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26. 인생 10회 차는 선거한다 (10)
돌아온 혁명의 지도자로 인하여 숙청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제, 제 혁명에 대한 붉은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선동을 하고 있던 기회주의자가 학생들에게 붙잡혀 끌려왔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진정성을 이야기했으나.
“거짓말이군요.”
위대한 지도자는 그자의 눈에서 거짓의 흔적을 보았다.
“아, 아닙니다! 끄아악!”
기회주의자들을 처단하는 혁명파의 기세는 매우 강렬했다.
표범처럼 날랬고, 피라냐의 이빨처럼 날카로웠다.
돌아온 혁명의 지도자, 데이지의 칼날은 거침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을 이 구렁텅이로 빠트린 이들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돌아온 이유가 없으니까.’
눈물을 머금고 돌아온 자리다.
돌아오기 이전에도 수십 번은 고민했다.
어차피 며칠 남지 않았는데, 그냥 그때까지만 참으면 되는 일이 아닐까.
소문이라는 것은 휘발성이 강한 법이니까.
선거 기간이 끝나고, 투표도 끝나면 다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수없이 하였지만, 선동과 날조로 가득한 음모론들은 데이지를 움직이게 했다.
“내, 내가 그래도 선배인데!”
마지막 남은 기회주의자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래도 내가 선배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
평소의 데이지였다면 그 말에 흔들렸을 것이다.
그래도 아카데미의 선배인데, 후배로서 선배를 너무 나무라는 것은 안 좋게 보이지 않을까.
“처리하세요.”
“끄아아악!”
그러나 이미 각오를 다진 데이지는 무자비했다.
잠깐의 침묵도 고민이 아닌, 차갑게 내려다보기 위해서였을 뿐.
그렇게 숙청을 끝낸 데이지는 수많은 수하들을 보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제 아카데미 1년 차다.
그런데 왜 나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최종 병기이자, 아카데미의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 되었을까.
‘다 도련님 탓이야.’
다 르윈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이렇게 몰고 갔다.
“여러분.”
데이지는 원망을 가득 담아 작게 속삭였다.
작은 속삭임이었기에 숙청으로 흥분에 빠진 이들은 그것을 듣지 못했다.
“여러분.”
그러나 데이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번 말했을 뿐이다.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작게, 규칙적으로, 계속.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데이지의 모습에, 학생들도 이상한 것을 깨닫고 하나둘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여러분.”
그리고 데이지의 작은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들렸다.
작은 움직임조차 시끄러울 정도로 수많은 이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데이지는 그 모습을 보며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가기에 가장 좋은 얼굴을 떠올렸다.
‘도련님.’
우습게도, 그 인물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가 만든 난장판이었기에, 우습게도 르윈이 할 만한 행동이 사태를 수습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었다.
‘평소에 그러셨죠?’
자기가 가르쳤다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는 숨 쉬기 운동이라는, 수상할 정도로 효율이 좋은 마나 활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데이지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에 휩쓸리니 알 수 있었다.
가문에서 있었던 르윈과의 숨바꼭질은 더러운 기회주의자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고.
또 숨 쉬기 운동법과 연동되는 은신술은 소란의 중심이 되었음에도, 들키지 않고 도망치게 만들어 줬다.
물론 하나도 고맙지 않은 일들이었지만!
‘맞습니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우리를 바라본다는 말처럼.
르윈 디 드라이르프를 주인으로 모시는 자로서 자신 또한 그를 닮아 갈 수밖에 없었다.
그저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다.
“저는 패배했습니다.”
그저 부정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도망친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다르다. 나는 평범하다.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하고는 절친한 사이입니다. 저한테는 너무나도 과분한 일이지만, 그분은 저를 친구라고 불러 주십니다.”
나는 정상이다. 괴짜가 아니다.
“서로 뜻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르윈 디 드라이르프하고는 다르다.
그러니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혁명의 불씨를 꺼트릴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했으나, 이제는 그 생각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서로의 이상이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 투표로 정해야 한다고.”
이제 아카데미 1년 차다.
심지어 기초 교육 1학년, 아카데미에서 가장 영향력이 없을 시기다.
“맞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가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를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었다.
르윈이 중등 교육 과정에 들어가면, 더 나아가 고등 교육 과정에 들어가서 영향력이 올라가면.
과연 미래의 자신은 그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배경도, 실적도 다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를 이길 수 없습니다. 심지어 성적마저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내가 성장한다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데이지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도 막지 못했는데, 더 강해진 미래에 막을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저 혼자는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걸 이제는 깨닫고 말았다.
지금의 나는 안 된다고.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여러분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당연하죠. 못난 저보다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를 따르는 이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바라보는 것을 넘어 심연 너머의 괴물과 싸우려면, 자신도 괴물이 되는 수밖에 없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존재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데이지가 선택해야 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이기기 위해서 노력을 했습니다.”
데이지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무저갱처럼 혁명파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그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뭔가 기묘한 오오라가 데이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승리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르윈과 똑같은 방법을 취한다.
그것이 데이지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라인하르트가 수호를 선택하였으니, 그걸 이길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데이지. 드라이르프 가문의 최종 병기이자 흑막.
