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28.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7)
여름방학과 달리 겨울방학의 복귀는 매우 편하게 진행되었다.
베르샤 아카데미 바로 옆, 황탑에서 이동 마법을 이용하고.
도착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는 마차를 타고 이동하자 반나절도 되지 않아 저택의 입구가 보였다.
“이렇게 쉬운걸.”
평범한 가문으로는 하기 힘든 사치였으나, 드라이르프 가문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르윈이 원한다면 매주 주말마다 가문으로 복귀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여름에도 이렇게 했으면 편했을 텐데.”
살짝 시선을 주는 데이지의 행동에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은 베아트리체가 싸늘한 주검이 되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네요.”
반박하려던 데이지는 베아트리체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보고 시체로 착각하지 않았던가?
다른 일이라면 원인을 르윈에게서 찾았겠으나.
그 당시 베아트리체의 모습은 하루 이틀 굶는 것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모습이었다.
못해도 몇 년의 세월이 쌓이고 쌓여야 그런 상태가 되지 않을까.
‘그것도 어렵지.’
아마 그 전에 죽지 않을까.
노예 신분으로 노예시장에서 살아 본 적이 있는 데이지조차도 베아트리체 같은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노예시장이라는 것은 노예를 상품으로 파는 곳.
다 죽어 가는 시체 같은 사람을 사 가는 것은 흑마법사 말고는 없을 테니 말이다.
“다 운명을 느끼고 행한 일이야.”
“이번에는 운명을 느끼지 않아서 참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운명을 느끼지 못해 이동 마법을 사용하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이지였으나, 르윈이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가문으로 복귀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마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도련님.”
마차에서 내린 르윈이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오랜만에 만나는 집사장 알렉스.
“고생이라고 할 것이 있나.”
툭 말을 내뱉은 르윈은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싶었다.
“부모님은?”
“마님께서 아직 안정이 필요하시기에, 나오지 않도록 조치했습니다.”
“잘했네. 형이랑 누나는 아직 아카데미지?”
“그렇습니다.”
황실 아카데미는 이름에 걸맞게 아카데미의 졸업식 중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이벤트였다.
제국의 인재들이 배출되는 것은 물론,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 유명 인사들이 모이고.
또 학생들의 학부모들 또한 대부분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었기에 사교 행사 취급을 받기 때문이었다.
“엄청 귀찮겠네.”
그리고 르윈의 형제들은 학생회로서 그 대규모 행사를 책임져야 했다.
아마 지금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죽어 가고 있지 않을까.
‘역시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려면 학생회 따위는 하는 게 아니야.’
학생회라는 권력이 있으면 좋은 점도 많으나, 그 대가는 분명히 존재한다.
베르샤 아카데미만 하더라도 이제 열 살짜리인 기초 교육 1학년을 부려 먹을 정도 아닌가!
‘그건 좀 미안하게 됐지만.’
사실 기초 교육 과정은 교육 과정 중에서도 가장 연령이 낮은 곳.
수업이 널널한 것처럼 학생회 활동도 제법 널널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중등 교육 학생회에 지원.
졸업하기 전까지 학생회장이 되어 일하는 데일드와 같은 이들이 존재하는 것!
평소 업무를 대충대충 처리했다면 모를까.
라일라 정도의 노력가가 방학에 남아 일을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미리 준비를 해 둬야 하니까.’
이번 겨울방학을 끝으로 르윈은 가문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변수가 없는 이상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9년을 아카데미에 있거나, 혹은 여러 이유를 대고 다른 지역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가문에서 해 둬야 할 일을 지금 처리할 필요가 있었고.
자신의 뒤를 몰래 밟을 수 있는 변수 덩어리인 라일라를 떼어 놓아야 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나, 황실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 자신이 맡은 일을 해결하고 계실 겁니다.”
“그렇겠지. 라일라도 엄청 바빠서 못 놀러 올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매수된 임원들을 이용, 라일라를 학생회에 묶어 둔 르윈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난 선거, 보수파의 수장으로서 라일라가 내뱉은 공약은 많았으니까!
‘원래 공약이라는 것은 쉽게 내뱉으면 안 되는 거란다.’
