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28.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3)
얼핏 들으면 르윈의 첫 엘프 동료였던 그녀는 폐급처럼 보였으나, 사실 능력 자체만 보면 용사의 역대 동료 중에서도 손에 꼽을 능력자였다.
“패륜은 맞는 것 같지만.”
“진짜 엄마도 아니잖아?”
“그런가?”
과거 엘프가 세계수의 씨앗에서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엘프와 인간과의 교류가 늘어난 이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졌다.
인간과 엘프 사이에서 나온 하프 엘프가 존재하는데, 세계수의 씨앗에서 엘프가 나온다면.
“하프 엘프의 아빠가 인간인 경우, 상종할 수 없는 변태가 되잖아.”
“그렇네?”
그렇기에 자신이 변태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엘프와 결혼한 이들은 엘프의 생태를 알렸고.
그로 인하여 엘프에 대한 정보가 사람들에게도 많이 퍼지긴 했다.
“하지만 하이 엘프는 달랐지.”
엘프의 상위 존재라는 하이 엘프.
그들에 대한 정보는 인간들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평범한 인간이 제국의 황제를 직접 볼 기회가 없듯.
평범한 엘프들도 하이 엘프를 직접 볼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 고귀한 존재였어?”
“아니, 그냥 밖에 나돌아 다닐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쁠 뿐인데?”
“으잉?”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리에게 르윈은 하이 엘프의 진실을 알려 주었다.
“엘프는 기본적으로 수명이 길어.”
“그렇지?”
“다른 종족 중에서도 천 년을 사는 종족은 드문데, 엘프는 천 년 정도 살다 자연사하면 빨리 죽은 편이지.”
실제로 엘프는 자연사가 거의 드문 종족이다.
자연사를 하기 전에 다른 종족과의 마찰로 죽거나, 마족과의 전쟁에 참여해서 죽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느긋해.”
인간의 시점으로 보면,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나 고양이와 비슷하다.
인간의 나이로 10살은 아주 어린 나이지만, 동물들의 10살은 이제 곧 수명이 다할 나이로 취급된다.
엘프도 비슷하다.
인간으로서 100살은 ‘아직도 살아 계세요?’인 상태지만, 엘프의 100살은 아직 부모의 품에서 자랄 어린 나이였다.
그렇기에 인간이 태어나서 10년 동안 할 일을, 엘프는 대충 100년 동안 느긋하게 진행한다.
“그게 문제가 있어?”
“엘프한테는 문제가 없지.”
엘프는 원래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에게 엘프의 왕족으로 취급받는 존재이자, 엘프들에게도 세계수의 선택을 받은 존재로 알려진 하이 엘프는 달랐다.
“하이 엘프는 지도자잖아.”
“그렇지?”
“그래서 다른 종족들과 교류를 해야 하거든.”
엘프는 그렇게 살아도 다른 종족들은 그렇지 않다.
인간보다 수명이 조금 더 긴 드워프나 수인족이라도 엘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살고.
가장 수명이 짧은 편인 인간은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를 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숲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엘프와 달리, 다른 종족과 교류를 해야 하는 엘프는 다른 종족에 맞게 살아야 하는 거지.”
다른 종족과 그다지 교류를 하지 않는 엘프라고 하지만, 교류 요청은 매달 정기적인 수준으로 들어온다.
그뿐인가?
먹잇감을 찾아 엘프의 구역으로 넘어오는 수인족과의 분쟁.
이곳에 광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니, 갱도를 뚫겠다는 드워프와의 분쟁.
그리고 심심하면 찾아오는 인간과의 분쟁은 종류도 다양해서 다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생각보다 바쁘네?”
“하이 엘프랑 국경을 수비하는 병사들은.”
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엘프는 여유롭고, 자유롭게 산다.
괜히 제국이나 왕국의 축제에 이름을 감춘 엘프 소드마스터가 종종 튀어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 녀석이 엘프의 대표로 용사 파티에 들어온 이유도 일하기 싫다는 이유에서였거든.”
“너처럼?”
“그때의 나는 엄청 성실했는데?”
성실한 르윈.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지만, 사실이었다.
“증거 있어?”
“이 대륙에 인간이 살고 있는 게 증거지.”
