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32.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5)
마신회와 흑마법사의 연합.
그로 인하여 추기경 마르크스를 비롯한 창조의 교단 선발대가 혼란에 빠졌고.
마르크스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 이사장의 머리는 다행히 더 빠질 것이 없었으며.
그 대신 신성국의 수뇌부들이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음, 그래.”
마신회 제국 지부의 수장, 자렌에 대한 평가는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잘되었구나.”
그 한마디에 마신회의 간부들은 감탄하였다.
“역시 수장님이십니다.”
“멸종한 줄 알았던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았다니.”
“잘난 척하던 창조의 교단이 혼란이 빠졌다는 소식입니다!”
“그런가?”
수하들의 연이은 보고에 자렌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뭐지?’
그러나 속내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창조의 교단에 신자들이 잡힌 이후, 최대한 조용히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창조의 교단에 대놓고 선전포고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하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인류의 역사에서 늘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마신회였으나, 그건 과거의 영광일 뿐이었다.
인류에 막대한 피해를 준 만큼 용사가 살아 있을 때 눈에 불을 켜고 도륙을 냈고, 대전쟁이 끝난 이후 잔당 소탕으로 창조의 교단과 각 왕국들에 뿌리까지 뽑히는 것을 반복했다.
그것이 대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이 되었다.
지난 대전쟁이 끝나고 천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그 기간 동안 마신회도 대륙 전역에 자생할 정도가 되었지만.
수천 년의 세월을 뿌리를 박고, 용사라는 간판을 내세워 성장해 온 인류 최대 종교와 비교하면 전면전은 어림도 없었다.
이건 인류에게 큰 피해를 주었던 과거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알려지지 않은 배신자라는 점을 활용하여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큰 피해를 주었을 뿐, 전력만 따지고 보면 늘 약세였고.
그렇기에 한 지부의 수장에게는 대대로 약자의 방식으로 싸우는 법이 전수되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절대 정체를 들키지 않는다.’
들키는 순간 끝난다.
그러니 들키지 마라. 들킬 것 같으면 튀어라.
그게 바로 마신교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선전포고라니. 그런 헛짓거리를 할 리가 있겠는가?
‘흑마법사 놈들도 마신의 명령을 받은 건가?’
그렇기에 자렌은 흑마법사들이 자신들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마신회를 팔아먹은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일당백, 일당천이 가능한 흑마법사라고 하더라도, 흑마법사 하나를 죽이기 위해 만 명을 동원할 수도 있는 창조의 교단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그로가 끌리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그로 인하여 나날이 주가가 올라가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기로 했다.
어차피 마신의 뜻에 따라 테러를 진행해야 한다면, 아군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흑마법사들이 우리와 함께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더러운 교단 놈들을 쓰러트려라!”
그렇기에 자신감 넘치게 선언할 수 있었지만, 그게 허상이라는 것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자렌이었다.
***
한편 베르샤 아카데미 내부에서는 자렌과 달리, 흑마법사 소동이 허상이라는 것을 눈치챈 이가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야.”
“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타니야는 울상을 지으며 르윈에게 항의했다.
순간적으로 멈칫하긴 했으나, 지금은 강하게 나가야 할 때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왜 그러는데.”
“오늘 이사장이 몇몇 교수들을 불러 모아서 이야기했어. 아카데미 내부에 마신회가 잠입했다고.”
“그건 내가 말해 줬잖아?”
“그리고 흑마법사도 들어왔다는데!”
“그래?”
모르는 척하지만, 흑마법사가 들어와 있지 않다는 것을 르윈은 잘 알고 있었다.
흑마법사 특유의 독특한 마력.
그것을 어떻게 잊겠는가?
‘들어왔으면 죽었지.’
베아트리체나 에드윈 같은 특수한 경우라면 모를까.
마신의 명을 듣고 남의 관짝에 폭죽을 터트리려고 하는 놈들은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용사를 때려치웠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영혼에 각인된 듯 남아 있는 것이 흑마법사 혐오 아닌가?
