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31. 인생 10회 차는 후배를 원한다 (6)
‘그냥 들어온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무링신 연구 동아리에 들어온 르윈은 위기감을 느꼈다.
‘제대로 자리를 잡았잖아?’
고작 동아리 활동이라고 할 수 있으나, 르윈에게 무링신 연구 동아리는 미래 계획에 큰 축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저런 꺼림칙한 존재가 자리를 잡는다니.
마음 같아서는 쫓아내고 싶지만 그럴 권리도, 권한도 없었다.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레피스에게 친한 척하는 레일라를 보며, 르윈은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 있냐는 듯한 시선을 레피스에게 보내었다.
“…….”
그 시선을 받은 레피스는 생각했다.
‘또 왜 저래…….’
애가 둘이다.
까마득한 선배로서, 그리고 동아리의 회장으로서 한마디를 해 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 애 둘이 바벨리안과 드라이르프다.
‘인생.’
마음만 먹는다면 원드 가문 정도는 하루아침에 초토화할 수 있는 권력자들이다.
왜 그런 이들이 진지하게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이 활동에 진지하다는 것이다.
‘그럼 회장 자리를 가져가든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넘겨줄 자신이 있었다.
기초 교육이 동아리 회장?
베르샤 아카데미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인 것 같지만, 레피스는 자신이 있었다.
드라이르프 공작가 도련님에게 따질 수 있는 사람이라니.
눈앞에 있는 두 황손과 올해 들어온 후작 가문의 자제들 정도가 아니면 없을 것이다.
‘있으면 용사지.’
그런 용사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게, 그리 멀지 않은 일이었으나.
레피스는 물론 아카데미의 모든 이들은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선배, 선배.”
“네, 네.”
“편하게 말하시라니까.”
옷깃을 끌어당기는 손길에 시선을 주자 맑은 눈의 아이가 방긋 웃는다.
심장에 좋지 않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귀엽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겠으나, 정말로 심장에 좋지 않았다.
“선배님은 창조의 교단의 고위 관계자하고 안면을 틀 정도로 종교계가 주목하는 사람이잖아요.”
제국의 황녀가 웃으며 말한다.
심지어 그 내용 또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말이었다.
“그, 그렇지 않단다.”
“아이, 그렇게 겸손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아, 종교인은 원래 겸손한 것이 좋은 거였지!”
“…….”
레피스는 울고 싶었다.
왜 점점 제국의 황녀의 평가가 올라가는 것일까.
그리고 왜 저기서 자신을 노려보는 공작가 놈의 시선은 더욱 뜨거워지는 것인가!
“회장님.”
“으, 응?”
레피스를 뜨겁게 바라보기만 하던 르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용사로서 전투에만 집중하고 싶은 그였으나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정치에 연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르윈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정치와 관련해서는 정말 재능이 없었지.’
몇 번 시도를 해 봤으나, 그때마다 결과가 좋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 나쁜 결과를 얻을 때가 대다수였다.
그렇기에 늘 정치적으로 뛰어난 이를 아군으로 삼아 해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최악이었다.
황녀라는, 이름만 들어도 권모술수가 넘쳐나는 곳에서 살아가는 정치질의 초고수가 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가장 못하고, 상대는 가장 잘하는 것으로 싸움을 해야 한다니.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싸움이기도 했다.
“아직 동아리 신청 기간이 조금 남았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
그렇기에 르윈은 전장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적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전장에 따라 상성이 바뀔 수 있다.
드넓은 들판에서 궁수 부대가 기마 부대를 상대하는 것과 성벽 위에서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니까.
적어도 자신이 약한 분야라면 전장만이라도 유리하게 만들자.
“다른 동아리들도 신입생을 더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심지어 명분은 이쪽에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입학과 동시에 선배들에게 현혹되어서 동아리 가입을 하고.
그것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며칠 사이에 동아리를 정하지만.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동아리를 신중하게 고르는 학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런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동아리들은 노력했고, 무링신 연구 동아리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하죠?”
“구, 굳이?”
“당연하죠!”
“올해 신입생 많이 들어왔는데…….”
무려 둘이나 들어왔다.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 시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성과다.
‘그때는 동아리 이름처럼 이름 없는 동아리였으니까.’
자신처럼 굳이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서 찾은 게 아니라면 들어 보지도 못했을 동아리다.
물론 그것도 재작년까지의 일이었다.
제국의 황자가 들어와서 한 번.
그 이후 공작가 도련님이 들어와서 다시 한번.
심지어 왠지 모르게 종교 활동에 반강제로 끌려가서 이름이 아름아름 퍼지고 있었으니까!
‘나도 지분이 있잖아?’
외부적으로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일등 공신, 레피스 원드는 마음속으로 울며 다짐했다.
더는 동아리의 이름이 널리 퍼지면 안 된다.
슬슬 용돈도 떨어지고 있어서, 매점에서 위장약과 피로 회복제 사 먹기도 부담스러워질 정도였다.
더 유명해지면 고통을 받는 것은 자신이었다.
“작년이랑 똑같은데요?”
그러나 레피스의 위장약 지분 1위는 레피스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
물론 알았다고 봐줄 사람도 아니었다.
“두, 둘이면 많은데.”
작년에는 르윈과 데이지.
올해에는 레일라와 베르리아.
숫자는 같았다.
그러나 격은 올랐다.
‘생각해 보니 진짜 미쳤네?’
공작가 도련님이랑 모시는 시종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올해 들어온 신입생은 황녀랑 후작가 영애님이다.
벌써 속이 쓰려 온다.
