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28. 인생 10회 차는 시도한다 (8)
달그락달그락.
육체 대부분이 사라지고, 백골만 남은 존재에게 태양 빛이라는 것은 그리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보통 언데드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태양 빛은 해가 되는 편이었다.
신성한 태양 아래, 부정한 존재가 서 있을 수 없을 테니까.
끼긱! 끽! 끼기긱!
하나 르윈은 언데드와 태양 빛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상황에서 수만의 언데드가 기어 다니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
태양은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 신들하고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언데드는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었다.
육체를 일으켜 남은 잔념을 이용하여 시체를 움직이는 방식이 아닌, 생전 그 육체의 주인이 자신의 몸을 직접 조종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은 큰 특징이 있었으니, 살아 있을 때 했던 행동들을 죽어서도 따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몸이 죽었다고 하나, 그 안에 들어 있는 영혼은 동일했으니까.
-동. 생. 년. 살려 봤. 자. 다. 부. 질없는. 짓이. 지.
“오빠, 미안!”
그렇기에 약 한 달 정도를 어둠 속에서 갇혀 지내는 것은 아무리 죽어서 어둠으로 돌아간 존재인 언데드라고 하더라도 너무한 짓이었다.
-나밖. 에. 없. 다면. 서.
“오빠! 그만! 이러다 뼈 닳아!”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오빠의 손을 붙잡으며 애원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배신. 자.
“아악!”
서로가 유일한 희망이었던 남매는 동생이 일반인의 삶을 살기 시작하자 깨지고 말았다.
물론 오빠 역시 예상했던 일이기는 했다.
자신이 흑마법으로 부활했다고 하지만, 부활이란 원래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
신들조차 행하지 않는 금기를 깨트린 사자인 자신과 아직 살아 있는 생자인 동생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언젠가 때가 되면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이 동생의 죽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만약 신께서 우리를 보살펴 주고 계신다면 동생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이. 건 아니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꿈이란 본래 그런 것이니까.
이 세상은 흑마법사에게 가혹하고, 그렇게 태어난 자신들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꿈이 이루어졌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루어졌으니까.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동생이 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는데.
-나. 쁜. 년.
그런데 동생이라는 것은 오빠의 갸륵한 기도를 너무나도 잘 들어주었다.
매일같이 찾아와서 하소연하던 동생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다.
물론 의심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방 안의 가방을 뒤적거리는 모습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하루가 이틀이 되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일주일 정도 지나게 되자 점점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책했다.
사랑하는 동생이 그럴 리가 없다.
그냥 일을 배우고 있다고 했으니까, 일이 서투르니까 바쁜 거겠지.
아니면 사람이 많은 저택이니 더 조심하는 걸 수도 있고.
세상에 둘만 남겨지고, 늘 서로 의지하며 살았는데.
죽는 그 순간에도 동생이 혼자 남겨지는 것을 걱정하여 금기조차 깨트린 오빠를, 우리 착하고 순수한 동생이 잊을 리가 있겠는가!
-그. 냥. 성불하게. 해. 줘.
“내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끼긱거리는 소리와 나무 바닥에 남는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을 남긴 백골 앞에서 오열하는 베아트리체.
그 모습을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동생 생기자마자 이런 거 보니 참 뭐한데.’
주변 환경이 바뀌자마자 버림을 받은 오빠라니.
오빠가 되자마자 보게 된 장면이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가. 바쁘. 잖. 아.
“아니, 아니!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니까!”
끼긱! 끽! 끼기긱!
청승맞게 주저앉아 바닥을 긁어 대는 뼈다귀의 모습을 더 보고 있기 거북한 르윈은 대성통곡을 하는 베아트리체를 일으켜 세웠다.
“일단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만 청승 떨고.”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기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제법 제거가 되었지만, 베아트리체의 몸에 아직 남아 있는 사기를 제거해야 했고.
“성불시켜 달라 했으니까, 성불시켜 줘야지.”
“네?”
끼기긱!
시체 소원도 들어주어야 했다.
***
“하아!”
“의식해서 숨을 들이 삼키지 마. 너는 숨을 쉴 때마다 생각해?”
“후우!”
“내뱉을 때도 마찬가지야. 아, 지금쯤 뱉어야겠다가 아니야. 그냥 숨을 내뱉는 타이밍이 지금 알려 주는 타이밍이었던 거지.”
사기를 내보내는 겸, 숨 쉬기 운동을 전수하는 르윈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개학 전까지 되려나?’
데이지와 예리엘, 하인스를 생각하고 기간을 잡았는데.
생각보다 그들이 더 천재였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얘가 바보든가.’
예리엘과 하인스를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후자 쪽으로 무게추가 실리는 르윈이었다.
“하아! 후우!”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몸속에 마음대로 흐르는 마력을 진정시키기 바쁜 베아트리체는 열심히 르윈이 정하는 방향으로 마력을 움직일 뿐이었다.
“이걸 계속 반복해.”
“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난 후.
반쯤 탈진한 상태로 뻗어 있는 베아트리체를 내려다보며 르윈이 말하였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고.”
