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27. 인생 10회 차는 준비한다 (5)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국 오해는 풀렸다.
“남의 방에 무단 침입 하고.”
“그건 그쪽 시종이 열어 주었는데…….”
“거기에 방을 엉망으로 만들고.”
“그건 그쪽 애완 식물이…….”
“그리고 우리 엘리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까지.”
“…….”
“그럼 대충 이 정도로 합의를…….”
“야! 이 망나니 새끼야!”
“크르으으으!”
“흑…….”
오해를 풀기 위한 지출이 많았으나, 타니야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마녀였다.
절대 식물에 졸아서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다고 타니야는 생각했다.
“그럼 나랑 합의는 이 정도로 하고. 다음은 엘리의 피해 보상을…….”
“야!”
그렇게 엘리 또한 마석을 두둑이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왜 왔는데?”
“그게…….”
“하…….”
타니야가 말을 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자, 작게 한숨을 내쉰 데이지가 대신 말하였다.
“도서관 탐사 관련으로 엘리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런데 얘가 왜 이래?”
아직도 으르렁거리는 엘리를 쓰다듬으며 묻자 데이지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타니야 님이 엘리를 보자마자 눈을 빛내시며 놀라셔서.”
“영물급 맨드레이크는 말로만 들어 봐서 그랬을 뿐인데.”
“그걸 보고 엘리가 조금 놀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든 데이지가 차가운 눈빛으로 타니야를 바라보았다.
“아니, 장난이었다니까! 진짜로 잡아먹을 생각은 없었다니까!”
“잡아먹겠다고 했어?”
“먹으면 마력이 얼마나 올라가느냐고 중얼거리긴 했습니다.”
다 들려서 문제였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숨을 내뱉는 데이지를 보며 르윈이 헛웃음을 지었다.
“영물급 존재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진짜 불량품인가?”
“…….”
“우리 엘리가 착해서 그렇지, 다른 존재였으면 그 자리에서 찢겨 죽었을걸?”
맨드레이크는 강하다.
도서관 사서들이야 무 뽑듯 뽑아내고 있지만, 초보 용병들은 만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식물이었다.
다만 식물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고, 공격 수단이 정해져 있어 대비를 잘하면 되기에 그저 조금 위험한 식물로 인식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품고 있는 마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맨드레이크가 가진 마력량이 많다는 뜻이고.
식물의 한계를 벗어나 그것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영물급이 된다면 진짜 괴물이 될 수 있다.
만약 르윈이 엘리를 처음 만난 공간이 자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면 아마 패배했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좀 힘들지.’
전투 경험이 없고 겁이 많아서 그렇지, 전력을 다한다면 지금의 르윈 또한 엘리를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늘 어항에서 헤엄쳐서 그렇지, 영물이라는 존재는 그런 존재였다.
“그러니까 사죄의 의미로 마석을 추가로…….”
“아, 안 돼! 더는 돈이 없다고!”
“우리 아카데미 이사장 돈 많으니까, 월급 좀 가불해 달라고 하면 되지.”
“아, 악마…….”
더 털 것도 없어서 미래의 받을 돈까지 털리는 타니야였다.
마녀가 인간의 돈을 탈탈 털어 가는 일은 있었어도, 인간이 마녀의 돈을 털어 가다니.
“싫어?”
“…….”
그러나 갑과 을의 관계는 그것을 허용하게 했다.
드림 월드의 설계도를 받았다고 했으나, 아직도 해석에 대한 실마리는 못 찾았기 때문이었다.
“흑!”
그렇게 타니야는 미래의 월급까지 헌납하게 되었다.
말실수 한 번으로 잃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지만, 가문과 마녀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투자였다.
타니야는 그렇게라도 위안을 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요.”
그렇게 다 큰 성인을 울상을 짓게 만든 르윈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엘리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뭐였는데?”
“그 지하 던전이라는 곳에 내려가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그건 나한테 말하면 되잖아.”
“그냥 알려 줄 리가 없잖아요!”
울상을 지으며 소리치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타니야가 도서관 지하 던전으로 내려가 보고 싶은 이유가 뭔지는 르윈도 잘 알고 있었다.
‘해석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어서겠지.’
하지만 그 해석본은 르윈이 작성한 거였다.
즉, 지하로 내려가 봤자 얻을 단서는 없다는 소리였다.