여기에 괜히 신입생이 더 늘어나면 진짜 위장에 구멍이 뚫린다.
막아야 한다.
신입생을 늘리는 것도, 그것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레피스의 위장을 위협하는 이는 르윈만이 아니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진 세력.
레일라 디 바벨리안 또한 르윈이 건 싸움을 받아들였다.
“그렇죠?”
“동료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이야, 마음이 잘 맞네.”
“서로 맞선을 보았던 상대니까요!”
왜지? 왜일까?
하하! 호호! 즐겁게 웃는데, 방 온도는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신입생들을 더 끌고 오려고요?”
“종교 동아리니까, 당연히 전도를 나가는 거죠.”
“와! 길거리에서 ‘창조의 여신을 믿고 구원받으세요!’라고 하는 거 맞죠? 그런 소문으로만 들었었는데!”
“하긴, 성 밖에 나갈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어머머! 누군 막 가문 밖으로 돌아다닌 것처럼 말하네요!”
싸우려면 제발 멱살 잡고 나가서 싸워라.
동아리 부실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렇게 바라보았으나, 르윈과 레일라는 원래 남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꼭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해 보면 되겠네요!”
동아리 막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둘이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회장도, 동아리 간부도 찬성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결정이 난 분위기.
“어, 그게…….”
그 결과를 바꾸기 위해 동아리 회장으로서 레피스가 반론을 말하려 했다.
나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너희 둘 빼고 모두가 그것을 원하지 않을 거라고!
“말 나온 김에 지금 나가죠?”
“좋네요!”
“…네.”
민주주의는 죽었다.
다수결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의 중심, 바벨리안 제국.
원래 군주제에서는 신분이 높으면 다 되는 법.
민주주의를 외치면 공화주의자로 제국 감찰부에 끌려갈 뿐이었다.
***
“…이러다 나 죽어.”
레피스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전도라는 이름의 무링신 연구 동아리 가입 권유 활동.
그것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동아리 가입을 아직 하지 않으셨다고요? 그럼 무링신 연구 동아리는 어떠세요?”
사람 하나를 붙잡고 방긋 웃는 미소에 잡힌 학생이 몸을 떨었다.
그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물론 아니었다.
“네, 네!”
아무리 베르샤 아카데미가 제국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고, 또한 4대 명문의 자리를 비집고 5대 명문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치가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평균 가문 자작, 백작가만 되어도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였다.
애초에 베르샤 아카데미의 경쟁성이 드넓은 부지와 많은 수의 학생, 그리고 황금의 가문이라 불리는 골드워 가문의 든든한 지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평균 가문 자작도 높게 쳐준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성적만 잘 나오면 아카데미 자체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이 많기에 다른 아카데미보다 평민의 수도 많은 곳이 베르샤 아카데미였으니까.
가난한 남작 가문이나 준귀족들도 오기 편한 곳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으면 대부분 남작이요, 평민도 많은 베르샤 아카데미였다.
높아 봐야 백작. 그것도 중앙 정계에 진출한 힘 있는 가문도 드물었고, 가문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장남은 더더욱 드물었다.
“와! 같이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해 봐요!”
“…네.”
그런 곳에 황녀가 출몰했다.
동네 아이들이 전쟁놀이하고 있는데, 소드마스터가 같이 놀자고 참여한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본인은 같이 놀 생각으로 왔다고 하지만, 소드마스터가 기세를 내뿜으면 아이들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그렇기에 황녀의 권유를 받은 학생들은 모두 동아리 입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뿐인가?
“와! 동아리 고민 중이시구나! 그런 사람에게 좋은 기회가 있는데요!”
소드마스터만으로도 숨 쉬기 힘든데, 옆에는 대마법사도 같이 놀자 한다.
‘아니, 반대인가?’
드라이르프 가문을 생각하면 르윈이 소드마스터 쪽이겠으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괴물 둘 사이에 낀 아이들이 문제요.
“살려 줘…….”
그 아이들을 지켜보며 덜덜 떠는 보호자가 문제일 뿐.
문제는 동아리 활동의 보호자는 동아리 회장, 즉 레피스라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7명!”
그렇게 입부 신청서를 받은 레일라의 외침에 르윈이 하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난 8명인데?”
“아직 전도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요?”
“누가 질 줄 알고요?”
왜 그걸로 싸우냐.
그렇게 외치고 싶은 레일라였다.
열다섯이라니.
무링신, 아니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 창설 이후 최대 규모로 동아리 부원이 늘어난 상태일 것이다.
‘이러다 기존 동아리 부원 숫자보다 신입생이 더 많겠는데?’
어지러웠다.
차라리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동아리 신청 기간이 거의 끝났다는 것일까.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미 동아리에 들어갔기에, 르윈과 레일라의 마수를 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만약 동아리 신청 초반이었으면.’
참사였다.
만약 르윈이 입학 초기에 바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동아리 참여를 더 열심히 했었다면 일어났을 일이었고.
‘…내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지?’
내년에는 진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난 왜 3학년이 아닐까.
내년에 졸업을 못하는 것일까.
“기사 동아리 들어갔어요? 딱 보니까 좋은 인상인 게 우리 동아리가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아직 정정 기간이니까…….”
“우리 동아리는 창조의 교단에서 밀어주고 있는…….”
그렇게 좌절하고 있던 레피스의 귓가에, 마지막 양심까지 팔아먹었는지 동아리 정정을 하라는 르윈과 레일라의 목소리가 들리며.
“…엄마 보고 싶어.”
가문에 계신 부모님의 얼굴이 아른아른 떠오르는 레피스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