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29. 인생 10회 차는 생각한다 (10)
르윈이 용사로서 흑마법사들을 박멸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흑마법사라는 것들이 마신의 유혹에 약하다는 것.
취급하는 것이 마신의 이미지와 겹쳐서일까. 아니면 마신이 그만큼 흑마법사의 요구를 잘 들어줘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류의 신인 라헬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었다.
창조의 교단은 흑마법사 중에서 인류의 배신자들이 나오기 이전부터 흑마법사들을 배척했으니까.
그 당시의 창조의 교단이 지금과 같은 위세를 가지지 못했다고 하나, 나름 최고신 취급을 받는 교단이 탄압하니 반대편 교단인 마신교에 붙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흑마법사는 쉽게 강해지니까요.”
일당백을 넘어 일당천.
심할 때는 혼자서 만 명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었다.
그것이 마력을 깨달은 이와 깨닫지 못한 이의 차이.
괜히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가 비대칭 전력을 취급받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존재가 세상에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다 모아 보면 제법 있지만, 또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정말로 한 줌이라고 할 수 있는 숫자.
그것이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하나 흑마법사는 다르다.
“흑마법 중에서 타인의 힘을 빌리는 것이 많긴 하지.”
흑마법사의 대가인 아인헤르츠도 인정하는 것이었다.
흑마법사는 쉽게 강해진다.
시체 조종, 세뇌 등 흑마법사의 대표적인 이미지의 기술은 자신의 강함이 아닌 타인의 강함을 빌려 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가 한 명 있으면, 벽을 넘지 못한 이들이 아흔아홉은 있는데.”
흑마법사는 그렇지 않았다.
한 명의 천재가 존재할 수 있으나, 노력하는 범인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어떻게?
“흑마법사는 마력 될 때마다 시체에 마력만 불어넣으면 되잖아요?”
천재 흑마법사가 강력한 데스나이트 하나를 만들어 내면, 평범한 흑마법사는 노력해서 스켈레톤 백 마리를 만들면 된다.
백 마리의 스켈레톤으로 한 마리의 데스나이트를 못 이긴다?
그럼 더 노력해서 천 개의 군세를 만들면 된다.
거기에 데스나이트 하나와 스켈레톤 천 마리의 웅장한 대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이 손을 잡고 데스나이트를 선봉으로 스켈레톤 천 마리가 인류를 향해 검을 들이대는 것이 보통이었고.
“그거 막느라 얼마나 귀찮았는데.”
그걸 막는 게 용사의 역할이었다.
괜히 르윈이 흑마법사나 움직이는 뼈다귀를 보면 칼질부터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을 보며, 아인헤르츠도 이번만큼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고생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근데 그렇게 고생한 놈이, 애를 그렇게 만들겠다고?”
르윈의 부탁대로라면, 베아트리체는 그런 흑마법사와 차원이 다른 흑마법사가 될 예정이다.
“에이, 설마요.”
“그럼 대충 해도 되냐?”
“그런 어설픈 놈들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줘야지.”
“양아치 새끼.”
흑마법사는 쉽게 강해질 수 있다.
단순 반복 작업만 해도 군세를 쌓을 수 있다.
평범한 흑마법사도 그 정도인데,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에 버금가는 정말 뛰어난 흑마법사가 마음먹고 날뛰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를 르윈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나랑 동귀어진 성공한 녀석들 정도는 되어야지.”
현생을 제외하고, 르윈이 경험한 회 차는 모두 아홉.
그러나 모든 인생을 마왕과의 전투로 죽은 것은 아니었다.
모든 인생에서 마왕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인간의 손에 최후를 맞이한 때도 가끔 있었다.
인생 10회 차라고 하지만 대부분 단명하는 삶이었고, 초반 회 차에서는 확실히 경험이 부족했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점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용사와 동귀어진한 흑마법사는 그냥 강했다.
강하지 않으면 마왕조차 토벌한 경험이 있는 용사가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도 흑마법사는 까다롭기도 하고.’
조건이 아예 필요 없는 것은 아니나, 개인이 군세를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자신보다도 강한 자도 조종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까다로웠다.
용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몸은 하나였으니까.
차라리 한 명의 소드마스터나 한 명의 대마법사였다면 날 잡고 죽이면 되는 일이지만.
흑마법사는 정확한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면 역병처럼 계속 그 몸집을 불려 나가니까.
“그 정도 흑마법사를 만들어서 뭘 하려고?”
“다시 세워야죠, 흑탑.”
그렇기에 거의 자신의 손으로 무너트렸다고 볼 수 있는 흑탑을, 르윈은 다시 만들려고 했다.
“그게 되겠냐?”
“어렵긴 하겠죠.”
대륙의 인식에서 흑마법사란 인류의 배신자였다.
죽은 자들의 영혼을 착취하여 사기를 쌓아 강해지고.
그것으로 모자라 죽은 자의 안식을 방해하고, 산 자와 죽은 자를 싸우게 만드는 존재.
반은 사실이었다고 하나, 반은 용사와 창조의 교단이 만들어 낸 이미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해 봐야죠.”
흑마법사는 강하다.
그러나 그 조건은 제한적이다.
특히 시체를 조종하는, 흔히 시체술사나 네크로맨서라 불리는 이들은 시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식이 나락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르윈은 그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마족 놈들이 쳐들어왔을 때, 전면에 마왕의 시체를 이용하면 확실히 찍어 누를 수 있을 테니까!”
르윈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흑마법사들을 떠올렸다.
소드마스터의 시신으로 만든 데스나이트!
