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32.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4)
흐느적, 흐느적.
힘없는 발걸음으로, 라일라는 생각했다.
‘아카데미에는 왜 이렇게 행사가 많은 걸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즐겁게 웃는 모습이 좋았는데.
그걸 돕는 노동 동아리의 활동이 즐거웠는데.
‘아, 그렇구나.’
일단 보람을 느끼는 것도, 내가 편해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구나.
제국 공무원 3년 차쯤 느낀다는 감정을, 라일라는 11세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그렇게 흐느적거리던 라일라의 눈에 생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 죽어 가는 사람도 살려 내는 방법.
그것은 분노였다.
“야!”
라일라의 고함에 상대의 고개가 돌아갔다.
“너, 너도 일해야 하잖아!”
나도 이렇게 일하는데.
그렇게 만든 게 누군데!
원망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라일라가 르윈을 노려보자.
“왜?”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어 왔다.
“너희 동아리도 행사 참여잖아. 레피스 선배도 일하잖아!”
오늘도 비쩍 말라 가는 레피스를 떠올리며, 라일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레피스는 힘들어서가 아니라 높으신 분들 사이에 껴서 하루하루 말라 가는 것이지만, 그것까지는 알지 못하는 라일라였다.
“역시 레피스 회장님이야. 무링신 연구 동이리의 회장다워.”
그 말에 르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회장님이 일한다고 내가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
“뭐?”
“왜냐하면 동아리 부원의 행사 참여는 자율이니까!”
“……!”
“내신 및 평가에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딱히 내가 신경 쓸 부분도 아니고.”
“…….”
사실이었다. 그런 걸 신경을 썼으면 르윈의 성적이 그 모양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라일라였기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곧 있으면 아카데미 중간시험도 있잖아. 시험 준비는 잘하고 있어?”
“…할 수 있겠어?”
중간중간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고 있으나, 예전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드림 월드를 이용한 시험을 치른다는 것.
이론 시험의 비중이 확 낮아졌기에, 실전만 잘 치른다면 수석 자리를 방어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 그러니까 너도 쉬엄쉬엄하면서 공부도 하고 그래. 솔직히 말해서 기초 교육 학생들이 행사 준비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다고.”
이건 아동 착취다!
그렇게 주장하며 사라지려는 르윈을 라일라는 빠르게 붙잡았다.
“왜?”
“그래도.”
르윈의 말은 이해했다.
그러나 이해했다고 감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일해.”
나만 하는 건 억울하다.
적어도 르윈은 같이 고생을 해야 한다.
인생 최초로 나만 죽을 수 없다는 악의를 담아 라일라는 르윈을 붙잡았고.
“…싫은데?”
“아, 안 돼!”
도망치려는 르윈을 대강당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
“도련님.”
“응.”
“오셨군요.”
“끌려왔어.”
자연스럽게 대강당에 다시 합류한 르윈은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데이지를 내버려 두고 왔었네.’
마신회의 암호를 보고 신이 나서 일을 준비한 것이지만, 데이지의 눈에는 그냥 탈주한 것으로만 보이리라.
‘화났네.’
시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라일라만이 아니었다.
데이지가 남몰래 타도 라일라를 외치며 공부하는 것을 르윈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시험공부도 포기해 가며 행사 진행으로 끌려왔는데, 끌고 온 장본인이 혼자 탈주하다니.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사실 이곳이 테러 예정지여서 테러범이랑 창조의 교단이랑 싸움 붙이고 왔다!
솔직하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면, 지금 보내는 시선이 10배쯤 더 뜨거워지리라는 것을 르윈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뭘 하면 돼?”
“…하!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간단한 장식 작업을 돕는 겁니다.”
“재미없겠네.”
곳곳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무언가를 오리거나 붙이는 인원들을 보며 르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걸 하시면 되겠군요.”
데이지가 가리킨 방향으로 르윈이 시선을 돌렸다.
“…저건 뭔데?”
“창조의 여신과 그의 사도 용사님에게 기도를 올리는 역할입니다. 도련님에게 딱 어울리시네요.”
“…….”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
작업량도 많아 보이는데, 단체로 무릎을 꿇고 앉아 태업하다니.
심지어 길까지 막고 있어서 작업의 속도를 늦추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행동에 뭐라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작업하던 사람이 기도 행렬에 참여하면 미소를 지으며 보내 줄 뿐이었다.
“나는 역시 작업 체질이지.”
르윈은 자신이 없었다.
중간중간 오열하며 여신과 용사의 이름을 부르짖는 이들 사이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자신이!
“그럼 저쪽 구석에서 문양이나 자르고 계세요.”
“응.”
데이지의 말에 따라 구석에 온 르윈은 가위를 들고 조용히 온갖 교단의 문양이 그려진 종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이게 대강당이야, 대신전이야?’
슬슬 원형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종교적으로 변한 대강당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새로 하나 만드는 것이 빠르지 않았을까?
‘고작 한 달도 진행하지 않는 행사에 이럴 필요가 있나.’
느낌이 싸하다.
설마설마하면서도, 그 라헬이라면 진짜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년 여기서 내 관짝쇼를 한다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라헬이라고 하더라도, 설마 그렇겠냐 싶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그 라헬이기에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제발 날 테러리스트로 만들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매년 마신회가 베르샤 아카데미를 오는 것을 르윈은 원하지 않았다.
물론 마신회도 그럴 생각은 없을 것이다.
다만 르윈이 마신회의 이름을 빌려 테러를 진행할 예정이기에, 마신회의 이름만 팔릴 뿐이었지만!
“음, 이거 붙이면 되는 건가.”
