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31. 인생 10회 차는 후배를 원한다 (4)
아무리 르윈의 감각이 세밀하다 하여도, 수많은 학생들의 호흡을 다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들은 대부분 재능을 인정받은 이들이고.
이론으로 인정을 받은 이들도 있을 수 있으나, 대다수가 신체 능력이나 마법을 인정받은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하나하나가 고유한 마력 수련법을 배운 이들이었고, 그것을 다 확인할 정도로 예민하면 르윈은 일상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르윈이 위치 로드의 후계자를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르윈이 타니야를 찾아가기 전날.
지겨운 수업이 끝난 것을 기념하여 아카데미를 산책하던 르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거 뭐냐?”
부끄러움과 자신감이 기묘하게 섞인 듯한 모습.
한마디로 한 대 치고 싶은 듯한 하인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간 르윈이었다.
“읍읍읍!”
“말을 하려면 발을 치우라고?”
르윈은 자신의 발아래 밟힌 하인스가 버둥거리자, 하인스를 밟고 있던 발을 떼어 주었다.
“아니, 도련님! 왜 보자마자 사람을 걷어차고, 밟습니까!”
“네가 한 대 치고 싶은 모습을 하고 있었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그렇게 말하는 르윈을 보며 하인스는 서럽다는 듯 소리쳤다.
“한 대는 무슨! 일곱 대를 치고, 잘근잘근 밟았으면서!”
보자마자 날아차기 한 방.
갑작스러운 기습에 허공에 뜬 하인스가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여섯 대를 추가로 맞아야 했다.
억울했다. 아무리 주인과 시종의 차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이건 폭력입니다!”
“응, 폭력 맞아.”
“…….”
그러나 깔끔하게 인정해 버리는 르윈의 말에 하인스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폭력은 나쁜 거지. 하지만 폭력을 사용하게 만든 네 표정이 더 나빠.”
“그게 무슨…….”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하인스였지만, 르윈은 당당했다.
만약 이 자리에 데이지나 예리엘이 있었더라도, 아니 라일라가 있었더라도 자신의 편을 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을 가진 르윈이었다.
그 정도로 하인스의 표정은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이게 뭔데.”
“아, 그게…….”
르윈은 하인스의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동아리 활동하다 잠깐 마실 걸 가지러 왔는데, 길을 잃고 헤매던 후배를 만났다?”
“네.”
“그래서 길 안내를 해 주면서 이것저것을 알려 줬더니, 고맙다고 손수건을 주었고.”
“훈련하다 나온 거라서 땀이 좀 흘렀거든요.”
“그래서 히히덕거리면서 손수건을 음흉하게 바라보았다?”
“마지막은 사실이 아닌데요? 악의가 가득 들어 있는데요!”
“그게 맞으니까.”
한마디로 흔하디흔한 소설에 나올 법한 아카데미 청춘 스토리였다.
우연한 계기로 아카데미에서 만난 두 사람.
처음 만난 사이지만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새끼가?’
르윈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생 10회 차도 연애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심지어 결혼은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그렇구나.”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화가 난 르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한 것이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오히려 인기가 없으면 곤란하지.’
주인보다 잘난 시종.
쉽지 않은 것이었다. 심지어 그 주인의 성에 제국 최고의 가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렇기에 자기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예리엘과 하인스는 버려두고, 그것을 위하여 자신을 알릴 기회를 잃은 데이지를 르윈이 띄워 주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를 알았다면 데이지는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을 수도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데이지는 이러한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 또 만나는데.”
“그, 그런 약속은 안 했는데…….”
“…….”
“왜 그런 표정으로…….”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르윈의 표정에 하인스는 조금 기가 죽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냥. 아니다. 운명이면 나중에 만나겠지.”
르윈은 그렇게 말하며 빼앗은 손수건을 툭 던져 주었다.
“응?”
우연이었다.
가까운 거리기에 그냥 툭 하고 던진 것이었는데.
우연히 불어온 바람이 잠깐 손수건에 맞닿았고.
그로 인하여 접혀 있던 손수건이 펼쳐지며 그 안에 새겨진 문양이 보인 것이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물 받은 손수건이 바람을 따라 허공을 날자 하인스는 당황하며 손수건을 잡으려 했으나.
“억!”
날아드는 발차기에 다시 한번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또 속았구나!’
손수건을 주는 척하는 것은, 나를 다시 한번 밟기 위해서였구나.
순간적으로 그렇게 인식한 하인스가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르윈을 올려다보았으나.
“응?”
르윈이 심각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바라보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도련님?”
그래도 제법 긴 시간을 함께한 르윈이었다.
그런 르윈이 저런 표정이라니.
하인스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옆 나라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도 웃던 사람인데!’
장난인가? 장난이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하인스였으나, 그의 기대는 늘 맞지 않는 편이었다.
“예정이 바뀌었네.”
“네?”
오랫동안 자수를 본 르윈은 그것이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문양이 맞다는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운명은 개뿔.’
이게 사기가 아니라면 운명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혹여나 운명이 아니라면, 이어지지 않은 운명의 실을 강제로 끌어와 매듭을 지어야 하니까!
“하인스.”
“네, 네.”
그러나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을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법.
아무리 르윈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시종의 미래에 해가 될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네가 만났다던 애, 예쁘냐?”
“네, 네?”
“예쁘냐고.”
“그, 그랬었죠.”
뭐지. 도련님이 그 애한테 마음이라도 생긴 것인가.
순간 그런 생각을 한 하인스였으나,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에 들어?”
“네?”
“걔, 마음에 드냐고.”
“어, 그, 그게…….”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곤란한데.
머쓱한 표정으로 목덜미를 긁적이는 하인스였으나.
