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30. 인생 10회 차는 계획한다 (5)
아카데미.
대부분의 귀족에게는 10살이 되면 당연하게 입학해야 하는 곳이지만, 가난한 귀족이나 평민들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곳이었다.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라면 여러 곳에서 지원이 있다고 하나, 이제 고작 열 살이 자신의 재능을 깨달을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평민이나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하급 귀족 중에는 열 살이 넘어서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고,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아카데미를 준비하는 이들과 달리,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들에게 아카데미는 신기한 것투성이였다.
“와!”
오늘 막 아카데미를 밟은 빌 데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게 아카데미?”
그는 화려하게 불타는 건물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일 리가 없잖아?”
이건 처음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사람만이 아닌, 아카데미에 계속 다니던 사람들도 당연히 놀랄 일이었다.
건물에 불이 붙어 있는데,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왜 안 놀라는 건데?”
그러나 주변을 둘러본 빌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 명 없다고 하나 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놀란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 올해 수석은 힘들겠네.”
“저번보다 힘들었어. 학생회에서 마법관 보수 공사를 했다고 했는데. 이번에 마법 내성을 더 올린 것 같아.”
“그래야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거 아니겠어?”
“뭐지?”
어지러웠다.
아카데미 건물이 불타오르고 있는데, 그걸 보는 학생들의 대화가 저게 맞는 것인가.
‘불이야!’라고 외친다거나, 갑작스러운 화재에 놀란다거나, 하다못해 불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일 텐데.
“야, 이 새끼들아!”
그래. 저렇게 고함을.
“회계 선배 떴다.”
“튀어! 어제 잡힌 애들 학생회 끌려가서 노동력으로 사용되고 있어!”
“황금 같은 방학에 노예 생활이라니, 그럴 순 없지!”
갑작스러운 고함.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에 빌은 깨달을 수 있었다.
“범인이었구나!”
불을 낸 범인이 자신들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으니.
“…왜?”
왜 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아카데미 건물에 불을 지른 것일까.
아카데미에 불만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대화 내용이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는 듯한 말들이었는데.
“…모르겠어.”
아카데미란 도대체 무엇일까.
혼란에 빠진 빌 앞으로,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선배 하나가 다가왔다.
“신입생이니?”
목소리의 높낮이가 달랐으나, 빌은 그녀가 고함을 지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네, 네.”
놀란 듯한 빌의 모습에, 총학생회의 회계 테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새끼다.’
막 입학한 아이를 보며, 사람 새낀지 아닌지를 구분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매년 이런 장면을 본 테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생각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들 딴에는 마법관 챌린지라니 뭐니 이름을 붙였지만, 총학생회로서는 테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징계를 먹이고 싶지만, 마법관 마법 장벽을 뚫을 정도의 실력자들은 보통이 아닌 녀석들이 많았고.
심지어 총학생회 편을 들어 주어야 할 마법 관련 교수들까지 아이들 장난 수준으로 넘어가니 현장에서 잡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려웠다.
그뿐인가?
‘저딴 걸 보면서 눈을 빛내는 짐승 새끼들이 많은 걸 어떡해.’
입학생이나 재학생 중에서 저런 행동을 보고 눈을 빛내며 따라 하는 놈들이 많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어렵다. 불가능하다.
그런 것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마법사들 고유한 특성이랄까.
마음 같아서는 마법관의 마력 장벽을 낮추어 도전 욕구를 없애 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마법관 건물 자체가 비상시 대피처로 사용되는 곳이자, 수많은 마법 실험으로 인하여 위험성이 높은 곳이기에 그럴 수도 없는 것이 문제였다.
“저건 문제아들이 장난을 친 거란다. 절대 따라 하면 안 돼.”
“다, 당연하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빌의 모습에 테라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왜 당연한 대답을 들었는데, 이렇게 기쁜 걸까.’
당연한 일에 기뻐하는 자신에 다시 입꼬리가 축 처졌다.
“…….”
혼자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듯한 테라의 모습에 빌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고, 그 모습을 보고 테라는 순간적으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저기, 혹시.”
“네, 네?”
“신입생이라고 했으니까, 오늘 아카데미에 들어온 거니?”
“네, 네.”
이제 졸업이 코앞이지만, 테라는 방심하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신입생이라고 방심했던 이들이.
‘이 나라의 공작가 두 곳일 줄 누가 알았어.’
많으면 천 명 이상이 입학하는 베르샤 아카데미였다.
그중 공작가 둘을 딱 만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기적 같은 확률을 뚫고,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준 테라는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비록 공작가는 없다고 하지만, 거물의 숫자만 따지면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신입생이면 길 안내 서비스가 있는데. 몰랐지?”
“네, 네.”
“집사나 메이드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되는데. 그때까지는 내가 알려 줄게.”
방긋 웃으며 말하는 테라의 모습에 빌은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 그러실 필요는.”
딱 보아도 까마득한 선배로 보이는 테라가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여 길 안내를 해 준다는 말에 빌은 당황했고.
“괜찮단다.”
그런 빌의 모습에 테라는 올해 신입생들이 이 아이만 같았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니었다.
***
“그렇구나.”
혹시 이 아이가 말로만 듣던 후작 가문은 아닐까.
검소하고, 선배를 존중할 줄 알고, 착한 고위 귀족.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그랬다면 참 좋았을 텐데, 예상대로 빌이라는 아이는 하급 귀족.
