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26.5 존재감 없는 소녀는 노력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루틴을 만든다면 못 일어날 것은 없었다.
“하암!”
물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 피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품이 절로 나오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침대에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일어나야지.”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세수를 하며 잠기운을 날려 버린다.
“흐아암!”
그래도 하품이 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한 번 때리고, 마법의 단어를 중얼거렸다.
“내일, 회장 선거.”
투표 D-1.
두근두근.
나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날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사실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심장이 거칠게 뛰어오르니 자연스럽게 잠기운도 사라졌다.
“후우!”
두 눈을 감고, 작게 심호흡을 내뱉는다.
잠만 깰 생각이었는데, 효과가 너무 좋아 버렸다.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살짝 열었다.
창문을 열자 찬바람이 남아 있는 물기와 닿아 더 차갑게 느껴졌다.
새벽이라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조금 더 따뜻했는데.
이제 가을이구나. 슬슬 겨울이 오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마력 단련을 시작한다.
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으니까.
가문에서부터 이어져 온 일상이 끝나면 기숙사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본다.
“감사합니다.”
기숙사 방문 앞에 놓여 있는 아침 식사 바구니를 보며 오늘도 메이드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프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내가 원하는 시간에 따뜻하게 음식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투정을 부리다니.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많아.”
그러니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바구니를 가져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따뜻한 수프에 샌드위치, 그리고 과일로 만든 주스를 마시고.
다시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오면 슬슬 해가 뜰 때가 된다.
“…안 뜨네?”
아무래도 겨울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책상에 앉아 어제 배운 것들을 점검하고, 오늘 배울 내용을 확인한다.
가문에서 다 배운 내용들이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한 번에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계속, 반복해서 보아야 기억에 남는 법이다.
“그래서 내가 존재감이 없나?”
순간 살짝 눈물이 나왔으나,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과거에는 그랬을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르윈의 말대로 되었으니까!”
친구의 조언으로 열심히 일했다.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즐겁게 노는 듯한 모습에 내년에는 그만둘까 고민도 했었으나.
꿋꿋하게 동아리 활동을 하고, 데일드 회장님을 도우며 일한 보람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존재감, 100퍼센트!”
그 증거가 이것이었다.
“라일라 영애님이시다!”
“우리의 지도자!”
“라일라 회장님!”
비록 아직은 존재감이 옅어 학생들이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건 평상시의 모습일 뿐이었다.
존재감을 최대한 발산하면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다.
예전에는 이렇게 하고도, 옆에서 툭툭 치지 않으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직 회장은 아닙니다.”
가문에 있는 언니가 맞선을 볼 때마다 짓던 웃음을 흉내 내며, 나를 회장이라 부르는 학생분들을 저지했다.
솔직히 말하면 회장이 유력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동안 노동 동아리를 하며 열심히 일을 했고.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회장님이나 마녀님이 내가 훌륭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했으니까.
다른 학생들도 그것을 대단하다고 해 줬으니까!
그렇게 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오후가 되었다.
선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
다시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후우!”
진정하자. 나의 상징은 푸른색.
뜨겁게. 열정적이게.
불꽃처럼 사람을 휘감아 채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었다.
“여러분,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그런 역할을 맡은 이들은 저곳에 있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내 친구이자 지금은 적인 존재.
“차갑게! 냉정하게!”
2 대 1로 싸우는 것이 조금 비겁했으나, 르윈과 데이지가 한편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주종 관계니까.
아카데미에 데리고 올 정도로 매우 친근한 사이니까.
“한 명만 주지.”
나도 시종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적어도 내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를 잘 찾아 주는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는 참으로 탐나는 친구들이었다.
만약 세 사람이 노예 계약이 아닌, 평범하게 월급을 받고 일하는 계약 관계였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뺏어 오고 싶을 만큼!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나 자신을 알려서 더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 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이겨야지.”
주먹을 꾹 움켜쥐고, 다시 존재감을 최대한 내뿜는다.
목을 가다듬고, 최대한 크게 소리친다.
“여러분, 이제 내일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이 느껴진다.
나를 보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온몸이 짜릿하고,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하지만 아직이다.
여기서 만족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르윈이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의 관심이라는 것은 쉽게 생기기도 하고,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고.
지금 나를 지지하는 이들은, 나를 차기 학생회장 라일라 라인하르트라고 생각하기에 바라보는 것이었다.
만약 회장이 되는 것에 실패한다면 지금의 관심이 다 사라질 수도 있었다.
절대 안 된다.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이러한 관심을 알게 된 이상, 이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일,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그래야 했다.
지면 아주 곤란하다.
주로 내가!
“아카데미 수호를 위한 깨끗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제발!
***
투표 디데이.
운명의 아침이 밝아 오기도 전.
오늘도 늘 그렇듯,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이겨 내고.
세안하고, 마력 단련을 하고, 문 앞에 있는 아침 식사를 가져와 식사하고, 씻고, 수업의 복습과 예습을 했다.
다른 날과 변함이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두근! 두근! 두근!
계속해서 뛰는 심장이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진정시키려고 해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이런 건 처음인데.
처음 친구를 사귈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존재감이 없다?”
“우! 원래 이랬거든?”
언제 다가왔는지 툭 건드리는 르윈을 보며 빼액! 소리를 질렀다.