“그래서 조사를 해 달라고 들어서, 대강당에 들어갔는데.”
그런 르윈의 생각도 모른 채, 타니야는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게 나오더라?”
“오!”
타니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아주 작은 마력석 조각이었다.
“아주 교묘하게 배치해서, 작은 조각들로도 마법이 발생할 수 있게 만들었더라.”
“역시 사악한 흑마법사들이야. 그런 것도 만들다니.”
“이거 내가 만든 거잖아! 네가 그렇게 시켰잖아!”
딱 잡아떼는 르윈을 향해 타니야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어? 흑마법사셨어요?”
“헛소리 말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타니야의 외침에도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니, 그 마력석 봐 봐. 딱 봐도 마신회의 문양이 들어가 있잖아.”
“이 문양이 마신회였어?”
“몰랐어?”
“그걸 아는 사람이 더 이상하지 않아?”
인류의 배신자. 인류의 적.
이단 중의 이단.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마신회지만, 결과적으로 말하면 간단했다.
보면 죽여라!
그것이 용사의 뜻이었고, 창조의 교단은 그걸 실행했다.
그렇기에 마신회와 연관된 것은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지니, 전문적으로 배우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마신회에 대한 정보를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마녀 정도면 안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이교도들에 대해 배우는 마녀는 없거든?”
기껏 해 봐야 동화에 나오는 악당이나 구전으로 전해지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조금 나이가 많은 마녀라면, 대전쟁 이후 잔당 소탕의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타니야 같은 젊은 마녀가 마신회의 문양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오히려 르윈 같은 어린아이가 마신회의 문양을 알고 있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긴 했다.
그렇기에.
“난 드라이르프잖아.”
르윈은 오늘도 치트키를 사용했다.
“제국의 공작가. 그것도 무를 상징하는 드라이르프라면 알아야 하지.”
“정말?”
“마신회가 보이면 잡아야 하잖아?”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아무리 드라이르프라고 하더라도, 이미 수백 년 전에 멸종된 마신회를 기억할 리는 없었다.
훗날 이번 사건이 공개되고, 다시 마신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면 정보가 퍼지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마신회를 기억하는 것은 창조의 교단, 그중에서도 성기사단이나 이단 심문관 같은 특정 집단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그럼 이 마력석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그렇겠지.”
“드림 월드의 흔적이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이다?”
“드림 월드는 잠들어야 효과가 있잖아? 대강당을 지키던 경비병이나 성기사들이 임무 수행 중 잘 리가 없는데.”
“그거와 관련해서, 수면 향을 피운 흔적이 있던데.”
“역시 사악한 흑마법사 놈들이야. 언제 잠입해서 수면초를 태웠대.”
“…그 전에. 내가 대강당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을 했던가? 경비병이랑 성기사들이 있던 건 어떻게 알고.”
“아차.”
“속일 생각도 없었구나!”
순순히 자백하는 르윈의 모습에 타니야는 절망했다.
“도대체 수면초는 어디서 구한 건데? 성기사가 잠들 정도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수제작.”
“직접? 재료는 어디서 구하고?”
“1매점에 주문 넣으면 구해 주는데?”
“도대체 1매점은 뭐 하는 곳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매점 주인이 수상해 보이긴 했는데, 그 정도라고? 아니, 그 전에 그런 위험한 물건을 학생에게 판다고?”
“웃돈만 주면 돼.”
“이래도 되는 거냐, 제국 아카데미!”
이곳이 이상한 것인가.
아니면 아카데미라는 곳은 다 이런 것인가.
도서관 사서들이라는 것들은 웃으며 지하 던전을 탐사하지 않나.
보는 순간 범상치 않은 느낌을 준 매점 주인은 돈 받았다고 학생에게 위험할 수도 있는 물건을 구해 주지 않나.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위험하고, 이상한 새끼는 이 새끼야.’
