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30. 인생 10회 차는 계획한다 (1)
“내 몸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랜만에 몸이 생기니까 조금 신기해서.”
하하하 웃는 베아트리체의 어깨에 주먹이 날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웃으며 그것을 맞아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좀 무섭게 생기기는 했네.”
오히려 주먹을 날리는 해골을 보며 여유롭게 웃기까지 했다.
“왜 저렇게 유쾌하냐.”
“그러게요.”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아인헤르츠와 르윈은 감탄했다.
“생각해 보면 동생 쪽도 사람들 사이에 넣어 두니 활발해지기는 했는데.”
사실 이 녀석들은 인싸의 피를 타고난 것이 아닐까.
그저 흑마법사의 가문에서 태어나, 온 세상이 적이 되어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
“다 너 때문이라는 말이구나.”
“영감님 후손이잖아요. 아인헤르츠 학파를 만들지 않았으면 멀쩡하게 살았겠지.”
둘이 자연스럽게 남 탓을 하는 상황에서도 베아트리체, 아니 그녀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그녀의 오빠의 입은 쉬지 않았다.
“이게 살아 있는 것이구나. 나도 이런 때가 있었는데.”
자조적으로 하는 농담이었으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여태까지 죽은 자로 살다가 산 자의 육체를 얻고, 그것에 빠져 결국 산 자를 밀어내고 죽은 자가 그 몸을 차지한다는 괴담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실제로 그 말을 들은 베아트리체, 아니 베아트리체의 영혼이 깃든 백골이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야, 오빠가 흑화해서 동생 몸 차지한다고 난리 치면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하긴요. 영감님이랑 내가 책임지고 성불시켜야지.”
전직 용사와 흑마법계의 거장 앞에서 취하기에 어리석은 행동이겠으나, 죽은 자가 산 자의 육체를 얻는다는 것은 충분히 어리석은 행동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때는 오빠뿐이라면서, 매달리던 애가 지금은…….”
심지어 그간 베아트리체의 업보까지 있었으니, 이쯤이면 반쯤 확정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
본인도 그렇게 느꼈는지, 눈에 띄게 덜덜거리는 백골을 보며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한 오빠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잘하라고.”
툭 백골의 이마를 치는 행동에 백골의 몸이 더욱 거칠게 떨렸다.
그러나 이전이 공포의 떨림이었다면, 이번에는 감동의 떨림이라고 할까.
아마 본체에 있었다면 지금쯤 눈물을 줄줄 흘리며 ‘오빠…….’라고 흐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착한 녀석이구만.”
“그러니까 자신의 육체를 희생해서 동생을 살렸겠죠.”
“기적이긴 하지.”
비록 대가를 치르고, 방식을 어긋나게 한 결과라고 하나.
영혼과 자아를 지킨 채 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당시 두 남매의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기적을 일으킨 베아트리체의 오빠는 감격하는 동생을 뒤로한 채 르윈과 아인헤르츠를 향해 말했다.
“저와 동생의 몸을 바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과 목소리에 르윈과 아인헤르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쁜 그들이 장난으로 둘의 육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일이기에, 그것이 두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에 진행한 일.
“그래, 오빠 씨.”
“나는 그쪽의 오빠가 아닙니다만.”
“맞다, 애송아. 오해가 없이 정확하게 말해야지.”
“베아트리체의 오빠 씨.”
“…저에게도 이름은 있습니다.”
기분이 나쁘다는 듯한 반응을 르윈은 이해했다.
자신 또한 이름보다 용사라고 불린 것이 더 많았으니까.
한때는 자부심을 느꼈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기억이 있기에, 그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는 르윈이었다.
“그런데 베씨 오빠 씨.”
“줄이지 말고 이름을 불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르윈답지 않은 멋쩍은 표정에 베아트리체의 오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을 모르거든.”
“…….”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너무한 것 아니냐.
그런 시선이 닿았지만, 르윈은 아무렇지 않았다.
“영감님은 아세요?”
당연히 알지.
“당연히 모르지.”
그런 대답을 예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배신이었다.
“어, 어떻게…….”
그는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함께한 시간이 길지는 않으나, 그래도 르윈은 몇 달, 아인헤르츠도 한 달 이상을 함께했었는데!
“아니.”
“애초에.”
그러나 르윈도, 아인헤르츠도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있었다.
아니, 변명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이었다.
“쟤가 맨날 오빠라고만 부르잖아.”
“저 아이가 너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지 않냐.”
“…….”
