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28.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2)
흔히 나라에서 가장 수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을 국경이라고 생각한다.
적대국과 맞닿아 있는 곳도 있고, 주기적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내려오는 곳도 있기에 얼핏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매년 막대한 국방비가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들에게 지급이 되니,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국경보다 돈을 더 잡아먹는 곳이 있어.”
“어딘데?”
“수도.”
수도가 점령을 당한다면 사실상 그 전쟁은 패배한 것이다.
하지만 수도가 점령당할 상황까지 왔다는 자체가 이미 패배 직전으로 온 것이기에.
수도보다는 국경, 혹은 중간의 주요 요새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경이나 요새랑 수도는 큰 차이가 있는데, 뭔지 알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거긴 통제가 되고, 수도는 통제할 수 없다는 거지.”
국경에는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다.
정기적으로 국경을 넘는 상단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거의 정해진 인원으로만 국경을 넘었고.
자연재해와 같은 이상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최대한 빨리 국경 지대를 통과하려 한다.
“그래서 그쪽은 외지인이 보이면 눈에 띄지. 하지만 수도는 아니야.”
바벨리안만 하더라도 그렇다.
검문하기는 하지만, 해가 떠 있을 때 바벨리안의 성문은 늘 열려 있다.
바벨리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왕국이 그러했다.
나라의 수도는 그 나라의 얼굴이며, 자국은 물론 타국의 수많은 이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다.
그뿐인가?
국가에서 주로 활동하는 주요 상단의 본점이 있는 곳이자 전국에서 들어오는 세금이 모이는 곳이며, 국가의 인재를 배출하는 아카데미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도에 몰려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국경보다도 들어오기 쉽지.”
그리고 들어오더라도 티가 별로 나지 않는다.
변방과 달리 수도에서는 외지인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긴, 저번에 옆 나라 스파이들도 들어왔다며?”
“그건 좀 특이한 경우기는 하지만, 없는 일은 아니지.”
지금도 수많은 스파이들이 바벨리안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물론 제국의 스파이 또한 각국의 수도를 활보하고 있을 터.
“그럼 사람을 풀어서 잡으면 되는 거 아니야?”
“대놓고 풀면 볼품없잖아.”
“그걸 따져?”
“따지지. 제국이라는 칭호를 쓰고 있으니까, 이 나라가 제일 심하게 따질걸?”
대놓고 병사들을 배치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일이다.
몰래 스파이를 풀어 자국에 침입한 자들을 색출하는 것은 평범한 일.
“진정한 고수는 중요한 곳에 침입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들이지.”
그것을 위해 최첨단 마법 기술이 사용되고.
그로 인하여 지출되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굳이?”
그러나 엘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굳이 폼 안 난다고 그렇게 귀찮은 짓을 벌이다니!
“그게 제일 안전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으니까. 거기에 방어 시스템도 되고.”
“그렇게 대단해?”
“내가 저번에 대충 봤었는데, 바벨리안의 성벽에 각인된 최상급 마법만 몇 개 될걸?”
“진짜?”
“심지어 성벽이 무너질 시 핵심 마력석을 코어로 삼아 거대 골렘으로 재구성되어서 싸울 수도 있던데.”
“그건 좀 멋질지도?”
제국의 위기가 찾아온 순간, 성벽이 부활하여 제국을 구원한다!
남자의 로망이 가득 들어간 거대 골렘이라니.
르윈도 조금 보고 싶었을 정도였다.
“근데 그거 나오려면 일단 제국 수도가 털리는 상황이 나와야 해.”
지금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인류가 마족에게 패배하는 시나리오 정도가 아니면 어렵다.
“그건 좀 위험하네.”
“그렇지.”
그러니 아쉽게도 제국 성벽이 골렘으로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대신 나중에 비슷한 거 만들어 보면 좋긴 하겠던데.”
“그거 만들어서 뭐 하게?”
“쓸데가 있지 않을까?”
골렘 재료라면 도서관 지하에 차고 넘쳤다.
원래 골렘의 시초가 과거 쓰러트린 천연 골렘들을 마법사나 연금술사들이 재활용했던 것이니까!
“근데 그거랑 하이 엘프가 어머니 늘리려 했던 거랑 무슨 상관이야?”
엘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는 했으나, 세계수하고는 연관이 전혀 없는 말들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국가들이 수도 방위 시스템을 모티브로 삼은 게 세계수니까.”
