해소될 수 있을 터.
일단은 학생회장 선거를 어떻게든 정상적인 결말로 끝내야 했다.
“각 세력의 수장 격인 데이지 님과 라일라 님이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렇죠. 아무리 도련님이라고 하더라도, 이 부분은 해결 못하니까요.”
르윈이 뒤에서 수작질을 벌이는 듯싶었지만, 그것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데이지와 라일라가 정면에서 활동해야 했다.
결국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으니까.
“창조의 교단조차도 여신 라헬이 상징으로 세워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용사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그 시간은 더 걸렸을 거라고 하니까요.”
신을 믿는 신앙조차 그러했다.
그러니 아무리 광기에 빠졌다고 하나, 누군가 앞장서지 않는 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누군가를 도련님이 만들지도 모른다는 건데.”
데이지나 라일라가 창조의 여신과 같다면, 르윈이 누군가를 용사와 같은 선봉장으로 만들어 내세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측근이면서, 르윈 님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들은 둘.
데이지와 라일라와 접점이 있으면서 동시에 르윈의 시종인 예리엘과 하인스가 존재했지만.
“예리엘과 하인스는 제가 손을 써 두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이미 데이지가 손을 써 둔 상태였다.
“나머지 위험인물도 데일드 회장께서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한 번 배신했는데, 또 배신하면 그때는 정말 각오해야겠죠.”
자신도, 데일드도.
그렇게 작게 읊조리는 데이지의 모습에 베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러니 메이드장에게도 부탁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방긋 웃으며 말만 하라는 베리엘의 말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도련님이 도서관 사서들과 접촉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사서들과요?”
“네. 또 탐사를 가기 위해서인가 싶었는데, 사서들이 선거에 개입한 듯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르윈에게 배운 은신술을 이용해 들은 정보였다.
르윈을 마크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기에, 오랜 시간 미행을 하지 못했으나.
“적어도 사서들과 신문부와 접촉을 한 것은 분명하고. 더 나아가서 몇몇 동아리와도 접촉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쪽으로는 예상이 되는 동아리가 몇 있습니다.”
도서관 지하 유적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사서란 책을 관리하는 자들이었다.
문자, 역사, 책, 창작 등등.
도서관 사서와 문과적인 요소로 엮인 동아리는 제법 많았고.
심지어 그들의 능력은 선거에 투입되기 좋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미 붙은 불을 끄지 못한다면, 적어도 이 불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르윈이 더 일을 키우는 것을 최대한 봉쇄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데이지였고.
그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데이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어?”
창조의 교단으로 보았을 때 자신과 라일라는 창조의 여신이고, 르윈은 용사처럼 누군가를 앞장세워 그 둘을 대변할 것이다.
그것이 데이지가 세운 계획의 기본 전제였다.
자신과 라일라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일에 나서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광기에 물든 이들 중 이끌 누군가를 세워, 광기가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 테니까!
“바벨리안 제국은 시작부터 제국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바람 앞의 등불. 아니, 폭풍 앞의 등불처럼 나약했습니다!”
그러나 데이지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르윈은 인생 10회 차이자, 그중 9번을 용사로 살았다는 것이다.
“초대 황제께서는 바벨리안의 시작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나약한 국가가 대륙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가,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수많은 백성의 힘이었다는 것을!”
용사는 여신의 대변자다.
데이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용사 본인인 르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용사는 호구다. 더럽게 멍청하고, 남에게 휘둘리는 호구.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다! 그러니 백성이 배울수록 나라도 발전한다! 그것이 아카데미라는 시스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호구는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러니.
“그런데 그런 아카데미 시스템을 부정하다니요! 저 라일라 라인하르트는 제 이름을 걸고, 그것을 막아 낼 것입니다!”
대변해 줄 호구를 찾을 바에 그냥 본인이 나서게 하면 된다.
아니, 애초에 이게 맞았다.
“저를 믿고 따르는 동지들이여! 혁명을 자처하는 반도들에게 절대 지지 않을 겁니다!”
진짜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면, 용사나 마왕이 아니라 창조의 여신과 마신이 직접 싸우면 되는 일 아닌가!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단상 위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라일라의 모습을, 데이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지켜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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