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29. 인생 10회 차는 생각한다 (5)
“납치범! 사기꾼! 범죄자!”
으앙! 소리를 내며 울부짖는 엘리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르윈을 노려보았다.
“저렇게 무서운 해골한테 나를 팔아? 너무한 거 아니야?”
아인헤르츠를 향한 말이었지만, 어깨가 축 처진 것은 베아트리체의 오빠였다.
“오, 오빠는 안 무서우니까.”
본의 아니게 양심이 찔린 베아트리체가 오빠를 위로하는 순간에도 엘리의 항의는 계속되었다.
“이런 잔혹한 인체 실험에 나를 팔아넘기다니!”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외치는 듯한 엘리를 보며, 아인헤르츠는 세상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잔혹한 인체 실험이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
“아니야? 흑마법사잖아!”
“쯧! 진짜 용사 놈과 창조의 교단 때문에 흑마법사 이미지 다 박살 났다니까.”
“그 전에 흑마법사들이 저지른 일이 좀 많을 텐데.”
“그게 흑마법사 잘못이냐? 마신에게 넘어간 인류의 배신자들의 문제지.”
“그 배신자 비율 중 흑마법사가 많았으니까 그렇지.”
“쯧! 마신이라니까 왠지 모르게 흑마법을 잘 알 것 같아서 그렇겠지. 신이란 것들이 얼마나 무지한지도 모르고.”
용사 대표와 흑마법사 대표의 책임 공방을 엘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래서 인체 실험을 위해서 부른 게 아니다?”
“그렇지.”
“영감님은 그런 짓 할 사람은 아니니까.”
“애초에 사람이 아닌데?”
“너무하구먼. 사람의 마음을 간직한 착한 리치인데.”
“…….”
상처받았다는 듯한 몸짓이 왠지 모르게 열받게 느껴지는 엘리였다.
안 그래도 느긋하게 광합성을 하며 자고 일어났더니 납치되어 버린 상황.
심지어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이 무섭게 생긴 해골이었다.
누굴 붙잡고 물어봐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할 상황!
그런데 이렇게 뻔뻔하다니!
“착한 리치라니, 살면서 처음 듣는 말인데!”
심지어 착한 리치란다.
아무리 자신이 세상사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하지만, 두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렇게 눈을 부릅뜨는 엘리를 보며, 아인헤르츠는 순수하게 인정했다.
“그렇겠지. 대부분 리치라는 것들은 흑마법사 놈들이 만든 고위 마법사형 언데드니까.”
“그런 거 만드는 놈들치고 정신 멀쩡한 놈들은 없으니까.”
심지어 르윈조차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걸 본인이 인정한다고?”
“하! 그런 이름뿐인 리치와 내가 같다고 생각하는 건가?”
“말이 심하네. 길가의 잡초를 보고 ‘어, 엘리다?’라고 하는 거랑 같다고.”
“어, 미안…….”
순간적으로 사과를 한 엘리는 곧 인상을 찌푸렸다.
‘왜 내가 잘못한 것처럼 되는 거야?’
피해자는 자신이고, 저쪽은 가해자가 아닌가?
“다, 다르다고?”
“그렇지. 나는 남의 손에 의해 죽은 자가 아니다. 남의 힘으로 부활한 자도 아니다.”
죽은 자를 일으키는 자.
흔히 시체술사, 네크로맨서들이 흑마법사 사이에서도 금기처럼 취급당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흑마법 중에서도, 타인의 안식을 방해하는 최악의 마법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스스로 죽고, 스스로 부활한 자다.”
하나 아인헤르츠는 달랐다.
본인의 말처럼 스스로 죽고, 스스로 부활했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확률에 자신의 목숨을 걸었고, 그것에 성공해 불멸의 생을 얻을 수 있었다.
“생명의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게 나다.”
흑마법의 가장 큰 비원.
생명과 죽음.