벽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붙은 문양을 보며 르윈은 자신이 오린 문양을 가져다 벽에 붙이기 직전.
‘대충 이 정도로 파면 되나?’
가위에 마력을 집중하여 벽면을 오려 내고, 몰래 가져온 마력석을 집어넣었다.
“티 안 나네.”
그리고 문양을 붙이고 티가 안 나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작업을 진행했다.
문양을 오리고, 벽면에 마력석과 함께 붙이고.
때로는 남들 모르게 바닥을 파 그 안에 마력석을 묻고.
구석의 잘 안 보이는 곳에 툭 던져 놓는 것으로 르윈은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
그날 밤.
본래라면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돌아가도 대강당의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마신회 및 흑마법사 등의 예고 편지가 여러 차례 도착하고.
또 마신회 소속 인물들이 실제로 잡히는 상황이 벌어졌기에 대강당의 야간 작업은 중지가 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경비하는 인원이 몇 있을 뿐, 대강당은 조용했다.
그랬어야 했다.
“하아암!”
“졸리냐?”
“오늘따라 눈이 감기네.”
“너도?”
자세한 사정은 모른 채, 창조의 교단의 요청으로 대강당 경비를 서고 있던 경비병들이 감기는 눈을 연신 비비며 중얼거렸다.
“한 명씩 잘까?”
“경계는.”
“누가 여길 들어온다고. 그리고 안쪽에는 성기사님들도 있잖아?”
“그럴까?”
아무런 가치가 없는 대성당.
거기에 안에는 창조의 교단의 성기사들이 있다.
그 성기사들이 이미 잠들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경비병 하나는 동료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잠들었고.
“흐아암!”
동료 역시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으흐흐흐!
“뭐, 뭐야?”
한기와 함께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흐느낌에 경비병은 눈을 떴다.
그리고 옆에 동료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했다.
“이 새끼는 어딜 간 거야?”
화장실이라도 간 것일까.
-으흐흐흐흐!
“아 씨!”
혼자 남은 상황에서 수상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아카데미의 경비병으로서 확인을 안 해 볼 수는 없는 일.
그렇기에 마른침을 삼킨 그는 검을 뽑고, 소리가 들리는 대강당 안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악!”
그리고 문을 연 순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용사의 추모식을 준비하기에 성스러운 기운이 넘치던 대강당이 지옥도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강당의 의자에는 스켈레톤들이 앉아 있고, 허공에는 흰색의 희미한 영혼들이 부유하며 웃고 있었다.
“전능하신 라헬이시여, 영원한 빛으로 날 보호하소서!”
창조의 여신을 찾으며, 강당의 문을 황급히 닫으려는 경비병이었으나.
“뭐, 뭐야?”
자신의 등을 두들기는 감각에 고개를 돌리자.
“으아악!”
자신의 뒤를 가득 채운 언데드 대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흑마법사들이 잠입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습니다. 일반 경비병이라면 모를까, 대기하고 있던 성기사들도 같은 환상을 보았습니다.”
신성국에서 파견 나온 성기사단이 다시 한번 뒤집혔다.
인부 및 아카데미 관련 인물로 잠입한 마신교의 신도들을 붙잡고, 그들을 고문하여 마신회와 흑마법사들의 동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정보를 받아 낸 것이 얼마 전이다.
그런데 흑마법사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일이 발생하다니.
그것도 중요한 행사가 예정된 대강당 안에서!
“언데드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나?”
“그렇습니다. 환각 마법이 확실합니다.”
“허허!”
환각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사들도 사용할 수 있으나, 당하는 사람의 정신력에 따라 제대로 된 효과를 못 받을 수도 있었다.
창조의 교단의 성기사 정도 되는 인물들이면 웬만한 정신계 마법은 방어할 수준이 되었고.
또 여신의 가호까지 받기에 일반적인 환각 마법이 뚫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러나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닌, 저주와 정신 조작의 스페셜리스트인 흑마법사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면 대강당은 아카데미 학생은 물론 외부 인원들에게도 허용이 됩니다. 그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대참사다.
창조의 교단의 위신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고, 잊고 있던 마신의 존재가 다시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대전쟁의 징조로 보는 사람도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겠지.”
마르크스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만 아니라 신성국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대전쟁 이후 마신회가 일으킨 사건이 몇 있었으나, 이번처럼 대놓고 행동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에는 흑마법사들까지 동원하지 않았던가?
사악한 마족이 다시 전쟁을 준비하려는 전초전일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게 설명이 되지 않았다.
“사로잡은 마신회 놈들은.”
“셋은 죽었고, 나머지는 숨만 붙어 있는 상황입니다.”
“흑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말한 이는 없나?”
“그렇습니다.”
“아군에게도 흑마법사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인가.”
인류를 배신한 사악한 자들이기에 알 수가 없었다.
“인부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아카데미에도 협력을 구하도록.”
“이사장 독단으로 움직이는 것에 제한이 있다고 합니다. 몇몇 이들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어쩔 수 없겠는가?”
“흑마법사들이 마신회와 손을 잡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에 개입한 것은 확실합니다. 한 명으로 수천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존재. 그것이 흑마법사입니다.”
“용사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지.”
숨겼다가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정보 유출의 위험을 감수하고 공개하는 게 낫다.
“내가 직접 이사장을 만나겠네.”
“본국에도 연락을 넣겠습니다.”
하지만 추기경 마르크스와 성기사들의 노력을 비웃듯, 흑마법사들의 환각 마법으로 추정되는 테러는 일주일간 계속되었고.
“지원을 더 부르게!”
결국 마르크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