그저 르윈이 용사 시절에 만들어 둔 창고에 지금은 필요 없는 보물 몇 가지와 마법진 등이 남아 있을 뿐.
물론 용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에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겠으나, 타니야가 원하는 바는 없었다.
즉.
‘실컷 더 뽑아 먹을 수 있지.’
그러니 그곳에 데려가 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히려 도서관 사서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기에 이득이었다.
“아, 근데 사소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기는 한데.”
“사서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거죠? 그거라면 얼마든지…….”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거기에 엘리 친구들이 좀 많거든.”
“네에?”
타니야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맨드레이크의 친구가 좀 많다니.
“대충 변종 맨드레이크 포함해서 백 개 정도가 서식 중이던가?”
“…….”
“엘리가 데려와서 키우고 있거든.”
“…….”
“내려갈래?”
끼기긱!
타니야의 얼굴이 어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맨드레이크가 백?”
저런 맨드레이크가 득실거리는 곳이라니.
“…집에 가고 싶어.”
절대 가고 싶지 않다. 그냥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게 울먹이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방긋 웃었다.
“그럼 같이 내려가는 걸로.”
“살려 주세요!”
***
“내가 좀 너무했나?”
어지럽혀져 있는 방 안을 보며 엘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차피 내버려 두면 내일 알아서 청소되어 있을 건데?”
“그거 말고.”
마지막까지 울면서 쫓겨난 타니야를 생각하자 엘리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 마녀도 너랑 다를 게 없는데.”
“뭐가?”
“장난친 거! 아니, 생각해 보면 네가 더 심하지 않았어?”
얼마 전 던전에서 자신의 동족들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던 르윈의 시선이 떠오른 엘리였다.
사실 그 마녀보다 이 녀석이 더 나쁜 놈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타니야를 너무 몰아붙인 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 든 것이었다.
“그럴 리가.”
그런 엘리의 모습을 보며, 르윈은 정말로 상처받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뜯어낸 마석이 얼만데?”
그거 다 네 것인데.
그렇게 말하는 듯한 르윈의 모습에 엘리는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그렇지?”
생각해 보면, 그 마녀가 다 잘못한 건 맞았다.
무단 침입에 살해 협박이라니.
자신이 약했다면 인생이, 아니 식생이 그대로 끝나 버릴 뻔했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사이야?”
“아니지.”
“우리 사이쯤 되어야 장난도 치고 그러는 거지. 처음 보는 사람이 그러는 건 선을 넘은 거지.”
“그렇고말고!”
양심은 지켜도 아무것도 없지만, 마석은 먹으면 맛있다.
마력도 흡수가 되어 더 강해지기까지 한다.
“그럼 마녀 데리고 던전에 내려가는 건 확실한 거지?”
“그렇지.”
“믿어도 될까?”
자신의 동족들이 가득한 곳을 알려 주어도 될까.
그렇게 묻는 엘리에게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도 계약은 철저하거든.”
마녀의 역사는 배신의 역사였다.
늘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고, 그렇기에 계약에 철저한 자들이 되었다.
“그렇게 들으면 늘 인간이 문제 같은데.”
“맞아. 이 대륙에서 뭔가 문제가 일어나면 대부분 창조의 여신 아니면 인간이 문제였어.”
다른 종족들은 대부분 자신이 사는 곳에 틀어박혀 가만히 있다.
그나마 이종족 중에서는 드워프가 광산을 발견했다며 발굴을 하려고 사고를 치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 인간의 약속은 못 믿어도 마녀의 약속은 믿어도 돼.”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인간이라는 자각은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엘리였으나, 얼마 후 타니야가 들고 온 마석을 보며 르윈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북방의 차가운 바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을 때.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아카데미의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었다.
“데일드 회장님, 저 기말 준비 해야 하는데요?”
“괜찮아. 총학생회는 낙제만 하지 않으면 대충 넘어가.”
“아니, 그래도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하는데.”
“너는 대학원 다니는 선배들을 사람 취급하냐?”
“아니요? 거긴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잖아요.”
당연하다는 듯 대학원생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후배를 보며 데일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우리도 비슷해.”
“…내가 사람이 아니었다니!”
작년의 학생회를 그대로 구성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졸업이라는 형태로 도망친 변절자들이 존재했다.
