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31. 인생 10회 차는 후배를 원한다 (1)
시간을 조금 거슬러.
길고 긴 입학식이 끝나고, 신입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린 사냥꾼들이 사냥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안녕, 얘들아? 나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란다. 그저 앞으로의 아카데미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딱 기사의 관상이구나! 기사 동아리에 들어오렴. 어? 마법사 지망이라고? 하! 실패네.”
신입생들에게 갑자기 달라붙는 선배들의 대다수가 당황하였으나, 올해는 작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저 3학년인데요?”
“아, 그래?”
“기사 동아리요? 저 마법 동아리 가입했는데요?”
“또 법사 놈들이냐?”
신입생만 치르던 이전의 입학식과 달리, 올해는 이사장으로 인하여 기초 교육 과정 학생들이 모두 모인 상태였다.
그렇기에 학생 중 4분의 3은 이미 동아리가 있는 상태.
“거기보다 우리 동아리가 좋은데.”
“그 동아리 지원 적지? 원래 동아리는 학생 수가 많은 곳이 최고야.”
물론 그 틈을 노려 동아리를 옮기라고 권유하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그런 상도덕 없는 짓을 하는 이들은 아주 소수였다.
대다수는 신입생이 아니라고 하면 놓아주었고, 그렇기에 신입생 중에서 거짓말을 하고 탈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그런 행동은 얼굴을 모르는 신입생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학생이 그 조건을 충족하기는 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생의 얼굴을 아는 것도 이상하고.
거기에 아는 얼굴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천 명의 학생이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걸 다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이들은 그게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는 그런 학생들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접근을 하든가.’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에게 달라붙는 모습과 달리, 기묘한 공백이 생기는 곳이 몇 군데 존재했다.
너무나도 인위적이어서 한 번쯤은 시선이 가는 공백.
그 공백의 중심 중 하나이자, 제국의 열두 후작가 중 하나인 데일리드 가문의 사남, 타일러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름 기대를 했는데.’
후작 가문이라고 하나, 사남 정도 되면 자유로운 편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데일리드 가문 자체가 다른 후작 가문과 비교하면 매우 자유로웠다.
그렇기에 타일러가 황실 아카데미가 아닌 베르샤 아카데미를 선택했을 때도 가족들은 타일러의 선택을 존중하였다.
‘아카데미 최초로 마녀가 교편을 잡은 곳이라고 들어서 입학했는데.’
막상 들어오니 마녀의 마법학 강의는 중등 교육부터 배울 수 있었다.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
물론 단 한 명이 중등 교육부터 고등 교육까지 가르친다는 말에 불만을 내뱉을 수는 없었으나.
1차 목적으로 들어온 마녀학을 앞으로 4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이럴 거면 황실 아카데미를 갔어야 했나?’
타일러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황실 아카데미의 문턱을 밟을 수 있었다.
하나 형제들이 모두 입학한 황실 아카데미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눈앞의 기묘한 공백이라니.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시선으로, 그러나 그 먹잇감이 너무나도 거대해서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라니.
‘솔직히 아무 동아리나 상관없는데.’
마법의 명가인 데일리드이기에 당연히 마법 동아리에 들어가리라 생각한 이들이 대다수나, 오히려 마법의 명가 출신이기에 타일러는 마법 동아리에 관심이 없었다.
‘마법은 가문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황실 아카데미에 다니는 형제들의 조언이기도 했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것도 새로운 시각이기에 좋긴 하지만, 가문에서 배운 것만 잘해도 충분할 정도라고.
황실 아카데미에 다니는 형제들도 그런데, 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베르샤 아카데미에 타일러는 기대가 없었다.
‘그냥 아무나 다가오면 대충 들어갈 생각인데, 안 오나?’
그러나 1인 1동아리는 아카데미의 기본 원칙.
그렇기에 가장 먼저 다가오는 용감한 이에게 못 이기는 척 동아리 가입을 할 생각이었으나.
옛날부터 어중간한 이들이 많았던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후작 가문은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였다.
비록 재작년에 황족이, 그리고 작년에는 두 공작가가 입학을 했더라도, 그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 것이다!
“안녕?”
그러나 반대로 말한다면.
“안녕하세요.”
베르샤 아카데미에는 공작가도 쉽게 상대가 가능한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동아리 추천해 주고 싶은데, 들어갈 생각 있어?”
“네.”
타일러는 처음 보는, 그러나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부터 교육을 받았던 인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적발의 푸른 눈. 자신과 비슷한 나이지만 뚜렷한 미형의 외모.
거기에 근처에서 왜인지 모르게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그의 시종들의 정보와 일치했다.
그렇기에 조금 의문이었다.
기사의 가문으로 유명한 드라이르프 가문이기에, 자신이 아닌 검사 쪽 후작 가문을 노렸을 텐데.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라고 알아?”
“네?”
거기에 르윈이 추천하는 동아리도 이상했다.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가 아니었던가?’
신의 이름을 정했다고는 하나, 아직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신이다.
아니, 확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세계수하고 연관이 있을 리가 없었다.
‘동아리를 바꾸었나?’
신입생들의 동아리 신청 기간과 재학생의 동아리 변경 기간은 거의 같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
이름 없는 신과 세계수.
크게 보면 신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기에 관심이 바뀌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엄청난 선배가 운영하는 동아리인데.”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본인이 속한 동아리라는 느낌이 없다.
말 그대로 추천.
