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26. 인생 10회 차는 선거한다 (9)
투표 D-6.
“이, 이게 답이었어!”
중등 교육 2학년, 펠페스는 아카데미 신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중등 교육 회장 후보. 사전 지지율 1위 펠페스 에리뭔(68퍼센트)>단 하루 만에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지지율 1위가 되었다.
그것도 68퍼센트의 지지를 받는!
“6일. 6일만 입을 털면 돼.”
펠페스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남작가의 차남으로, 가문이 재정적으로 건실하였기에 아카데미 생활을 하는 데 모자람은 없었고.
성적 또한 평범한 편이었기에, 이대로만 이어진다면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다만 가문을 이어받을 후계자인 형 또한 가문을 유지할 정도의 능력이 있었고.
펠페스 또한 딱 그 정도가 한계였기에, 능력으로 형의 자리를 빼앗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른 평범한 하위 귀족들처럼 제국의 공무원을 노리려 했다.
그러나 제국의 공무원이 되려는 이들은 차고 넘쳤다.
저 잘난 황실 아카데미에도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수두룩한데, 고작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어중간하게 있는 자신이 과연 제국의 공무원이 될 수 있을까!
차라리 입대를 선택할까 고민도 하였으나, 검술과에서 딱 중간 정도의 성적이란 것은 검술 실력도 딱 그 정도라는 말이었다.
나름 제국 수도권 아카데미였기에, 그 정도 실력이면 입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전장에 나가 죽기 딱 좋은 실력이라는 말이었기에 펠페스는 공무원을 노렸고.
공무원 루트가 가장 확실한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나름 괜찮은 아카데미 생활을 하였다고 하나, 그것도 딱 평범한 수준.
그렇기에 다른 후보에 비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것은 지지율로 증명이 되었다.
심지어 모든 학생이 아닌 소수의 학생이 투표한 지지율이었음에도 매번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펠페스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총학생회장 선거도, 고등 교육 선거도 아닌 기초 교육 선거에 학생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기초 교육이 어떤 곳인가?
이제 막 들어온 햇병아리들이 다니는 교육 과정으로, 말 그대로 기초를 교육하는 곳이다.
말로는 유급이 있다고 하지만, 출석만 채운다면 보충 수업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끌고 가게 하려는 곳.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그렇기에 학생회가 있다고 하나, 거의 총학생회가 이끄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심지어 이제 막 아카데미에 입학했으니, 이름을 알릴 기회도 없고.
그렇기에 유명한 이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가문이 더 높은 곳에 투표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그런 기초 교육에 아카데미 학생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문발이었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
제국의 두 공작가의 아들과 딸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소식은 한동안 아카데미를 뜨겁게 달구었으니까.
비록 기초 교육 1학년이라고 하나, 고등 교육의 선배들조차 그들을 어찌할 수는 없었을 거고.
그런 이들이 선거로 붙는다면 화제가 안 될 수가 없었다.
‘…가 아니네?’
그러한 생각은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빠르게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혁명을 외치는 이들.
그리고 그것을 반대하는 이들.
그 모습은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6년을 생활한 펠페스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총학생회장 선거를 제외한 선거는 각 교육 과정에 맞는 학생들만 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학생들이 다른 교육 과정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대립은 달랐다.
처음에는 기초 교육 과정에서만 싸우던 학생들이 어느덧 중등 교육이 합류하고, 정신을 차리니 고등 교육의 학생들도 파벌을 나누고 있었다.
기초 교육 과정이 아닌, 총학생회장 선거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뜨거웠다.
혁명을 부르짖는 붉은 깃발과 그것을 막아 내려는 푸른 깃발.
그러나 난세를 제패한 것은 라인하르트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드라이르프의 이름을 걸고, 붉은 혁명을 이끈 이는 르윈 디 드라이르프가 아니었으니까.
그를 등에 업고 일어난 시종 출신의 학생.
나름 선전을 했으나 모습을 드러낸 보이지 않는 손, 라일라 라인하르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렇게 데이지라는 소녀는 모습을 감추었고, 구심점을 잃은 혁명파는 점점 힘을 잃었다.
‘어?’
그것이 선거일로부터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던 때의 일이었다.
그리고 펠페스는 그곳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인내했다.
혹시라도 데이지라는 소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
가장 처음 혁명의 불씨를 밝히고, 대중들을 선동했던 이다.
이제 막 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하나, 자신처럼 평범한 이가 평가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그러니 기다렸다.
투표가 3주 남았을 때도.
2주가 남았을 때도.
그리고.
“지금이다.”
선거 일주일 전.
이제는 혁명의 불씨가 거의 꺼져 사라졌을 때, 펠페스는 광장에서 선거 유세를 실행했다.
“혁명의 불씨는 내가 이어받았다! 내가 아카데미의 회장이 되어서 혁명을 이끌 것이다!”
다 꺼진 것으로 보였던 잔불이 다시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펠페스 에리뭔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시 붉은 깃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그렇게 신문을 움켜잡으며 펠페스는 생각했다.
‘이걸로 학생회장이 되기만 한다면!’
손쉽게 제국 공무원에 들어갈 수 있을 터!
펠페스에게 혁명은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학생회장이 되기 위한 발판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무난하게 등교를 하고, 수업을 듣고.
방과 후 선거 활동을 시작하려는 순간, 펠페스는 자신이 한 가지 사실을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기회주의자 놈들!”
아카데미 곳곳에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과 관심을 뺏고 있었다.
