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27. 인생 10회 차는 준비한다 (7)
시험을 잘 보았는가.
혹은 망했는가.
시험이 끝난 이후, 학생들끼리 모였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이다.
누군가는 찍은 문제를 맞혔다고 기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한 문제를 틀렸다고 시험지를 찢기도 하는 웃기는 상황이 공존하는 곳.
그것이 시험이 끝난 교실의 풍경이었으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 정도면 괜찮을지도?”
시험에는 변수가 많다.
단순히 공부하지 않아서 점수가 낮을 수도 있으나 잘 풀어 놓고 정답을 잘못 적을 수 있고, 아예 답을 밀려 쓸 수도 있었으며, 시험지에 이름을 적지 않고 제출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것이 시험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달랐다.
드림 월드를 통한 시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 기억이 있다면 자신이 어느 정도 점수를 받았을지 예상할 수 있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기량을 보여 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기에, 과정에 변수가 있을지언정 결과에 변수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됐어.’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 데이지는 자신이 이번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1학기 성적을 포함해서 전부 괜찮았으니까.’
적어도 한 자릿수 전교 순위를 노릴 만했다.
그 정도라면 자신을 아카데미로 보내 준 드라이르프 가문에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은 되었다.
‘목표는 1등이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1등을 노려야 했으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라일라가 너무 강했다.
존재감이 부족했기에, 관심을 받기 위해서 공부를 하였고.
라인하르트 가문 역시 그녀의 노력을 돕기 위해 최고의 강사들을 어린 시절부터 붙여 주었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과 라일라의 차이는 제법 벌어진 상태.
‘따라잡아야지.’
기초 교육 과정이 끝나기 전까지 그 차이를 따라잡을 것이다.
그리고 중등 교육에 올라가면 1등을 탈환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데이지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도련님?”
르윈이 교실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르윈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련님.”
“응?”
“시험은 잘 보셨습니까?”
“당연하지. 오크 정도는 내 상대가 안 된다고.”
“이번 시험에 오크는 안 나왔습니다만.”
지난 시험과 달리, 이번 시험에서는 고블린이나 슬라임, 오크 같은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았다.
“…생긴 게 오크 같아서 오크인 줄 알았는데, 딴 거였나 보네.”
건국제 및 행사 등으로 수업이 쉬었던 탓일까?
전투 위주로 진행이 되었던 중간시험과 달리, 기말시험은 이론이나 연금술을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행 중 어떤 마법이 필요한 상황에 빠졌다거나, 혹은 중독이 되어 포션을 제조하여 해독해야 하는 상황 같은 것을 만들어 준 것이다.
“오크 비슷한 것도 안 나왔는데요.”
무덤덤하게 그것을 고하는 데이지를 보며 르윈은 어깨를 으쓱였다.
따로 시험을 봤다는 말이 나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지켜 달라고 말했는데.
이런 기초적인 상황도 안 알려 주었으니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비밀이래.”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이미 타니야로부터 르윈 때문에 시험이 골치 아프다는 말을 들었던 데이지였다.
“그런데 왜 물어?”
“귀찮다고 시험에서 도망친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나라도 시험에서 도망치지는 않거든?”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만.”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는 데이지의 시선을 르윈은 피하지 않았다.
“나 못 믿어?”
그 당당한 모습에 데이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네.”
다른 의미로 굳건한 신뢰에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나도 제때 졸업은 하고 싶다고.”
“아카데미 나가기 싫다고 대학원에라도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미쳤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지나가는 대학원생분이 있으면 오히려 기분 나빠하실 텐데요.”
“아닐걸?”
확신할 수 있었다.
지옥은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보다 직접 경험한 사람이 더 고통을 잘 알 테니까.
“아무튼 나보다는 예리엘이나 하인스를 걱정해.”
앞으로는 모르겠으나, 올해는 꼭 가문으로 돌아갈 이유도 있다.
그러니 다른 애들의 성적이나 신경 쓰라는 말에 데이지는 자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늘까지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험은 그것을 증명하는 자리고요. 예리엘이나 하인스 모두 실전에 더 강한 스타일이니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데이지는 동생들을 믿었다.
평소에 꾸준히 했으면 더 믿음직하겠으나, 그래도 시험 기간이라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지 않았던가!
“언니, 망한 것 같아.”
“시험은 왜 존재하는 걸까?”
그러나 막상 찾은 둘의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왜, 왜 그래?”
살짝 당황한 데이지였으나, 그저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이번 시험은 그리 어려운 시험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아니, 불이 필요하다기에 나무를 마찰시켜서 불을 붙였지.”
“…….”
하인스의 말에 데이지는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불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나, 보통은 마법으로 간단하게 불을 붙이는 편이었으니까.
“나도… 일행이 중독되었으니 빨리 포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 전에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단 말이야.”
포션을 만드는 시간이나, 업고 뛰는 시간이나 얼마 차이가 없다.
그렇게 판단한 예리엘은 포션을 제조하라고 만든 상황에 환자를 업고 그냥 달렸다.
“그래서?”
르윈의 말에 예리엘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착해서, 마을에서 포션을 구해서 치료했는데요?”
“그나마 다행이네…….”
오픈형 드림 월드라 다행이었다.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 놓고 자유롭게 테스트하는 오픈형이 아닌, 각 상황을 해결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드림 월드였다면 시험이 끝날 때까지 환자를 업고 뛰었을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몸으로 해결했다?”
“네…….”
“그래도 해결은 했는데.”
