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29. 인생 10회 차는 생각한다 (4)
“아.”
다 꿈이구나.
베아트리체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다.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아침 만들어야지.’
오늘도 신나는 시종 생활을 시작해야지.
처음 시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허드렛일이나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을 배우는 것은 즐거웠고, 적성에도 잘 맞았다.
베아트리체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익숙한 침상에서 일어났다.
“익숙하지 않아!”
그러나 막상 눈을 뜨니 전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심지어 침상의 느낌마저도 전혀 달랐다.
“당연하지. 오늘 처음 왔으니까.”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가 왔을 때가 천 년도 더 전이었었나?”
“꺅!”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 베아트리체는 비명을 내질렀다.
푸른빛 안광을 내뿜는 무시무시한 해골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쟤는 왜 나만 보면 저러냐?”
“얼굴이 무섭나 보지.”
르윈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살아 움직이는 해골이 눈앞에 있는데, 안 무서울 수가 있겠는가!
“오빠 놈아, 네 동생이 네 얼굴이 X나 무섭단다.”
“어……?”
해골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해골이 눈앞에 있으면 무서울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오빠도 해골이다.
“그, 그게 아닌데?”
즉, 오빠의 존재 자체가 무섭다고 말한 꼴이 되어 버렸다.
그에 당황한 베아트리체가 허둥댔으나, 눈앞의 해골은 무자비했다.
“알고 있었다고? 둘만 있을 때는 오빠밖에 없다면서.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생기니까 바로 버려졌다고? 그래. 원래 가족이라는 게 다 그런 거야. 힘들 때만 찾고, 좋을 때는 안 찾아.”
“오, 오빠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정곡을 계속 찌르는 말들에 베아트리체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으나.
달그락달그락.
“…….”
옆에서 들리는 매우 익숙한 소리에 베아트리체의 목이 천천히, 아주 어색하게 돌아갔다.
“어…….”
그리고 조금 전까지 보던 해골과 다르게 매우 익숙한 해골을 본 순간.
“어, 언제 나왔어?”
베아트리체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
“그래, 그래. 동생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언데드화시켰다. 참으로 용감한 일이야.”
“…….”
참으로 감동적이라는 아인헤르츠의 말에 베아트리체의 고개가 더욱 땅에 처박혔다.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력이 없으면 그 운을 잡을 수도 없지. 어떤 사명감에 찌든 호구가 흑마법사라면 다 잡아다 매달게 만든 시대에서 그 정도면 훌륭한 수준이기도 하고.”
“아 씨!”
반박하고 싶으나, 전부 사실이었기에 르윈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까지 지킨 동생이라는 것이, 오빠 얼굴 X나 무서워하고 있으니. 쯧쯧!”
“하윽!”
그러거나 말거나, 아인헤르츠는 혀를 끌끌 차며 베아트리체 오빠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저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너도 그리 나이가 많지는 않겠지. 술은 마신 적 있냐? 없다고? 한 잔 뿌려 줄까? 뼈다귀라 마실 수는 없지만, 뼈에 닿으면 시원하긴 하거든.”
최소 수백 년, 많게는 천 년 이상을 숙성한 술들을 가리키며 아인헤르츠는 한 잔을 권하였다.
“저거 그냥 몸에 뿌리는 용도였어?”
“그럼. 리치가 술 퍼마시려고 술 담그고 있겠냐?”
한 병 한 병이 심혈을 기울여 숙성시킨 명주로, 드워프에게 팔 수만 있으면 한몫 제대로 털어 먹을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런 명주가 사실은 뼈 소독용이었다니!
“딴 거 줄 테니까 교환하자.”
“어딜 싸구려랑 바꾸려고!”
“어차피 기화되는 거, 싸구려 마음껏 뿌리는 게 낫지!”
“아, 느낌이 다르지!”
“그냥 도수만 높으면 시원하겠지. 한 병당 아예 목욕할 수 있게 챙겨 주면 되는 거 아니야?”
“어림도 없지! 이래서 살 붙어 있는 놈들하고는 이야기가 안 돼.”