용사가 성실하지 않았다면, 이 대륙은 이미 옛적에 망했을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종족들의 분쟁으로 알아서 반쯤 망했을 거고. 그랬으면 마왕도 필요 없고, 마왕군 선에서 정리되었을걸?”
한참이 지나서야 밥이었지, 마족의 족장급만 해도 인류의 재앙이다.
인생 초창기에는 흔히 4천왕 소리를 듣는, 마족의 몇 대 강자를 막는 것만으로도 르윈이 벅찼을 정도였다.
“그렇긴 하네.”
그렇게 개판인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전생의 르윈은 개처럼 일했다.
그러니 이제는.
“좀 놀아도 되잖아?”
“마음껏 노세요!”
엘리의 허락을 받은 르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옛 동료였던 하이 엘프의 이야기를 마저 이어 나갔다.
“아무튼 일하기 싫어하는 그 녀석은 내 동료가 된 이후에도 조금 더 편하게 싸우는 것을 고민했어.”
세계수를 양산하는 것과 용사의 파티로서 최대한 편히 살고 싶다.
그것을 합친 결과가.
“이 대륙과 마대륙을 연결하는 길들에 세계수를 심자는 내용이었지.”
이름하여 인류 보호 계획.
하나만으로 수많은 왕국군을 격퇴한 세계수를 마왕군의 진입로 근처에 몇 그루를 심으면 인류도 평안.
자신도 편하게 산다는 계획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계획만 들으면 나쁘지 않았지. 뭐, 최종적으로는 엘프의 숲에 세계수를 쫙 둘러서 다른 종족들의 침입도 막자는 거였지만.”
인류 보호 계획이라는 거창한 계획조차 사실 실험이자 홍보였을 뿐이다.
계획에 성공한다면 두 가지를 증명할 수 있었으니까.
“뭘?”
“세계수는 마왕군조차 넘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리고 그거 우리 숲에 쫙 깔려 있는데 싸우러 올 거냐.”
다른 종족들과의 분쟁만 없어도 하이 엘프의 일이 반은 줄 거다.
그렇게 주장하는 동료의 말은 어이가 없었지만, 계획은 나름 그럴싸하게 느껴졌었다.
“그 녀석은 세계수의 씨앗을 씨앗으로 보지 않았어.”
“씨앗이잖아?”
“하지만 세계수가 평범한 나무는 아니잖아?”
신은 아니지만, 웬만한 신보다는 더 추앙받는 존재이다.
대충 반신은 된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세계수는 의도적으로 번식하지 않고 있다. 그 녀석은 그렇게 주장했어.”
그때는 그게 무슨 엘프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한 추측이었다.
“왜?”
“세계수는 한 그루니까 신처럼 모셔지는 거니까.”
유일한 존재이기에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얼핏 들으면 이해가 안 되는 말이지만.
“세계수랑 비슷한 나무가 곳곳에 있어 봐. 신처럼 느껴지겠어?”
그냥 조금 특이하고, 희귀한 나무의 한 종류가 될 뿐이었다.
“나도 하나만 존재했으면 신처럼 모셔졌을 수도 있다?”
“오히려 세계수보다 더 취급이 좋았을걸?”
누가 보더라도 나무일 뿐인 세계수보다는 겉모습이 인간처럼 보이는 엘리가 더 믿기 좋을 것이다.
“대충 식물의 신?”
“응. 줄여서 식신.”
“줄이지 마! 뭔가 되게 먹을 것만 밝힐 것 같잖아!”
신으로 모셔지는 자신을 상상했던 엘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던 르윈은 곧 이야기를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세계수는 유일해야 했고, 그렇기에 씨앗이라고 뿌린 것은 진짜 식물의 씨앗이 아니라 마법적인 매개체로 본 거지.”
“무엇을?”
“부활의 매개체.”
만약의 사태로 엘프의 숲에 있는 세계수의 본체가 죽어 갈 때, 다른 곳에 있는 자신의 일부이자 매개체로 부활을 한다.
그렇게 세계수는 영원히 이 세상에 뿌리를 내릴 것이며.
“동시에 죽음과 부활이라는 상징을 얻는 거지.”