애매했다.
주어진 문제는 해결했으나, 그 과정이 출제자의 의도를 벗어났다.
“아카데미에서 이러라고 여러 학문을 배우라고 시키는 게 아닌데.”
옛날 어떤 마법사가 검을 극한으로 익힌 검사의 검술은 마법과 차이가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기는 하다.
어차피 기사급이 되면 다 몸속에 마력을 담고, 그것을 검에 담아 휘두르는데 마법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주장은 수많은 마법사의 반발을 샀고.
당시 폭발 마법의 대가가 사용한 대마법을 용사가 검 하나 들고 따라 한 것으로 사건은 종지부를 찍었다.
눈앞에서 검 하나로 산이 날아가는데, 어떻게 부정하겠는가!
“우리 애들, 크게 되겠네.”
벌써 그 길을 가려고 하다니.
전혀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시선에 예리엘과 하인스가 고개를 숙였다.
무한한 믿음을 주던 데이지는 덤이었다.
***
시험이 끝난 당일.
대부분의 학생이 해방감을 즐기고 있을 때, 그런 학생들과 동화되지 못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학생회 임원들이 있었으나, 그들 대부분은 예전부터 학생회를 해 왔던 존재들.
신입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신입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숙련된 선배들의 갈굼이 끝나 있을 때.
정신을 차려 보면 모든 일이 끝나 있고, 다음 일거리가 손에 잡힐 테니까.
그러나 예외인 존재도 있었다.
자신의 경험도 부족하고, 숙련된 선배도 없는 존재.
그러한 상황에서 오직 모든 고난과 역경을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존재.
심지어 학생회 임원들은 데일드와 그의 선택을 받은 몇몇을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들어간 이들이었으나, 이 사람은 자발적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전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 회장.
현 무링신 연구 동아리 회장.
창조 동아리가 뽑은 올해의 종교 지도자를 수상한 존재이자.
창조의 교단 제국 수도 지부에서 선택한 명예 협력 사제이며.
창조의 교단의 성자가 선택한 창조의 여신의 열두 개의 지파 중 하나를 맡은 자이자, 창조의 교단의 성녀가 인정한 잊힌 존재를 찾는 자.
바로 올해 제국 종교계를 뒤흔든 최고의 신성, 레피스 원드였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죽여 줘.’
이제는 살려 줘도 아니었다.
그렇게 죽어 가는 눈으로, 그녀는 방금 받아 온 트로피 하나를 동아리실에 전시하였다.
[잊힌 존재를 찾는 자>성녀의 이름과 함께 각인된 문구를 보며, 레피스는 생각했다.
“그게 뭔데?”
무링신? 왜 이름 없는 신을 찾는 데 창조의 교단이 이렇게 밀어주는 걸까.
사실 무링신이라는 것은 창조의 여신의 옛 연인이나 남편, 혹은 아들이나 딸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창조의 교단은 수상할 정도로 자신을 밀어주고 있었다.
“아니면 찍혔나?”
유명하게 만들어서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게 하고, 종교 재판으로 화형을 시키려는 건 아닐까.
잊힌 존재를 찾는 자라는 상패의 옆, 화려하게 빛나는 물건들을 보며 레피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누가 훔쳐 가라.”
놀랍게도 이것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동아리실에 아무런 보안도 없이 놓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미치지 않고서야 못 가져가겠지만.”
이 동아리실에 얼굴을 비치는 이는 루테스 황자와 드라이르프의 막내 도련님이다.
그뿐인가? 저것들은 모두 창조의 교단에서 공식적으로 하사한 트로피들이었다.
심지어 그중 둘은 성자와 성녀의 이름이 각인된, 그들에게 직접 하사받은 물건.
그 사악한 마족들과도 최전선에서 싸우는 창조의 교단을 적으로 돌릴 존재는 대륙에 없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지?”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동아리 활동 안 하고, 좀 편히 쉬고 싶다고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 같은 곳에 들어온 것일까.
그때 친구 말 듣고 같이 세계수 씨앗 연구회에 들어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니면 나이가 많은 것이 죄일 수도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가 한 명만 있었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의 회장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니야.”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뭔지는 레피스도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나 세계수 씨앗 연구회나 비슷했으니까.
전대 회장도 그냥 대충 얼굴마담만 하다 동아리 회의 때 얼굴만 비쳤을 뿐, 그다지 하는 일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그냥 나이순으로 회장직을 물려주었을 뿐이니까!
“문제는.”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를, 무링신 연구 동아리로 바꾼 르윈 디 드라이르프다.
그가 온 이후부터 동아리가 바뀌고 말았다.
“…….”
그러나 어찌할 방법이 없다.
아무리 종교계에 신성으로 불리게 된 레피스였지만.
상대는 제국 건국의 역사를 함께한 고인물, 드라이르프 가문이었으니까.
“선배, 안녕하세요!”
“히익!”
하지만 그 이전에, 레피스는 그냥 르윈이라는 사람 자체가 무서웠다.
지금도 속으로 욕하자마자 튀어나오는 모습을 봐라!
‘도청 마법이라도 걸었나?’
아닌데. 그럴까 봐 뒤에서 욕하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만 욕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익숙해진 포커페이스로 레피스는 르윈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시험이 끝났는데, 벌써 동아리 활동을 하시려고요?”
호호!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교적인 멘트와 웃음에 레피스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으나.
“응?”
그의 손에 붙잡혀 있는 익숙한 얼굴을 보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