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26. 인생 10회 차는 선거한다 (8)
혁명과 수호, 진보와 보수.
그렇게 나뉘어 부딪치던 학생들이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지와 라일라가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라일라 영애께서 말씀하셨다! 혁명을 자처하는 반도들이라고!”
“초대 황제께서 정하신 아카데미 시스템을 바꾸려 하다니!”
사실 초대 황제가 아카데미 시스템을 정하지는 않았다.
아카데미라는 시스템은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바벨리안의 초대 황제는 제국에 활성화시켰을 뿐이니까.
“그런 내용이 아니지 않았나?”
그렇기에 몇몇 학생들은 그 점을 지적하기도 하였으나.
“누가 그렇다던데?”
“나도 그렇게 들었어.”
그러한 헛소문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반반이었다.
아니, 믿지 않는 사람이 조금 더 많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말하는 이들은 대부분 헛소문을 믿는 사람들이었다.
“어? 그럼 내가 잘못 들었나?”
그렇기에 헛소문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도 주변에서 다 같은 말을 하니 하나둘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야, 저거 개소리 아니냐?”
“그냥 그러려니 해라. 괜히 말했다가 미친놈들처럼 달려들더라.”
끝까지 헛소문을 믿지 않는 이들도 이미 광신도가 되어 버린 이들과 싸우기를 꺼렸기에 침묵을 선택했다.
“역도들이다!”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께서 이름을 걸고 적을 쓰러트리라 말하였다!”
그렇기에 라일라를 등에 업은 이들 중 몇몇은 선을 넘으려 하기도 했다.
“안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일어나기 직전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아니 그 이전에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라일라는 문제가 생기기 직전 난입해 그들을 모두 제지했다.
“폭력은 나쁩니다. 그리고 강요하는 것도 나쁜 일입니다. 우리가 역사와 전통을 수호하는 것을 선택했듯, 저들은 변화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비록 자신이 역도라고 말했으나, 그들은 잘못하지 않았다.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였다.
“저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뜻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또 그것을 허락하는 아카데미의 규칙을 인정합니다.”
라일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일을 저지르려고 했던 학생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니 우리의 뜻을 이런 식으로 증명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저, 저희는 그저…….”
라일라의 기세에 광신도들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의 가치를 더럽히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라일라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라일라는 엄숙히 선언했다.
“아카데미의 규칙에 따라 선거로 승리할 겁니다! 그러니 이런 방식이 아닌, 선거 날 투표로 증명하세요!”
투표하라!
하늘 아래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승리하겠다!
“투표하라!”
“투표로 증명한다!”
“투표하라!”
그 당당한 선언에 라일라의 추종자들은 환호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데이지는 침묵했다.
“많은 생각을 했을 거야. 라일라라면 저런 광기에 물들지 않을 거다. 라일라는 정상이니까. 르윈 디 드라이르프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데이지의 옆에서 르윈은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지?”
“도련님…….”
“라일라 라인하르트는 존재감이 없으니까.”
“…….”
“라일라가 나선다고 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을 테니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게 말하는 듯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고 했지만, 정작 라일라를 믿지 않고 있던 건 너였어, 데이지.”
“…….”
“그게 네가 패배한 이유야.”
르윈의 말에 데이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
존재감 넘치는 라일라는 데이지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예리엘과 하인스를 숨기고, 데일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베리엘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을 때도, 라일라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사서들은 함정이었네요.”
“맞아.”
“그쪽에 접근하면, 제가 그쪽으로 신경을 쓸 거라 생각해서요?”
“그렇지. 미행하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숨 쉬기 운동을 기반으로 한 동화 방법을 내가 알려 줬는데.”
“그것만이 아니겠죠. 제가 사서들을 미행한 틈을 노려 도련님은 라일라 아가씨와 접촉했겠죠.”
“알아서 벗어나 주니 편하긴 했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이를 갈았다.
“확실히 제가 졌네요. 그런데 도련님, 중요한 것을 잊으셨나요?”
작게 심호흡을 한 데이지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깃들었다.
“뭔데?”
“제가 졌다고 하지만, 제가 이긴 것이기도 합니다.”
“왜?”
“라일라 아가씨의 승리가 제 승리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
아카데미 내부에서 라일라와 데이지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하나, 데이지는 학생회장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 라일라가 혁명파의 기세를 꺾고, 우세를 점하는 것은 절대 데이지의 패배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승리였다.
“그렇긴 하지.”
애초에 그렇게 설계를 한 것이기에 르윈도 인정하는 바였다.
“이대로 라일라가 기세를 몰아가면 모두가 원하는 결과겠지.”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
그렇게 말하는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는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
데이지가 느낀 불안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 라일라 라인하르트. 그 모습을 드러내다!> [여태까지 뒤에서 움직이던 그녀가 앞에 나선 이유는?>최근 호황을 맞고 있던 신문부가 동아리비는 물론, 자신들의 용돈까지 탈탈 털어서 마탑제 고성능 사진기를 이용하여 찍은 라일라의 사진이 신문 첫 장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했다.
올해 베르샤 아카데미의 전설처럼 내려져 오던 라인하르트 가문 막내딸의 사진이 담겼기에 신문은 빠르게 품절이 되었고.
