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32.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3)
어느 시대가 되었든 인간이라는 존재는 욕망에 약했고, 그로 인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는 자들은 수없이 많았다.
“브레슨 단원이 잡혔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벌써 세 명입니다. 창조의 교단 놈들은 어떻게!”
힘을 대가로 마신의 신들에게 영혼을 바치고, 인류를 배신한 이들.
창조의 교단이 지배하는 인류의 체재를 부정하고, 자신들에게 힘을 내려 준 마신을 숭배하는 이들을 사람들은 마신회라 불렀다.
그리고 그 마신회는 지금, 절찬리에 망하는 중이었다.
“이것이 창조의 교단인가!”
마신회 제국 지부의 수장, 자렌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용사가 죽은 지 천 년이 넘었다.
그러니 이제 마신의 힘을 빌려도 좀 살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처가 빠를 줄이야.’
그런 자렌의 생각을 비웃듯, 창조의 교단은 베르샤 아카데미에 잠입한 마신회를 색출해 내고 있었다.
“이러다 다 잡히겠습니다.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간부의 말에 자렌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간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창조의 교단에게 잡힌 이들은 죽음보다 더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자신을 위하여 인류를 배신한 자들이 역사와 전통의 고문관을 보유한 창조의 교단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애초에 동료애 같은 것은 없는 집단이기에 이미 모든 기밀을 자백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 자백을 안 한 놈을 찾는 게 빠르겠지.’
어쩌면 잡혀간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자백한 상태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대비는 해 놨지만.’
애초에 배신을 고려한 인력 배치였다.
그렇기에 작전에 일차적으로 투입된 이들에게는 정보 조작이 들어간 상태이기는 했다.
그러니 창조의 교단의 추적을 지금이라도 피할 수 있을 터.
포기하려면 지금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아니, 계획대로 실행한다.”
“…….”
“파멸을 배신한 대가는 파멸뿐. 우리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어 버렸다.”
인간들에게는 마신이라 불리는 파멸의 신.
그녀의 힘을 받은 자들은 강력한 힘을 얻지만, 그 대가를 지급해야 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대가가 이번 테러.
그나마 신성국이 아닌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라는 것이 마신의 배려였으나.
“그것조차 시도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필요할까?”
다르게 말하면, 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건 자신들의 무능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상식으로 생각하지 마라. 파멸의 여신은 마족의 신. 괜히 마신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약육강식이 기본인 마족이다.
그런 마족들의 최고신인 마신이 간단한 일도 못하는 인간을 그대로 내버려 둘까.
“여기서 받은 힘까지 거두어 가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베르샤 아카데미에 대한 테러는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힘을 받기 위해.
[내부에 배신자가 있습니다.>그러나 아카데미에서 보내진 편지 한 장에 자렌의 결심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
물밑에서 창조의 교단과 마신회의 치열한 접전이 있었으나, 그것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까지는 일반 학생들이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아카데미에서 진행이 될 용사의 추모식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곳에 온 신경을 쓰고.
그와 관련이 없는 학생들은 ‘우리 아카데미에서 그런 것도 하는구나~’ 하며 코앞까지 다가온 중간시험을 준비할 뿐이었다.
“아카데미에 테러가 예정이다?”
“그렇지.”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은 창조의 교단 쪽이랑 이사장 정도고, 나머지는 그 사실을 모른다?”
“퍼지면 귀찮아지니까.”
타니야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눈앞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자기 인생의 반도 살지 못한 놈.
그런 주제에 인생 2회 차는 되는 것처럼 아는 것이 많은 수상한 놈.
거기에 되게 잘난 집 자식 놈.
‘다른 애들이 말하면 헛소리라고 생각했을 텐데.’
르윈이 말한 것이기에 헛소리에 현실성이 부여되고 있었다.
아니, 말이 안 되면 안 될수록 더 말이 되는 기이한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그렇기에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기밀 중의 기밀인데, 아카데미의 수많은 사람 중에서 자신에게만 알린다니.
‘역시 아닌 척해도.’
내가 뛰어나다는 것을 아는구나.
약간의 자부심이 새록새록 싹트는 타니야였으나, 르윈은 자라나는 새싹을 가뿐히 짓밟았다.
“아카데미에 한가한 사람은 찾기 어려우니까?”
“내가 얼마나 바쁜데!”
억울했다.
곧 중간시험이다.
그리고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처럼 중간시험에는 최첨단 마법 기술인 드림 월드가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 드림 월드 시험을 담당하는 것이 타니야의 역할.
즉, 과거에 아카데미의 모든 교수가 머리를 쥐어짜며 만들어 낸 문제들을 타니야가 혼자 담당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험의 수준은 교수들이 중간값을 만들어서 정해 준다고 해도, 그걸 다 구현해 내는 것은 나거든?”
인간이라고 다 같은 전투력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몬스터도 개체에 따라서 그 능력이 천차만별이었다.
오크 중에서도 나약한 개체는 마력만 각성하면 르윈 또래의 아이들도 정신만 차리면 이길 수 있는 반면, 전설로 내려져 오는 오크 히어로의 경우에는 소드마스터와도 맞상대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교수들이 ‘오크 몇 마리 정도만 넣어 두면 될 것 같네요.’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타니야가 경험한 오크의 수준에 따라 시험의 난이도가 출제한 교수의 의도와 정반대가 될 수 있었다.
“어제도 고등부 교수들이랑 미팅차 던전 돌고 왔는데!”
그렇기에 타니야는 교수들과 함께 시험 문제로 출제될 몬스터들을 경험해야 했다.
아, 저 정도 수준의 몬스터가 몇 마리가 있으면 됩니다.
