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27. 인생 10회 차는 준비한다 (1)
“끄아악!”
“멍청아, 골렘 핵 잘못 건드리면 폭주한다고 했잖아!”
“으아악! 빗나갔다고!”
평범한 사람의 2배는 커 보이는 골렘을 상대하며, 학생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평범한 학생들이라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이번에 돈 좀 써 가지고, 한탕 해야 한다고!”
하는 말만 들으면 아카데미 학생이 아니라 모험가나 용병으로 착각할 수 있었으나, 놀랍게도 이들은 학생이었다.
그것도 아카데미에서 모범생 이미지를 가진!
“그냥 동아리 비용 좀 몰래 쓰면 안 돼요?”
“안 돼! 데일드 개자식이 동아리비 줄여서 책 살 돈도 빠듯해!”
도서관 관리 동아리.
일명 사서로 불리는 이들은 오늘도 지하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 깨졌다.”
“아오! 저번에 구한 것들 연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많은데.”
폭주한 골렘은 숙련된 사서들에게도 제법 어려운 상대였다.
그렇기에 마력석을 조금 깨트린 이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들도 슬슬 은퇴하고, 이제 새로운 사서장도 정할 시기인데. 이번에는 누가 되려나.
“사람 없으면 늘 그렇듯, 고등부 3학년 중에서 나오지 않겠어?”
“최근 선거 못 봤냐? 기초부는 1학년이 먹었잖아.”
“그건 라인하르트고. 심지어 상대도 드라이르프였잖아.”
“그 둘이면 솔직히 데일드 놈만 아니면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해도 제법 지지를 받았을걸?”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기초 교육 학년, 그것도 이제 막 입학한 1학년에게 아카데미를 맡기진 않지.”
“글쎄? 이번에 마녀 데려온 것도 라인하르트의 입김이 세다던데?”
“아, 그랬지?”
“사서장도 그것 때문에 탐사도 포기하고, 르윈 후배한테 달라붙어 다니잖아.”
“응? 왜?”
“저번 탐사에서 발견한 거, 졸업하기 전에 뭔지 알고 싶어서.”
“그건 3학년들 다 그렇고. 그거랑 드라이르프의 도련님에게 달라붙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르윈 후배가 라일라 영애님이랑 좀 친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마녀랑 연줄 좀 이어 달라고 부탁하나 봐.”
“그럴 만하네.”
원래 고대 소리 듣는 것의 전문가는 마녀와 엘프였다.
엘프는 태생부터 오래 사는 종족이었고, 마녀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했으나 조건만 만족하면 평범한 엘프보다도 오래 살기도 했다.
그렇기에 역사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했던 이들이 아직 존재하기도 했고.
그렇기에 책이나 구전을 통해 왜곡되는 인간들보다 더 정확하게 고대의 역사를 전해 받았다.
왜곡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몇십 대를 거치는 것보다는 몇 대를 거치는 것이 더 정확한 법.
하나 엘프와 마녀는 인간과 그리 친하지 못한 존재였다.
조상 놈들이 저지른 노예 사냥과 마녀 사냥의 역사 때문이었다.
“잘되면 좋긴 하겠네.”
아직 지난 탐사로 얻은 물건에 대한 해석이 끝나지 않았다.
아니,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나름 오랫동안 탐사를 진행하고, 옛 물건들을 간간이 얻은 베테랑 사서들조차 처음 보는 시대의 물건!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졸업한다니, 고등부 3학년들로서는 피눈물이 나는 상황이었다.
“잘되어야지. 몇몇 선배는 해석 못하면 대학원도 입학할 기세라던데.”
“야, 차라리 교수 한 대 치고 유급을 하지. 대학원을 들어가겠냐?”
아는 사람만 아는,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손꼽는 광기의 집단인 도서관 사서들도 대학원은 혀를 찬다.
어쩌면 사서들이기에 더욱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의 공식 문제아 중 하나이자, 놀랍게도 아카데미 학생이 아닌 존재.
논문 귀신이라 불리는 레벨스 데리아드가 대학원생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3학년들이면, 레벨스 선배가 사서일 때 있었던 사람들이잖아.”
“그걸 봤는데도 그런 소리를 한다니. 완전히 미친 거지.”