“네.”
“그리고 아까 말한 것도.”
“…네.”
이전, 르윈이 했던 말을 떠올린 베아트리체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말고. 그 영감님이 아직도 그곳에 있을지는 모르니까.”
한곳에 터를 잡으면 천 년 정도를 머무르기에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전생의 르윈이 알던 장소도 최소 수백 년은 거주했던 곳이었으니까.
“다시 부활할 수는 없겠죠.”
“부활은 불가능하다. 아인헤르츠 본인이 한 말이다.”
“…….”
부활.
과거 죽음과 저주와 함께 흑마법의 가장 큰 학파 중 하나가 부정하는 말이었으나.
아인헤르츠라는 이름은 그것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애초에 저 상태로 부활을 시키면, 그게 죽는 거야.”
베아트리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오빠에게로 향했다.
“그렇겠죠.”
뼈에 영혼.
그것이 자신의 오빠에게 남은 모든 것이었다.
살점 하나 붙어 있지 않고, 장기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쏟아지던 피는 이미 메말라 버린 지 오래였다.
‘아무리 마법의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
베아트리체는 입술을 꾹 깨물며,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성불이라고 해 봤자 영혼을 다시 해방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굳이 성불할 필요도 없었다.
르윈이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존재, 흑마법사의 전설 중 하나인 아인헤르츠 또한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버틸 수만 있다면.”
저런 비루한 몸뚱어리로, 세상에 미련을 붙잡으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르윈도 굳이 성불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끼긱!
“야, 그만 긁어라. 너 뼈 닳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집 바닥은 상관 많거든?”
“죄송합니다!”
모시는 주인집 바닥에 글자를 긁적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베아트리체가 퍼덕거리며 일어났다.
“데이지한테 펜이랑 노트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 그거 받아서 줘.”
“구, 굳이 그럴 필요는…….”
그녀의 오빠가 바닥에 글자를 남긴 것은 일종의 시위였다.
평소에는 서로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마법으로 소통이 가능했기에 필기구가 필요한 일은 없었으나.
“그냥 받아.”
“네.”
모시는 사람이 그렇다고 말하면 ‘예.’ 하고 받아들여라.
그것이 베아트리체가 반년간 교육받았던 내용이었기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만 알아 두고.”
방학은 약 두 달.
그 안에 르윈은 드라이르프 가문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내 놓고 싶었다.
“하나만 충고하자면 미련은 클수록 빨리 버리는 게 좋아.”
그리고 베아트리체를 데려온 사람은 자신이었기에, 르윈은 드물게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고.
“네.”
베아트리체도 그것을 느꼈기에,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진지한 이야기는 르윈만이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이곳의 분위기가 더 중압감이 느껴졌다.
“허허…….”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알렉스는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사용인으로서 여러 곳을 떠돌다, 드라이르프 가문에 정착한 지도 오래.
산전수전을 다 겪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거짓말이겠지?”
그런 그조차 데이지의 입에서 나오는 아카데미 생활은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다.
“…진짜입니다.”
“허허…….”
이제 아카데미 생활 1년이었다.
심지어 여름방학에 복귀했을 때 그 전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고작 반년의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나.
“고생이 많았구나.”
알렉스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단 한마디였다.
“네…….”
그 정상인만이 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데이지는 순간 울컥 눈물이 흘러나왔다.
‘베르크 왕국의 내전에서 드라이르프의 비밀 병기 취급을 받았습니다.’
“저번에 가문으로 베르크 왕국의 사절이 왔었는데.”
왠지 모르게 데이지를 찾았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아카데미 회장 선거에서 혁명파를 이끄는 수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
심지어 제국 감찰부에서 데이지에 대한 인적을 요구하기도 했던 이유도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저도 각오를 다지고, 아카데미 내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력을 모으고는 있습니다.”
잠시 침묵하는 알렉스에게 데이지는 온갖 감정이 담긴 눈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총학생회장님은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올해까지입니다. 그나마 메이드장을 맡은 베리엘이라는 분이 지속해서…….”
그녀는 제법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꺼내기 시작했고.
그중 몇몇은 알렉스가 생각하기에도 괜찮은 수였다.
“그 방법은 아카데미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럴까요?”
“차라리 아카데미 매점과 여러 상단이 관계가 있으니 드라이르프 가문의 힘을 빌려…….”
그러나 몇몇 내용들은 경험 부족이 느껴지는 것들이기에, 알렉스는 그 부분을 보안, 수정해 주었다.
“그럼 핫식스 상단과…….”
“음! 대륙 전체를 놓고 보면 레드불 상단이 더 크지만, 핫식스 상단의 영향력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니 그곳과 손을 잡아도 괜찮을 것이다.”
“예리엘과 하인스는 적어도 중등 교육까지는 공부에 전념하게 해 주고 싶지만…….”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니 그러는 것이 좋지. 하지만 우리가 사용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자신이 주가 아닌, 주인을 주로 삼아야 하는 존재.
그것이 사용인이라는 것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해가 지며 어둑해지는 하늘.
르윈을 막기 위한 사용인들의 회의는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