그 둘을 포함해서, 아니 베르샤 아카데미의 모든 이상한 것들을 다 포함하더라도, 눈앞에 있는 이 녀석보다 이상하지는 않았다.
어떤 미친놈이 창조의 교단 행사 한복판에서 장난질을 치겠는가!
그것도 마신회를 끌어들여!
“설마 마신회가 들어왔다는 것도 다 자작극은 아니지?”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뒷배경이 드라이르프라고 하더라도 선을 넘은 행동이다.
그냥 넘은 것도 아니고, 이미 대륙 횡단을 한 수준이었다.
듣기만 해도 어이가 없는 상황인데, 사건에 자신도 개입이 되었다.
그것도 르윈의 공범으로서.
르윈의 대답 여하에 따라 진지하게 부족으로 복귀를 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상황.
“그건 사실이지. 실제로 창조의 교단에서 범인도 색출했다고.”
“후…….”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타니야는 생각했다.
‘아니, 이게 맞아?’
왜 자신이 안도해야 하는 걸까.
순간 억울함이 팍 차고 오른 타니야였다.
“그럼 이건 뭔데.”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다고 할까.”
마력석을 쪼갠, 아주 작은 형태의 마력석.
겉보기에는 그냥 돌 조각으로 보이고, 잘 확인해도 마력을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그것을 잘 배치하면 마법진을 그린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마대륙에서 작전을 펼칠 때 사용했던 테러술의 비기!
역사적으로 마족들에게도 잘 통한 것이기에 들킬 걱정이 적었으나, 아주 만약의 사태가 있지 않은가?
“들키면 다 마신회 탓이란 거지.”
“…….”
설명을 들은 타니야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사실 마신회보다 이 녀석이 나쁜 놈이 아닐까?’
마신이 박수 치고, 마신회 신도들이 고개를 끄덕일 생각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인류의 적.
그리고 르윈은 인생 9회 차를 용사로 산 존재였다.
“어차피 나쁜 놈들이니까.”
어차피 죽어 마땅한 것들.
저지르지 않은 죄 한두 개 추가되었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그럼 왜 착한 창조의 교단을 공격하는 건데.”
“…….”
“뭔데, 그 시선은?”
눈빛만으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고 말하는 듯한 르윈의 표정에 순간 움찔하는 타니야였다.
“잘 들어. 내가 인생의 크나큰 진리를 알려 줄게.”
“이제 열한 살이 나한테…….”
“닥치고 들어.”
“…….”
억울했다. 내가 왜 이런 어린애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할까.
‘심지어 입 닥치고.’
아무리 거부할 수 없는 기백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짜로 입을 다물고 있는 자신이 미워졌다.
“나쁜 놈하고 싸운다고 다 착한 애들이 아니야.”
“…….”
“특히 창조의 교단은 더.”
악의마저 담겨 있는 듯한 발언에 창조의 교단이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으나.
드라이르프 공작 부부가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곧 고개를 젓는 타니야였다.
“아, 그리고.”
그렇게 억울함 반, 서운함 반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었다.
“마력석 파편식. 알려 줘?”
사과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마음이란 보이지 않는 법.
내가 마음을 가득 담았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보상도 두둑이 넣어 주겠다는 르윈의 말에.
“…응.”
타니야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싫다.’
그런 걸 어떻게 아냐. 그 전에 그걸 사용해서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를 것인가.
어른으로서, 아니 그 이전에 아카데미의 일원으로서 물어야 할 것도, 따져야 할 것도 많으나.
아무리 이단아 소리를 듣는 타니야도 마녀였다.
새로운 마법 기술. 마녀로서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눈치챘겠지만, 그것도 드림 월드를 이용한 방식이야.”
거기에 드림 월드의 색다른 사용법까지 알려 준다니.
“그, 그럼 뭐.”
이건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지 않은가.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어느새 완벽한 공범이 되어 가는 타니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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