“소문에 의하면 레벨스 선배도 사서장 출신이라는 말이 있던데.”
“자진해서 사서장 하는 사람이 정상일 리는 없지.”
다 소문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레벨스의 학생 시절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가끔가다 언데드 비슷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대학원생 레벨스만을 알 뿐!
“다 쉬었으면 일어나자. 마력석 깨져서 할당량 더 채워야 해.”
“벌써요?”
“요즘은 골렘만 튀어나와.”
최근 부쩍 수가 줄어든 맨드레이크로 인하여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투덜거리며, 사서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끼에에에엑!
그어어어어!
끼요오오옷!
“너, 여기서 뭐 하냐?”
도서관 지하 던전.
그중에서도 자신의 창고와 연결된 곳에 도착한 르윈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언제 왔어?”
“너 혼자 몰래 숨을 때.”
자신의 창고가 있던 장소에는 수많은 맨드레이크들이 반쯤 박혀 있는 상태였다.
“내려올 때마다 따라오는 것도 모자라, 매번 몰래 숨어서 뭘 하는 게 수상하기는 했는데.”
족히 수십은 되어 보이는 맨드레이크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만들고 있었구나.”
“아니거든?”
빼액 소리를 지르는 엘리였지만, 르윈이 보기에 이곳은 던전이었다.
“딱 보면 네가 던전 보스고, 나머지가 졸개인데?”
“나는 그냥 이 아이들에게도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이야!”
자신보다 몇십, 아니 몇백 배는 커 보이는 맨드레이크를 껴안으며 엘리는 소리쳤다.
“이 아이들도 나중에 나처럼 클 수 있잖아! 그런데 그 기회도 얻지 못하고 매번 사냥당하다니!”
식물에게 인권이 없다고 하나, 그래도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주장하는 엘리를 보며, 르윈은 자리에 주저앉아 반쯤 처박혀 있는 맨드레이크를 쿡쿡 찔렀다.
“이거 하나 갈면 애들 영약 한 달은 먹일 수 있겠다.”
“캬아아악!”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울부짖은 엘리가 달려들어 르윈의 종아리를 열심히 걷어찼다.
물론 태생이 식물이었기에 데미지는 0에 가까웠다.
“내가! 힘들게! 구해 온 애들인데!”
“맨드레이크 양식이라니. 역시 우리 엘리는 배포가 커.”
“아니라니까!”
동족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수고가 동족을 재배하여 르윈에게 가져다 바치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이러다가는 맨드레이크계의 배신자가 될 판!
“사, 살려 줘! 애들도 나처럼 변하면 도움이 될 거니까!”
울먹이며 소리치는 엘리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엘리가 참으로.”
도움이 되었지.
그렇게 말하려던 르윈은 순간 멈칫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왜?”
“음…….”
그러고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차게 식은 눈으로 엘리를 바라보았다.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었나?”
“당연히!”
도움이 되었지!
라고 말하려던 엘리였으나, 그녀 역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음.”
최근 한 일이라고는 어항에서 마석을 받아먹은 일이 전부다.
애초에 밖에 돌아다닐 수 있어야지 도움이 되든 말든 할 수 있었으니까!
“어, 음… 가끔 잎사귀라든가, 내가 사용한 물 같은 것을 팔아서 마석 좀 받아 왔다든가.”
“그거 네가 사용한 양에 비하면 좀 적자인데?”
“열심히 마법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든가.”
“그건 네가 놀러 다니고 싶어서 배우고 있는 거고.”
“심심할 때 말동무가 되어 준다든가!”
“네가 더 심심해 보이던데?”
“아 씨! 몰라! 배 째! 애들 죽이려면 나부터 죽여야 할걸!”
바닥에 드러누워 배 째라는 엘리의 모습에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인연이 여기까지인 것은 아쉽게 되었지만.”
“진짜 죽이려고? 야, 이 나쁜 새끼야! 넌 사람의 마음도 없냐!”
“응. 그거 어떤 개 같은 여신이 가져갔어.”
가져가 놓고 지는 쓰지도 않는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르윈을 보며, 엘리는 진심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아, 알겠어! 그, 그래도 좀 약한 애들만 잡으면 안 돼?”
“왜?”
“강한 애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잖아! 자아를 가진 동료가 더 생길 수도 있다고!”