“드라이르프의 도움을 받는 것. 여태까지 제 뒤에 있었던 그분이. 형제들과 전면으로 나서도록 설득을 해야 했습니다.”
…조차 사실은 모시는 주인의 대리인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제 ‘주인’께서는 많은 시간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선택하셨습니다.”
아카데미 혁명을 이끄는 지도자.
“자신의 다른 형제들처럼 모두를 이끄는 존재가 되겠다고.”
그 자리도 그대로 넘겨 버린다.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는 제가 이길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라일라 라인하르트 영애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
아카데미 보수파의 상징이자 라인하르트 영애인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이 아카데미에 둘밖에 없다.
고귀한 황제의 핏줄을 이어받은 루테스 디 바벨리안.
그리고 라일라 라인하르트와 같은 영향력을 가진 유일한 공작가의 도련님.
“‘르윈 디 드라이르프’ 도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저 멀리서 동생들과 함께 팝콘을 씹어 먹던 르윈의 표정이 보인다.
제가요?
라고 말하는 듯한 그 표정을 보며.
“드라이르프가 함께합니다. 혁명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겁니다!”
혁명파 학생들의 폭발적인 함성과 함께 르윈의 이름을 외치는 것을 들으며 데이지는 차갑게 비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
투표 D-2.
“그러다 이기면 어떻게 하려고요.”
드물게 걱정스러운 베리엘의 표정에 데이지는 옆에 있던 병 하나를 입에 부어 넣었다.
“하아! 그러게요.”
위장약 하나를 단숨에 비어 낸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회장, 해야겠죠…….”
분명 어제 르윈의 당황한 모습에 즐거웠다.
드디어 한 방 먹였다. 그런 생각에 전신이 짜릿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자신의 패배가 분명했다.
“진짜 이기면 어떡하죠?”
이제 선거는 진보와 보수, 혁명과 수호의 구도를 넘어섰다.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
제국의 단둘뿐인 공작가의 대리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하!”
이제 진짜로 누가 이길지 모르는 구도가 되어 버렸다.
신문부의 여론 조사 지지율도 5 대 5가 되어 버린 상황이었으니까.
문제는 이 구도의 대표가 르윈 디 드라이르프와 라일라 라인하르트처럼 보였으나.
실제 아카데미 회장 선거에 등록된 이는 르윈이 아니라 데이지라는 것이었다.
즉 드라이르프를 등에 업은 혁명파가 이긴다면, 베르샤 아카데미 기초 교육의 학생회장이 되는 것은 르윈이 아닌 데이지라는 것이었다.
“진짜로 개혁할 건 아니겠지…….”
인생을 반쯤 포기한 듯한 데이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데일드는 작게 몸을 떨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혁명파가 요구하는 일을 절반만 개혁한다고 하더라도, 총학생회는 비상이 걸릴 게 분명했다.
과도한 업무가 필요한 것은 물론, 그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교수나 직원들과의 마찰도 있을 터.
일반적으로 기초 교육 학생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총학생회가 담당하니, 모든 일 처리는 차기 학생회장이 확정된 데일드의 몫이었다.
“불만 있으세요? 그럼 오늘 오후 선거 유세에서 회장님도 혁명에 가담하기로 했다고 말해 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갈 데까지 간 데이지는 너무나도 강했다.
단 한마디로 데일드를 침묵시키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뿐이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어차피 제 손을 떠난 일이었어요.”
앞으로 남은 2일.
아카데미를 개혁하려는 학생들과 유지하려는 학생들의 싸움이다.
투표가 끝나고, 투표함이 열릴 때까지 결과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라일라가 이기길 바라며, 혹시라도 자신이 이길 경우.
“비어 있는 손으로, 같이 죽을 사람 끌어안는 것밖에 못하니까요.”
“…….”
“…….”
독기가 흘러넘치는 데이지를 보며 베리엘과 데일드는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좀 해 주세요!’
‘다 데일드 님이 회장 후보에 데이지 님을 넣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말없이 시선을 주고받으며, 최대한 데이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둘이었다.
“하아!”
그렇게 침묵만이 가득한 아카데미 제1매점 앞.
연초를 피우고 온 바르바는 위장약 한 박스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좋은 소식과 더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와…….”
역시 좋은 소식이란 없구나.
데일드가 감탄사를 흘리고 있을 때도, 데이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자세였다.
“자.”
그 의연한 모습을 보며, 바르바는 박스를 열고 위장약 하나를 데이지에게 건네주었고.
“감사합니다.”
조금 전 한 병을 원샷한 데이지였으나, 거절하지 않고 바르바가 건네는 위장약을 받아들였다.
“우선 안 좋은 일은 이사장을 비롯한 학부 측에서도 이 일에 관심이 있다는 거고.”
바르바는 자신의 몫의 위장약 병을 열고는 말을 이어 갔다.
“더 나쁜 일은 황실 쪽 공무원들도 이 일을 주시하고 있다는 거다.”
그 말을 내뱉으며, 바르바는 데이지에게 병을 내밀었고.
딱!
데이지는 가볍게 그 병과 자신의 병을 부딪치며, 입에 위장약을 털어 넣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