한 명이라도 더 자신의 동아리로 끌어들이려는 시기에, 순수하게 다른 동아리로 추천을 하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의 세계수를 만들려고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배님이거든.”
겨울 방학 기간, 르윈이 없는 틈을 노려 세계수 씨앗 연구회를 탈출하려 했던 세렐 아밀이 들었다면 경악을 했을 발언이었다.
탈주에 실패한 것만으로도 억울한 상황인데, 공작 가문의 도련님이 후작 가문의 도련님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 거물로!
“그런가요?”
심지어 그것이 제법 잘 먹히기까지 했다.
심심하다고 생각한 아카데미에, 그런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평범한 사람이 들었다면 개소리라고 생각했겠으나, 원래 마법사들은 개소리를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이들이었다.
“아카데미가 보유한 세계수의 씨앗을 독점적으로 연구하고, 작년부터 상주하는 마녀와 비공개 협력자들에게 도움을 받는 상황이지.”
그런 적은 없었으나, 르윈의 계획에는 이미 진행이 된 일이었다.
“오…….”
타일러가 베르샤 아카데미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아카데미 최초 마녀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을 위해 최소 4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으나, 그것을 단축할 방법이 존재하다니!
‘비공개 협력자라.’
거기에 마법사로서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는 키워드까지 나왔다.
어차피 아무 동아리나 들어갈 생각이었다면, 이 수상하지만 끌리는 동아리를 선택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번 가 볼래?”
“네.”
공작 가문이나 되는 인물이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타일러는 르윈을 따라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를 찾았고.
“…누구라고요?”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 회장, 세렐 아밀은 절망했다.
“올해 입학한 타일러 드 데일리드라고 합니다.”
“…….”
그러나 그런 세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일러가 세계수의 씨앗 연구회에 들어가는 것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다.
***
그렇게 지인에게 동아리 부원을 가져다준 르윈은,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동아리의 회장님인 레피스에게도 동아리 부원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싸늘하다.’
레피스는 울고 싶었다.
제국의 수도 바벨리안은 북방이나 남방과 달리 사계절을 지닌 것이 분명하고.
아카데미가 개학하는 시즌은 분명 봄이 맞을 터인데.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동아리실에 있는 모든 인원은 봄이 아닌 겨울, 그것도 한파가 직격한 날씨를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또 만나네요.”
“그러게요!”
분명 하하! 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왜 그때마다 온도가 더 내려가는 느낌일까.
레피스는 제발 살려 달라는 표정으로 루테스를 바라보았지만, 한때 아카데미의 폭군이라 불렸던 루테스조차 저 사이에 낄 자신은 없었다.
“바벨리안은 대대로 창조의 여신을 믿는다고 들었는데, 이런 곳에 올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아주 소중한 오라버니께서 개종하셨다고 들었는데, 관심이 안 갈 리가 없잖아요?”
“…….”
나 개종한 적 없는데.
그렇게 말하려던 루테스는 르윈과 레일라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웃는 얼굴로 욕을 할 수 있구나.’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분명 말없이 웃는 표정인데, 저것이 욕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보기만 해도 신기한 그 표정을 한 명이 아닌 둘이 동시에 하다니.
“거기에 평화의 신이라니, 엄청 좋지 않아요?”
“좋죠. 평화가 최고긴 하죠.”
“대륙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제국의 역할이니까요.”
하하하! 호호호!
어색함을 압축시킨 듯한 웃음소리에 동아리실의 모두가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을 지켜볼 뿐이었다.
“거기에 레이세르 영애도 가입할 줄은 몰랐고요.”
“…….”
레일라의 지목을 받은 소녀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언니…….’
그녀는 늘 당당하던 큰언니를 떠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며…….’
늘 당당한 언니와 달리 소심한 성격인 자신이 싫었다.
매번 언니가 무슨 일을 저지를 때마다 가문의 많은 사람이 뒷목을 붙잡고 쓰러지지만, 늘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 큰언니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우리 리아도 내년이면 아카데미에 입학하는구나.’
‘어디 아카데미 갈 생각이니? 황실 아카데미? 여기 재미없어.’
‘주방장은 재미가 있는데. 어차피 졸업할 때쯤 납… 아니, 스카우트할 예정이니까. 네가 아카데미에 다닐 때는 없을 거란다.’
‘그러니까 다른 곳은 어떠니?’
동경의 대상인 큰언니의 추천이 있었다.
아버지가 뒷목을 붙잡고, 어머니가 마른세수를 연신 하며 ‘쟤가 왜 우리 장녀일까…….’라는 한탄이 있었으나.
그건 늘 있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을 했고, 언니가 만나 보라고 한 선배를 만나게 되었는데.
“저쪽 언니분한테 신경을 써 달라고 이야기를 들어서.”
“어머! 베로니카 영애하고는 언제 또 친해지셔서.”
“이것이 사교성이라는 거죠.”
“그 사교성을 우리 맞선에 좀 사용했으면.”
“에이, 그럴 마음도 없으면서.”
서로 어디서 봤나 싶었는데, 맞선을 본 사이였구나.
‘근데 왜 저러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냥 동아리 추천을 받고 들어왔을 뿐인데.
아니, 그 전에.
‘내 소개는 언제 해 주는 거지?’
베르리아 디 레일세르.
그녀는 언니인 베로니카처럼 마음에 안 들면 테러를 저지르는 용기가 아직 부족했기에.
“…….”
조용히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의 기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