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27. 인생 10회 차는 준비한다 (4)
야심차게 열린 라일라 라인하르트의 공부 교실.
그러나 라일라의 공부 교실은 빠르게 폐지되었다.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쳐들어온 기초부 학생회 임원들에 의해서였다.
“아, 안 돼! 애들 시험 망치면 동생 못 본다고!”
“네 동생 아니라니까.”
버둥거리며 팔을 휘젓는 라일라의 모습은 가련해 보였지만, 임원들은 무뚝뚝하게 라일라를 끌고 갈 뿐이었다.
“회장님이 일을 안 하시면 저희가 퇴근을 못합니다.”
“누가 공부 모임 하지 말라고 했습니까? 업무만 다 처리하면 보내 드립니다.”
“그거 언제 끝나?”
“아마 올…….”
“오늘?”
“올해 안에는?”
“얘들아, 살려 줘!”
간절하게 손을 내뻗지만, 예리엘과 하인스는 그 손을 잡아 주지 못했다.
학생회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벌써부터 피곤에 찌들어 있는 임원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 안 돼!”
“됩니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어요.”
그렇게 저 멀리 사라지는 라일라를 보며, 르윈은 예리엘과 하인스에게 말했다.
“학생회 안 하길 잘했지?”
“…….”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보며, 르윈은 라일라가 있던 상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럼 라일라를 대신해서 오늘 하루만 내가 봐준다.”
“도련님이요?”
“왜? 불만 있어?”
찝찝해 보이는 예리엘의 표정을 보며 르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뇨!”
괜히 심기를 거슬렀다가 좋은 꼴을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예리엘은 거칠게 머리를 흔들며 르윈의 말을 부정했다.
“그렇지?”
르윈은 라일라가 준비한 자료를 손에 들어 올렸다.
“음, 그럼.”
그러고 빠르게 그 내용을 확인하고는 자료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재미없네.”
“원래 공부는 재미없죠.”
“그래도 해야 하니까 문제지만.”
르윈의 감상에 예리엘과 하인스도 동의했다.
공부란 왜 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학생이 공감하는 내용이었고, 그렇기에 데이지의 혁명(아님)이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역시 인생은 실전이지.”
“네?”
“설마……?”
라일라가 준비한 자료를 그대로 내려놓는 르윈의 모습에 예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하인스가 조심스럽게 의자를 뒤로 빼며 도망칠 준비를 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야.”
“…….”
“그러니까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해.”
“뭔지 모르지만, 그 선택지는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러니 우리는… 이론을 포기하고, 실전에 올인한다!”
“도망가!”
“아니, 이론 배우려고 모인 건데!”
라일라 라인하르트의 공부 교실이 폐지되고, 그 자리를 대신한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인생은 실전이다 교실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
동생들이 르윈에게 공부를 배우고 있을 때.
“기말시험도 드림 월드로 진행을 하나 보네요.”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여기에 타니야 님이 남아 있는 게 그 증거겠죠.”
데이지는 몰래 타니야와의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치면, 이거 불법 아니야? 시험 문제 유출이잖아.”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을 노려보는 타니야의 모습에 데이지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는 말씀이신가요?”
“내가?”
“네.”
“아, 아닌데?”
“그럼 아무 문제 없네요.”
나는 그저 그렇지 않겠냐고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데이지를 보며 타니야는 차를 홀짝였다.
“역시 그 주인에 그 시종인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 표정인데, 비슷하거든!”
드림 월드의 설계도를 시작으로 르윈과 얽힌 타니야였다.
그렇기에 데이지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분을 타니야는 알 수 있었다.
“음.”
그리고 그런 타니야의 주장을 데이지는 담담히 인정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 모습이! 딱 그놈이야!”
“그렇지만 평범하게 도련님을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올해 초의 데이지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어떻게 지성을 가진 사람이 도련님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했을 데이지는 이미 한 번 죽었다.
“더러운 것을 상대하려면 자신도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합니다.”
“너… 일단, 그 녀석의 시종은 맞는 거지?”
