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27. 인생 10회 차는 준비한다 (3)
총학생회가 구성되고, 아카데미는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총학생회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하여 고등부 학생회 또한 빠르게 완성이 되었고.
고등부 학생회의 압력으로 인하여 중등부 학생회 또한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 아래는.
“이제 슬슬 기초부도 학생회 구성을 완성해야 할 텐데.”
“가서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누가?”
“당연히 회장님이요.”
“내가?”
“그럼 누가 하는데요?”
“임원으로 들어온 애 중에 1학년 있잖아. 작년까지 기초부였으니까 좀 친하겠지!”
“라일라 영애님은 올해 들어오셨는데요?”
“…아직 기초부 다니는 애들은 없나?”
“굳이 뽑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고등부면 중등부 3학년을 미리 채 간다고 하지만, 기초부 인원은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망했네?”
차마 지난 선거의 돌풍의 핵이자 라인하르트의 영애에게 내리갈굼을 할 용기가 중등부 학생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기초부의 학생회 구성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진행이 될 수 있었다.
“할래?”
“안 해.”
그렇기에 오늘도 학생회의 구성을 짜기 위해 노력하는 라일라는 울상을 지으며 르윈을 바라보았다.
“그럼 애들 좀 빌려주든가!”
“애들이라니. 우리 애들 다 너보다 나이 많다?”
“너도 마찬가지잖아!”
“어허! 하늘 같은 주인님과 외부인이 같냐?”
“와오!”
뻔뻔한 그 한마디에 라일라는 감탄을 내뱉었다.
하늘 같은 주인님과 외부인이라니!
“잘도 그런 표현을 쓰는구나.”
“다른 사람의 시선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는 것. 그것이 대귀족의 자세라고 배웠으니까.”
“누구한테……?”
적어도 라일라가 아는 드라이르프 공작 부부는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르윈의 형과 누나 또한 마찬가지.
적어도 라일라가 아는 드라이르프 가문에서는 저런 말을 쓰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역사로부터 배웠지.”
“…그렇구나.”
드물게 차가운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 라일라는 르윈을 무시했다.
“안 그래도 바쁜데.”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라일라에게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너 따르는 추종자 많았잖아. 그중에서만 뽑아도 학생회 구성은 쉽게 되지 않아?”
아카데미 절반을 나누었던 보수파의 수장이었다.
절반 정도는 광기에 물들었다가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학생회 구성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숫자였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 한 명 정도는 있으면 좋은걸.”
라일라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금 학생회의 일반 구성원은 완성된 상태.
임원의 자리도 거의 완성을 시켰다.
남은 것은 소수의 자리.
문제는 그 자리가 가장 중요한 자리라는 것뿐이었다.
“한마디로 실세는 네 편으로 놔두고 싶다?”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친한 사람이 같이 일하면 좋잖아!”
“위에서 뭐라 안 해?”
“안 하던데?”
내 사람을 가까운 곳에 두고 싶다.
그에 시간이 걸리지만, 위쪽보다 권력이 강하니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역시 라일라야.”
이것이 라인하르트? 벌써부터 대귀족의 자세가 되어 있다.
“…….”
그렇게 감탄하는 르윈을 라일라가 샐쭉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뭔가 기분이 나쁜데.”
“기분 탓이야.”
절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라일라는 한숨을 쉬었다.
“친구가 외롭게 학생회 활동을 하는 걸 지켜만 볼 생각이야? 학생회 활동도 자기가 추천했으면서.”
“나는 동아리 활동만으로 바쁜걸. 이번 주말에도 바빴잖아?”
“도서관에 출장 갔다며. 무슨 신 연구 동아리가 도서관으로 출장을 가?”
“기본이 이름 없는 신이잖아. 연구하려면 책하고 친해져야지.”
“그건 그렇네.”
전혀 책하고 연관이 없는 지하 던전 탐사였지만, 그 사실을 라일라는 알지 못했다.
