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28.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4)
모든 시험이 끝난 아카데미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물론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고.
내년 1학기 중간시험 기간이 된다면 모두 후회할 테지만.
그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면, 건국제 이후 진행된 중간시험을 망친 학생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흡!”
그렇기에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하!”
오늘도 기사 동아리에서 검을 휘두르는 예리엘과 하인스도 그중 하나였다.
“쟤들은 또 나왔냐.”
“진짜 독하다니까.”
“드라이르프 사람들은 다 저렇게 하는 건가?”
본래 기초 교육 과정은 모든 과정 중 가장 여유 있는 편이었다.
정말 다양한 내용을 맛보기 형식으로 기초만 가르치기에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었고, 수업 일수가 부족하거나 진짜 대형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웬만하면 유급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초 교육은 재능을 개화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 과정.
그렇기에 여유로운 분위기로 수업이 진행되었고, 본격적으로 아카데미에서 배움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중등 교육에 입학한 이후에 시작되는 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계속 놀고만 있으면 기초 교육에서 퇴학당한다는 불명예를 얻을 수도 있으나, 그런 일은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기초 교육에 다니는 학생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카데미 생활을 한다.
몇몇 후원을 받지 않으면 아카데미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가난한 평민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후우!”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예리엘과 하인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두 사람의 성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뒷배경은 무려 드라이르프 가문이었다.
비록 나이가 보통 학생들보다 많다고 하지만, 그런 학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 이유는 없었다.
적어도 다른 동아리 선배들이 보기에는 그랬다.
“아직 멀었어.”
“한참 멀었지.”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급했다.
본인들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주인은 전혀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만족을 못한 수준이 아니다.
“내년에 성과가 안 나오면.”
“진짜 죽을지도.”
최근 르윈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에 다행이었으나, 언제 또 한가해져서 이곳에 어슬렁거리며 올지 모른다.
그뿐인가?
그나마 말려 주던 데이지 역시 최근에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르윈보다도 더 빨리 사라졌고.
가끔 아카데미에서 모습을 보일 때는 처음 보는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불만을 표할 수 있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한 해를 그나마 평안하게 보낸 것은 다 데이지 덕분이고.
또 데이지가 하는 일들이 다 르윈 때문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만족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동아리실에서 검을 휘둘렀고, 남은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육체를 단련했다.
기사 동아리의 선배들조차 인정하는 독종들.
그러나 주인에게는 늘 부족하다고 까이는 존재들.
그것이 바로 예리엘과 하인스였다.
“예리엘 승.”
심판을 봐주는 선배의 말에 하인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더 할 수 있는데.”
“응. 너네 더럽게 체력 좋은 거 인정. 그런데 대련장을 너네만 쓰냐? 네 뒤로 줄 쫙 서 있다.”
“죄송합니다.”
“알면 됐고!”
베르샤 아카데미 최대 규모의 동아리 중 하나인 기사 동아리인 만큼 시설의 규모가 컸지만, 커다란 규모만큼 학생 또한 많았다.
그렇기에 몇몇 공간은 예약하지 않으면 사용하기도 어려웠고, 예약했다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만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기사 동아리의 임원이 되면 임원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선배.”
“쯧! 이래서 눈치 빠른 애들은 싫다니까.”
짧게 혀를 차는 선배를 무시하며, 예리엘과 하인스는 빠르게 대련장을 빠져나왔다.
임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것인지는 지난 선거를 통해 느낄 수 있었고.
연말이 되자 슬슬 자신의 후임을 구하려는 기사 동아리 임원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동아리 임원이 되면, 바쁘다고 도련님한테 둘러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선배들의 마수를 벗어나며 하인스가 잠시 고민했다.
동아리 활동이 귀찮기는 하지만 르윈보다 귀찮을까.
“도련님이 그런 걸 신경 쓰시겠어? 임원 역할을 못하면 그냥 우리가 능력이 안 된다고 하실 분이잖아.”
“그건 그렇지.”
그러나 돌아오는 예리엘의 대답에 하인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기사 동아리라면 충분히 동아리 임원을 하라고 칼 들고 협박을 하는 곳이지만, 원래 그런 협박은 약자에게나 통하는 법이다.
그러니 르윈이라면 다 너희가 약해서 맡은 동아리 임원이고, 그 책임도 알아서 지라고 할 사람이었다.
“임원 전용 공간은 조금 탐이 나긴 했는데.”
동아리 설비 중 가장 최신식이 있는 곳이자, 아직 나오지 않은 시제품들도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것을 임원들만 독점한다는 불만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에 동조하는 이가 많지는 않았다.
불만 있으면 임원 하든가.
임원 중 당장 자리를 던져 줄 사람이 많았으나, 그 자리를 원하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하든가.”
“에이, 그냥 탐이 난다는 소리지.”
아카데미 입학 1년.
르윈 덕분에 남들과 조금 다른 세계를 엿본 하인스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새록새록 떠오른다.
붉은 깃발을 휘두르며 불타올랐던 혁명의 바람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선두에 선 데이지의 모습이.