그 말에 베아트리체의 오빠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기소개를 한 적도 없고, 동생이 이름을 부른 적이 없으니 오히려 이름을 아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기는 했다.
“또 너냐…….”
그렇기에 작게 중얼거리며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오빠의 시선에, 베아트리체는 그것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
“에드윈 헤르츠! 저희 오빠 이름이에요. 꼭 기억해 주세요!”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베아트리체가 몇 번을 강조하며 외쳤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이름은 기억하겠는데 말이다.”
“네 오빠의 상처가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말에 베아트리체의 고개가 빠르게 옆으로 돌아갔다.
“오, 오빠.”
그리고 구석에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바닥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오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그게, 이름으로 안 부른 이유는 말이야.”
솔직히 이번만큼은 베아트리체도 억울했다.
여태까지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오빠하고만 생활했고, 자연스럽게 오빠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었다.
아니, 그 이전에.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 이름으로 누가 불러.’
드라이르프 가문의 시종으로서 이런저런 일을 하며 들은 결과, 오빠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베아트리체였다.
적어도 자신은 다른 여동생처럼 오빠를 이것, 저것이나 그 새끼라고는 부르지 않았으니까!
“그, 그러니까.”
이번 일이 처음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뻔뻔하게 나갔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업보를 쌓고 말았다.
그렇기에 베아트리체는 울상을 지으며 오빠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슬슬 진도를 좀 나가야 하지 않을까.”
“지금 그게 중요해요?”
“중요한데…….”
덕분에 아인헤르츠의 수업이 조금 늦추어졌지만, 그 대신 오빠와 여동생의 우애를 다지는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는 두 사람만이 아는 것이지만.
“저 녀석… 그래. 에드윈이 사용한 마법은 사실상 실패다.”
에드윈의 이름을 부르지 않자 노려보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에, 아인헤르츠는 정정을 해 주며 두 사람의 영혼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영혼이 소멸하거나, 찢겨 자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지.”
“오빠는 안 그런데요? 그럼 성공한 거 아닌가요?”
생각보다 심각한 내용에 베아트리체는 물론 에드윈 역시 긴장하며 아인헤르츠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영혼이 소멸하거나 찢긴다니.
흑마법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키워드지 않는가!
“기적적으로 성공하기는 했지. 하지만 반만 성공했어.”
“반만요?”
“그래. 그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확률이지만.”
“몇 퍼센트 정도인데, 영감님.”
“대충 3퍼센트?”
“그 정도면 할 만하지 않아?”
생각보다 높은 확률에 르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인헤르츠는 혀끝을 차는 소리를 내었다.
“쯧쯧! 이래서 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은! 3퍼센트면 백 번 중 세 번 성공한다는 말이다. 그럼 너 같은 녀석은 3번은 성공하네? 라고 생각하겠지!”
정답이었다.
아인헤르츠의 말을 들은 르윈이 바로 떠올린 것이 그것이었으니까.
“정상인들은 3번 성공한다는 것이 아닌 97번 실패한다는 것부터 걱정한다, 애송아!”
“아닌데. 3퍼센트의 확률에 거는 사람들 은근 많은데.”
“어디가.”
“도박장.”
“이 새끼가?”
확실히 그쪽 인간들이라면 3퍼센트의 확률에 도전하겠으나.
“도박의 미친 것들은 3퍼센트가 아니라 0.3퍼센트에도 도전을 하는 놈들이고!”
“0.3퍼센트도 높은데.”
“도박의 관점이 아닌 술로 생각을 해 봐라. 술에 물 타서 알코올이 0.3퍼센트 들어 있으면 그건 술이냐, 물이냐?”
“그 정도 물 탔으면 제국 경비대에 신고부터 해야지.”
“…이 새끼랑 말하다가는 대화가 끝나지를 않겠네.”
말이 통하지 않는 르윈을 무시한 채, 아인헤르츠는 에드윈이 사용한 마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남매에게 알려 주었다.
“너네도 이 새끼랑 같은 의견은 아니겠지?”
“네…….”
고개를 끄덕이는 남매를 보며, 아인헤르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다행이군. 그럼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너희 오빠는 백 번 중 세 번의 성공을 쟁취한 거다. 다만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죽어 가는 흑마법사가 자신의 육체를 언데드로 만든다.
그것이 아무나 가능한 일이라면, 르윈이 쓰러트린 흑마법사들은 자신의 목숨을 버려 가며 동귀어진하는 것이 아닌 부활을 노렸을 것이다.
