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31. 인생 10회 차는 후배를 원한다 (3)
누군가는 말한다.
마녀는 인간과 다른 종족이 맞는가.
그저 부족 형태의 마탑이라는 사람도 있고, 조금 특별한 마법사 일족이라는 말도 있었다.
실제로 몇몇 마법사 가문 중에는 가문 고유의 마법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곳도 있었고.
마탑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그런 형태의 부족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북방의 주술사로 칭해지는 고유 마법의 소유자들.
그런 이들과 마녀를 비교하면 마녀 또한 조금 특별한 인간이지, 다른 종족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마녀랑 인간은 다르지.’
그러나 르윈처럼 마력 그 자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어떻게…….”
거칠게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타니야의 시선에 르윈은 피식 웃고 말았다.
“감으로?”
사실 감이 전부는 아니다.
마녀, 아니 마녀가 아니더라도 인간과 다른 종족으로 취급되는 존재들은 인간과 호흡 자체가 달랐다.
엘프는 느리게, 그러나 길게 호흡을 하는 편이었고.
수인은 수인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대부분 한 번에 많은 양의 숨을 거칠고, 빠르게 마시고 내뱉었다.
그리고 마녀는.
‘숨 쉬기 운동에 가장 많은 참고가 되었었지.’
가장 효율적으로, 순수한 마력 그 자체를 마시고 내뱉는다.
완벽하게 똑같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마녀의 호흡법을 극한의 효율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게 가능하다고요?”
거짓말하지 말라는 타니야였지만,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마녀 앞에서 마녀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한 땀 한 땀 분석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찍었는데, 네가 다 알려 주던데?”
“…….”
“그리고 내가 감이 좋아.”
100퍼센트 진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100퍼센트 거짓도 아니었다.
마녀의 호흡법이 독특하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것은 감의 영역이 맞았으니까.
대부분 르윈이 처음 시도한 것들은 첫 번째가 감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다음이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실패한 것도 여럿 존재하기는 했지만, 열 번의 실패 중 한 번이라도 성공하면 이득이다.
아니, 백 번을 실패하더라도 이득이었다.
‘애초에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마족하고 못 싸우지.’
그런 의미로, 르윈은 타니야의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다른 마녀들처럼 오로지 마법으로만 해결법을 찾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높이 살 만했다.
‘그게 다지만.’
문제는 마녀가 다른 분야를 배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법이 워낙 뛰어난 종족이기에 대부분의 일을 마법으로 처리하고, 또 불가능한 일이 있으면 새로운 마법을 개발해서 해결하는 종족이 마녀라는 종족이었다.
마법과 관련된 분야인 연금술 분야는 전문가가 있으나, 야금술이나 세공술 같은 분야의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차라리 드워프한테 협력이라도 제안을 해 보지.”
수상하다는 듯 인상을 쓰고 있던 타니야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르윈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형편없어.”
“…….”
타니야의 기준으로는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일 것이다.
아마 독학, 잘해 봐야 어렴풋이 보고 배운 기술일 테니까.
하지만 르윈은 야금술도, 세공술도 정점에 이른 이들을 본 적이 많았다.
드워프.
장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족.
짧지만 강직한 팔은 쇠를 두들기기 위해 태어난 것 같으며, 그 두꺼운 손가락으로 펼치는 작업은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했다.
“처음 드림 월드를 만들 때도, 그렇게 했다고 들었는데.”
드림 월드 개발 당시 마법 쪽 문제를 마녀가 해결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마도구를 제작하는 일은 드워프가 담당했다.
용사를 중심으로 인류의 모든 종족이 함께하여 만든 물건.
그렇기에 더 뜻 깊은 물건이고, 그렇기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드워프도 얼마든지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
그러니 입술을 꾹 깨무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집 하나는 더럽게 세서.’
흔히 이종족들은 고집이 세다고 하나, 르윈이 보기에는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분야가 서로 다를 뿐.
