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
17화 4. 인생 10회 차는 아카데미에 간다 (4)
“하…….”
무슨 자신감일까.
테라는 자신 있게 ‘나다.’라는 말이 내뱉어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해했다.
저 인간이면, 자신 있을 만하지.
“아, 아하하…….”
테라의 얼굴에서 악귀와 같던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르윈과 라일라의 소개를 들었을 때의 어색한 웃음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살려 줘, 회장.’
역시 밖은 위험하다.
난 그냥 학생회실에서 서류나 처리하는 것이 적성에 맞다.
테라가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각.
“세 분은 날짜를 잘 맞춰 오신 것 같습니다.”
“왜?”
순수한 의미를 담은 르윈의 질문에 베리엘은 새로 등장한 인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아카데미의 명물인 불타는 마법관과 저분을 동시에 보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죠.”
건물이 불타는 것이 명물이라니.
르윈은 앞으로의 아카데미 생활이 심심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새로 등장한 인물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 사람이 누군데?”
베리엘이 대답하기도 전,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소년이 르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루테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짝!
“루테스 디 바벨리… 안?”
소년의 손바닥이 르윈의 볼에 맞닿았고, 르윈은 그대로 저 멀리 튕겨 나갔다.
“어……?”
소년, 루테스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뭐지?’
건방지게 자신을 알지 못하는 놈에게 훈계를 좀 하려고 했다.
루테스 디 바벨리안.
그는 현 대륙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바벨리안 제국의 4황자였으니까.
그래도 신입생으로 보이기에 가볍게 따귀를 때리는 정도로 용서를 해 주려고 했는데.
“뭐지?”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낸 참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가볍게 때린 따귀였는데, 그 따귀를 맞은 사람은 수 미터를 튕겨 나가고 말았다.
“아, 아아…….”
고요한 침묵을 깬 이는 테라였다.
그녀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루테스와 바닥에 시체처럼 쓰러져 있는 르윈을 번갈아 보았다.
“아, 아니, 이건!”
그 시선에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명물로 취급받는 망나니, 루테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 난 살짝 쳤다고!”
“망했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테라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르, 르윈!”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라일라가 놀라며 르윈이 쓰러진 곳으로 뛰쳐나갔다.
“뭐, 뭐야!”
갑작스럽게 등장한 소녀의 모습에 루테스는 다시 한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가벼운 손짓에 사람이 날아가고,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고.
이해가 되지 않는 현실에 루테스의 시선이 베리엘에게로 향했다.
“베리엘.”
“저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루테스가 그렇게 묻기도 전, 베리엘은 크게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루테스를 바라보았다.
‘뭐지?’
순수하게 놀란 모습이었지만, 루테스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저건 연기였다.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지만, 그녀 또한 사람이었다.
분명 놀라고, 당황하겠지.
그러나 베리엘이라는 여인은 그럴수록 더욱 냉정해지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당황했다면 일단 날아간 이를 치료하는 것을 우선시했을 것이다.
“전하, 결국 저지르셨군요.”
그 말이 나온 순간, 루테스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주 찰나의 시간, 그녀가 즐겁다는 듯 웃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뭔데?”
가벼운 손짓에 사람이 튕겨 나가질 않나, 총학생회 임원은 그 모습을 보고 주저앉질 않나.
거기에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으며, 수상하기 그지없는 메이드장은 즐겁다는 듯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루테스는 등줄기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본능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때렸다고 하더라도, 이 아카데미에서 나에게 항의할 사람은 거의 없어.’
비록 황위 싸움에서 밀렸다 하더라도, 황자는 황자였다.
현 대륙에서 가장 고결한 핏줄.
그 핏줄과 비교할 수 있는 자들은 전 대륙을 살펴봐도 거의 없고, 비슷한 또래라면 그 숫자는 더욱더 줄어들었다.
그래, 예를 들면.
‘다른 나라의 왕족이라거나.’
제국에 몇 없는 후작이나 공작 가문의 자제.
그런 이들이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할 이유가 있겠는가?
“드라이르프 공작 가문에다 선전포고라니. 역시 대담하십니다.”
“뭐?”
라고 생각하는 순간, 베리엘의 목소리가 루테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누구?”
“르윈 디 드라이르프. 드라이르프 공작께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막내 도련님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인간이 그런 말을 하다니.
루테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떨리는 눈동자를 숨기지 못했다.
“왜 여기에?”
“올해 신입생으로 입학하셨습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법 소문이 돌았는데, 모르셨습니까?”
“…….”
듣지 못했다.
루테스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아직도 일어서지 못한 르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였다고?’
이미 끈 떨어진 연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공작가의 인물이 입학함에도 알려 주지 않는다니.
‘누구지?’
이미 끝난 취급을 받음에도, 형제 중 누군가가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이 망할 놈의 집안은 이런 상황에서도 견제하고 있다니.
‘아니, 그 전에.’
지금 더 우선시해야 할 것은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그 드라이르프 공작가를 건드린 것이기에.
“저…….”
“르윈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하지만 루테스가 말을 내뱉기도 전, 쓰러진 르윈의 옆에 있던 라일라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친구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한 뒤에도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아무리 친구가 다쳐서 화가 난 상태라고 하더라도 황족을 향해 취할 자세는 아니었다.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하지만 그런 루테스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베리엘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라일라의 정체를 알려 주었다.
“저 아가씨의 이름은 라일라 라인하르트입니다.”
“뭐?”
“아무리 전하라 하더라도 공작가 둘을 상대로 싸움을 거시는 것은 무리이시겠지요.”
저도 그냥 구경하기 힘들고요.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는 한마디가 참으로 거슬렸지만, 루테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그 한마디가 더 먼저 튀어나왔기에.