“사자소생 마법을 자기에게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단 하나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그 순간까지 사용자가 마법을 시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마법은 산 자에게 시전하지 못한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마법을 완성하면 실패하는 것이고, 죽는 그 순간 마법이 끊겨도 실패하는 것이지.”
마력석이나 마법진을 이용하여도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 왜인지 아나?”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해서?”
“정답이다.”
비록 온전하지 않다고 하지만, 죽은 자를 살리는 마법이었다.
하나 흑마법사들의 사자소생 마법은 공식적으로 ‘부활’로 취급이 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부활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활을 시킨 대상자의 명령에 복종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아니 연인이나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넘기는 것은 꺼림칙한 일이지.”
시체 조종술은 의지라도 없지, 사자소생은 그자의 영혼과 정신이 온전하게 육체에 묶여 있는 기술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아를 가진 채 영원히 상대에게 복종해야 한다.
그렇기에 누구도 사자소생을 자신에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게 오빠랑 무슨 상관이죠?”
아직 많이 부족한 베아트리체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빠와 무슨 상관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오빠는 기적의 산물이다. 사자소생을 비튼 것이,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만드는 방법이니까. 너희 같은 애송이들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라는 의미지.”
사자소생에서 전투력을 극대화한 것이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만드는 방법이었다.
“즉, 네 오빠 에드윈은 네크로맨서의 최상위 기술에 성공했다. 더 나아가서 3퍼센트를 뚫고, 자기 자신을 살리는 것에 성공한 것이지. 네 오빠의 나이가 몇 살이지?”
“열여덟. 아니, 한 해가 지났으니 열아홉이요. 저보다 한 살 많아요.”
“그래. 적어도 몇 년 전에 이걸 성공했다. 그건 나도 불가능하다.”
천재를 넘어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처럼 인생 10회 차라고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운 일.
그렇기에 기적이라고 표현했으나, 기적이라는 단어로도 다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다.
“혼자서는 말이지.”
아까도 했던 말이었다.
반복적으로 나온, 혼자가 아니라는 말에 베아트리체는 무언가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설마…….”
“그래. 너다.”
동생을 살리고자 했던 오빠의 마음이 기적을 만들었고.
그런 오빠를 보며 기도한 여동생의 마음이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나면 참으로 좋겠으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서 말이다.”
애초에 아인헤르츠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닌, 짜깁기되어 이것저것 섞인 비전서로 배운 아인헤르츠 학파였다.
사용한 마법은 원본에 이것저것 짜깁기된 물건.
그 마법을 사용한 자는 다 죽어 가는 어린 흑마법사.
그리고 그 마법의 수준은 최상급.
그냥 기적이 아닌, 기적에 기적에 기적을 거듭한 결과물이라고 봐야 올바른 것이었다.
“그래서 실패했지.”
다시 첫 결론으로 돌아왔다.
실패했다.
그 말의 의미를, 아인헤르츠는 베아트리체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었다.
“네 오빠랑 너, 영혼이 꼬였어.”
“네?”
하나로 합쳐지는 최악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반쯤 합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네 오빠의 순수한 마법이 아니야. 너희 둘이 함께 사용한 마법 수준으로 변질된 거지.”
그렇기에 주인으로서 베아트리체는 에드윈을 지배할 수 있고, 반대로 에드윈 역시 베아트리체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결론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도 처음 보는 결론이지.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이 뭔 줄 아느냐?”
“…뭔데요?”
“보통 데스나이트나 리치는 쉽게 죽지 않는다. 흔히 라이프 베슬이라는 것을 깨트리지 않는 한.”
라이프 베슬. 시체를 그대로 조종하는 시체 조종과 차별화되는 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생명의 근원을 따로 뽑아내어, 그것이 파괴되지 않는 한 어지간한 일로 죽을 일이 없게 만드는 것.
“에드윈 저 녀석이 리치라고 불릴 만한 건 아니지만, 또 아니라고 확정 짓지도 못하거든.”
그렇기에 라이프 베슬 비슷한 것이 만들어졌다.
그것도 바로 옆에 있는.
“너다.”
“네?”
“네가 저 녀석의 라이프 베슬이다.”
“…….”
오빠와 영혼이 꼬였다는 이야기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자신이 살아 있는 라이프 베슬이라고 한다.
안 그래도 너무 많은 내용들에 머리가 아파져 오는 베아트리체였는데, 그것에 마무리를 짓는 일이 발생하였으니.
“그래서 그런데, 자네들도 내 실험에 협조 좀 해 주지 않겠나?”
엘리 때와 마찬가지로, 상자 가득 담긴 마력석을 내밀며 아인헤르츠는 베아트리체와의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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