대마법사로 만든 리치!
생전과 비교하면 많이 약해지기는 하였으나,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와 달리 그것들은 죽지 않는다.
이미 죽었으니까.
그들을 부리는 흑마법사가 살아만 있으면 언제든지 재생해서 다시 적의 앞을 가로막았으니까!
“…악마냐?”
그러나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던 아인헤르츠로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해골이라서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악마라뇨. 인류를 수호하려는 방법인데요.”
흑마법사를 여러 번 경험한 덕분에 용사의 시신은 전부 화장하여 흑마법사들에게 사용되는 것을 방지했다.
창조의 교단이 관리하는 성지에 시신을 보관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였으나, 만에 하나 흑마법사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인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이지.’
그때 르윈이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면, 아마 박제하여 기념전을 열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창조의 교단이었다.
그리고 창조의 교단 마족 버전, 마신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그들은 꾸역꾸역 역대 마왕들의 시신을 가져다가 자신들의 제단에 안치시켰으니까!
“인류를 수호하기 위해서 마신의 제단을 털겠다고?”
“마왕도 털었는데, 전직 용사가 못 털 건 없죠.”
마왕은 마신의 힘을 털었으니, 용사는 마왕의 시체를 턴다.
그리고 그걸 베아트리체가 부활시켜, 마족이 쳐들어왔을 때 선봉으로 내세운다.
“이 정도면 마족이라고 해도 충격 좀 받지 않을까요?”
아인헤르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마족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위대한 위인들이 인간의 손에 농락당하는 것을 보면 충격을 받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충격을 받아 대가리가 돌아 버려서 달려들면?”
문제는 너무 충격을 받아, 광전사가 되어 돌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만!
“광기에 빠진 애들만큼 상대하기 쉬운 건 없죠.”
“네가 정면에서 막을 것도 아니잖아.”
“당연하죠. 창조의 교단이 있는데, 내가 왜.”
자고로 용사는 탱커가 아니다.
예로부터 전통 탱커는 용사를 팔아먹은 돈으로 온갖 장비를 맞춘 창조의 교단 출신 성기사들의 역할이었다.
“…….”
역시 이 새끼는 제정신이 아니다.
아직 어린놈이, 인생 10회 차를 살았다고 정신이 나간 것일까.
마법을 위해 자신의 육체를 포기하고 리치가 되어 버린 자신을 가짜 광기로 만드는 인생 10회 차의 위엄에 아인헤르츠는 전율했다.
“마왕성은 한 번 침입을 해 봤고. 마신의 제단 비슷한 것도 어디에 있는지 대충 기억은 하니까.”
남은 것은 마왕의 육체를 조종할 수 있는 흑마법사였다.
“그런 충격을 주면 이기든 지든 다시는 올 생각을 안 하겠지.”
죽은 듯이 기절한 베아트리체의 하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르윈은 악당 같은 미소를 지었고.
“난 모르겠다.”
아인헤르츠는 그런 르윈을 보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베아트리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렸다.
‘갑자기 마력이 난동을 부렸지.’
그것을 다스리다가 결국 기절을 하고 말았다.
기분 탓일까.
마지막에 꺼림칙한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했는데.
아무렴 어떤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났기 때문인지 몸은 가벼웠으니까.
‘이렇게 가벼운 느낌은 오랜만인데.’
르윈을 처음 만났을 때의, 데이지가 처음 자신을 시체로 생각했던 그때보다 가벼운 느낌이다.
그뿐인가? 눈을 뜨는데 눈꺼풀이 느껴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수면의 질이 좋으면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기지개를 켜고 가볍게 일어선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딱.
‘어?’
발이 바닥에 닿는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 일단 소리부터가 무언가 딱딱한 것과 바닥이 닿는 느낌이었다.
‘뭐, 뭐지?’
딱. 딱. 딱.
가볍게 오른발을 튕기자 그에 맞추어 맑고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그에 당황한 베아트리체는 입을 벌렸다가 다시 이상함을 느꼈다.
‘어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너무 오래 자서 목이 멘 것일까.
딱. 딱. 딱.
그렇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소리가 이상했다.
목이 메어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기보다는, 무언가 딱딱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으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뼈가 부딪치는 소리?’
딱. 딱. 딱.
딱. 딱. 딱.
입을 열었다가 닫고, 다리를 바닥과 부딪치며 베아트리체는 그것이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하다. 이건 뼈가 내는 소리다.
뼈와 돌이 부딪치고, 뼈와 뼈가 부딪치는 소리.
‘그, 그럴 리가?’
과거, 가문의 사람들이 피골이 상접했다는 소리를 한 시절에도 이런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살가죽이 뼈와 맞붙을 정도라고 하더라도, 살가죽이 남아는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지금은.
‘진짜 뼈만 남은 것 같잖아!’
설마 너무 오래 쓰러졌던 것일까.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 아니 몇 달을 쓰러진 것이었을까.
그래서 잘 먹지도 못하고, 간신히 생명만 보존하는 수준으로 버티어 과거 최악의 시절보다도 더한 모습이 되어 버린 것인가!
‘누, 누구 없어요?’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불안에 베아트리체는 울먹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뭔가 계속해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베아트리체가 공포마저 느끼고 있었을 때.
“여기 있어.”
그녀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찾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그 목소리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뭐?’
아니다. 아닐 것이다.
저기서 저 목소리가 들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본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
흰색의 단발, 검은 눈.
아주 완벽히 말랐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괜찮아진 그 모습은.
‘나, 나?’
영락없는 베아트리체, 자신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