여기는 마력도 넘치니까!
그렇게 주장하는 엘리를 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자연계가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하지만, 약한 동족들은 다 잡아먹어도 된다니. 너무 잔인하잖아.”
“야, 씨! 누가 먹으라고 칼 들고 협박했어?”
누가 들으면, 자신이 동족을 잡아먹으라고 협박한 듯한 말이었다.
그에 엘리가 발작을 하자, 르윈은 콕콕 찌르던 맨드레이크를 내버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난이야.”
“캬아아악!”
그에 앙칼지게 울며 주먹을 날리는 엘리였으나, 역시나 마력이 담기지 않은 식물 펀치는 약했다.
“너처럼 활동할 수 있는 맨드레이크가 더 있으면,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니까.”
단순히 식물이라고 하기에, 맨드레이크는 품은 마력이 상당하다.
엘리처럼 자아를 가진 영물 수준이 된다면 마법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건 평범한 요정이나 정령과 다를 것이 없다.
즉, 사용하기에 따라서 손발이 여럿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였다.
“생각해 보면, 슬슬 정령이랑 소환수도 계약할 만한데.”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내가 옛날에는 정령왕하고도 계약하고 그랬던 사람이야.”
“아, 그러네. 엄청 대단하셨던 용사님이셨죠?”
정령왕이라니.
근본적으로 자연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엘리였기에, 그 자연계의 꼭대기에 있는 정령왕과 계약했다는 말은 매우 대단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용사님은 다 졌잖아.”
“안 졌어. 무승부야.”
“그렇다 치고. 그럼 마왕은 정령왕을 불러도 못 이겨?”
엘리는 르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지금의 르윈만 보더라도, 자신이 한주먹에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붙어 보면 깨닫게 된다.
저렇게 약한데도 이길 수 없구나.
이것이 세상을 몇 번이나 구한 용사라는 존재구나.
경험의 양이 달랐다. 사용하는 마력의 질이 달랐다.
자신이 100을 이용해도, 상대는 10도 사용하지 않고 가볍게 받아쳐 버렸으니까.
그런 존재가, 전성기 시절에 정령왕을 데리고도 못 이기다니.
마왕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괴물이라는 말인가!
“아, 그거?”
그러나 돌아오는 르윈의 대답은 조금 허무했다.
“써야 반반이지. 그 새끼도 정령왕 부르는데.”
“응?”
“자연은 여기에만 있는 줄 알아? 마대륙이라고 부르는 마족의 땅도 자연은 존재해.”
“그, 그렇긴 하겠지?”
“그러니까 그쪽에도 정령은 존재하고, 정령을 부리는 마족도 있지.”
그것을 목격한 이들은 그것을 타락한 정령이라고 불렀으나, 르윈은 그것이 똑같은 정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속성 관련한 메이저한 신들은 다 라헬 편이기도 하고.”
“응? 그럼 정령이 더 편애하는 거 아니야?”
“영역이 겹치는데, 그럴 리가.”
“…와오!”
엘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었으나, 그 구조를 알고 있는 르윈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조난당한 사람이 있다고 해. 그 사람이 불쌍해서 불의 정령이 추위를 이겨 내라고 불을 붙여 주잖아? 그럼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는 줄 알아?”
“살았다?”
“맞아. 그리고 정령에게 감사하는 게 아니라, 신에게 감사해.”
아! 불의 신께서 나를 구하기 위해 불을 내려 주셨구나!
불의 신 만세! 창조의 여신 만세!
“…라는 소리를 듣는 불의 정령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이가 없네?”
“맞지.”
강한 신은 그만큼 강한 믿음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은 예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을 믿었다.
“창조의 여신 라헬을 제외하고, 자연과 관련된 신들이 상위신 소리 듣는 게 이유가 있으니까.”
반대로, 신에게 인지도가 밀리는 정령들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르윈 또한 여신에게 충성을 다했던 시절에는 정령과 계약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괜히 성기사 중에 정령사가 없는 게 아니야.”
그런 의미로, 르윈은 지금이 가장 정령과 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라헬을 같이 씹어 줄 동료가 늘어나는 건 좋으니까!”
“…….”
보기 드물게 진심으로 으르렁거리는 르윈의 모습을 보며, 엘리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