오늘은 존재감이 없다니. 원래부터 없었는데!
“자기 입으로 그런 말 하면 좀 슬프지 않냐?”
“뭐 보태 준 거 있어?”
“좀 많이 보태 주지 않았느냐?”
당황해서 소리쳤으나, 돌아오는 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보태 주지 않았느냐고?
“맞네…….”
르윈의 말이 맞았다.
학생회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한 것도 르윈이 추천해 줘서이고.
회장이 되려고 한 것도 르윈이 추천을 해 줘서였다.
그뿐인가? 인지도가 바닥이던 나를 보수의 상징으로 만들어 준 사람도 르윈이었고.
“그런데 가장 위기를 만든 것도 너잖아!”
데이지라는 강적을 만들어 준 사람 역시 르윈이었다.
“그리고 어제 다 봤어! 여러분,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세상에! 본인이 그런 말을 하다니.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데이지가 옆에서 뭐라고 안 해?”
“응. 요즘 데이지가 많이 성장해 버린 것 같아서.”
묘하게 뿌듯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자리에 데이지가 있었다면 질색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니 애들은?”
평소라면 르윈과 함께 등교했을 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 대해 묻자 르윈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데이지가 오늘 등교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애들이 설득하고 있을걸?”
“…데이지가?”
너도 아니고.
그런 의미로 말했는데, 르윈도 그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등교 좋아하는데?”
“아침마다 이불에서 일어나기 싫다고 난동 부리는 건 아니고?”
“이불 안은 참기 어렵긴 한데. 그래도 나오면 재미있잖아?”
아카데미가 재밌다.
그렇게 말하는 르윈의 모습에 두 눈이 절로 가늘어졌다.
“왜?”
“데이지 편에서 활동하던 것도 재미있어서지?”
“조금?”
“…….”
조금이 아니라, 매우 높은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내 친구,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인간은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그래서 자신 없어?”
“…아니!”
사실 없다.
이것저것 확인을 해 보면 내가 조금 더 우세한 것 같지만.
원래 학생들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하니까.
아카데미 생활도 마찬가지일 수 있었다.
지금의 생활이 지겨운 사람들이,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이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아카데미를 바꾸려고 할 수도!
“내가 질 것 같아?”
손이 덜덜 떨렸지만,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그것을 알아줄 것이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오…….”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그러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르윈은 감탄사만 내뱉었다.
그 모습에 덜덜 떨리던 손을 꽉 움켜쥐고, 르윈을 노려봤다.
“더, 덤벼!”
“상대는 내가 아니라 데이지인데?”
“그게 그거지!”
누가 모를 줄 아나.
늘 그렇듯, 데이지의 뒤에 숨어서 나를 놀리는 것이다.
참 악질이었다.
데이지 역시 결국 나와 같은 피해자일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진짜로 데이지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도 양심의 가책을 1도 느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등교를 하고, 수업을 듣고.
단축 수업으로 인하여 빠르게 끝난 수업을 뒤로하고.
“그럼 지금부터 베르샤 아카데미 학생회장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단상 위에서 이런저런 말과 함께 투표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데일드 학생회장의 말을 끝으로.
내 아카데미 생활의 역사를 좌지우지할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
생각보다 투표하는 그 순간은 떨리지 않았다.
그냥 표를 받고, 내 이름이 적힌 곳에 준비된 도장을 찍고, 밖으로 나와 투표함에 그 종이를 넣는다.
그게 끝이다.
여태까지 했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조금 허무할 정도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이제 하나도 안 떨리네!”
그렇게 시원하게 외친 것이 어제의 일이었다.
덜덜덜덜.
“괜찮으세요?”
“데, 데이지, 나 많이 떨어?”
“네…….”
손발은 물론 온몸이 떨린다.
이제 알 수 있었다.
어제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던 일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가볍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막상 다음 날이 되고.
개표가 끝났다는 말이 들리니,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너무 떠는 거 아니야?”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시원하게 웃는 르윈을 노려보았다.
“내가 회장이 되면 르윈은 퇴학이야.”
“루테스 선배, 폭군 별명 반납하셔야겠네.”
반쯤 진심을 담긴 으르렁거림에 르윈은 웃을 뿐이었다.
“데이지는 부회장 시켜 줄게.”
“안 됩니다.”
“왜? 마지막에 서로 손을 잡는 그림이 좋지 않아?”
“평소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극단적으로 나뉜 상황에서는 역효과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데이지는 차갑게 르윈을 노려보며, 아까 내 목소리와 비슷한 톤으로 중얼거렸다.
“도련님을 놔두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으니까요.”
감시가 필요하다.
그렇게 다짐하는 데이지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그 이전에 아직 학생회장이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아카데미 교직원으로 이루어진 개표단의 대표가 나서서 차기 학생회장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총학생회장은 역시나 데일드 회장님, 그리고 고등 교육과 중등 교육도 이름을 들어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초 교육 학생회장으로 뽑힌 이는.”
보통 가장 먼저 발표된다고 들었는데, 왜 마지막일까.
터질 듯한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발표되는 이름을 들었고.
“라일라 라인하르트입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울먹이며 손뼉을 쳐 주는 모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기에 보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르윈의 모습을.
그렇기에 알지 못했다.
미래의 내가 아카데미 생활을 하며 가장 후회하는 날이 오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