“뼈만 있는 게 비정상이니까!”
서로 으르렁거리는 르윈과 아인헤르츠를 보며 베아트리체는 생각했다.
‘다행이다.’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는 것만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베아트리체의 두 눈에 익숙한 해골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 오빠?”
차갑다.
뼈다귀만 남은 육신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도 더 차가운 느낌이었다.
거기에 뭐라고 해야 할까.
뻥 뚫려 있는 눈구멍이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 아니지? 오빠가 나를 그렇게 볼 리가 없지?”
대답이 없다.
해골은 원래 대답을 못하지만, 마력이 서로 연결된 남매는 언제든지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침묵이라니.
오빠가 나에게 침묵이라니!
-점점 양심이 없어지는구나.
그런 베아트리체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해골은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다.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그렇게 말하려던 베아트리체는 최근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았다.
오빠를 가방에 유기한 것이 한 달이요, 조금 전에는 ‘오빠 얼굴 개무서움!’이라고 말했다.
오해가 있다고 하나, 자신이라도 상처를 받을 만한 행동이었다.
“내가, 내가 미안해…….”
그러니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찔리는 일만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미안해!”
그러나 상처받은 오빠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평소라면 엉엉 울면서 매달리면 금방 용서를 해 주었는데.
-…….
이번에는 진짜로 화난 것일까. 대답이 없었다.
“어차피 살 날도 많은 영감이, 좀 싸게 팔면 되지!”
“오빠, 내가 진짜 잘못했다니까!”
“누가 아느냐? 네놈이 더 오래 살아 있을지!”
“진짜로 잘못했으니까!”
“난 뒤지거든?”
“그만 용서해 줘…….”
“그걸로 따지면 난 뒤진 지 오래다, 이 애송아!”
전설적인 흑마법사의 던전.
수천 년을 산 리치와 인생 10회 차의 용사.
그리고 흑마법사 남매라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의 결과는.
아주 개판이었다.
***
“그래서 왜 찾아왔다고?”
“애들 좀 도와주라고.”
“내가?”
“영감이.”
거의 반나절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본론에 들어간 르윈과 아인헤르츠는 빠르고 간결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왜?”
“영감 후손이잖아.”
“진짜 후손이 아니라 내 학파를 계승한 애들이지.”
“그게 그거 아니야?”
“절대 아니지. 성기사 놈들은 다 용사의 후계자다라고 지껄이는데, 그럼 그놈들은 다 용사 후손이냐?”
“그건 개소리고.”
“나는 개소리가 아니다?”
“영감은 아인헤르츠 학파를 인정하잖아. 난 인정 안 해.”
“쯧! 더럽게 꼬인 놈.”
“인생이 몇 번은 꼬였는데, 안 꼬이게 생겼어?”
“그건 인정하마.”
“그럼 도와주든가.”
“그래도 공짜는 안 되지. 진짜 후손도 아닌데.”
“아까는 후손이라고 인정했으면서, 대마법사가 한 입으로 두말해도 되는 건가?”
“입 사라진 지 오래다, 애송아. 이건 마력을 이용해서 공기를 떨리게 만들어 말을 전하는 것뿐이고.”
나 주둥아리 없다.
그러니 두세 마디 더 해도 괜찮다.
그렇게 주장하는 리치를 르윈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불만 있냐?”
“엄청 많은데.”
“어쩌냐. 도움을 구하는 것은 그쪽이고, 아쉬운 것도 그쪽인데.”
다른 사람이라면 르윈도 한마디를 더 하겠으나, 아인헤르츠는 평범한 존재와는 아주 다르다.
특히 르윈의 본질을 알고 있기에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면 탄압 좀 작작 처하지 그랬냐.”
“쳇…….”
아인헤르츠의 일격에 르윈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사의 인식을 조금만 덜 박살 냈으면, 애들이 저런 꼴은 안 났을 거라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용사 새끼도 참 너무하지. 흑탑만 안 밀었으면. 그래도 흑마법사 중 착한 애들은 살아남았을 텐데.”