죽음과 부활.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의 신은 그저 죽음을 관장하는 신으로 여겨지고.
그보다 더 간절하게 여겨지고 있을 부활이라는 단어의 신은 인간은 물론 마족에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비슷한 것이 창조인데.”
애초에 라헬은 ‘자칭’ 창조의 여신일 뿐, 진짜 창조를 관장하는 신이 아니었다.
“확실해?”
“당연하지. 내가 인생 10회 차인데, 그 녀석이 ‘창조’한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
그나마 창조한 것이라고 하면 용사에 대한 개소문들 정도가 전부였다.
“애초에 진짜 창조의 여신이라면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건데. 그럼 마신하고 왜 싸우고, 마족하고 왜 싸우는 건데?”
“그건 그렇네.”
애초에 창조의 교단의 성경에도 인류와 마족을 따로 구분하고 있었다.
즉, 창조의 여신은 마족은 내가 안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위험하지만, 성공만 하면 이 세계가 끝나기 전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업적이지.”
그만한 업적작을 위해서라면, 한 번 죽는 것도 손해가 아닐 수 있다.
대충 엘프의 이것저것인 세계수를 향해 하이 엘프가 할 말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녀석의 잘못이 있다면 너무 빨리 태어났다는 거지.”
인생 7회 차 정도를 더 경험하니, 그녀가 했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 3회 차의 호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위대한 선구자를 미쳤다고 오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사죄는 그 녀석이 꿈꿨던 것을 이루어 주는 것밖에 없으니까!”
당당히 선언하는 르윈의 말에 엘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볼 뿐이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퍼센트로 따지면?”
“5퍼센트 정도?”
“맛 정도는 첨가했구나!”
오렌지 주스에 물의 비율이 95퍼센트면, 과연 그건 오렌지 주스일까.
아니면 오렌지를 담근 물일까.
아직 인간의 세상에 적응이 안 된 엘리는 정답을 알지 못했다.
‘적응해도 모를 것 같지만!’
***
아카데미 한쪽 구석에서 세계수 양산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의 싹이 피어날 무렵.
“으윽!”
“왜 그래?”
“갑자기 오한이…….”
데이지는 알 수 없는 오한에 작게 몸을 떨었다.
“몸이 안 좋으면 다음에 만나기로 할까?”
“괜찮습니다. 가끔 경험하는 일입니다.”
데이지는 그렇게 말하며 눈앞의 선배를 바라보았다.
‘멀쩡해 보이는데.’
몸이 약하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가느다란, 흔히 실눈이라고 부르는 눈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기에 감정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후배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이 아카데미에서는 보기 드문 올바른 선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블룸버그 선배님.”
“그냥 에이나 선배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에이나 블룸버그.
그 이름이 그녀의 친절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도서관 사서들과 같이 아카데미 비공식 문제아로 묶인 이름이 바로 에이나 블룸버그라는 이름이었으니까!
“그래. 그래서 궁금한 게 뭐야?”
방긋 웃으며 무엇이든 대답해 줄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데이지는 마른침을 삼켰다.
“저희 도련님이 선배님과 자주 거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르윈 후배 이야기지? 나도 처음에는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에 살짝 떨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었지.”
“혹시… 무엇을 거래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응?”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살짝 뜨여진 눈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을 데이지는 느낄 수 있었다.
“르윈 후배가 보내서 온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싸늘하다.
그에 위기를 느낀 데이지는 자신의 패를 아끼지 않고 바로 꺼냈다.
“아니요.”
“그래?”
“도련님이 아니라… 데일드 학생회장님이 보내셨거든요.”
“…데일드가?”
이전보다도 경계심은 올라갔으나, 싸늘한 찬바람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왜, 왜?”
“회장님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올해는 올라가셔야죠, 선배.’라고 하셨는데요.”
“하, 하하! 데일드도 참. 같은 학년끼리 선배라니.”
얼굴을 붉히며 손부채질을 하는 에이나를 보며, 데이지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후배라고 불리기 싫으면, 잘하시라고 하던데요.”
“…진짜 아슬아슬하나 보네.”
에이나 블룸버그.
베르샤 아카데미 2학년.
올해‘도’ 진급이 아슬아슬한 그녀의 모습에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