라인하르트의 이름을 이어받은 라일라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 되었기를 바라며.
르윈은 베르샤 아카데미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라일라가 보람찬 방학을 경험하길 빌어 주었다.
***
사람들이 생각하는 용사란 여신의 뜻을 이어받아 성스러운 일을 행하는 자였다.
하지만 인생 9회 차를 용사로 살았던 르윈의 견해는 다르다.
그 누구보다 죽음에 가까운 자.
아니, 죽음 그 자체를 몰고 다니는 사신이었다.
용사가 하는 일이란 여신의 검이자, 마왕이라는 강대한 적을 암살하는 암살자였으니까.
자신의 목숨조차 불태워 가며 여신의 적을 죽이는 존재였으니까.
“아가가!”
“뺘!”
“…….”
그렇기에 용사는, 아니 르윈은 늘 살아 있는 존재의 따뜻함보다는 죽은 적에게서 싸늘함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떠니?”
“생명의 위대함이 느껴지네요.”
“얘가 참.”
그래서일까.
자신의 양손에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가 르윈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자그마하고, 앙증맞은 두 손이.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손을 꾹꾹 누르는 것이 간질거리면서도 어색했고.
자신 같은 사람이 맞잡고 있어도 되는지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놓을 수가 없었다.
“아카데미에 들어갔다고 어른인 척이라도 하는 거니?”
르윈의 대답에 르윈의 어머니, 에르젠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신기하니?”
“네. 두 명은 생각도 안 했는데.”
소식을 전해 받기는 하였지만, 막상 쌍둥이를 보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나도 몰랐단다.”
그저 르윈을 가졌을 때보다 조금 더 날뛰기에 활발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에르젠이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닌 두 명이어서 그랬을 줄이야.
“여동생이 둘이나 생긴 기분은 어떠니?”
“…….”
에르젠의 질문에 르윈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여동생이라.’
르윈의 인생 중 여동생이 있던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여동생이라는 존재가 기억에 좋게 남은 적은 거의 없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만족이었지.’
후계자가 되기 위해 암투를 벌이던 여동생도 있었고.
또 별로 친하지도 않던 사이였는데, 자신이 용사가 되자마자 자신이 용사의 여동생이라고 동네방네 떠들다가 인질로 잡힌 이도 있었다.
“꺄아!”
“아으!”
그런 여동생들을 떠올린 르윈은 방긋 웃는 아이와 자신의 손가락을 무는 아이를 보며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르뤼엘도 르니엘도, 그냥 건강하고 착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네요.”
그거면 정말로 소원이 없었다.
***
르윈이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가문으로 복귀한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는 본래의 신분인 드라이르프가의 시종으로 돌아와 있었다.
“…….”
그러나 오랜만에 돌아온 탓일까.
저택의 모습은 예전과 조금, 아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머! 데이지! 얼마 만에 보는 거니! 진짜 반갑다!”
“그, 그렇네요.”
“아이, 우리 사이에 어색하게. 편하게 말 놔.”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손을 데이지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살이 많이 붙어서 다행이긴 한데.’
언데드의 한 종류인 스켈레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었던.
아니, 그게 더 설득력이 있었던 몸에 제법 살이 붙었다.
이제는 언데드가 아닌, 조금 많이 마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
아직 입을 열면 밥 한 숟가락을 밀어 넣고 싶은 모습이기는 하나.
그래도 사람 취급을 할 정도는 되어 보이는 모습은 다행이었다.
‘호, 혼자서라뇨! 다들 절 버리고 가는 건가요?’
거기에 기억 속에 있는 울상인 모습보다는 저렇게 웃는 모습이 더 보기 좋기는 하나.
“베아트리체 씨.”
“예전에는 베아트리체 양이라고 부르더니, 왜 더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이야?”
나 슬프다?
그렇게 짐짓 울상을 짓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에 데이지는 입꼬리를 부르르 떨었다.
“베아트리체 양.”
“편하게 부르라니까.”
흐느적거리던 백발의 긴 생머리는 짧게 정리가 되었다.
그녀가 고개를 흔드는 것에 따라 찰랑거리는 단발은 윤기가 있었고, 다 죽어 가던 검은 눈동자도 이제는 생기가 가득했다.
