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29. 인생 10회 차는 생각한다 (2)
“죽어랏!”
“이 새끼가?”
검과 검이 마주치는 곳.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대련장에서 기사들은 오늘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북방의 오크를 전멸시킨 내 마력검이다!”
“지랄하고 있네. 북방의 오크가 전멸했으면 왜 북방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내려오고 있냐?”
“하! 이래서 북방도 안 가 본 기사하고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거네.”
“고작 두 달 출장 간 주제에 말이 많다?”
“그 두 달의 차이가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들었다는 걸 모르냐?”
“처맞고도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을지 보자.”
드라이르프 가문은 군을 통솔하는 성격이 강하기에, 다른 기사 가문처럼 검만 우대하는 가문은 아니었다.
하나 그 뿌리가 기사의 가문이라는 것은 변치 않기에 드라이르프 가문의 소속 기사들은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편이었다.
제국 최고의 가문 가판이 자신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법 성적이 낮아서 걱정이라고? 별걱정을 다 하네.”
“그래. 과거에 검성께서 하신 말씀 모르냐? 진정한 기사의 검은 마법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캬! 지금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말이네.”
“우리가 말하면 마법사들이 게거품을 물면서 지랄하겠지만.”
“그분께서는 일격에 작은 산 하나를 베어 버려서 아무 말도 못했다지?”
“아, 눈앞에 검성이 칼 들고 서 있으면서 말하는데 어떻게 반박하냐고.”
자고로 아주 오래전부터 전장의 꽃이 누구인가로 많은 논쟁이 있었다.
늘 선봉에 서서 명예를 지키며 나아가는 기사인가.
아니면 단 일격으로 전쟁의 승패를 바꾸는 마법사인가.
그리고 그건 드라이르프 가문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사의 가문이라고 하지만 제국의 군을 통솔하는 곳이기도 했기에 겉으로는 표현이 안 될 뿐, 내부에서는 은근히 기사와 마법사들의 파벌 의식이 존재했다.
“어차피 중등 교육에 가면 기사학과 선택할 거잖아.”
“그럼 마법은 좀 낮아도 상관없지.”
“성적 낮으면 부끄럽다고? 걱정하지 말라니까.”
“우리도 아카데미 시절에 마법 시험에서 낙제받고 그랬다.”
“그렇지. 오히려 그 점수면 우리 아카데미 시절 마법 시험 점수 중에서 제일 높은 편일걸?”
그렇기에 기사들은 예리엘과 하인스의 아카데미 생활을 들으며 그들을 칭찬했다.
“뭐? 포션을 제조했는데 이상한 효과가 나온다고?”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예리엘 너는 제국을 대표하는 여기사가 될 몸이잖아?”
“기사가 포션을 만들 일이 어디 있어. 그리고 기사는 수련만 열심히 해도 침 바르면 다 나아서 포션이 필요 없다니까?”
“그, 그런가요.”
매번 르윈에게 잔소리만 들었던 예리엘과 하인스였기에 칭찬에 대한 내성이 많이 약했다.
하물며 그 대상이 자신들의 동경의 대상인 현역 기사들이니 효과는 배로 강력했다.
“그래. 심지어 첫 건국제 대회에서 16강까지 올라갔다며?”
“캬! 역시 우리 애들이야.”
“조금만 더 일찍 배웠으면 우승도 가능했을 텐데.”
“야, 첫 출전에 16강이면 잘한 거지. 너는 예탈이었잖아?”
“예선은 붙었거든?”
물론 이들의 칭찬이 마냥 순수한 의도만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중등 교육 때 종합학과 같은 곳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
“에이, 그 이도 저도 아닌 학과를 왜 들어가?”
“그래. 애들이 자기 미래도 선택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애들이냐?”
“1년 차에 이미 16강에 들어간 천재 기사 후보생이라고!”
“나도 그럴 거라고 믿는데. 데이지 따라갈까 싶어서 그랬지.”
힐끔.
기사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예리엘과 하인스에게 향했다.
연이은 칭찬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그들을 보며, 기사들은 눈빛만으로 소통했다.
‘종합학과 안 갈 것 같은데?’
‘애들은 무조건 기사지.’
‘르윈 도련님이 가장 큰 변수네.’
‘마법사 놈들에게 질 수는 없지.’
예리엘과 하인스의 재능은 뛰어나나,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기사 훈련을 받고 있는 이들 중 독보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위치는 매우 특별했다.
가문의 막내, 아니 이제는 셋째 도련님이 된 르윈의 전속 시종들.
다른 형제들과 달리 자신의 수족들을 어린 시절부터 직접 구하고, 또 아카데미까지 직접 데리고 다닐 정도로 아끼는 이들이었다.
가문의 직계 혈통의 수족.
드라이르프 가문 같은 대가문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위치다.
비록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장남의 수족은 아니라고 하지만, 차후 르윈의 영향력에 따라서 제국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뿐인가?
‘그리고.’
‘일단 예쁘고.’
‘잘생겼으니까.’
기사의 외모가 중요한가.
수많은 기사에게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기사에게 중요한 것은 명예를 아는 것이요, 또 그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것이니까.
호위를 둔다면 잘생긴 어중간한 기사보다는 못생긴 소드마스터가 더 믿음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귀족은 체면을 많이 따지는 이들이었다.
어중간한 실력이 아닌, 잘생긴 소드마스터가 존재한다면.
몇 배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잘생긴 소드마스터를 고르는 것이 귀족이라는 족속인 것이다!
“괜히 어중간하게 가는 것보다는 기사학과를 가야지.”