더 나아가서 웃돈을 주고 신문을 구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데이지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혁명파의 수장, 데이지. 라일라 라인하르트의 등장에 침묵하는 이유는?> [빛과 어둠, 태양과 달처럼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 과연 무엇이 그들을…….>“이, 이게 뭐야…….”
베리엘을 통해서 신문을 구할 수 있었던 데이지는 신문의 기사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곳에는 라일라의 이름과 계속 묶여서 언급되는 자신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었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르윈의 비웃는 웃음이었다.
라일라의 승리를 확신하였을 때, 그것이 자신의 승리이기도 하다는 말을 했을 때!
왜 르윈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을 비웃었는가?
그 답이 이것이었다.
“너무 늦은 거였어…….”
자신과 라일라의 대립 구도가 완성되었을 때, 그때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때가 시작이 아닌 끝이었다는 것을.
“망했어…….”
라일라가 환하게 빛나면 빛날수록, 반대의 역할인 자신은 사라질 줄 알았다.
빛이 나면 날수록 어둠은 더욱더 사라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는 법이었다.
라일라 라인하르트의 기세가 오르면 오를수록, 그 반대파인 혁명파의 기세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데, 데이지, 선배가 찾으시는데?”
“…….”
그것을 증명하듯,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데이지의 반 주변으로 혁명을 주장하던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혁명의 수장이시여! 이대로 혁명의 불씨가 사라지게 내버려 두면 안 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혁명은 그저 반란 취급을 받으며 끝나게 될 뿐입니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든 당신을 따를 준비가 되었습니다!”
분명 기초 교육 과정의 선거인데, 왜 고등부에 다닐 법한 선배가 눈물을 흘리며 한탄을 하는 것일까.
‘역시 황실 아카데미로 갔어야 했었는데.’
이 아카데미는 이상하다.
역시 도련님이 선택한 곳답다!
‘그, 그렇겠지?’
데이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뒤에서 르윈의 수작질이 있었다고는 하나, 베르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원래 이상해서 이런 걸로 생각하는 게 편하니까!
“후우!”
최악의 경우, 황실 아카데미마저 르윈이 오염시킬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며, 데이지는 차라리 베르샤 아카데미의 희생만으로 르윈을 막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더러운 혁명분자 놈들이! 이곳이 어디라고!”
“라일라 영애께서 계시는 반에 무슨 일이냐!”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를 만나러 왔을 뿐이다!”
복도에서 학생들의 기 싸움에 시선이 가는 것을 느낀 데이지는 그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일단 숨자.’
호흡을 가다듬고, 주변과 동화되어 자신의 존재감을 지운다.
본래 존재감이 없던 사람은 라일라였으나, 최근에는 자신이 더 존재감 없이 지내고 있는 모습이라니.
라일라는 선천적으로 존재감이 없는 것이고, 데이지는 후천적으로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 웃기지만.
‘그래도 이제 2주만 버티면 돼.’
선거가 끝나면 이 소동도 끝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지는 쉬는 시간, 그리고 방과 후에 일어나는 소동을 최대한 무시했다.
“그게 좋은 선택은 아닐 텐데.”
“또 왜 그러십니까…….”
그렇게 선거 일주일 전.
오늘도 불길한 소리를 내뱉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울상을 지었다.
“혁명을 말하던 사람들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붉은 띠를 쓰고 깃발을 흔드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고요.”
졌다.
혁명의 지도자 데이지는 결국 라일라 라인하르트에게 패배했고.
그것을 인정하여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그것이 오늘 아침 신문부가 낸 아카데미 신문의 요약이었다.
“제 선택이 옳았습니다.”
불꽃도 계속 타오를 수는 없다.
아무리 강한 불꽃이라고 하더라도 장작이 다 타면 사라질 뿐이다.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결국 구심점을 잃은 혁명파는 자연스럽게 무너질 터.
실제로도 아카데미 초반을 휩쓸던 혁명의 불씨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문제라고는 생각 안 해?”
“네?”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아직도 남아 있는 거라고.”
그것은 아집의 영역이었다.
“불안하게 왜 그러세요?”
거칠게 떨리는 눈동자가 르윈을 바라봤다.
“현실을 말할 뿐이지.”
그 시선에도 르윈은 아무렇지 않게 할 말을 할 뿐이었다.
“돌려 말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하시라고요.”
“방황하는 칼날이, 잡아 줄 주인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그건…….”
“그나마 아카데미라서 이 정도지. 진짜 정치였으면 저것들 이용하려는 사람이 옛날에 나타났을걸?”
“…….”
그리고 그날 오후.
르윈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혁명의 불씨는 내가 이어받았다! 내가 아카데미의 회장이 되어서 혁명을 이끌 것이다!”
중등 교육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던 후보 하나가 이리 죽나 저리 죽나 마찬가지라고, 데이지의 공약(아님)을 이어받았다고 말한 것이었다!
“…도련님이 꼬신 거 아니죠.”
“말했잖아. 나 손 놨다니까?”
원래 목표였던 ‘존재감 넘치는 라일라’를 완성한 이후, 자신은 손을 놓았다고 주장하는 르윈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르윈을 노려보던 데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저랑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누가 혁명의 불씨를 이어받든 이제는 자신과 상관이 없다.
“과연 그럴까?”
“당연하죠!”
그렇게 말하는 데이지였지만, 거칠게 흔들리는 눈동자만은 진실을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