“그러고 보면 아카데미 회장 선거도 몇 달 전이네.”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얼마 전의 일이긴 하지.”
그 중간의 행사라고 해 봤자 기말시험이 전부였다.
“벌써 1년이 다 지나가네.”
“뭔가 많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한 게 없는 것 같네.”
아카데미 입학 후, 늘 비슷한 루틴을 이어 간 두 사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합류.
르윈과 함께 등교하고, 수업을 듣고, 방과 후 둘이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리고 저녁 식사 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시간이 되면 합류하여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중간중간 시험이니, 소풍이니, 건국제나 선거 같은 일들이 있었으나.
막상 뒤를 돌아보니 이미 모두 지나간 일들이었다.
“내년도 딱 올해만 같았으면.”
감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진 하인스가 아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쁘지 않은 일 년이었다.
내년도 딱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내년에도 도련님이 난리를 치고, 우리는 얻어터지고, 옆 나라는 반란이 일어나고, 아카데미에 혁명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들으니 쓰레기 같은 일 년 같네!”
빠르게 감수성이 깨진 하인스가 울상을 지었으나, 내년은 올해보다 더 엉망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
올해보다도 더한 내년이 될 예정이었으나.
그렇다고 예리엘과 하인스의 고생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 지하에?”
예리엘은 갑작스러운 언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던 데이지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자신들을 끌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도련님이 무엇을 저질렀구나!
그렇게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데이지의 입이 열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막상 열린 입에서 나온 것은 도서관 지하의 탐사에 함께 가자는 말이었다.
“응. 도서관 사서들과 이야기는 다 끝냈어.”
폐쇄적인 집단인 도서관 사서들을 설득하는 데 제법 힘이 들었으나, 데이지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에 성공해 냈다.
미지의 유물들을 발견해 냈다는 고양감. 그러나 그것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졸업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도서관 사서들의 3학년 임원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타니야 마녀님과 에이나 선배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지.”
그러나 데이지는 도서관 탐사에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했다.
“우리만 가는 건 아니야. 베리엘 메이드장과 데일드 총학생회장님도 같이 갈 거야.”
여태까지 미지의 영역으로만 알려졌던 지하 던전의 소식에 베리엘과 데일드조차 바쁜 일정을 뒤로 미루며 참여했다.
“굳이?”
그러나 하인스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평범한 반응이기도 했다.
“도서관 지하에 유물 같은 게 있다는 건데. 그걸 찾으러 가는 거고.”
“그렇지.”
“도련님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니까, 평범한 곳은 아닐 테지만…….”
굳이 그런 곳에 우리가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묻는 듯한 동생들의 모습에,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게 좋잖아?”
데이지의 말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언니가 자기 고생하는 것 좀 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따라가자. 역모도 혁명도 다 경험해 봤는데, 무슨 일 있겠어?’
눈앞에서 소드마스터가 싸우는 것도 보았고, 학생들이 광신도가 되어 날뛰는 것도 보았다.
도서관 지하의 고대 유적 정도야 심심한 수준이겠지.
“이게 뭐야, 누나?”
“꺄악!”
그렇게 생각한 하인스는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골렘들이 날뛰는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땅속에서 튀어나온 맨드레이크에 걸려 넘어진 예리엘은 덤이었다.
“…진짜 나오네?”
그 모습을 보며, 타니야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데이지의 과장이 좀 심하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오히려 소문을 축소시킨 것 같지 않은가?
“마력의 흐름이 되게 꼬여 있어. 천연 던전 느낌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인공적인 느낌도 좀 들고.”
“저기… 분위기 잡은 와중에 죄송한데, 이것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진짜 죽겠는데!”
예리엘과 하인스를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데일드가 울상을 지으며 타니야에게 호소했다.
골렘은 베리엘이 맡아 주고 있으나, 맨드레이크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하! 고작 식물 하나를 이기지 못해서 제국 아카데미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겠어?”
그 호소에 타니야는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래. 맨드레이크라고 해 봤자 고작 식물일 뿐이다.
마력이 많은, 수많은 마법 실험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식물.
“…….”
비록 눈앞의 맨드레이크가 평범한 맨드레이크와 달리 사람만 한 사이즈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
비록 그보다 작은, 일반 맨드레이크의 영물에게 영혼까지 털린 것이 얼마 전이지만.
‘조금 무섭게 생긴 건 내 기분 탓일까?’
자신은 자랑스러운 마녀였다.
고작 이런 풀때기 따위에게 질 리가 없었다.
이전의 패배는 자신이 방심했고.
또 상대가 영물이라는 특이한 존재였기에 일어난 실수였을 뿐.
“그래. 내가 고작…….”
끼에에에에에에엑!
맨드레이크가 무서운 표정으로 비명을 내뱉었다.
“…집에 가고 싶어.”
“저기요, 마녀님?”
그에 얼마 전 경험한 PTSD가 터진 타니야가 울상을 지었고, 맨드레이크의 하울링을 막기 위해 귀를 막았던 데일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타니야를 바라보다 맨드레이크의 촉수에 붙잡혔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데이지는 생각했다.
‘개판이네.’
개판도 이런 개판이 따로 없다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