“그래. 그래야 미래의 소드마스터도 되고, 가문 대표 기사도 되고.”
“마법사 놈들이 기사 되면 북방에 끌려가서 개같이 고생한다고 그러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다?”
예리엘과 하인스의 기사로서의 재능이 다른 이들보다 독보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뒤떨어지는 재능 또한 아니었다.
거기에 얼굴만 보면 독보적인 재능을 이미 가지고 있으니, 기사들로서는 예리엘과 하인스에게 관심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런가요?”
“그래. 그러니까 마법 같은 거 배울 시간에 검 한 번 더 휘둘러.”
“베르샤 아카데미가 지원은 좋은 편이라며?”
“거기 기사 동아리에 후배 동생 있는 것 같던데. 이야기 좀 해 줄까?”
그렇기에 예리엘과 하인스가 끝까지 기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드라이르프 가문의 기사들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그런가요?”
그렇기에 두 사람의 자신감을 채워 주었으나, 그것이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하네.”
자신의 방 안.
오늘도 쌍둥이 동생들에게 남몰래 기술을 전수한 르윈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다 되는 거지?”
실패가 아니라 성공해서 불만이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은 말이었지만, 르윈은 진지했다.
“왜?”
마치 여신이 짠 각본처럼 최상의 시나리오가 주어진 환경이었다.
대륙 최고의 국가.
그곳에서도 황족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가문.
심지어 그 가문이 대대로 군권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형제들은 다 자신을 좋아하고.
막 태어난 동생들은 천재를 넘어 괴물과 같은 재능을 보여 준다.
“인생 4~5회 차쯤에 이런 환경을 주었으면 좋았잖아.”
이전 회 차인 인생 9회 차는 아펠리오스라는 규격 외의 괴물이 나타났으니 확신할 수 없었으나.
적어도 초중반에 이런 환경만 조성이 되어 있었으면 마왕의 목은 옛날 옛적에 베어 냈을 것이다.
그뿐인가?
마대륙 정벌을 끝내는 것은 물론, 마신의 신전에 라헬의 깃발을 꽂고 마신의 제단에서 승리의 탭댄스를 출 자신도 있었다.
‘아, 이래도 용사 안 하냐?’
마치 라헬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듯한 조건이었다.
눈 딱 감고, 이번 한 번만 더 열심히 살면 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응, 안 해.”
그러나 르윈은 단호했다.
창조의 여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믿음은 사라져 갔고.
또 이제는 인류를 위해 희생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 내 동생들이 괴물인 거랑 라헬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작게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푼 르윈은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나보다 먼저 정령하고 계약하는 건 아니겠지?”
숨 쉬기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의 순수한 마력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조금 비틀어 이용하면 특정 속성에 대한 순수한 마력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모닥불 앞에서 불의 기운을 받아들인다거나.
혹은 호수 앞에서 물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것을 몸에 쌓는 것은 조금 귀찮고, 어려운 일이었으나.
굳이 특정 속성의 마력을 몸에 쌓지 않아도, 그것을 느낄 수만 있다면 정령을 느끼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숨 쉬기 운동의 확장판.
이전부터 숨 쉬기 운동을 배운 데이지나 예리엘, 하인스는 아직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경지.
그리고 그 경지를 놀랍게도 쌍둥이들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지. 정령사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했으니까.”
아예 어릴 때부터 천재 정령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근데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 들으면 나중에 귀찮아질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재능에 취해 망나니로 사는 이들을 르윈은 많이 보았다.
귀여운 여동생들이 좀 싸가지 없게 클 수도 있었으나.
“집안에 망나니는 나 하나로 족하니까.”
미래의 망나니 희망자이자, 예비 불 속성 효자가 될 예정임으로 가문의 망나니가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했다.
“음…….”
그러나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또 너무 아까운 재능이기에 르윈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로 고민할 줄은 몰랐는데.”
이전 생이라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두 동생을 전력을 다해 키웠을 것이다.
한 명의 전력이라도 아쉬운 판국에, 괴물이 둘이나 되는데 키우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래. 그냥 내버려 두자.”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괜히 여신의 뜻과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남들에게도 원치 않는 삶을 살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꺄!”
“뺘!”
그날 오후.
자신의 각오가 무색하게 붉은빛의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소환하는 두 동생을 보며 르윈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야심한 밤.
르윈은 자신의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침대에서 일어섰다.
“각오가 되었어?”
방문을 열고 누군지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작은 발소리만으로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네.”
유난히 가벼운 발걸음의 이유는 비쩍 마른 몸 때문일 것이다.
이전 시체와 같은 모습에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더 건강을 챙겨야 할 것 같은 모습.
그러나 그 눈에 담겨 있는 의지만큼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긴 갓난아이들한테도 졌으니까.”
“그, 그것 때문은 아닌데요?”
“쉿!”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치는 베아트리체를 보며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르윈은 그녀를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정곡을 찔렸다고 그렇게 소리를 치면 되나.”
“지, 진짜 아닌데.”
울상을 짓는 베아트리체였지만, 르윈은 잊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숨 쉬기 운동을 하는 쌍둥이를 보며 좌절하던 베아트리체의 표정을.
그리고 오후, 하급 정령을 소환하여 노는 쌍둥이의 모습에 벽을 느낀 듯한 모습을!
“그래. 전공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 진짜 아닌데!”
최근 놀리는 맛이 없어진 데이지와 달리, 팔짝팔짝 뛰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에 르윈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일 간다.”
오랜만에 드라이르프 숨바꼭질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