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30. 인생 10회 차는 계획한다 (2)
베르샤 아카데미.
제국 끝자락에 있는, 본래라면 존재하지 못할 아카데미였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제국의 수도 바벨리안에는 이미 여러 아카데미가 존재했고, 그 숫자는 작은 소국의 아카데미 숫자 이상일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아무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바벨리안 제국이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수도에 아카데미를 건설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당시의 황금 공이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고 하였을 때에도, 제국의 수많은 공무원은 황실의 명을 받아 베르샤 아카데미를 다른 곳에 세우자고 설득했다.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으나 제국 수도에는 아카데미를 건립할 만큼의 땅이 없다.
차라리 지방에 좋은 아카데미를 건립하여 지방을 활성화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그렇게 된다면 황실이 아카데미의 지원은 물론, 황금 공과 연관된 상단들에도 혜택을 줄 것이다 등등.
평범한 귀족이었다면 황실의 이름에 굴복하였을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혜택을 보고 다른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나 베르샤 아카데미를 건립한 황금 공의 의지는 강했다.
그리고 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재력은 그 의지보다 더 강했다.
그 결과, 200년 전의 황금 공은 제국 수도에 베르샤 아카데미를 세우게 되었다.
그러나 황실의 뜻을 거부하고, 더 나아가 포화가 된 제국 수도권 아카데미의 경쟁에서 베르샤 아카데미가 자리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다른 아카데미와 달리, 제국 수도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지리적으로도 좋지 못했다.
그렇기에 황금의 마탑을 세우고.
자신의 세력과 상단을 이용하여 도시를 만들고.
그리고 그것조차 이용하는 것이 부담인 가난한 귀족들과 평민을 위하여, 모든 학생이 숙식을 해결해도 남을 정도의 기숙사를 세웠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제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황실 아카데미.
제국 최초의 아카데미로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벨테스 아카데미.
북방의 이민족과 유목 민족을 위해 건립된, 전사들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우르콰 아카데미.
그리고 마탑하고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아라인 마법 아카데미.
마지막으로 왜인지 모르겠으나, 늘 적당히 좋은 성적을 내는 유그라시아 아카데미까지.
황실 아카데미를 필두로 제국 4대 아카데미라 불리는 곳은 강력했고.
베르샤 아카데미는 다섯 손가락은커녕, 그 밖에 밀려나 있는 아카데미를 이기는 것도 벅찼다.
그렇게 간신히 아카데미를 만든 황금 공이 죽고.
그 아들이 황금 공의 칭호와 아버지의 의지를 이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또 그 아들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의지를 이어받아, 간신히 제국 수도 4대 아카데미에 견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그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여정이었다.
전액 장학금을 미끼로,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하급 귀족이나 평민들을 끌어들이고.
막대한 이득을 약속하고, 고위 귀족의 이름을 빌려 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간간이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했던 후작 가문.
비록 후계 구도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사실상 유배 오듯 보내진 것이기는 하나.
제국의 단 열두 개뿐인 후작가의 이름은 강력했고.
그로 인하여 베르샤 아카데미의 명예가 올라간 것도 사실이었다.
“증조할아버지, 보고 계십니까?”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그것도 나쁜 의미가 아닌 매우 좋은 의미로.
현 황금 공, 아이웬 골드워는 베르샤 아카데미를 세운 초대 이사장을 떠올렸다.
증조할아버지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으나, 선조님 역시 저승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 제국 4대 아카데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아이웬은 선언했다.
황실 아카데미까지는 무리지만, 그 아래의 네 아카데미는 자신의 대에서 무너트릴 것이다.
그것을 위한 모든 조건이 재작년부터 준비가 되었으니까!
“시작은 루테스 전하셨지.”
황족이 황실 아카데미가 아닌 다른 아카데미를 간다.
그것만으로 놀라운데, 그 아카데미가 베르샤 아카데미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뿐인가?
“그다음은 공작가.”
경쟁에서 완벽하게 밀린 루테스였기에, 유배 느낌으로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냉정하게 어린 황족의 유배지로 베르샤 아카데미만 한 곳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르윈 디 드라이르프와 라일라 라인하르트는 달랐다.