그것도 이름조차 들어 보지 못한 영세 귀족이었다.
“네. 그래서 스승님의 후원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부모는 영세 귀족답지 않게 명예를 아는 사람들이었고.
스승은 그런 부모의 희생에 감동해 아이를 후원해 준 호인이었다.
‘심지어 국가에서 파견한 기사라면.’
같은 기사라고 하더라도, 그 종류가 여럿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몬스터 웨이브 같은 사건에 파견되는 기사라면 국가직 기사.
한마디로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아는 사이가 될 수 있으니까, 제자랑 안면을 트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총학생회 같은 개 같은 것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 공무원, 그것도 좋은 곳에 가기 위해서였다.
안 그랬으면 1년만 하고 때려치웠지.
덤으로 총학생회장의 얼굴도 한 대, 아니 한 대가 아니라 몇 대를 쳤을 것이다.
“훌륭한 분이시구나.”
직접 검을 가르칠 정도로 관심을 주었고, 후원까지 해서 아카데미에 보내 주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시간이 날 때 이 아이를 보러 아카데미에 올 수도 있을 터였다.
예비 공무원 세계에서 인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현 총학생회에서 데일드의 발언권이 더욱 강력해진 것도 작년 제국의 실세라는 세 부서 부장들의 추천장을 받게 된 이후부터 아닌가!
그렇기에 테라는 혹시나 모를 미래를 대비해 열심히 빌의 호감도 작업을 진행했고.
“아, 그리고 저기가 아카데미 학생 식당이란다. 메뉴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심하긴 하지만, 사정이 안 좋은 학생들을 위한 공짜 식사도 있어. 덤으로 학생회가 되면 모든 메뉴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단다.”
“그렇구나…….”
중간중간 학생회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새로운 노예는 언제나 환영이니까.’
비록 곧 갈 사람이라고 하지만, 같이 고생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학생회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만들어야 하는 법.
그렇게 주변 시설들과 베르샤 아카데미의 유명한 것들을 설명하던 테라는 자연스럽게 아카데미의 명물 하나를 또 소개했다.
“저기 보이는 분이 우리 아카데미 유명한…….”
유명한 망나니.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뱉으려던 테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미친년.’
그리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를 깨닫고 자책했다.
“유명한?”
갑자기 설명이 끊겼기에 의문을 표하는 빌을 보며 테라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아주 유명하신 루테스 전하시란다.”
“…황족?”
빌은 당황했다.
스승님이 베르샤 아카데미에 황족도 다니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직접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거기에 저런 분이라니.’
황족이라고 하면 아주 거만하거나 패기로운 이미지를 상상했다.
같은 아카데미에 살면서 평민들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그런 사람.
그러나 거리가 있다고 하나 직접 본 황족은 어떠한가!
“루, 루테스 전하를 뵙습니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아카데미 안에서 일일이 인사하지 마. 너네는 보는 학생마다 다 인사하냐?”
말은 거칠지만,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카데미에서 모든 학생은 평등하니, 자신도 특별 취급을 하지 말라는 듯한 모습 아닌가!
점점 가까워지는 황족의 모습에 빌의 가슴이 뛰었다.
이곳이 아카데미구나.
황족조차 자신을 내려놓고, 다른 학생들과 평등하게 지내는 곳!
***
물론 다 착각이었다.
“하.”
작년 이맘때까지만 하더라도, 루테스의 별명은 폭군이었다.
고작 아카데미 생활 1년 만에 폭군 소리를 들을 정도로 루테스는 자유분방한 아카데미 생활을 했다.
“왜 벌써 개학이냐.”
그러나 작년 이맘때, 재수 없게 한 사람과 아주 안 좋게 엮이고.
더 나아가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고 난 이후, 루테스는 조용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특히 올해는 더 그랬다.
“전학도 실패하고.”
아카데미에서 전학을 가는 것은 특이한 일이었지만, 루테스는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된 인물은 그것조차 예상했다는 듯.
‘어딜 가시려고요.’
편지 하나로 루테스의 도주로를 차단했다.
‘소문도 안 난 것 보면 작정한 것 같은데.’
자신과 달리 제국의 황제가 될 기회를 가진 이였다.
그런 이가 황실 아카데미에서 베르샤 아카데미로 전학을 온다.
아카데미는 물론 사교계에도 폭탄이 될 일이었지만, 너무나도 조용하다.
그것이 루테스를 더 두렵게 만들고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어긋났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루테스의 앞에, 그 원인 중 하나가 보였다.
“총학생회 회계.”
“루테스 전하를…….”
“조용.”
그래. 작년 이맘때, 저 회계와 같이 있던 그 새끼를 봤을 때부터였다.
조금 다른 것은.
“신입생?”
“그렇습니다.”
그때는 신입생 옆에 다른 사람들도 몇 있었다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는 것.
“설마 후작 가문 아이라든가, 그런 건 아니지?”
“다행히 아닙니다.”
작년, 그 사건을 같이 공유했던 사이였기에 테라는 루테스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데인 남작가의 빌 데인이라고 합니다!”
“그래?”
신기하다.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남작 가문일 텐데, 지금 들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해라.”
그렇기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을 내뱉었고, 그 말을 들은 빌 데인이라는 아이는 감격한 듯 보였으나.
“앗, 선배!”
“…X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온 루테스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