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29. 인생 10회 차는 생각한다 (1)
흔히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뭐 했다고 벌써 내년이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올해 뭘 했는가.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별로 한 것이 없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다짐한다.
‘내년에는 계획대로 살아야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라지는 계획이 연말에 양산되는 이유였다.
‘내가 그 꼴이 될 줄은 몰랐는데.’
자신이 세운 계획의 첫 단추가 어그러진 것을 보며, 르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우!”
“꺄!”
르윈은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만져 대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르뤼엘 디 드라이르프.
르니엘 디 드라이르프.
어머니는 몇 달 전 태어난 쌍둥이를 르윈에게 던져 둔 것이다.
“역시 도련님이 같이 있으니 아가씨들이 조용하네요.”
“평소에는 엄청 우시는데.”
르윈은 자신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녀들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청 운다고?’
생각해 보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자주 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옛 동료 중에도 불침번을 설 때마다 아이가 새벽마다 울던 게 기억난다고 했던 이가 있지 않았던가?
“아우!”
그러나 르윈은 자신의 볼을 꼼지락거리며 만지는 동생들의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그렇게 좋은가?”
“뺘!”
볼을 콕콕 찌르는 것만으로도 까르륵 웃는 모습이 귀엽긴 하다.
그러나 머릿속 한편으로는 얼마 전 있었던 현실 남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너네는 안 그럴 거지?”
“꺄!”
“뺘!”
까르륵 웃는 동생들을 보며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애들한테 뭔 소리냐.”
연말과 연초는 귀족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기간이었다.
건국제를 제외하고는 황제가 직접 귀족들을 불러 모으는 몇 안 되는 행사가 존재하는 기간이었으니까.
덕분에 제국 수도의 숙소들의 가격이 배가 뛰어오르고, 수도에 저택이 없는 어중간한 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지갑을 열어야 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수도 바벨리안의 물가가 갑자기 몇 배는 뛰어오르는 시기!
물론 바벨리안뿐만 아니라 대륙의 모든 왕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기는 했다.
“그냥 나도 간다고 해야 했나.”
높은 위치의 가문일수록 그런 행사에 불려 나가는 것이 당연했고.
제국의 단둘뿐인 공작가인 드라이르프 역시 마찬가지.
거기에 평소에는 여러 이유를 대며 참석을 거부하거나, 하루 이틀 정도만 얼굴을 보였던 에르젠조차 이번만큼은 행사에 참여해야 했다.
‘황제가 불렀으니 어쩔 수 없지.’
공작, 아니 후작 정도만 되어도 그 핏줄이 제국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하나도 아니고 무려 쌍둥이가 태어났으니 황실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일.
황제가 대놓고 드라이르프 가문의 경사를 축하한다고 했는데 거절하는 것은 황실에 싸우자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드라이르프 가문이라고 해도, 황실과 척을 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덕분에 에르젠은 쌍둥이를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르윈에게 맡겨 둘 수밖에 없었다.
“라일라한테는 미안하게 됐네.”
이렇게 붙잡힐 줄 알았으면 라일라도 데려왔어도 되었을 텐데.
아카데미 발전을 위해 오늘도 일하고 있을 라일라에게 잠시 묵념을 하는 르윈이었다.
***
“계획이 성공했네요.”
“도련님에게 아직 사람의 마음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지.”
모시는 주인에게 할 만한 말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진심이었다.
아직 어린 쌍둥이를 두고 가야 하는 것에 곤란해하는 에르젠에게 르윈에게 맡기는 것을 추천한 이들이 바로 이들이었으니까!
“아가씨들도 도련님을 좋아해서 다행이네요.”
데이지의 말에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만 계시면 도련님도 완벽한 분이시니.”
가문은 제국의 최고 가문인 드라이르프 공작가고, 외모는 어린 나이임에도 뚜렷한 미모가 엿보였다.
지금은 나이 탓인지 귀여운 느낌이 강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으면 형제들처럼 조각 같은 미남이 될 터.
거기에 본인의 능력 또한 뛰어났다.
‘그 뛰어난 능력을 쓸데없는 일들에 써서 문제지.’
차라리 능력이 부족하면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취급할 수 있지.
능력이 뛰어나니 장난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더 최악은 그 주체가 자신이 아닌 남이라는 것.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인생 10회 차의 생각을 인생 1회 차들은 읽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아닌 남을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르윈처럼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일수록 더욱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동안은 조용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잠깐 시간을 번 수준이지.”
르윈의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시녀들은 그걸 최대한 늦추기 위해 알렉스가 파견한 이들이었다.
하나 그들의 말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르윈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것.
“형제분들의 복귀는 어려울까요?”
“어렵겠지. 라테일 도련님께서는 가주님과 함께 황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셨고. 그만큼 학생회 업무가 두 분께 갈 테니…….”
데일드와 마찬가지로 학생회 탈출에 실패한 라그일과 르나인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터.
“그 말은…….”
“그래. 가주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이 가문에 도련님을 막을 사람은 없다는 거지.”
아직 갓난아이들인 쌍둥이를 제외하면, 이 저택에 의사소통이 되는 유일한 혈통은 르윈뿐이었다.
과연 르윈을 막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오래가네요.”
“그렇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르윈의 쌍둥이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예상보다 길게 지속되었다.
***
“이게 되네?”
르윈이 쌍둥이를 맡은 지 이 주.
르윈은 너무나도 익숙하게 마력을 흡입하는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왜 되지?”
“하후!”
“후하!”
원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숨 쉬기 운동의 효과는 뛰어났다.
가장 순수한 마력을 받아들이기에는 가장 순수한 상태인 어린아이의 육체가 좋았으니까.