저건 조금 강한 개체니 저것보다 조금 약하게 설정해 주면 됩니다, 라고.
타니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카데미에서 교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니, 평소처럼 방구석 마녀로서 드림 월드의 개발에 힘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도움은 되잖아.”
“그래서 더 열받지!”
가문에서 드림 월드를 연구할 때는 받지 못했던 피드백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곳에서 만들었던 것은 드림 월드라는 마법 그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만 집중했으나, 베르샤 아카데미는 시험의 한 분야로서 적정한 수준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했다.
아무리 죽지 않는 꿈속이라고 하나, 10살짜리 어린애들 앞에서 드래곤과 싸우라고 하면 마음이 꺾일 테니까.
딱 적절한 수준. 혹은 그보다 조금 강한 수준.
그것을 맞추는 것은 타니야에게도 제법 재미와 보람이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카데미 테러는 아니잖아. 드림 월드에 도움도 안 되고! 나한테도 안 되고!”
그냥 차라리 아카데미의 경비병이나 기사들에게 말하는 게 낫지.
왜 나를 찾아와서 귀찮게 하냐.
그런 시선이 가득 담겨 있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종이 뭉치 하나를 앞으로 쓱 내밀었다.
“뭔데.”
“해석본.”
“……!”
그 한마디로 타니야는 자신의 앞에 놓인 종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으득!
그렇기에 이가 갈렸다.
“…만들기 어렵다면서!”
해석이 참 어렵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드림 월드의 설계도 해석본 좀 만들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을 때, 그렇게 거절했으면서.
막상 자신을 부려 먹어야 하니, 해석본을 내밀다니!
“어렵지.”
그러나 르윈은 타니야의 원망이 가득한 시선을 받으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숙제도 많지. 동아리 활동에 귀찮게 하는 사람도 많지. 거기에 아카데미 테러까지 막아야 한다니.”
“…….”
“너무 바빠서 해석본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네.”
“이……!”
거짓말이다. 저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타니야는 자신의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이 새끼, 하루면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
설마 그럴까 싶지만, 르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진실에 접근한 생각이기도 했다.
“이, 이거 분량으로 따지면 얼마나 되는 거야.”
“12분의 1.”
“적어! 적어도 10등분 해 주라고!”
앞으로 11번을 더 부려 먹겠다는 르윈의 선언에 타니야가 항의했지만, 르윈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어림도 없지.”
일반적인 마녀의 상식으로 타니야는 괴짜에 이단아며 불량품이 맞으나, 마녀의 구분을 벗어나면 타니야의 능력은 쓸모가 많았다.
아니,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비대칭 전력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고급 인재였다.
즉.
‘그냥 놓아줄 수 없지.’
그런 존재의 목줄이 손에 들려 있는데, 쉽게 놓아줄 수 없다.
12번으로 한정한 것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다.
“싫으면 관두든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르윈은 타니야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싫으면 하지 마라.
나는 강요하지 않았다.
탁.
“왜?”
쓱 해석본을 거두어 가는 르윈의 손목을 타니야가 재빠르게 붙잡았다.
그리고 무슨 할 말이 있냐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르윈을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 안 한다고는 안 했거든…….”
“말이 짧다.”
“요!”
으득!
어금니가 부러진 것 같은 소리가 들렸으나, 착각이겠지.
만족과 후회가 가득한 눈으로 해석본을 확인하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
“데일드 회장님.”
“네, 라일라 회장.”
“연말에 일 다 끝내서, 학기 초만 넘기면 일 없다면서요.”
“…….”
“중간시험이 끝나기 전까지는 교수님들이 바쁘지, 우리는 안 바쁘다면서요.”
“…….”
“교수님들 되게 한가해 보이던데.”
“…….”
“우리는 엄청 바쁜데…….”
“…….”
“거짓말쟁이…….”
원망이 가득 담긴 라일라의 시선에 데일드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작년까지는 그랬는데!’
그렇게 외치고 싶었으나, 외친다고 들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데일드는 잘 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학생회가 바쁜 건 ‘상식’인데.”
그걸 깨닫지 못하다니.
득도한 신도와 같은 웃음을 지은 뒤, 흐느적거리며 사라지는 라일라를 보며 데일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하필 우리 아카데미인데.”
데일드는 하루하루 다르게 바뀌는 아카데미 대강당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런 장식물도 없던 대강당의 입구에는 어느덧 창조의 여신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그것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용사의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뿐인가?
어느덧 대강당 꼭대기에는 창조의 교단의 문장이 휘날리고 있었고, 대강당을 둘러싼, 아니 포위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느낌으로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빛난다.”
기도 탓인가. 아니면 여신께서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은은하게 빛나는 대강당을 보며 데일드는 생각했다.
‘저거 언제 다 치우냐.’
이번 추모식은 우연이다.
7대 용사와 인연이 있는 가문이 우연히 입학했고, 또 아주 우연히 7대 용사의 추모식이 올해였기에 일어난 우연.
그게 아니라면 아카데미에서 추모식이라는 거대한 종교 행사가 있을 리 없고.
있어도 제국 아카데미의 상징인 황실 아카데미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니 올해가 끝나면 저것들을 다시 쓸 이유는 없다.
용사의 추모식은 돌아가면서 진행되고, 용사의 숫자는 총 9명이니.
‘적어도 8년은 쓸모없지.’
그러니 행사가 끝나면 다 치워야 한다.
물론 여신님의 조각상이나 용사의 조각상을 처분할 수는 없으니 옮기는 게 맞을 터.
‘창조 동아리로 넘기면 되겠지.’
“하아!”
치우는 것도 일인데, 일거리가 이렇게 많다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는 데일드였지만, 베르샤 아카데미의 추모식이 연례행사가 되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일어난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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