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27. 인생 10회 차는 준비한다 (6)
모든 학생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날이 찾아오고 말았다.
바로 기말시험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시험 당일.
시험은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드림 월드로 진행이 되었다.
다만 모두가 시험을 보는 사이, 르윈만 따로 빼내어 타니야와 대면하고 있었다.
“민주적인 절차인 다수결로 결정된 사항이라서요.”
“바벨리안 제국은 군주제 아닌가? 왜 군주제 국가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찾아?”
“어… 그러네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의견만 제시했을 뿐, 결국 아카데미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리라.
“그럼 내 점수는 어떻게 하는데?”
볼을 긁적이던 타니야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눈을 빛냈다.
“당신을 위해서 따로 준비한 것이 있어요.”
가슴을 쭉 내밀며 거칠게 말을 토해 내는 모습을 보니 제법 자신이 있어 보이는 모양새였다.
그에 르윈도 흥미를 가지며, 타니야가 내미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에이, 그냥 개인 시험이야?”
그곳에 있는 것은 익숙한 물건이었다.
최상급 마력석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 드림 월드 아티팩트.
르윈이 생각하기로는 그냥 혼자서 시험을 보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이었다.
“어허! 이것으로 말하자면 드림 가문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독자적인 드림 월드! 아무리 드림 월드의 설계도를 안다고 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걸요?”
거기에 르윈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드림 월드의 내부에서 조작할 수 없게 설계된 모델이었다.
본래라면 외부에서의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내부에서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넣었지만, 이번만큼은 르윈 때문에 그 기능을 뺐다.
‘아무리 설계도를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이건 못 건드리겠지.’
르윈이 불량품이라고 부르는 것에 울상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타니야였다.
대부분의 마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신은 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그런 것들을 포기하면서 올인한 것이 바로 드림 월드에 관한 기술이었다.
오직 드림 가문에만 내려져 오는 비기들.
그것들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친 것이다!
“이번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을걸!”
“…….”
“요!”
말없이 자신을 지켜보는 모습에 찔끔했지만, 그래도 자신은 있었다.
“제 자신작이니까, 할 수 있으면 해 보세요!”
그 자신감에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티팩트를 바라보았다.
겉모습은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 저렇게 자신이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전생과 비교해서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으니까.’
충분히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간이었다.
심지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
고개를 끄덕인 르윈은 마음 편히 두 눈을 감고 드림 월드에 접속했다.
그리고.
“생성. 생성. 생성. 생성.”
이전보다도 더욱 편하게 몬스터들을 소환하며 마음껏 시스템을 휘젓기 시작했고.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밖에서 그걸 지켜보던 타니야는 서럽게 울고 말았다.
***
“시험 점수는 대충 이 정도로 해 놓으면 되고.”
“네…….”
“그리고 소감을 말하자면 시스템을 너무 꼬았어. 저러면 오히려 시스템이 불안정해서 내부에서 권한을 얻기가 더 쉬워.”
“그, 그럴 수가.”
나름 자신작이었는데, 오히려 원작보다도 못하다는 평가에 타니야는 충격을 받았다.
“마법진에 쓸데없어 보이는 부분이 많아 보였지?”
“네.”
“그거 빼고 다른 거 넣을 수 있으면 더 성능 좋아 보였지?”
“그렇죠.”
르윈의 말에 타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 나는 천재인가? 이렇게 만들면 더 좋은 드림 월드를 만들 수 있어! 라고 생각했지?”
“그, 그렇게까지는…….”
사실 맞았다.
너무 정확해서 솔직히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이 마법을 만든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쓸모없는 부분을 일부러 내버려 둘 이유가 없잖아?”
“…….”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라면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너 바보지?”
“으아앙!”
그러나 그 결과는 열 살짜리 어린애한테 바보 취급이나 당하는 것이다.
거기에 타니야를 더욱 서럽게 만드는 사실은,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과로 그것을 증명했는데, 어떻게 부정하겠는가!
“이거, 망했어.”