[위대한 한 걸음, 이곳에서부터.> [붉은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끌어낼 단 한 명의 인재. 고등 교육 학생회장 후보, 트리케리스 아드엘마.> [굳은 보수를 깨부술 유일한 혁명의 망치, 아리마 카엘.>혁명의 시작인 데이지의 공식 후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펠페스는 먼저 나서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손쉽게 얻은 것은 손쉽게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
이전에 혁명파로서 활동한 것도 아닌 펠페스가 혁명을 외치는 이유를 다른 후보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혁명파의 지지율을 얻기 위해 펠페스보다 유명한 후보들이 혁명을 외치기 시작했다.
펠페스의 말처럼 기회주의적인 행동이었으나, 애초에 펠페스 역시 그러했기에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었다.
“젠장!”
다음 날 아침.
[중등 교육 회장 후보. 사전 지지율 5위 펠페스 에리뭔(12퍼센트)>하루 만에 얻은 68센트의 지지율 중 대부분이 빠져나갔다.
지지율 한 자리, 순위 10위권 밖이었던 과거를 떠올리면 5위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전날 1위이자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기에 펠페스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럴 순 없어.”
단 하루라고 하더라도 정점에 있었던 자신이었다.
다른 기회주의자들로 인하여 이렇게 바닥으로 떨어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전통성.”
혁명파로서의 전통성.
그리고 그것을 얻으려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모습을 감춘 데이지를 찾아, 그녀의 지지를 얻는 것.
그러나 애초에 그럴 거라면 데이지 본인이 다시 혁명파를 이끌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선동과 날조.”
귀족의 전매특허인 기술이었다.
***
투표 D-4.
“혁명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다들 혁명을 일으킬 것을 자처하며, 라일라와의 대립을 선언했다.
“웃기는 일이지 않아? 기초 교육인 라일라랑 전혀 대립할 일이 없는데.”
“그러니까 싸우겠다고 하는 거죠. 실제로 라인하르트랑 싸우겠어요?”
팝콘을 씹어 먹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던 르윈은 예리엘에게 팝콘을 나눠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계산 끝났으니 저렇게 나댈 수 있는 거지.”
“참 귀족적이네요.”
“나도 귀족인데?”
“도련님은 귀족 이전에 종족이 의심되고요.”
“와, 너무하네.”
소풍이라도 온 듯, 잔디밭에 앉은 르윈과 예리엘은 새롭게 등장한 인물을 보며 감탄했다.
“쓰러진 데이지 동지의 의지를 이어받아!”
“데이지 쓰러졌어?”
“아까 도망칠 때 눈물이 좀 고여 있던 것 같기는 한데. 쓰러질 정도는 아닐 텐데…….”
“하인스가 돌아오면 물어보지.”
얼굴을 붉히며 뛰쳐나간 데이지와 그녀를 쫓아간 하인스를 떠올리며, 르윈은 가져온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죽은 데이지를 대신하여!”
“죽었나 본데?”
“사인은 수치사겠네요.”
이제는 아예 데이지를 죽여 버리는 후보들의 선언에 르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데이지교를 만들면 무링교는 압살당하겠네.”
펠페스가 혁명의 의지를 이어받는다고 선언한 것이 3일 전.
다른 학생들이 그것을 따라 한 것이 바로 2일 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에 데이지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냥 혁명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그 의지를 내가 이어 가겠다!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어제부터는 그 양상이 조금 비틀어졌다.
다들 비슷한 소리만 하니, 데이지에게서 전통성을 이어받은 자신이 혁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선동을 하는 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다 라일라가 데이지 암살했다는 소문까지 퍼지겠네.”
“에이,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베르샤 아카데미는 대륙 기준으로 명문 중의 명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였다.
제국 수도, 그중에서도 황실 아카데미를 제외하면 다섯 손가락의 끝자락에는 들어가는 곳이었으니까!
“데이지, 살아 있었지!”
투표 D-3.
갑자기 등굣길에서 불쑥 튀어나온 라일라가 데이지의 품에 파고들며 울먹였다.
“당연히 살아 있죠.”
당황한 얼굴로 라일라의 등을 토닥이는 데이지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왜 그러세요, 아가씨.”
“이, 이거…….”
맑고 푸른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소매를 꾹꾹 눌러 닦으며, 라일라는 데이지에게 꾸깃한 종이 덩어리를 넘겨주었다.
“와오!”
그리고 그것을 본 르윈은 감탄했고.
“…….”
“…….”
“…….”
데이지를 포함한 세 시종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혁명을 이끌던 데이지, 사망? 그 배후에는…….>신문 1면도 아니고, 정규 기사도 아니었다.
그냥 아카데미에 떠도는 N대 전설이나 찌라시 등을 게재하는 마이너 페이지였다.
그냥 이러한 소문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카더라 하는 내용.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내용이 아카데미 신문에 실렸다는 것이고, 실제로 이러한 소문이 아카데미에 떠돌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 언제 우리 데이지 죽였냐?”
“안 죽였어!”
“도련님, 그러면 여기 있는 누나는 뭔데요.”
“저기 아래 봐라. 죽었지만, 혁명의 불꽃이 다시 피어오르는 그날 다시 태어날 거라고 하잖아?”
죽었다가 부활했나 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르윈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무링교 폐기하고 데이지교를 만들어야 하나?”
가상의 신을 만드는 것과 인간을 신의 자리에 올리는 것.
그중 무엇이 더 빠를까 고민하는 르윈의 모습에도, 데이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공허한 눈으로 신문을 내려다보며 라일라를 토닥일 뿐.
그리고 그날 오후.
“그들은 그저 혁명이라는 이름을 이용하는 더러운 기회주의자들일 뿐입니다!”
더러운 기회주의자들을 숙청하기 위해 데이지는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