“난 이도 저도 아닌 쓰레기가 제일 싫더라.”
싸늘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르윈의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마, 마음에 들긴 하는데.”
“그래? 그럼 가자.”
“네, 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인스의 멱살을 붙잡고, 르윈은 하인스와 만난 인연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멍청아, 이름도 모른다고?”
“어떻게 압니까!”
정확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으나 다행히도 상대가 길을 잃었었고, 하인스가 그곳을 안내해 주었다.
즉, 그녀가 있을 곳이 어딘지 안다는 것.
“쟤 맞아?”
그리고 찾아온 곳은 마법관.
오늘은 도전하는 학생이 없었는지 불타오르지 않은 건물을 보며 르윈이 한 학생을 지목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집중하니 알 수 있었다.
‘마녀 맞네.’
아카데미에 마녀를 부른 르윈이었지만, 교수 자격으로 부른 것이지 학생으로 부르지는 않았다.
심지어 타니야 쪽에서도 말을 들은 것이 없었으니.
‘몰래 들어왔구나.’
따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갈색 머리의 소녀를 보며.
“가라, 하인스!”
“네, 네?”
르윈은 하인스의 등을 떠밀었다.
***
마녀의 지도자, 위치 로드.
그 이름은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다.
종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방향키를 자신의 손에 쥔다는 것이니까.
최악의 경우, 자신의 선택 한 번으로 마녀라는 종족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온 건데.’
그 무게감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대륙의 여러 종족 중 중심이 된 인간을 알기 위해.
그리고.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오긴 했는데.’
인간의 아카데미와 교류한다.
마녀의 역사를 모두 뒤져 봐도 이런 일은 없었다.
마녀와 인간이 교류하던 시절에는 아카데미라는 시스템이 없었고.
아카데미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마녀 사냥이라는 골이 깊게 만들어진 이후였다.
그렇기에 이렇게 아카데미 학생의 신분으로 마녀가 학생들이 다니는 아카데미에 다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나, 막상 아카데미에 들어오니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다른 마녀 가문이 더 실력이 뛰어나잖아.’
아카데미의 수업도, 그리고 찾아본 동아리도.
그녀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그녀가 위치 로드의 후계자라는 자리는 혈통으로 얻은 것이 맞으나, 현 위치 로드는 마녀의 역사 속에서도 장기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존재였다.
마녀의 수명이란 곧 실력.
즉, 현 위치 로드는 역대 위치 로드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존재였고.
그 덕분에 실시간으로 최장수 마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괴물이기도 했다.
덕분에 재미있는 일도 있으니, 본래라면 후계자가 되었어야 할 위치 로드의 딸이 후계자에서 밀려나고, 손녀가 위치 로드의 후계자가 된 것이었다.
즉, 그녀의 재능은 어머니를 밀어낼 정도로 뛰어난 것.
거기에 태어나서부터 마녀들의 축복과 선물을 받고.
태어난 이후, 기억이 남을 시점에서부터 마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 존재에게 이제 막 마법에 입문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과,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간 동아리 활동이 눈에 들 일이 없을 터.
물론 아카데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카데미라는 것 자체는 재미있고, 또래가 모여 있는 것도 좋았지.’
신선한 경험이었다.
위치 로드의 후계자가 된 이후부터 또래보다는 한참 위의 언니, 아니 정확하게는 언니라고 부르라고 강요하는 할머니들이 가득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파릇파릇한 동갑들을 보는 것은 즐거웠고.
‘왕자님도 좋았지.’
동화 속에서 볼 법한 만남 또한 존재했었다.
“하아!”
그녀의 할머니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용사와 인연이 있었다고 했으나, 그녀는 동화에 나오는 용사보다는 왕자님이 더 마음에 들었다.
늘 비장하게 세계의 적을 쓰러트리고 죽은 용사보다는 공주님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왕자님이 더 좋았으니까.
그런 의미로, 조금 전 우연히 만난 남자는 그녀가 보던 동화 속의 왕자님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잘생겼었지.”
작게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진짜 왕자님은 아니겠지만.”
아카데미에 제국의 황자가 있다고 하나, 그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폭군. 개차반.
늘 얼굴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것을 물어뜯을 것 같은 광견.
듣기만 해도 좋은 설명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그 친절한 사람과 동일 인물일 확률은 없었다.
황자를 제외하고는 왕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는 공식적으로 없었기에, 우연히 만난 그 사람이 진짜 왕자일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또 보고 싶다.”
그 정도로 잘생겼으니까.
고작 한 번 본 얼굴이 이렇게 아련하게 떠오를 줄 몰랐던 그녀였다.
그래, 이렇게 선명하게.
‘내가 미쳤나?’
너무 선명하다.
심지어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다.
“어라?”
그것이 자신이 만들어 낸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 부끄러운 듯, 자꾸 뒤를 돌아보며 누군가를 바라보는 척하지 않는가!
‘역시!’
저쪽도 한 얼굴 하지만, 나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
아니, 이 정도면 충분히 예쁘지!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모르는 척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돌려 가장 자신 있는 얼굴 각도를 유지했다.
“저, 저기.”
“네?”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린 그녀는 운명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름이 뭔가요?”
“아, 저요?”
한 번에 알려 주어도 될까. 보통 이럴 때 한 번은 튕겨야 한다던데.
그런데 그러다 그냥 가면 어떡하지?
‘절대 안 되지.’
각오를 다진 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플라나라고 해요.”
최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다소곳하게 말하는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남자가 계속 뒤돌아보던 곳에, 풋풋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이 눈앞의 사람의 주인이라는 것을.
이 모든 것이 그가 만들어 낸 판이었음을.
물론 눈앞에 있는 잘생긴 미끼를 던져 주었기에,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변하지 않았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