“데이지는 안 된다고 할 거고. 예리엘이나 꼬셔야지.”
“걔들도 기사 동아리 활동으로 바쁠걸? 올해 건국제에서도 성적이 별로였잖아.”
기사 동아리 내부에서는 신성이 나왔다고 부둥부둥해 주는 성적이었으나, 르윈의 목표는 우승이었기에 예리엘과 하인스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 동아리랑 학생회는 겸업할 수 있으니까!”
“노동 동아리 활동을 한 사람이 그 말을 한다고?”
“…….”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르윈의 시선에 라일라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의 겸업?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몸이 두 개쯤이라면 말이다.
“그렇게 사람이 없으면 내가 추천이라도 해 줄까?”
“추천?”
“그래. 언제까지 우리하고만 친구 하고 지내려고 그래.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그래야지.”
“그건 그런데…….”
“그러려고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학생회장이 된 거잖아?”
“그렇기는 한데. 할 수 있을까?”
“아카데미 기초부 최연소 학생회장 기록도 세웠는데, 못할 이유가 있어?”
앞으로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최연소 총학생회장 자리도 노려야지.
그렇게 속삭이는 르윈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일드 회장님도 중등교육 3학년에 총학생회장을 하셨다니까!”
“그래. 너라면 중등교육 1학년부터 가능할 거야!”
라인하르트라는 이름에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이 더해지면 못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 라일라는 그럴 만한 재목도 충분히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럼 말이지.”
르윈은 자신이 찾아 두었던 인재들을 라일라에게 추천해 주었고.
그들과 만난 라일라는 만족하며 그들을 학생회 임원으로 선발했다.
문제는 르윈이 추천한 인물들이.
“얘들 누구냐?”
“모르겠는데요…….”
베르샤 아카데미 그 자체.
학생들에게 그런 평가를 듣는 데일드조차 처음 보는 인물들이었다는 것이었다.
***
시간은 느리면서 빠르다.
그리고 대부분 미래는 느리고, 과거는 빠르게 느껴진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더운 햇볕이 강렬했던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아카데미에 들어와 2학기가 진행되었고.
건국제가 있었으며, 아카데미 중간시험이 진행되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어제의 일처럼 가깝게 느껴지는데.
그 이후 전쟁과도 같았던 학생회 선거가 있었다.
그렇다. 있었다.
학생회 선거조차 이제는 한참 전의 일, 과거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왜 벌써 시험이지?”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던 미래가 코앞까지 다가오고 말았다.
“뭐 했다고!”
머리를 붙잡고 끙끙거리는 하인스를 보며, 르윈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시간은 많았지. 네가 공부를 안 했을 뿐.”
“으아악!”
르윈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카데미 선거가 끝난 이후, 시간은 제법 많았다.
선거가 한창일 때도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었고, 동아리 활동도 그대로였으니까.
그 과정에서 르윈은 도서관 탐사를 3차례 진행하였고, 무링신 연구 동아리 모임을 12번 가졌으며.
선거 이후 번아웃이 왔던 데이지도 어느새 회복되어 그런 르윈을 따라다녔다.
그뿐인가?
하인스 본인 또한 기사 동아리와 단련장을 번갈아 가며 만족스러운 아카데미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저 공부를 안 했을 뿐!
“아, 참고로 올해는 무조건 가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르윈의 말에 하인스의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름방학 때는 가문에 돌아가기 귀찮다고 하던 사람이었으나, 올겨울은 달랐기 때문이었다.
‘가문의 경사가 있는 날이지.’
이제 곧 르윈의 동생이 생긴다.
아카데미 활동으로 인하여 그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고 하나, 겨울방학에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은 확정이 되었다.
‘그걸 나 때문에 못 간다?’
시종이 모시는 주인을 따라 아카데미에 다닌다.
아카데미 입학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이 종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카데미, 그것도 제국 수도에 있는 곳이라면 잘난 집 자식들만 모이는 곳일 테니까.