그중에서도 마녀와 드워프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둘 다 장인이라는 것.
어찌 보면 비슷하지만, 그렇기에 서로 경쟁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질과 비물질이었나?’
물질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드워프와 비물질(마법)을 만들어 내는 마녀.
둘이 손을 잡으면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겠으나, 현실은 서로의 것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기술을 최고로 생각한다.
한마디로 정반대 분야의 경쟁자로 보는 것이다.
‘그거 고친 줄 알았는데.’
드림 월드를 만들 때도 그로 인하여 많은 일이 있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서로 남 탓 하는 마녀와 드워프 장인.
이건 마법의 문제다.
아니다. 마법은 완벽한데 마도구가 잘못 만들어져서 그런 것이다.
소프트와 하드.
둘 중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으로 밤낮 할 것 없이 싸우고, 서로 트집을 잡고.
나중에는 상대보다 자신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숨겨 둔 비장의 기술까지 다 꺼내어 만들어진 것이 초창기 드림 월드였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서로를 인정하고 훈훈하게 끝났는데.’
길고 긴 대립이 끝나고, 완성된 드림 월드를 보며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마녀와 드워프의 대립도 끝을 맺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때 참여한 이들만 서로를 인정했나 보다.
‘그게 아니면 이 녀석이 문제던가.’
르윈은 고개를 푹 숙인 타니야를 한 번 바라보고, 그녀가 만든 마도구를 바라보았다.
저 나이에 혼자 만든 것치고는 대단하다.
하지만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걸 자존심 때문에 포기하는가.
그 정도로 자존심이 중요한가.
‘중요하지.’
그 괜한 자존심 하나 건드렸다가 문제가 생긴 적이 여러 번이고.
사람이 죽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는 이유도 크게 보면 자존심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명예 혹은 명성.
사람들이 그런 것을 추구하는 것도 어찌 보면 비슷한 일이었으니까.
‘나처럼 자존심 찾으면 마왕한테 칼 맞아 죽지도 않잖아?’
그저 르윈 본인이 자존심을 찾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삶을 살았을 뿐.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음에도 마왕과 동귀어진이 최선이라는 게 그 증거이기도 했다.
“대충 알려 줄 수는 있는데.”
이 정도는 굽히고 들어올 수 있을 것인가.
르윈은 타니야를 시험했고.
“…정말?”
“…….”
“요?”
“아는 선에서는.”
타니야는 르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도 잘하는 건 아닌데.”
용사의 주 전공은 전투다.
무기를 만들거나 수리, 강화하는 일은 늘 전문가에게 맡겼고.
그 대상은 늘 드워프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아니 역사에 이름이 기록될 만한 위인들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그들과 비교하면 르윈의 실력은 어린아이나 마찬가지.
“그래도 너보다는 잘하니까.”
“…….”
그리고 그런 이들을 보며 눈이 높아진 르윈에게 타니야의 실력은 아직 태어나지조차 못한 신생아 수준이었다.
“잘났어, 정말.”
당당하게 말하는 르윈의 모습에 입을 삐죽인 타니야였으나, 곧 르윈의 손이 움직이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너무나도 실력 차이가 났기에 부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요?”
“나 드라이르프잖아.”
“거짓말! 대귀족이라고 이런 걸 다 배우면 인간이 모든 종족을 정복했지!”
“실제로 그럴 뻔했잖아?”
“…….”
“그리고 이렇게 해도 마족 놈들은 혼자 막기 힘들었고.”
“그건 그렇죠.”
“아, 그리고.”
“또 뭐요.”
빠르게 마법 회로를 쓱쓱 그려 나가던 르윈은 타니야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공짜로 배울 생각은 아니지?”
“…얼만데요.”
“돈은 내가 더 많을 거고. 대신 너희 후계자 정보 좀 줘.”
“제가 아가씨 정보를 팔아넘길 것 같아요?”
