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32.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2)
창조의 교단은 적이 많았다.
최고신이라 불리지만, 아직 그 위세가 미약했을 때.
그때는 다른 교단에서 창조의 교단을 위협하기도 했고.
또한 여러 왕국 등에서도 창조의 교단과 대립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창조의 교단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창조의 교단의 위세는 굳건해졌고.
그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창조의 교단의 적은 사라지게 되었다.
단 하나, 마족의 신을 제외하고는.
아니, 오히려 창조의 교단이 굳건해지면 굳건해질수록 마족의 신을 믿는 자들과 창조의 교단의 대립은 더욱더 심화되었다.
“아직 남아 있었구나.”
르윈은 전생에서 그러한 존재를 많이 만났다.
인류의 신을 버리고, 마족의 신을 섬기는 자들.
혹은 거래하고, 그들의 힘을 빌린 자들.
대표적인 존재가 흑마법사이지만, 굳이 흑마법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족의 신을 섬기는 이들은 많았다.
약육강식의 마족답게 마족의 신들은 대부분 파괴적인 상징을 가진 존재가 많았고, 힘을 원하는 이들을 유혹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벽에 막힌 기사, 재능의 한계를 느낀 마법사.
그런 이들에게 단순하게 인류를 배신하는 것만으로도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유혹이 되었고, 이미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딱 한 번이면 충분했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한 번이라도 손에 넣은 자들은 그것을 잃는 것을 두려워했고, 더 강한 힘을 갈망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마족의 신들의 충실한 개가 되어 인류를 위협했고, 실제로 인류의 큰 위협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인류를 배신하는 자들은 적어졌다.
인류에 사랑과 희망이 넘쳐서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인류가 잘 대비하여 마족의 유혹을 차단한 것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다 죽었기 때문이다.
용사의 손에.
마족은 대놓고 적이라는 것이 보이지만, 인류의 배신자들은 그렇지 않았고.
그렇기에 언제 내부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존재였기에, 흑마법사의 매우 좋지 못한 기억이 많은 르윈이 최우선으로 제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인류의 배신을 고려하던 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좋다.
그런데 강해져도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배신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겁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 인류의 배신자를 멸종 위기의 생물로 만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니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배신자가 생기는 속도보다 용사라는 망나니의 칼질이 더욱 빨랐고.
결국 멸종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니면 새로 생긴 건가?”
과거의 역사를 떠올리면 자살 희망자로 볼 수 있으나, 원래 사람이라는 동물은 욕망에 약한 생물이었다.
동화나 전설로 전해지는 용사의 배신자 멸종쇼보다는 눈앞의 힘을 더 탐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동물.
어쩌면 아카데미 테러를 대가로 힘을 빌린 자들일 수도 있었다.
“라헬이 움직인 만큼, 마족 쪽에서도 움직일 수 있겠네.”
초창기만 해도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족들은 인류를 당연히 자신들의 아래로 보았고, 그렇기에 순수한 힘만으로 적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반 정도 맞았다.
첫 전쟁 당시, 인간은 마족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그 와중에 상황 판단을 못하고 내분을 일으키는 존재 때문에 그대로 무너질 뻔하였으니까.
그러나 첫 시도가 실패하고.
중간에 몇몇 사건이 있었으나, 마족이 두 번째 시도까지 실패한 이후.
마족들 또한 위기감을 느끼고 계략이라는 것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걸 고려하면 이번 사건 또한 마족의 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으나.
“뭐가 되었든 남의 무덤에서 터트린다는 건 똑같지만.”
중요한 것은 창조의 교단도, 마족 놈들도 남의 관짝 위에서 난리를 칠 생각이 가득하다는 거다.
아무리 전생은 전생이고 현생은 현생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네가 협력 좀 해 주면 좋겠는데.”
어항에 시체처럼 둥둥 떠다니는 엘리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르윈이었으나, 엘리의 대답은 시원치 않았다.
“나 힘든데.”
축 늘어진 모습이 정말로 힘이 없어 보였고.
노동의 강도를 증명하듯, 어항에 가라앉은 마석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요즘 뭘 하는데?”
“헌혈?”
“식물도 피가 있어?”
“그냥 설명하기 쉽게 말하는 거지. 영물의 체액과 일반 맨드레이크의 체액을 비교하는 실험이라고 하는데.”
그 덕에 힘이 없다고 흐느적거리는 엘리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영감한테 부탁해서 휴가 좀 받을까? 요즘 하는 일도 딱히 없는데.”
엘리라는 영물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만큼 얻었기에, 비교 대상인 일반 맨드레이크에 대한 조사를 더 하는 아인헤르츠였다.
그렇기에 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엘리의 말에 르윈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엘리의 협조가 있으면 편하긴 하지만, 굳이 힘든 애를 귀찮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차피 나도 딱히 뭔가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
“응?”
조금 전까지 남의 추모식에서 자기들끼리 축제를 연다고 화를 내던 사람이 뭔가 할 생각이 없다니.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으나, 르윈은 진심이었다.
“서로 축제를 연다고 하니까, 둘이서 재미있게 놀라고 해야지.”
“아하! 그런 거야?”
“원래 축제는 준비하는 것보다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잖아?”