그것을 찾기 위한 여정은 너무나도 길어, 인간의 생명으로는 그 끝에 도달할 수 없기에.
한 줌의 기적에 모든 것을 바쳐, 그것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생명의 신비를 알고, 그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게 나다.”
그런 자신이, 자신의 비원을 이루기 위하여 다른 생을 빼앗는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한 마디 한 마디에 의지가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기묘한 박력에 엘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난 사람 아닌데.”
“…그런가?”
“그러니 인체 실험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
“그래도 안 할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엘리를 보며, 아인헤르츠는 잠시 고민했다.
“안 할 거지?”
“…….”
“왜 말이 없엉?”
“…….”
“야.”
“…맨드레이크를 실험에 사용하는 건 마법사에게 흔히 있는 일이니까.”
“이 새끼가?”
***
“크르으으응!”
“장난이다, 장난.”
생명은 다 소중한 것이다.
아무리 맨드레이크여도, 의지를 가진 영물인 이상 해를 주지 않는다.
“안 믿네.”
“장난이 너무 심했어, 영감님.”
그렇게 말을 했지만, 이미 닫혀 버린 엘리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살생을 안 한 지 천 년이 넘었는데. 너무하구만.”
“진짜?”
“당연하지. 이 몸을 봐라. 식사하겠다고 동물을 죽일까, 식물을 뜯어 먹을까.”
연구를 위해 생명을 탐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력뿐이기에,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천 년 전에는 왜 죽였는데.”
“모기 새끼가 앵앵거리면서 날아다녀서.”
“…….”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지.”
이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주장하는 아인헤르츠를, 엘리는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이 뼈다귀를 믿으라고?”
“그래도 라헬보다는 믿음직해.”
“너는 동네 시장에서 사기 치는 사기꾼도 여신보다는 믿을 만하다고 할 사람이잖아.”
“…그런가?”
순간 고민하는 르윈을 보며 엘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믿을 새끼가 없어.”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해서 안심을 시켜 주든가.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를 해 주는데도 신뢰도가 바닥인 이들이었다.
“그래서 날 왜 데려온 건데?”
수천 년을 살아왔다는 리치와 인생 10회 차의 용사라는 놈이 이런 놈들이라니.
초월자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의 멍청한 모습에 오히려 머릿속이 차가워진 엘리였다.
“영감님이 대가를 요구해서 좀 팔았어.”
“이 새끼가?”
“영물이라는 것은 늘 궁금했는데, 찾기는 쉽지 않았지.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너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아, 그런데 필요 없는 잔뿌리 정도는 채취하게 해 주면 안 되겠냐?”
“이 새끼들이?”
한 놈은 당당하게 자신을 팔았다고 말하고, 한 놈은 아닌 척하면서 신체의 일부를 좀 주면 안 되겠냐고 말하고 있다.
솔직히 사람으로 따지면 머리카락이나 손톱, 발톱, 각질 같은 것 좀 채취하겠다는 말이기에 생명에 지장이 가는 것은 아니나.
‘기분 나빠!’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순순히 줄 이유는 없다.
그리고 일단 기분이 나빴다.
“내가 왜 줘야 하는데?”
아무리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신체의 일부.
그것을 함부로 남에게 줄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평범한 맨드레이크와 영물 맨드레이크는 모든 것이 똑같으나, 단 하나가 다르지.”
그런 엘리를 보며 아인헤르츠는 끌끌! 웃으며 말했다.
“뭐가?”
“맨드레이크는 땅속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흡수할 수도 있고,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
“그렇지?”
“따로 필요한 것이라면 물 정도.”
그러나 엘리 정도의 마법 능력이면 물 정도는 쉽게 생성할 수 있기에 굳이 물이 있는 곳에 살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지.”
“그러니까 그게 뭔데?”
“마력.”
그러나 평범한 맨드레이크와 엘리는 필요한 마력이 달랐다.
아니, 엘리뿐만이 아니다.