타니야가 울컥한 표정으로 르윈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드림 월드가 최우선이라고 하지만, 마녀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위치 로드의 후계자를 팔아먹으면서 르윈의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었다.
“감인지, 아니면 어떤 수작으로 아가씨의 정체를 알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죽어도 배신할 수 없다!
그렇게 각오를 담아 외치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머쓱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왜, 왜 반응이 그래… 요?”
아주 뻔뻔하게 나오거나, 아니면 그냥 장난이었는데 왜 그렇게 진지하냐고 한 소리를 들을 줄 알았던 타니야였다.
그런데 저건 무슨 반응인가?
‘오히려 찝찝해.’
차라리 협박을 당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타니야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아까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뭐, 뭐가요.”
“마녀인지 대충 감으로 알 수 있다고 했었잖아.”
“그, 그랬죠.”
“내가 처음에 뭐라고 했어?”
타니야는 인상을 찌푸리며 과거를 떠올려 보았다.
‘신입생 중에 마녀로 보이는 애가 있던데.’
“신입생 중 마녀가 있다고…….”
“그다음은?”
‘위치 로드 흔적도 있던데?’
“위치 로드의 흔적……?”
순간 르윈의 말뜻을 이해한 타니야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르윈의 감각이 초인의 영역이어서 마녀를 찾았다.
그래. 그렇다 치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보면 볼수록 르윈이라는 존재는 말이 안 되는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위치 로드의 흔적이라는 것은 감으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니, 애초에 흔적이라고 말했으니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 그 흔적이 뭔가요!”
르윈은 주머니에서 검은색 손수건 하나를 꺼내었다.
“…그게 뭔데요?”
“손수건.”
“아니, 그건 저도 아는……. 응?”
저게 뭔가.
그렇게 생각하던 타니야는 르윈이 손수건을 펼치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왜?”
살짝 기울어진 십자가와 그 십자가를 감싸고 있는 두 마리의 뱀.
어디선가 볼 법한 문양이었으나, 마녀에게는 아주 상징적이었다.
현 위치 로드가 사용하는 문양.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녀를 지켜 온, 그 문양이었다.
“받았어.”
“누, 누구한테요?”
“주인한테.”
“뺏었구나!”
“말이 짧다?”
“아니, 강도질을 한 사람한테 존댓말을 쓸 리가 없잖아!”
아무리 갑과 을의 관계가 확실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왜 강도질을 했다고 확신하는데?”
“그, 그건 로드께서 손녀를 위해 한 땀 한 땀 자수를 새긴 물건이라고요! 아가씨께서 그걸 당신에게 줄 리가 없잖아요!”
“그랬냐…….”
사랑하는 손녀를 위해 할머니가 한 땀 한 땀 자수를 새긴 물건이라니.
대충 주머니에 넣던 것이 미안해진 르윈은 손수건을 곱게 접으며 말했다.
“근데 진짜 받은 거야.”
“…거, 거짓말!”
“그리고 내가 받은 것도 아니고.”
“그게 무슨…….”
르윈의 말에 타니야는 혼란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하긴 그럴 만하지.
‘나도 처음에 혼란스러웠으니까.’
르윈도 이 손수건의 문양을 보았을 때 참으로 황당했다.
그리고 그것을 받은 이에게 이야기를 듣자 더욱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인스라고 알지. 내 시종.”
“…알죠.”
“걔가 받았어.”
“…네?”
“그 녀석 말에 따르면, 너네 아가씨께서 아예 자기가 정체를 숨긴 공주님 같은 거라고 했다던데?”
“…….”
아직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 안타까우나, 이 말만큼은 꼭 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너희 아가씨, 하인스 따라 기사 동아리 들어갔더라.”
“…왜요?”
왜긴.
“너희 아가씨, 내 시종한테 반했다.”
위치 로드와 공작가 시종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카데미가 시작하자마자 한 편의 로맨스 판타지가 진행되려는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