그러니 주인을 모시는 시종들이 제법 많겠지.
그러나 막상 입학하고 보니, 그런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학년에서 손에 꼽는 게 아닌, 전교를 기준으로 손에 꼽을 정도!
아카데미에 상주하는 시종들의 수준은 자신보다 높았고, 집사나 메이드라고 불리는 이들은 사람을 모시는 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애초에 시종들은 잡무를 하기 위한 인원이지, 시종과 함께하기 위한 이들이 아니었다.
검술을 배울 필요도, 마법을 배울 필요도, 학문을 배울 필요도 없다.
아카데미를 다니며 그것을 깨달은 순간, 하인스는 가문에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그런데 나 때문에?’
가문의 경사에 늦게 참석한다?
안 된다.
죽으면 죽었지,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인스는 고개를 돌려 간절한 눈으로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저, 저기, 라일라 아가씨.”
“왜?”
“이, 이번 시험도 드림 월드에서 진행하나요?”
그거라면 자신이 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저번 시험에 드림 월드를 통해 최상위 점수를 받았으니까.
이번에도 드림 월드에서 시험이 진행된다면 무사히 통과할 수도 있다.
그런 간절함을 담아 라일라를 바라보았지만.
‘응?’
기분 탓일까. 라일라는 르윈이 지을 법한 웃음을 지으며 하인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기밀이라서.”
“그, 그렇군요.”
하긴, 학생회로서 시험 같은 중요한 것을 유출해서는 안 되긴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할까.
“알고 싶었으면, 내가 말할 때 학생회에 들어왔어야지.”
순간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하인스는 르윈을 노려보았다.
“도련님!”
“왜?”
“아가씨한테 도련님이 옮았습니다!”
“뭐래?”
찝찝한 감각의 원인을 알게 된 하인스가 울상을 지었다.
자신이 드라이르프 가문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었다.
“라인하르트 가문에 미안하지 않습니까?”
“와! 사람을 전염병 취급하네.”
“그보다 악질 같은데요?”
병은 걸리면 치료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람의 인성이 르윈화 되는 것은 치료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게 라일라가 학생회 들어오라고 할 때 들어갔어야지.”
“맞아. 맞아.”
그때 잘했어야지.
그렇게 말하는 르윈과 라일라를 보며, 하인스는 작게 몸을 떨었다.
‘죄송합니다, 라인하르트 공작님.’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일단 이건 드라이르프의 잘못이었다.
아무튼 그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공부나 해라.”
“맞아. 하인스 때문에 드라이르프 가문으로 못 가면 어떡해?”
“…왜 당연히 너도 가는 것처럼 말하냐?”
“당연히 가니까?”
서로 고개를 기울이며 상대를 바라보는 르윈과 라일라였다.
“우리 집인데?”
“우리 집이지.”
“아니, 너희 집은 라인하르트 영지고요.”
“그게 그거지.”
“절대 아닌데요?”
여름방학에 이어 겨울방학도 무단 침입이 예상되는 상황.
르윈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학생회 회장이 아카데미를 내버려 두고 어딜 가려고.”
“그것도 다 준비하고 있지. 르윈이 추천해 준 선배님들. 진짜로 일 잘하시더라.”
“와!”
일은 아랫것들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방학에 쉬겠다는 말이었다.
분명 몇 달 전의 라일라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그게 대귀족의 자세니까!”
에헴!
가슴을 쭉 내밀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라일라의 모습에 르윈은 고개를 살짝 돌려 하인스를 바라보았다.
“조금 옮긴 했을지도.”
“그렇죠?”
르윈마저 인정할 정도의 무서운 전염성에 서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러니까 일단 두 사람 모두 공부를 해야 해.”
조용히 좌절하고 있던 예리엘을 끌고 온 라일라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예리엘과 하인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말시험까지 공부 모임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