영물이라는 존재는 대부분 같은 종에 비해서 적게는 3~4배, 많게는 수십 배의 마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너처럼 근본이 식물에 기초한 녀석들은 더 그렇지.”
살아 움직이는 동물과 달리, 엘리는 움직이는 것부터가 마력을 소모해야 했다.
그뿐인가? 인간을 닮은 형상을 취하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마력이 소모되는 행동이었다.
“다른 식물과 달리 발성 기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나처럼 말을 하는 것일 테니까.”
그렇기에 마력 흡수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맨드레이크의 영물이라고 하더라도 엘리처럼 활동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일주일에 며칠은 땅속에 가만히 있으며 마력 흡수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긴 싫지?”
“당연하지.”
엘리가 마력석에 집착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마력석의 마력을 흡수한다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 애송이는 지금 활동이 제한적이지. 나름 수를 써서 마력석을 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네에게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닐 테야.”
“…….”
그 또한 맞는 말이었다.
마력석의 가격은 그리 싼 것이 아니었고, 도서관 사서들이 캐 오는 것들이 있다고 하나 도서관 지하 탐사 기간은 한정적인 편이었다.
그렇기에 엘리는 르윈이 공급해 주는 적당한 수준의 마력석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나, 날 마력석으로 사겠다고?”
아인헤르츠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달은 엘리는 수치심에 덜덜 떨며 말했다.
“마력석? 중요하지. 마법도 완벽하게 배웠겠다, 이제 밖에 돌아다녀도 되니까 마력이 더 필요하겠지!”
그러나 엘리에게도 자존심은 존재했다.
“고작 상급 마력석 몇 개 때문에 실험에 참여할 정도로 나는 싼 존재가 아니야!”
그런 엘리의 각오에 아인헤르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급 마력석이라니. 나도 그런 걸로 자네의 도움을 얻으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네?”
“응?”
“그리고 고작 몇 개라니. 나를 뭘로 보는 겐가?”
“읭?”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리의 앞에, 아인헤르츠는 가죽으로 된 큼직한 가방 하나를 내려놓았다.
“정제된 최상급 마력석 50개. 그리고 신화급 마력석 한 개.”
“……!”
가방 안에는 사각형 모양으로 정제된 최상급 마력석이 가득했고.
그 중앙에는 엘리의 엄지손가락 크기로 아주 작지만, 50개의 최상급 마력 이상의 마력을 품고 있는 붉은색 마력석이 존재했다.
“매일 6시간 협조. 신체 및 정신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음. 순수하게 영물을 조사할 뿐.”
“그, 그거면 돼?”
“거기에 잔뿌리나 껍질, 잎사귀나 열매 등 추가 매입 가능.”
“추, 추가 매입까지!”
저것만으로 홀라당 다 넘겨줄 자신이 있었던 엘리는 추가 매입이라는 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그게 가능해?”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누군가.”
“수천 년을 살아온 전설적인 흑마법사?”
“그렇지. 영생을 살아가는 불멸의 리치가 나라네.”
인간의 역사는 우습고, 엘프의 역사조차 과거의 일 취급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인헤르츠였다.
“그 시간을 살았는데, 재화가 없을 리가 있겠는가?”
아무리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온 존재였다.
우연히 거주할 동굴을 파다 마력석 광산이 나오기도 하고, 금이나 보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모아, 가끔 가짜 신분을 이용해 인간이나 다른 종족에게 팔고.
그 대신 실험에 필요한 자재를 구할 때 경비로 사용했으니.
“나 부자라네.”
인생 9회 차, 그것도 수십 년을 짧고 굵게 살아간 르윈조차도 보물 창고를 몇 개 만들어 둘 정도였다.
수천 년을 살아온 리치는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재화를 지닌 것이 당연한 일!
“……!”
그것을 깨달은 엘리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마력석 따위로 자신을 판다고?
“콜!”
저 정도면 세 번은 더 팔 수 있다고 생각한 엘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