서럽게 우는 타니야의 모습에 좋은 소리를 해 줄 법도 했으나.
원래 마법의 길은 혹독한 법.
틀린 것을 우쭈쭈! 해 주며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닌, 틀린 이론을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 주는 게 예의였다.
적어도 르윈은 그렇게 배웠다.
“이 부분, 필요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았지? 그런데 이게 내부에서 드림 월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보안 설정이야. 평소에는 누가 접근을 하지 못하니까 필요가 없어 보이지.”
르윈은 타니야의 옆에서 타니야가 만든 마법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뜯어서 설명해 주었다.
“아, 아아…….”
데이지나 예리엘, 하인스가 보았다면 우리한테도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 좀 해 주었으면 하는 모습이었지만.
마녀로서 자부심이 있는 타니야에게는 치욕의 순간이었다.
특히나 드림 월드에 대해서는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기에 마법진이 해부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이것도 그래. 이게 진짜 중요한 연결 고리인데, 이걸 빼?”
“죄송합니다…….”
결국 울먹이는 것을 넘어 하얗게 불타 버린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 설계도 보면 다 나오는데.”
사실이었다.
낚시할 때도, 미끼도 맛있어 보여야 무는 법이다.
멍청하거나, 굶어서 이성을 잃지 않은 이상 맛없는 미끼에 낚이는 일은 드물 테니까.
“아직, 아직 해석을 못했다고요!”
“아직도?”
타니야의 서러운 외침에도,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계속 뜯어먹기 위해 후반부는 조금 어렵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초반부는 나름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용사라는 인간은 뭘 하는 사람이기에! 고대 국가의 언어는 물론! 마녀, 엘프, 드워프, 수인, 요정어 같은 것을 마구 섞어서 암호를 만든 건데요!”
심지어 그중에는 고대 엘프어나 수인의 상형문자도 존재했다.
그것을 처음 봤을 때, 타니야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본 천 년을 사는 엘프가 고대 소리를 할 정도면…….”
마녀야 조건을 달성한 대마녀쯤 되어야 그쯤을 살 수 있지만, 엘프는 나대지 않고 숲속에 조용히 살면 그 정도는 쉽게 산다.
즉, 사고사만 아니면 천 년을 사는 종족이라는 말이다.
그런 엘프가 고대라고 붙이면, 다른 종족은 잊힌 역사 수준이다.
심지어 지성체로 인정을 받는 수인족들의 상형문자는 지금의 수인족들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종족에 비해 역사를 기록한 기간이 짧은 탓이었다.
“어…….”
생각해 보니 내가 조금 어렵게 만들었었나.
그런 생각이 잠시 든 르윈이었지만, 아직 지적할 점이 남아 있었다.
“그거 후반부로 가면 정령 문자도 좀 섞여 있을 텐데.”
“그건 또 뭐예요?”
“정령 문자 몰라?”
“정령이 문자도 써요?”
해탈해서 장난을 치는 건가 싶었으나, 타니야의 모습은 진지해 보였다.
진짜로 그게 뭐냐고 묻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건 마녀한테 배웠는데.’
요즘 마녀는 정령 문자를 모르는구나.
의외의 부분에서 세대 차이를 깨달은 르윈은 그녀의 표정이 점점 죽어 가는 것을 보며 솔직하게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
“해석, 죽어도 못하겠는데?”
“…….”
그 말을 들은 타니야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타니야, 따운!
***
르윈의 시험이었는지, 타니야의 시험이었는지 모를 아카데미 기말고사가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르윈의 시험이 끝났다고 다른 사람의 시험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생각보다 오래 보네.”
“지난번 시험이 만족스러웠는지, 일반 필기시험도 생략하고 드림 월드에 올인했어요.”
“충전형 마력석을 사용한다고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마력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자연 상태 그대로의 마력석을 사용하는 천연 마력석.
이것으로 만든 아티팩트는 마력석의 마력이 모두 소모되면 쓸모가 없어지는 대신 순수한 자연의 마력을 사용하였기에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대신 충전형 마력석은 그런 마력석을 가공하여, 마법 사이 마력을 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었는데.