“응?”
“세계수라는 고차원의 존재를 어디서 구할 수 없으니까. 돈으로 비슷하게 따라 한 거야.”
이전에도 말해지만, 이 대륙에서 무언가 일어나면 대부분 인간이라는 종족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맞았다.
마녀는 마족하고 내통하고 있을 거라고 증거도 없이 사냥.
수인은 동물의 영물이 진화한 것이니 내단을 먹으면 몸에 좋을 것이라고 사냥.
요정은 관상용으로 귀족들이 비싸게 구매하였기에 사냥.
드워프는 오랫동안 광산을 두고 싸웠고, 엘프는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와 긴 수명으로 노예나 불로장생을 믿는 몇몇 실험을 위해 사냥했다.
“그렇게 들으면 쓰레기 같은데?”
“쓰레기 맞아.”
쓰레기이기만 한가? 제대로 미친놈들이었다.
기본적으로 가장 약한 주제에, 대륙의 모든 종족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승자는 인간이었다.
마녀는 무리를 짓지 않았고.
수인족은 무리를 지었으나, 부족 단위였기에 그 수가 부족했으며.
요정은 싸움을 싫어했고, 드워프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갔다.
“하지만 엘프는 달랐지.”
엘프는 강했고, 무리를 짓고 살고 있었다.
애초에 세계수라는 하나의 구심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인간 새끼들이 아니지만.”
“아니, 님도 인간 아님? 너무 자기 종족 비하가 심한데?”
엘리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지만, 르윈은 당당했다.
“그 조상님 새끼들 뒷수습을 했던 게 나니까 괜찮아.”
“아!”
선조들의 역사와 전통의 개새끼 같은 행동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대륙이 망할 판인데 왕국 놈들은 자기들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미적거리고 있지.
다른 종족들은 용사가 뭐냐. 너희가 우리한테 한 짓거리가 있는데 화합을 하자니. 우리가 대가리 깨졌냐? 라며 화를 내고 있지.
그 와중에 여신은 잘 중재 좀 해 달라면서 아무것도 안 했다.
“고생했네…….”
으득으득! 이를 가는 르윈의 모습은 엘리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만큼 과거 인류가 저지른 죄는 무거웠다.
“그때 이야기를 하려면 며칠 밤낮으로도 부족하니까 넘어가고. 그때 그 시절의 인간 놈들은 쓰레기 같았지만, 근성은 넘쳤지.”
“근성 넘치는 쓰레기라니…….”
민폐 종족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그 민폐 종족을 가로막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세계수였다.
“공격 마법은 요격하는 것은 물론 방어 마법도 걸어 주지. 숲에 인간이 침입하지 못하게 환영 마법으로 숲 안에서 길을 헤매게 만들지. 숲째로 불을 저지르자, 그 지역에 비를 내리게 만들기까지 하니까 인간으로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지.”
거기에 그것을 뚫고 들어온다고 해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계수의 가호를 받고 대기하고 있는 엘프의 전사들이었다.
안 그래도 강력한 존재인 엘프가 세계수의 마력으로 강화되어 돌아다닌다니.
“침입한 소수도 그 자리에서 끔살당했겠지.”
“그래도 엘프는 자비롭다고 들었었는데.”
“자기들 잡아서 노예로 삼고, 인체 실험 한다는 놈들한테도 자비를 베풀면 그건 자비로운 게 아니라 그냥 병신이지.”
“듣고 보니 그렇네!”
그렇게 수차례 침략을 실패한 인간들은 세계수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런 곳에 터를 잡고 나라를 세우면, 어떤 일이 있어도 멸망하지 않는 나라가 탄생하겠다고.
“그래서 엘프 사냥을 포기한 그들은 엘프에게 말했지.”
“미안하다고?”
“세계수를 내놓으라고.”
“미친 새끼들인가?”
그 당시 인간은 양심이 없었다.
르윈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갑자기 강도가 들어와서 때려잡았더니, 패배하고 물러나는 놈들이 대신 집 내놓으라고 하면 어떻겠어?”
“죽여 버리고 싶겠지.”
“응. 그래서 엘프도 사신이 오는 족족 죽여 버렸어.”
“그럴 만하지.”
그 당시 엘프에게 세계수는 고향이었고, 어머니였고, 자신들의 신이었다.
그걸 내놓으라니.
화가 안 나면 사회 부적응자나 사이코패스라고 봐도 되었다.