비록 가문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하나 자발적으로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뿐인가? 르윈 디 드라이르프는 자신의 심복 셋과 함께 입학했고.
라일라 라인하르트는 기초 교육 1학년부터 노동 동아리에 들어가, 연말에는 기초 교육 학생회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여파일까?
황족, 공작 라인업으로 이어진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황금 라인업이 베르샤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무려 후작가 중 네 곳의 자제가 베르샤 아카데미를 입학한 것이다!
“이번에는 후작가.”
베르샤 아카데미 출신 후작 가문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들은 모두 당시의 황금 공과 가문의 거래를 통해 입학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올해 입학한 이들은 다르다.
자신은 협상한 적이 없었고, 아무것도 내준 것이 없었다.
즉, 이들은 순수하게 베르샤 아카데미에 끌려 입학했다는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베르샤 아카데미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아카데미가 되었다는 것이기도 했다.
“황실 아카데미를 제외하고, 황족과 두 공작가, 그리고 후작 가문 중 3분의 1이 다니는 곳이 어디 있던가.”
역사를 뒤져 봐도, 그런 곳은 초기 벨테스 아카데미 정도를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심지어 벨테스 아카데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당시에는 제국 수도는 물론, 전국적으로 아카데미가 거의 없었던 시기였으니까.
즉, 지금 같은 아카데미의 황금기에 이런 라인업을 가진 것은 황실 아카데미를 제외하면 베르샤 아카데미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아카데미는 자고로 선배를 보고 후배들이 몰리는 법.”
이 미친 라인업을 잘 홍보만 한다면, 그 밑의 인재들도 자연스럽게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할 것이다.
이것을 황금기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무엇을 황금기라 부르겠는가!
“미안하지만, 데일드 군이 조금 더 고생하겠지요.”
지금도 죽어 가는 총학생회장을 더 부려 먹겠다는 선언이었다.
만약 이 자리에 본인이 있었다면 이사장이고 대머리고 상관없이 바로 한판 붙게 할 선언이었으나, 다행히도 데일드는 집무실을 떠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그리고 공작 가문과 연을 쌓고 싶어서 입학한 가문도 몇 개 있는 것 같으니.”
올해보다 기초 교육 과정끼리의 통합 수업 더 열어야지.
그 과정에 마녀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으면 최고의 효과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슬슬 마녀 측에서도 인원을 보내기로 했는데.”
기존의 타니야를 제외하고도, 무려 두 명의 마녀를 파견해 준다는 말을 들은 게 얼마 전.
그렇기에 입학시험 전까지 공지를 못했는데도, 이 정도 지원자가 모였다.
아마 소문이 퍼지면 떨어진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해하지 않을까.
“그럼 이 건은 기초 교육 과정이니 라일라 영애께 보내고.”
데일드의 열화판 수준이지만, 그래도 기초부 1학년이 소화한다고 믿기지 않는 업무를 진행 중인 라일라였다.
그녀 역시 이곳에 있었다면 데일드처럼 싸우자고 하지 않았겠으나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내긴 했을 터.
그러나 데일드와 마찬가지로 라일라 역시 자신의 집무실을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거기에 이것과 저것을 더하면.”
예산이 배로 늘어난다.
평범한 아카데미라면 불가능한 예산 책정이다.
아니, 현 제국 5대 아카데미라 불리는 다른 아카데미라고 하더라도 쉽게 사인을 하지 못했으리라.
“이 정도면 이득이지.”
그러나 부만 따지고 보면 대륙 최강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골드워 가문이었다.
백작이라는 신분보다는 황금 공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골드워 가문으로서, 천부적으로 타고난 감과 제국의 백작으로서 만들어진 눈치가 동시에 외치고 있었다.
이 파도는 올라타야 하고.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에 추가로…….”
그렇게 의지와 재산을 불태우며, 이사장은 베르샤 아카데미를 최고의 아카데미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성과물인 서류들은 자연스럽게 학생회장들에게 분배가 되어 쌓이기 시작했다.
***
“해, 해치웠나?”
서류의 산의 일각을 무너트린 라일라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고 말았고.