“거기도 잘못이 없진 않잖아. 죽음이나 부활, 저주 같은 메이저 학파들도 인체 실험 많이 했고.”
흑마법은 부정적인 것들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게 보통이며, 다른 마법들과 더욱 이질적인 요소는 그 요소가 자연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인간의 육체, 정신, 혹은 그 이후.
그렇기에 마신의 편에 붙은 네크로맨서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흑마법사들이 불법적인 일을 자행했고.
용사는 그것을 밝히고 흑탑의 악행을 세상에 공개했다.
“…까지만 아는 놈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 인체 실험 안 한 마탑이 있기는 했냐?”
“…….”
그러나 그런 연구를 한 것이 흑탑만은 아니었다.
아니, 안 한 마탑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마법의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마법에 재능이 있는 이들을 납치하여 실험한 곳이 많았고.
마탑에서 구매한 노예이기에 합법이라 주장한 자들도 있었으며.
인간만 아니라 다른 종족들, 심지어 전쟁에 참여하여 마족까지 몰래 빼돌려 실험한 미친 마법사들도 제법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밀린 마탑은 어디? 흑탑, 딱 한 곳이지. 용사 새끼도 참 너무하지. 탑이 좀 검은색일 수 있지. 그것 가지고 갈구냐?”
아, 그것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추임새를 넣는 아인헤르츠에 르윈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영감이 전에 궁금하다고 했었던 게 있었잖아.”
“내가 궁금한 게 좀 많지. 그래서 기억이 잘 안 나네. 엄청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고.”
모르는 척하는 모습이나, 구체적으로 조건을 달라는 말이었다.
“하! 내가 요번에 재밌는 친구 하나를 사귀었거든.”
“재밌는 친구?”
인생 10회 차의 용사의 친구라.
제법 흥미가 동하는 주제이나, 그렇다고 수천 년을 산 리치에게 조건을 걸 만한 것은 아니었다.
“네가 올해로 몇 살이더라?”
“10살. 곧 11살이지?”
“10년이라. 내가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랑 비슷하구나.”
“잠도 안 자는 영감이 지랄은.”
“비유다, 애송아.”
고작 10년 만에 재미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 아인헤르츠를 르윈은 비웃었다.
“영감이 이런 칙칙한 숲에서 진리를 깨우친다고 할 때,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생겼어.”
“뭔데?”
“용사 동상.”
“풋! 그건 좀 재밌구나.”
“그리고 그 용사도 감지하기 힘든 열 살짜리 꼬마라든가.”
“응? 그런 게 있다고?”
“용사 추정, 은신의 신이 있었던 건가. 의심할 정도였지.”
“호오…….”
옆에서 듣고 있는 베아트리체는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아인헤르츠는 르윈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용사가 기척조차 감지하기 힘들 정도라.”
“그것도 자연적으로.”
“그건 좀 재밌구나.”
용사란 괴물이다.
눈앞의 용사와 처음 만났던 것도, 기척을 감추고 자신의 던전을 쳐들어왔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런 녀석이 알지 못한다니.’
거짓말을 할 녀석은 아니었다.
그러니 사실일 것이다.
충분히 미지라 말할 만했고, 충분히 신비라 부를 만했다.
그러나.
“관심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인헤르츠 본인의 관심에 들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
그는 연구자였다.
생명을 연구하는 연구자.
신의 축복이나 저주보다는, 생명의 신비 그 자체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
그것이 불사의 리치, 아인헤르츠라는 존재였다.
“그건 나도 알고.”
르윈 또한 그것을 알고 있기에 라일라에 대해 말한 것이다.
어차피 그녀는 아카데미 밖에서 못 나오고 있을 테니!
“다른 것도 하나 찾았거든.”
“오호?”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아인헤르츠는 귀를 기울였고.
결국 르윈과 합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잉? 여기 어디야?”
“너 납치된 거야.”
“끄악!”
흑마법사의 던전에서 맨드레이크의 새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