‘너무 가득해서 문제지만.’
‘제, 제가 더 잘할게요!’
데이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녀는 다른 사람과 더 친하게 지내라는 말에 자신을 붙잡고 간절히 애원하는 모습이었다.
차라리 자신도 아카데미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었는데.
“아, 시실리 씨! 주방에서 찾았어요! 도련님 오셨다고 성대하게 준비할 예정이라던데요?”
“그래? 고마워, 베아!”
“에헤!”
그러나 반년도 되지 않는 기간.
그나마 많이 본 알렉스 집사장조차 어색해하던 베아트리체는 사라지고, 사교성이 넘치다 못해 흘러내리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많이… 변하셨네요.”
“그, 그래?”
부끄러운 듯 얼굴에 홍조를 띠며 베아트리체는 꺅꺅거렸다.
“하긴 그때 나는 엄청 어둡고, 사람도 낯설어하고 그랬지.”
알고 있으셨네요.
순간적으로 그렇게 말할 뻔한 데이지는 간신히 말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그래도 모두가 엄청나게 챙겨 주고, 도와주고 그랬거든.”
베아트리체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데이지에게 말해 주었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던 자신에게 저택의 사람들은 무리해서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는 따뜻한 눈길로 끝까지 지켜봐 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손을 내밀어 주었다.
“막 연습하다가 만들었다고 디저트도 가져다주고. 청소할 때 꿀팁이라고 도와주면서 여러 가지 지식도 알려 주고 그랬는데!”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악동을 담당했던 시종들에게 사람이 서툰 베아트리체 정도는 귀여울 뿐이었다.
그렇기에 모시는 주인이 아카데미로 간 동안, 사용인들은 심심함을 달랠 겸 누가 봐도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베아트리체를 관리하였고.
그렇게 세상에 상처받고 굳게 닫혀 있던 베아트리체의 마음의 문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너무 열려서 문제 같지만.’
마음의 문이 열린 것은 좋지만, 열려도 너무 열렸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도 그냥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도 다 도련님 덕분이지. 아, 그리고 나중에 알았는데, 데이지는 이제 열넷이랬지?”
“내년이면 열다섯입니다.”
보통이면 중등 교육에 다닐 나이.
나이까지 속여 가며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자괴감이 살짝 든 데이지였으나.
“나, 난 내년에 열여덟인데.”
쭈뼛거리며 자신의 나이를 밝히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에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랬군요.”
워낙 말랐던 탓일까. 자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던 베아트리체가 제법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이지였다.
“그, 그러니까 언니라고…….”
“이게 어디서 하극상이야?”
“끄앙!”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울상을 지었다.
“도, 도련님?”
그리고 자신의 귀를 잡아당기는 이가 르윈이라는 사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오셨습니까.”
“조금 있다가 다시 저녁 식사 하러 가야 해.”
“아, 아파요. 손 좀 놔주세요!”
“어쭈?”
귀를 잡아당기는 르윈을 보며 울상을 지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베아트리체를 르윈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얘가 좀 많이 변했네?”
“…아주 많이 변했습니다.”
“혼자서 방에 처박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거, 걱정해 주셨군요!”
“응. 방금.”
“힝…….”
대놓고 서운하다는 표정에 르윈은 헛웃음을 지었다.
‘가문으로 데려와서 방치한 것을 조금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알아서 잘 지내는 것 같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일단 따라와.”
하지만 그건 그거고, 할 일은 남아 있었기에 르윈은 귀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끌고 갔다.
“네? 아! 아파요!”
“도련님.”
“얘랑 개별 면담이야. 넌 돌아가.”
르윈은 자신을 따라오려는 데이지에게 시선을 주었고, 잠시 고민하던 데이지는 고개를 숙이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제, 제가 뭐 잘못했나요?”
개별 면담이라는 말에 잔뜩 긴장한 베아트리체를 보며, 르윈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너 오빠 보려고.”
“아…….”
그리고 오빠라는 한마디에 거칠게 흔들리는 베아트리체의 눈을 보며.
“설마 버렸나?”
“버, 버리지 않았어요!”
제발 자신의 여동생은 저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르윈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