“추가 서류입니다, 회장님.”
그에 부응하듯, 문도 열기 힘들 정도로 서류를 품에 안은 임원이 들어오고 말았다.
“또, 또 왔다고?”
라일라는 거칠게 흔들리는 눈으로 책상 한편을 가득 메운 서류의 산을 바라보았다.
한 장 뽑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쌓이고 쌓여 버린 서류.
그런데 처리한 양 이상으로 또 다른 서류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 그냥 죽을래.”
오른쪽 산을 무너트리고 왼쪽 산을 무너트리려 하니, 오른쪽 산이 다시 복구된 기분이었다.
‘일이 안 끝나……!’
끝이 없었다. 무언가 서류가 계속 오는 것으로 모자라, 최근에는 무슨 일인지 이사장 역시 자기 의견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것이 대부분 기초 교육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덕분에 총학생회장인 데일드는 물론이고 라일라 역시 죽을 맛이었다.
“회장, 여기 또 왔는데!”
“아악!”
방금 온 따끈따끈한 서류를 처리는커녕 책상 한편에 쌓는 것조차 아직이었다.
그런데 또 저 정도 분량이 모여들다니.
“이번에는 또 무슨 내용이야.”
최근 주요 내용은 대부분 이사장이 저지른 일.
그중에서도 기초 교육의 교육 강화를 열심히 어필하고 있었다.
‘드림 월드를 이용하는 방안을 늘릴 것 같았는데.’
혹시 1학년과 2학년, 3학년과 4학년을 묶어서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1학년과 4학년을 한 팀으로 삼고, 2학년과 3학년을 한 팀으로 묶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다른 나이의 학생들과 함께 활동한다.
대충 그런 방향성을 생각하며 서류를 받아 확인한 라일라였으나.
[황실 아카데미 동아리와 베르샤 아카데미 동아리 교류회.> [황실 아카데미 기획자, 황실 아카데미 음식 연구 동아리 회장 베로니카 디 레이세르.>라일라 역시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라인하르트의 영애로서 레이세르 후작 가문에 대해 모를 수 없었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베로니카라는 이름은 제국에 유명했으니까.
그런 사람이 동아리 교류를 제안했으니 놀랄 만한 일이었다.
분명 그러했다.
“…왜?”
그러나 라일라가 정말로 당황한 것은 베로니카의 이름이 아니었다.
“…왜에?”
[베르샤 아카데미 기획자, 베르샤 아카데미 기초 교육 학생회장 라일라 라인하르트.>“…왜에에에에?”
자신의 이름이 박혀 있다.
“역시 회장님!”
“언제 황실 아카데미와 교류를 진행하셨습니까?”
“심지어 기초 교육을 넘어, 다양한 학생 교류가 필요하다고 황실 아카데미를 설득하다니!”
“설득한다고 협력하는 이들이 아닐 텐데!”
관련 서류가 퍼진 것일까.
곳곳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그 말들에 라일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학 내내 기숙사와 집무실을 반복하는 자신이 언제 황실 아카데미 측과 협력을 제안했을까.
심지어 이 녀석들, 자신이 도망치지 않는지 늘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이거 잘못 온 거 아닐까?”
분명 그럴 것이다.
자신이 기획한 적이 없는 행사가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아카데미와 달리 자신들만의 힘으로 대부분의 일을 해결하는 황실 아카데미가 먼저 손을 내밀며 교류회를 열다니!
“그렇다고 하기에는.”
“마지막에 회장님을 콕 찍어서 만나고 싶다는데요.”
“…응?”
대충 보았기에 아직 세세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한 라일라였다.
그렇기에 임원들의 말에 따라 베로니카가 맨 마지막에 남긴 글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회장이 되기 전부터 학생들을 위해 준비하던 공약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신 라일라 영애의 노력에 감명을 받아…….>“제가요?”
나, 그런 적 없는데.
아니, 그 전에 이 언니랑 만나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이 언니는 왜 이렇게 친한 척을 하는 것일까.
아니, 그 이전에 왜.
“왜 자꾸 일을 주는 건데!”
울상을 지으며 소리치는 라일라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런다고 일이 줄어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