르윈 역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몰래 숨 쉬기 운동을 통해 육체의 최적화를 진행했고.
그 성과와 인생 다 회 차 경험을 통해 한 줌의 마력으로도 범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효율을 내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게 가능했던 것은 르윈의 지난 생들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생의 회 차를 갈아 넣어 숨 쉬기 운동을 만들었던 경험.
그리고 완성한 이후에도 그것을 최적화시키기 위해 갈아 넣은 시간이 얼마인가!
“최소 천재는 확정이고.”
그러나 르윈의 두 쌍둥이 동생은 르윈의 도움을 좀 받는 것으로 숨 쉬기 운동을 습득했다.
르윈이 보기에도 제법 괜찮은 수준의 재능을 가진 데이지조차 한참을 헤맸고.
예리엘과 하인스는 무의식에 때려 박기 위해 조금 과격한 수단을 썼을 정도며.
재능이 좀 떨어져 보이는 베아트리체는 아직 감도 잡지 못한 숨 쉬기 운동을,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는 갓난아이들이 운용한다니.
“다음에 베아트리체한테 보여 줘야겠네.”
한 살짜리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곧 성인이 헤매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한동안 자괴감 좀 받을 것이었다.
“그럼 이것도 해 볼래?”
“빠아?”
르윈이 손을 내밀자 까르륵거리며 작은 두 손을 내미는 르뤼엘을 르윈은 품에 안았다.
그리고 자그마한 등 뒤에 손을 대고, 조심스럽게 몸속의 마력을 흘려보냈다.
“미친!”
그리고 몸속에 미약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형태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진짜 괴물인데.”
미약하나 마력을 몸 안에 품었다.
마력을 몸에 품었다는 것은 기사로서는 검에 마력을 담을 수 있는 최소의 조건을 이룩한 것이고.
마법을 배우는 자는 스스로 마법사라고 칭할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 것이었다.
그리고 마력은 빠르게 쌓으면 쌓을수록, 그 스노우볼을 굴리기가 쉬웠다.
하물며 르뤼엘의 바탕은 가장 순수한 마력을 육체에 적응하는 숨 쉬기 운동이었으니.
“너도냐?”
자신에게 떨어지려 하지 않는 르뤼엘을 오른쪽 무릎에 두고, 르니엘을 왼쪽 무릎에 둔 르윈은 르니엘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닫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동생들이 옛날에 있었으면.”
마왕의 모가지는 쉽게 따는 것이 아니었을까.
매번 용사의 발목을 붙잡고, 가만히만 있어도 눈물 나게 고마웠던 형제들을 떠올리니 억울한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르윈이었다.
“너희는 그러지 않을 거지?”
그래야 했다.
능력도 재능도 없는 것들이 그 정도 수준이었는데.
괴물 같은 재능을 가진 동생이, 그것도 하나가 아닌 쌍둥이가 발목을 잡는다니.
생각만 해도 오싹한 감각에 르윈은 두 여동생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앞으로 가문에 복귀할 생각은 없었는데.”
두 동생의 재능을 보니 살짝 계획을 변경해도 될 것 같다.
“이미 계획은 좀 틀어졌으니까.”
쌍둥이에게 붙잡힌 순간, 계획의 첫 단추는 어긋났다.
그러나 그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했다.
“조금 느긋하게 하려던 일들이었으니까.”
천천히 진행하려던 일들은 기초 교육 과정에 당겨서 하면 될 터.
자신이 중등 교육에 올라갈 시기가 되면, 쌍둥이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시기가 될 테니.
“미리미리 호감도 작업을 해야지.”
평판 나쁜 망나니 오빠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착한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게 미리미리 작업할 필요성을 느낀 르윈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조금 더 고생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
“음……!”
등줄기를 훑고 내려가는 싸늘한 감각에 라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끝나셨습니까?”
“아, 아니.”
“그렇군요.”
“계속 앉아 있었으니, 허리가 아프실 수도 있지.”
“하긴 서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일만 잘하면 되지.”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했다가 다시 책상 아래로 향한다.
그것에 라일라도 시선을 내려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른데.’
모두에게 인기 있는 아카데미 생활을 보내기 위해 들어온 학생회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목적을 성공하기도 했다.
“회장님!”
평소에는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찾아와 주고 있었으니까.
“이번 저희 동아리 관련 예산이 조금 더 필요해서!”
그러나 그 내용을 들으면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
“그건 총학생회에…….”
“기초 교육 과정의 학생들을 위해 실행되는 업무라…….”
까마득한 선배가 헤실헤실 웃으며 건네는 서류는 일거리였고.
“라일라 학생회장, 여기 있었군요. 내년 기초 교육 수업 관련해서…….”
인자하게 웃는 교수가 내미는 서류 또한 일거리였으며.
“회장님, 저번 선거에서 실행하기로 했던 공약 중 바로 실행할 만한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이건 조금 더 장기적으로 플랜을 짜야 할 일들인데, 필요 인력과 예산은 이 정도로…….”
매일같이 붙어 다니며 쪼아 대는 학생회 임원들이 건네는 서류 또한 일거리였다.
‘내가 생각한 회장은 이게 아닌데.’
생각해 보면 멋지게 보였던 데일드의 눈가에 늘 다크서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가끔 노동 동아리 관련으로 찾아간 그의 책상에는 자신의 책상의 몇 배나 되는 서류들이 있던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라일라, 학생회는 들어가는 게 아니란다.’
‘다 오빠가 경험하고 난 뒤에 하는 말이니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야. 한 번 들어가면 우리 가문은 빠져나오기 힘드니까.’
‘진짜 조심해야 한다?’
오빠와 언니들이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해 주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
라일라는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