그로 인해 신입들을 몇몇 뽑았는데, 그로 인하여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싶었다.
“전교 1등 총학생회장 봤냐? 그런 사람은 없어.”
데일드도 중등 교육을 다닐 때만 해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가졌다.
‘그때는 중등 교육 1등을 노리기도 했었지.’
그러나 우연히 총학생회에 들고.
망할 선대 총학생회장의 눈에 들어 차기 총학생회장으로 지지를 받게 된 이후 그 꿈은 포기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총학생회에 들어서 시간을 내면서 열심히 공부할 때, 이사장한테 무슨 소리 들었는지 알아?”
“무슨 소리요?”
“공부할 시간에 일이나 더 해라! 그게 인생의 공부다!”
“…설마요.”
“진짜다. 어차피 너도 공무원 생활하려고 총학생회 들어온 거잖아. 그럼 이게 공부야.”
꼭 학생회 생활을 해야 제국의 공무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공무원 자리 대부분을 학생회 출신 임원들로 뽑는다.
머리가 좋은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다르기에.
이미 숙련된 노동자들을 데려오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제국의 공무원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길 찾는 거 아니면 공부 말고 일이나 해라. 안 그래도 일이 넘치니까.”
“…벌써부터 신입생 준비를 해야 할 줄은 몰랐는데.”
“빠르지? 총학생회 인수인계받으면 처음 하는 일이 기말시험 준비하는 거고, 그다음이 신입생 준비하는 거야.”
“신입생은 최소 졸업생 준비가 끝난 이후에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어차피 갈 놈들을 뭐 하러 신경 쓰냐? 이 지긋지긋한 아카데미에 10년을 살았던 인간들이야.”
재수한 것이 아니라면 무려 인생의 절반을 아카데미에서 보낸 이들이라는 말이었다.
“그 안에 자기가 한 만큼 얻고 가는 거지.”
“냉정하네요.”
“그게 현실이니까. 우리가 준비할 것은 졸업장이랑 잘 가라는 말을 포장하는 일이라고.”
내년에 자신이 졸업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보다는 아카데미에 새로 올 학생들이 중요하지.”
졸업생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올리면 아카데미의 명성이 올라간다.
소드마스터를 배출한 아카데미!
대마법사를 배출한 아카데미!
제국 무슨 과 공무원을 배출한 아카데미!
그런 식으로 유명세가 퍼지면 아카데미의 격이 상승하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될 놈들은 어릴 때부터 싹을 보이는 편이니까.”
대기만성형 인간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고, 그렇기에 아카데미 입학 전부터 다 알려진 이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카데미는 내년부터가 중요하지.”
작년, 황제의 핏줄인 루테스 디 바벨리안이 입학했다.
황실에서 입단속을 한 것일까.
생각보다 소문이 느리게 퍼졌으나, 그 사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가 입학했다.
루테스 때와 달리 소문은 빠르게 널리 퍼졌고.
기초 교육 과정 학생회장의 자리에는 라일라 라인하르트가 앉아 있었다.
“제국 몇 대 아카데미 순위에서 베르샤 아카데미가 위로 올라갈 기회라는 뜻이지.”
현재 황실 아카데미를 제외하고, 황자와 두 공작가가 모인 아카데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 내년의 베르샤 아카데미는 역대 최고의 세대가 될 것.
“우리 아카데미가 무식하게 넓고 사람도 많이 뽑는다고 해도, 숫자는 정해져 있을 테니까.”
“그렇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신입을 보며, 데일드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절대 총학생회장 같은 거 하기 싫었는데.”
“네?”
총학생회장 3년 차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루테스가 들어올 때만 해도 그 난리였고, 르윈과 라일라가 들어올 때도 그 난리였는데.
‘그 셋에 꼬인 이들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렇게 생각하며 데일드는 눈앞의 신입을 바라보았다.
“헤세드, 네가 이제 고등 교육 1학년이었지?”
“네! 내년이면 1학년이 됩니다!”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대답하는 신입을 보며, 데일드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 때였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이기도 하고.
“내 자리, 해 보고 싶어?”
“네!”
선대 총학생회장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럼 열심히 해. 내 자리를 물려줄 테니까.”
과거 자신이 들었던 말을 그대로 해 주며, 데일드는 악의가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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