“왜? 도대체 왜 이런 아카데미에 제국의 둘뿐인 공작가가 모이는 건데?”
루테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하.”
그런 루테스에게 베리엘은 담담히 진실을 고했다.
“전하가 그런 말을 하실 입장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
할 말이 없었다.
그가 한 말과 생각들은 작년에 그를 보고 수많은 이들이 했던 것이기에.
왜 황자가 이곳에?
황실 아카데미가 아니고?
황자가 베르샤 아카데미에 올 이유가 없잖아!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루테스는 뭐라고 말했던가.
‘베르샤 아카데미가 한적하고 좋다. 그리고.’
“방학이 길어서 좋다던데요.”
“…요즘 아카데미들은 다 방학이 짧은 건가?”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그대로 듣게 된 루테스는 썩은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
‘운이 좋아.’
루테스의 손에 날아간 르윈의 생각이었다.
물론 진짜로 맞아서 날아간 것은 아니었다.
루테스가 아무리 망나니 소리를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몰라봤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일 듯이 때리는 미친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한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 여기서 드라이르프가 튀어나오냐는 덤이었다.
‘나도 예상은 못했지만.’
일단 때리려고 하기에 장난을 좀 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상대가 바벨리안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행운(?)에 르윈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도련님.”
옆에서 들린 데이지의 말에 르윈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
“…….”
이미 모든 것을 눈치챈 데이지의 싸늘한 눈동자가 보였다.
‘이게 무슨 미친 짓입니까.’
‘그냥 지켜보기만 해.’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끝났다.
데이지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둣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렸고, 르윈은 옆에서 울부짖는 라일라에게 들키지 않게 빠르게 눈을 감고 죽은 척을 유지했다.
‘용사류, 비기.’
죽은 척하기.
온몸의 힘을 빼고, 무호흡을 유지한다.
시체 사이에 몸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비기가 아카데미에서 활용되자, 상황은 더욱 개판이 되었다.
“수, 숨을 안 쉬어!”
라일라의 맑은 눈동자에 고여 있던 눈물이 그대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죽었다.
그 작은 한마디에 루테스는 상대가 라인하르트라는 것도 잊고 고함을 내질렀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고작 뺨 한 대 맞았다고 죽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쓰러진 르윈에게 달려들었지만.
“어? 어?”
숨을 쉬지 않는다.
기분 탓인가? 벌써 손끝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럴 리가…….”
다급히 르윈의 심장 부분에 귀를 가져다 대었지만, 뛰고 있어야 할 심장 박동이 들리지 않았다.
“…….”
죽었다. 진짜로 죽었다.
그 사실에 루테스는 등줄기에 서늘한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말이 돼?’
뺨 한 대에 사람이 죽는다니.
차라리 누군가가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독살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상황상 자신이 범인인 것을.
‘제국 황태자가, 제국 공작가의 아들을 아카데미에서 살해하다!’
제국을 뒤흔들 스캔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높은 확률로.
‘단두대로 가겠지?’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아직 살날이 한창인 나이인데.
이제 그 지긋지긋한 집안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고 있었는데!
“여기!”
사람을 불러야 했다.
고개를 돌린 루테스의 시선에 처음 들어온 것은 이미 혼절해 버린 테라의 모습이었다.
“베리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조용히 자신을 지켜보는 베리엘의 모습이 보였다.
“네, 전하.”
“살려야 한다. 무조건 살려라!”
“저는 신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평소의 루테스였다면 그 모습에 뭔가를 깨달았겠지만.
“살리기만 한다면 무슨 청이든 하나 들어주겠다.”
당황한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아무리 황자라 하더라도 그 또한 아직 열한 살의 소년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결과, 평소처럼 냉정한 모습을 보여 줄 수가 없었다.
“세 개는 안 되겠습니까?”
“지금 그게 무슨! 일단 살려라. 살리기만 한다면!”
“네, 알겠습니다.”
무려 황족의 말이었다.
그 무게는 루테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터.
그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베리엘은 조용히 르윈의 얼굴로 입을 가져갔다.
인공호흡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녀의 입은 르윈의 입이 아닌 귀를 향했고.
“소원 한 개를 넘기겠습니다.”
“아쉽지만, 나쁘진 않지.”
그 말에 르윈은 곧바로 일어났다.
“뭐?”
숨을 멈추고, 심장조차 멈췄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선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루테스는 당황했지만.
“소, 속인 거냐?”
곧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분노했다.
“아닙니다, 전하. 보세요. 이 붉어진 뺨을.”
그런 루테스를 보며 르윈은 아프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왼쪽 뺨을 부여잡았다.
“네가 맞은 뺨은 오른쪽이다!”
“아, 그런가요?”
자신의 지적에 르윈이 다시 오른쪽 뺨을 부여잡는 것을 보며 루테스는 베리엘을 노려봤다.
하지만.
“잘 찍혔군요.”
“그건 또 뭐냐?”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에 붙어 있는 브로치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메이드들에게 지급되는 영상 마법 도구입니다. 짧은 순간을 저장할 수 있는 도구이지요.”
가끔 험한 일이 일어나서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브로치에는 루테스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맹세하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보며 루테스는 입을 다물었다.
‘미친 새끼들.’
제국의 황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공작가의 막내아들이나, 그에 호응하여 황자에게 소원 세 가지를 뜯어내는 아카데미 메이드장이나.
정상인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루테스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어서 이 자리를 도망쳐야 한다.’
사람이 당황하면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법.
“머, 멀쩡하면 되었다! 난 간다!”
그렇게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우선 도망쳤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아카데미 생활은 아직 9년이나 더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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