“하지만 엘프 사냥, 아니 이종족 사냥은 그 당시에 국가 차원의 사업이었거든. 노예 상인들은 대부분 귀족이나 국가가 밀어주던 사람이고.”
그렇기에 거듭되는 사신들의 처형에 국가들은 항의했다.
“자기들이 때려 놓고?”
“그 당시에 이종족은 인류가 아니라 몬스터 비슷한 걸로 본 거지.”
르윈의 인생 1회 차 시절에도 아주 먼 옛날 이야기였다.
지금은 기억하는 존재가 드문, 이종족들에게도 역사로 남은 이야기.
“아니, 잠깐. 직접 본 거 아니었어?”
그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엘리가 당황했다.
실감 나게 말해서 직접 경험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말했잖아. 조상님 새끼들 때문에 개고생했었다고. 그 자리에 있었으면 그 새끼들 대가리 내가 깼지.”
“그런데 왜 그렇게 잘 알아?”
“세계수가 보여 줬으니까.”
“세계수하고도 알아?”
“알지.”
인간의 힘만으로는 마족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상대 또한 하나의 대륙에 모인 모든 부족이 힘을 합친 연합체였으니까.
그렇게 여신의 신탁을 받고 다른 종족들의 힘을 빌리기 위해 여행을 떠난 용사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과거 조상들의 업보였다.
“엘프가 왜 용사 이야기에서 단골로 나오는 줄 알아?”
“몰라.”
“역사를 통해서 인간에 대한 불신과 악의를 물려받은 다른 종족과 달리, 엘프는 그걸 직접 경험한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야.”
아무리 긴 수명이라고 하더라도, 불사의 존재가 아닌 이상 그 끝은 존재한다.
드래곤, 리치 같은 존재가 아닌 이상에야 엘프조차 결국 죽음은 언젠가 찾아온다.
그렇기에 용사가 아무리 사과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죽은 당사자들에게 닿지는 않는다.
그때의 일을 저지른 자도, 당했던 자도 다 땅으로 들어갔으니까.
“하지만 세계수는 그 당시의 일들을 다 경험했고. 그렇기에 인간의 죄를 용서할 수 있었지.”
자신들의 고향이자, 어머니이자, 신이자, 그 당시 피해자가 용서했다.
물론 인간이 아닌 용사에게만 행한 용서였으나.
그것만으로 그 당시의 르윈은 엘프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그걸로 엘프와 교역이 시작되었고, 나를 앞세워서 엘프 왕국을 뺏으려던 정신 나간 새끼 대가리를 깨부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엄청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긴데?”
그 이야기 또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에 나중으로 미루고.
르윈은 이야기가 여기까지 온 진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간과 교류하고, 수도에 방문한 어떤 하이 엘프는 두 눈으로 직접 본 거야.”
“뭐를?”
“세계수의 시스템을 모방한 인간들의 수도를.”
평범한 마법사는 알지 못했으나, 평생을 세계수를 관리하는 하이 엘프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세계수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허접했으나, 그것은 세계수의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녀는 생각했다.
‘인간이 저렇게 돈지랄을 해도, 어머니 한 분이 더 엄청나구나.’
“결론이 이상하다?”
“아직 결론도 아니야.”
“진짜?”
“진짜 결론은 이거였으니까.”
‘그러니 어머니가 더 많아지면 사악한 인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왜 과거에는 정상인이 없어?”
고대 시절에는 인간만 비정상이 아니었던 것인가!
“그런 시대였지.”
르윈도 엘리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를 양산하겠다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르윈조차 머리가 아찔했었으니까.
“하지만 시도는 제법 좋았어. 나름 성과도 나올 법했고.”
하지만 선구자들의 실험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미지의 길이기에 어렵기도 했으나, 기존의 질서에 어긋나기에 탄압을 받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세계수한테 걸렸거든.”
믿었던 딸내미에게 배신당한 세계수는 그녀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고 용사에게는 A/S 차원으로 다른 엘프를 보내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의지는 아직 나에게 남아 있으니까!”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기억 저편으로 날렸으나, 지금은 그녀의 큰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죽은 그녀의 의지를, 르윈은 이어받기로 했다.
“죽었어? 세계수에게 잡혀가서 죽은 거야?”
“아니, 자연사였어.”
그래도 죽은 자는 맞으니까!
“…….”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엘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