대놓고 주인을 더러운 것이라고 말하는 데이지의 모습에 타니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는 주종 관계라는 것이 바뀌었나?”
“이건 다 도련님 탓입니다.”
“남 탓 하는 것도 똑같네!”
르윈병 말기 환자, 데이지를 본 타니야는 의자를 조금 옆으로 끌었다.
그렇게 두 걸음 정도 데이지와 거리를 벌린 타니야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하였다.
“이건 비밀인데, 드림 월드로 시험을 볼지는 아직 몰라.”
아카데미의 이사장은 이번에도 드림 월드로 시험을 보려 했다.
그러나 타니야가 드림 월드의 사용을 주저하고 있었다.
“왜죠?”
“네 잘나신 도련님이 드림 월드를 조종할 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시험이 일그러진다.
실제로 지난 시험, 르윈의 반은 그로 인하여 피해를 보기도 했고, 이득을 얻기도 했으니까.
“이런 말을 하면 분하지만, 네 도련님 놈이 나보다 드림 월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그렇기에 타니야와 드림 가문, 그리고 마녀들의 수장, 위치 로드까지 드림 월드의 설계도에 집착하는 것이었다.
10살짜리 꼬마가 저런 수준으로 드림 월드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설계도는 진짜일 수밖에 없으니까.
“아무리 애들 시험이라고 하지만, 부정이 있으면 안 되잖아?”
“…….”
“뭐 그렇게 봐?”
“아니요.”
진지하게 말하는 타니야를 보며, 데이지는 입을 달싹이다 대답했다.
“겉모습과 달리 진지하게 학생들을 생각하고 있으셔서…….”
“겉모습과 달리는 뭐야?”
“조금 잘 노는 언니?”
“그래도 언니로는 봐주는구나!”
이걸 화를 내야 할까, 좋다고 해야 할까.
역시 이 주종들하고 대화하면 뭔가 기운이 빨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타니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래도 내년부터는 아카데미 보조 교수는 될 예정이거든?”
“정식이 아니라요?”
“…나, 나는 드림 월드 연구로 바빠서! 시간이 부족하거든!”
정식 교수로 파견될 뻔했지만, 르윈이 불량품 취급하여 보조로 내려갔다는 말은 죽어도 할 수 없는 타니야였다.
그리고 드림 월드의 설계도를 해석하는 담당자는 맞았기에,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내년에 교수 할 마녀랑 학생 한 명이 오기는 할 거야.”
“마녀가 셋이나…….”
“이 아카데미에 거주하는 거지. 마녀 역사에서도 이 정도로 인간과 교류한 것은 흔치 않아.”
비어 있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타니야는 눈을 빛냈다.
“나도 말할 수 있는 건 다 말했으니까, 다음은 네 차례다?”
“네?”
“뭘 모르는 척해. 나한테 뽑아낼 거 다 뽑아냈잖아.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음, 그렇긴 하네요.”
그냥 일방적으로 뽑아 먹고 갈 생각이었는데, 상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타니야는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했다.
“드림 월드의 설계도가 발견되었다는 지하 던전. 거기 너도 갔다고 들었는데.”
“설계도 같은 건 본 적이 없어요.”
“알아. 그래도 간 건 맞지? 다른 유물 비슷한 것도 찾았고.”
“네. 안 그래도 도서관 사서 쪽에서 그것으로 타니야 님과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가 들리긴 했죠.”
“그래? 근데 왜 한 번도 안 찾아왔지?”
“사서 같지 않지만, 그래도 사서들이잖아요. 인간과 마녀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있어요.”
그 사람들, 공부는 잘하니까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데이지는 말을 이어 갔다.
“그래서 도련님에게 부탁하는 것 같은데.”
“그걸 빌미로 사서들한테 뭘 뽑아내고 있다?”
“아마도요.”
“독한 놈……. 걔 진짜 열 살 맞아? 아닌 것 같은데?”
유희 중인 드래곤이라고 해도 타니야는 믿을 자신이 있었다.
아니, 그 편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나, 가문이 좀 대단하잖아요?”