“그건 그렇지!”
원래 귀찮은 건 주최 측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그러니 일단 가볍게 펜을 꺼내 드는 르윈이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저, 저기, 도련님?”
방학 이후 오랜만에 호출된 베아트리체는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다람쥐 사체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동물의 사체로 만든 언데드를 조종한다.
흑마법사, 그중에서도 시체를 다루는 이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지만, 베아트리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다람쥐 사체로 브레이크 댄스를 추게 만들라니!”
울상을 지으며 해골을 땅에 박고 빙그르르 도는 다람쥐 스켈레톤을 보는 베아트리체를 향해, 르윈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선물이야.”
처음 보는 사이인데, 정 없게 편지만 줄 수 없지.
그렇게 히죽거리는 르윈을 보며 아인헤르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 새끼.”
미치려면 곱게 미칠 것이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다람쥐의 옆, 탭댄스를 추는 생쥐의 스켈레톤과 왈츠를 추는 새의 스켈레톤을 보며 아인헤르츠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이번 용사의 추모식에 테러를 진행하겠다. 마신회.>“진짜인가?”
창조의 교단의 추기경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주요 국가의 최고위 귀족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존재였다.
과거에 비하여 덜하다고 하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위치.
그렇기에 움직일 때마다 창조의 교단에서는 많은 수의 호위를 보내 주었고, 그 수준은 절대 낮지 않았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마족과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야 할 성기사들이 호위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 편지를 장난으로 치부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호위를 뚫고, 추기경 마르크스의 탁자 위에 놓은 편지니까.
심지어 짧은 내용의 마지막에 마신회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까!
“더러운 이교도 놈들.”
“지금 당장 아카데미에 불순한 자들을 색출해야 합니다.”
“용사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인류의 배신자에 자애를 가지지 말라. 그들은 인류를 배신한 더러운 존재며, 언제든지 우리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 최악의 검이다!”
마르크스에게 편지를 받아 확인한 성기사들이 단체로 울부짖었다.
자신들이 뚫렸다는 사실에 대한 패배감, 심지어 그 대상이 더러운 인류의 배신자, 마신회였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심지어 선전포고였다.
그것도 인류를 위하여 희생한, 여신의 사도이자 인류의 희망, 용사의 추모식을 더럽히겠다는 선전포고!
독실한 창조의 교단의 신자로서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만.”
그러나 마르크스는 성기사들과 달리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마신회는 이미 여러 차례 박멸이 되었다.”
어느 시대건 용사는 늘 마신회와 흑마법사를 비롯한 인류의 배신자들을 우선하여 제거했다.
때로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였고, 그로 인하여 인류의 화합이 깨질 위기도 찾아왔으나.
용사의 행동은 늘 옳았고, 그것을 결과로 증명해 내었다.
“그렇지만 바퀴벌레처럼 부활하는 게 마신회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전쟁에서도 설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마신회 역시 마신을 따르는 이들.
즉, 마신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굳이 선전포고를 한다고?’
마신회가 다시 부활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세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마르크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용사님께서 더러운 배신자들을 뿌리까지 뽑아내셨으니까.’
아펠리오스라는 규격 외의 존재가 등장한 지난 전쟁에서 인류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만큼 마족들 또한 피해를 보았다.
마족에게는 대마왕이라는 규격 외의 존재가 있었다면, 인류에게는 역대 최강이라 불릴 만한 용사와 그가 키워 낸 수많은 수하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전쟁 직후, 용사의 유언에 따라 그의 의지를 이어받았고,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족의 잔당들을 뿌리째 뽑아내는 것이었다.
그때 대륙에 숨어 있던 한 줌의 흑마법사들이 다 토벌되었고, 또 숨어 있던 마신회 또한 모조리 숙청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 그 의지는 계속 내려져 오고 있었고, 숙청 또한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신회가 자리를 잡을 기회도,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강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미약한 세력으로 선전포고를 한다?
이쯤 되면 자살 희망자다.
마르크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그러나 다음 날.
그런 마르크스의 판단을 비웃듯, 그의 탁자 위에는 새로운 편지가 놓인 상태였다.
[용사의 관 위에서 축제를 벌이는 이들에게, 저주를. 위대한 흑마법사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어제와 다른 내용의 편지였다.
심지어 보냈다고 주장하는 이가 마신회가 아닌 흑마법사였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편지 옆에는 생쥐로 만든 듯한 스켈레톤이 마르크스를 조롱하듯 탭댄스를 추고 있었다.
“성기사단!”
생쥐의 형태를 한 손바닥만 한 스켈레톤이 탭댄스를 추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마르크스는 깨달았다.
이건 누군가의 음모가 아니었다.
인류의 배신자들의 선전포고가 맞았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마신회 하나만이 아닌, 여러 집단이 힘을 모아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뿐.
그러한 예상이 맞는다는 듯, 예고 편지는 마르크스와 성기사단을 조롱하듯 매일 다른 이름으로 그들의 앞에 놓이게 되었고.
[이제 쓸 말도 없다. 좀 막아 봐라. 한 번을 못 막냐?>“으아악! 교단에 전령을 보내라! 성전이다! 성전을 준비해라!”
결국 온화한 추기경조차 분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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