마력을 불어넣는 마법사의 실력과 마력의 질은 물론, 아티팩트에 적용된 마법과 마법사의 궁합도 중요하였기에 품질이 일정하기 어려웠다.
“옆에 있는 황금색 마탑의 마법사들이 갈려 나갔죠.”
“의외네. 우리 아카데미 이사장이라면 천연 마력석을 쓸 줄 알았는데.”
“천연 마력석도 자연 회복이 된다고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마력을 다 소모하면 그대로 돌덩어리가 되니까요.”
“하긴, 마녀를 계속 상주시키려는 것 보면 드림 월드를 계속 사용할 생각인 것 같은데. 그러면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좋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르윈은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 틀렸어.”
“네?”
“조금 전 그린 그림. 선이 네 개가 아니라 세 개야.”
“아, 아닌데? 네 개 맞는데?”
“부족장은 세 개가 맞아. 부족장 아내가 네 개고.”
고대 수인족의 상형문자를 배우는 타니야는 울상을 지으며 르윈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까는 이 선이 부족의 직위를 나타내는 거라면서요. 한 개는 전사, 두 개는 후계자!”
“알고 있네.”
“그 정도는 기억하거든요? 그럼 당연히 제사장이 3개, 부족장이 4개여야 맞는 게 아니에요?”
“아닌데?”
“왜요!”
“제사장은 원이야. 기존의 질서인 선하고는 다른 영역이지.”
“그럼 왜 부족장이 셋이고, 부족장 아내가 넷인데요?”
“수인족은 원래 그래. 부족장보다 부족장의 씨를 잉태할 수 있는 부족장 아내가 더 높아.”
“왜요?”
“수인족은 싸우다 죽는 게 명예인 종족이잖아? 옛날에는 더 그랬고. 그래서 부족장은 늘 선봉에서 싸웠고, 잘 죽었지.”
위치 로드를 꽁꽁 숨기는 마녀들하고는 정반대였다.
“의외로 쉽게 갈리는 부족장보다는 전사를 많이 낳아 주는 부족장의 아내가 부족 내에서 더 위치가 높아.”
그것도 몰라?
그런 시선으로 르윈이 바라보자, 타니야는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다.
“짐승이 따로 없네!”
“와오!”
반은 짐승의 특성을 지닌 것이 맞았으나, 종족 차별이 가득 담긴 발언이기도 했다.
“요즘 그런 말 하면 이종족 관련 법으로 고소당하고, 제국 사법부에 끌려간다?”
“신고하시든가요!”
자신이 쓰던, 아니 정확히는 그리던 수인족의 상형문자를 지우던 타니야는 다시 울상을 지었다.
“아니, 잠깐만. 아까 제사장은 기존의 질서랑 다르다고 했죠.”
“원이니까.”
“그럼 그것과 관련된 그림 문자가 따로 있다는 거예요?”
“맞지. 참고로 정령어는 속성마다 문자 형태가 다르다?”
“…….”
“불의 정령한테 물의 의미랑 물의 정령한테 물의 의미가 같을 리 없잖아?”
불의 정령에게 물은 자신의 존재를 지울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지만, 물의 정령에게는 근원 그 자체인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사용하는 문자도, 의미도 다르다.
그것을 이해시켜 주자 타니야는 책상에 그대로 얼굴을 박았다.
타니야, 2차 따운!
“나는 아카데미에 도와주러 온 건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기말시험 기간.
모든 아카데미 학생들이 생각하는 의문을, 타니야도 똑같이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카데미니까.”
“나는 학생도 아닌데…….”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고 하잖아. 사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아카데미에 사는 게 아닐까?”
“무슨 개소리…….”
“…….”
“세요!”
“아, 그래서 드림 월드 설계도 해석 안 할 거야?”
“해석할 줄 알면, 그냥 해석해서 주면 덧나냐고요!”
“응. 어딜 날로 먹으려고.”
시원하게 웃는 르윈을 보며, 타니야는 울면서 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