“하긴, 드래곤도 제국 최고 가문에서 유희를 하긴 어렵지.”
그럼 진짜 인간인가.
그게 더 이상하기에 얼굴을 찌푸리는 타니야였다.
“내가 거기에 갑자기 끼어들면 네 주인이 참으로 싫어하겠네.”
“그렇죠.”
“그럼 그건 내버려 두고. 어떻게 지하 던전과 연관된 인물하고 접촉하기 어려울까?”
“음…….”
데이지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있기는 했다.
“있기는 한데.”
“있어?”
“근데 사람은 아닌데, 괜찮을까요?”
“응?”
사람이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캬아아악! 날 배신했구나! 데이지!”
믿고 있었는데!
그렇게 외치는 식물을 본 순간.
“맨드레이크?”
타니야는 데이지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오늘 하루도 보람찼다.”
공부 교실이라는 이름하에 신나게 몸을 푼 르윈은 뿌듯한 표정으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밖에서 바닥과 하나가 된 예리엘과 하인스가 버려졌지만, 알아서 돌아가는 것 또한 훈련이니까!
“응?”
그렇게 비싸기로 유명한 로열 클래스 기숙사에 도착한 순간, 르윈은 자신의 방에서 느껴지는 마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 성공했나?”
엘리의 마력의 파장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는 완벽하게 변신 마법을 익히겠다고 하더니.
성공한 것인가.
“…라고 하기에는 다른 마력도 좀 섞여 있네.”
침입자라도 온 건가.
집 지키는 개가 도둑을 물었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며, 르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뭐 해?”
그러나 돌아와서 본 장면은 르윈의 상상보다도 더 재미있었다.
“크르으으응!”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작은 엘리의 몸 아래 사람 하나가 깔려 있었다.
“잘 왔어!”
“왔어?”
“…요! 살려 주세요!”
엘리의 밑에 깔린 타니야가 간절한 얼굴로 구조를 요청했다.
그에 르윈은 구석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데이지에게 물었다.
“왜 저래?”
“읍…….”
“너도 당했구나?”
자세히 보니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구속을 당한 상태였다.
보이지 않는 마력으로 입은 물론 온몸이 묶여 있는 데이지였다.
“엘리.”
“크르으으응!”
“사람 말 해.”
“으아앙!”
르윈이 엘리의 정수리를 톡 치자, 엘리는 세상 서럽게 울며 르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데이지가! 데이지가!”
“응, 그래.”
“믿고 있었는데! 나쁜 사람을 데리고 와서!”
“그거 오해라니까!”
“조용히 해!”
“읍읍!”
타니야의 입마저 막은 엘리는 서럽게 한탄했다.
데이지가 갑자기 저 마녀를 데리고 왔고, 저 마녀는 눈을 빛내며 자신을 탐했다고.
“죽을 뻔했어!”
역시 인간은 무섭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
르윈이 했던 말이 다 사실이라고 엘리는 서럽게 울었다.
“그랬구나.”
“읍읍!”
엘리를 쓰다듬으며 르윈이 손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입의 봉인이 풀린 타니야가 해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그냥 장난이었는데!”
“아니야! 장난이 아니었어! 그 탐욕스러운 눈길이 전신을 훑는데!”
“그, 그건…….”
말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맨드레이크라니.
영물급인 맨드레이크를 보자, 순간 탐욕이 일었던 것은 맞았다.
“그, 그건 마녀란 종족의 본능으로.”
“와! 자기 종족을 쓰레기로 만들었어! 저것 봐! 저렇게 탐욕이 넘치다니!”
그런 엘리의 말에 타니야는 할 말을 잃었다.
“그거 마녀 종특 맞아.”
“쓰레기 종족이었네!”
“아니, 그게…….”
자기가 한 말이지만, 쓰레기라고 한 적은 없는데.
한순간 마녀를 쓰레기 종족으로 만들어 버린 타니야는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조용히 해!”
“읍읍!”
이미 식물에게 패배한 마녀에게 인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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