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32.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6)
대강당에서만 일어나던 기현상은 시간이 지나자 아카데미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젯밤, 기사 동아리 제3훈련장에서 귀신이 나왔다던데?”
“얼마 전에 공원 분수에서 스켈레톤을 본 사람 있다며.”
“진짜? 난 교수관이랑 학생회실에서 좀비가 나왔다는 소리 들었었는데.”
“그건 평범한 대학원생하고 학생회 임원들이잖아.”
“그런가?”
다행히 학생회 임원과 대학원생들의 본의 아닌 커버에 소문이 크게 퍼지지 않았으나, 시험을 앞둔 학생들 사이에서 아름아름 퍼져 나갈 정도로 사건이 새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일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던 이사장과 창조의 교단 측에서는 원치 않았던 결과.
그렇기에 그들은 조금 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 은밀히 접촉하던 마신회 소속 인원 둘을 잡았습니다.”
“마신회의 비밀 암호로 추정되는 흔적을 찾았습니다. 현재 포로로 잡은 마신회 신도들에게 해석을 지시했지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마신회인 줄 알고 잡은 인원 중 몇은 심문 결과 다른 왕국의 첩자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허허.”
마르크스와 함께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던 황금 공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았다고?’
제국.
대륙에 존재하는 여러 왕국 중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단 하나였고, 역사를 뒤져 보아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간혹 제국의 이름을 칭하는 자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대부분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주변국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제국이라는 이름을 은근슬쩍 빼거나, 아니면 그대로 멸망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바벨리안의 이름 뒤에 붙은 제국이라는 칭호는 강함의 증거였다.
제국을 칭하고 살아남았다.
그건 강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압도적인 강자, 바벨리안은 늘 주변국의 경계를 받고 있고, 수많은 첩자가 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황실 아카데미도 아닌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활동하는 첩자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검증 절차를 더 올려야겠어.’
기회를 잡았다고 많은 이들을 끌어들였다고 황금 공은 반성했다.
황금 공의 목표는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
황실 아카데미를 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그 바로 아래를 차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 확신을 두고 선대부터 이어져 온 베르샤 아카데미였고, 재작년 루테스의 입학 이후 계속 호재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으나, 황금 공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은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나, 이대로 계속 방치되었다가는 기분이 아닌 진짜로 망치로 머리를 몇 대 맞는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조사 권한을 올리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아무리 창조의 교단이라고 하나 제국은 껄끄럽다.
아니, 굳이 제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생들 대부분이 귀족이고, 또 관계자들 역시 귀족이나 그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아카데미는 추기경인 마르크스도 건드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아카데미의 수장인 이사장이 권한을 주겠다고 하다니.
마르크스로서는 원하던 일이었으나, 잘못하면 황금 공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괜찮습니다. 자연스럽게 조사를 도울 수 있는 인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황금 공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
절대 첩자일 리가 없고, 아카데미에 대해 자신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며, 학생들이나 교수 및 관계자들과도 매우 좋은 관계를 맺은 존재.
그러면서도 편하게 부려 먹을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카드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
“언제 죽으십니까?”
로열 클래스의 기숙사장, 베리엘.
그녀는 드물게 혐오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눈앞의 사람을 힐난했다.
“미안하지만, 오래 살 것 같네. 요즘 몸에 좋은 것도 많이 먹고, 교단 관계자들에게 축복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거든.”
그런 혐오 가득한 시선에도, 황금 공은 껄껄거리며 기분 좋다는 듯 웃고 있었다.
“하!”
이 새끼는 언젠가 죽여야겠다.
그것을 한마디로 압축한 듯한 한숨을 내쉬며, 베리엘은 자신의 직장 상사를 바라보았다.
“사실입니까?”
“안타깝게도 사실이지.”
“그런데 왜 말을 안 하셨습니까.”
“몇몇 교수들에게 말하기는 했네.”
“얼마나요.”
“다섯은 안 넘지. 그것도 협조를 위해서였어.”
비밀로 한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주장하는 황금 공을 보며, 베리엘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목표는요.”
“당연히 아카데미에 위협이 되는 마신회와 흑마법사지.”
“나머지는 덤이다?”
“당연하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황금 공이었지만, 베리엘은 그 덤이 자신을 부른 이유라는 걸 알고 있었다.
‘능구렁이 같은 대머리.’
생각해 보면 구렁이는 물론 뱀은 털이 없었다.
그러니 뱀은 대머리가 맞고, 이사장도 대머리가 맞았다.
“…….”
“뭐냐, 그 시선은.”
하여튼 눈치는 더럽게 빨라 가지고.
그렇게 생각한 베리엘은 자신이 들은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던 헛소문이 사실이었고, 그에 마족에게 인류의 변절자들이 붙어 있다. 맞나요.”
“맞지.”
“그에 따라 창조의 교단에 내부 감찰을 맡겼고, 그들에게 협력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그게 접니까?”
“내가 자네 말고 누굴 믿겠는가?”
“…….”
“잘 부탁하네.”
한 대 치고 싶다.
아니, 딱 세 대만 치고 싶다.
이사장의 웃는 얼굴을 보며 주먹을 움켜쥔 베리엘이었으나, 작게 한숨을 내쉬며 참아 낼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이것은 일이다.
다 학생들을 위한 일이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인 베리엘은 이사장실을 나가며 생각했다.
‘…혼자서는 어렵겠지.’
아무리 그녀라도, 마신회나 흑마법사는 위험 요소다.
대전쟁이라는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베리엘은 도움을 구할 필요성이 있었고, 다행히도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이들이 있었다.
“…뭐라고요?”
다음 날 아침, 매일 모이던 1매점.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학생들을 제외하고 어른만 불렀다는 것이었다.
“아카데미에 불순분자들이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베리엘은 연신 마른세수를 하는 바르바 델릭에게 현실을 인지시켰다.
“모르셨습니까?”
“이사장이 말 안 했네.”
“난 알고는 있었는데.”
타니야의 말에 베리엘과 바르바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향했다.
“차, 참고용으로 부른 거니까.”
비밀을 지켜야 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에 베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장에게 듣기는 했습니다. 몇몇 교수들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고.”
“흑마법사들의 소행이니까! 환각 마법에 조언이 필요했었지.”
사실 흑마법사의 음모가 아닌 르윈의 음모라는 것을 알고 있는 타니야였으나, 이미 르윈과 한배를 타 버린 상태였다.
‘지금이라도 말할까?’
여기라면 무사히 잘 해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아, 아직 해석본도 다 못 받았고. 또 받은 것도 있으니까.’
아카데미는 월급을 주지만, 르윈은 다른 것을 준다.
드림 월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지식들.
마력석 파편을 이용하는 방법만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떠올리며, 타니야는 잠깐 흔들렸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흑마법사들 나쁜 놈들이지. 어떻게 애들이 다니는 아카데미에 그런 무시무시한 것들을!”
그건 다 흑마법사의 마법이다.
내가 확인했다.
그렇게 말하는 타니야를 보며 베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확실하겠군요.”
자신도 마법에 조예가 있다고 하나, 태어날 때부터 마법을 배운다고 전해지는 마녀와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라고 베리엘은 생각했다.
“마녀가 하는 말이니.”
마법과 교수인 바르바도 마찬가지.
마법을 배우는 자들에게 마녀란 그런 존재였다.
‘이건 또 기분이 묘하네.’
매번 르윈에게 불량품 소리를 듣던 타니야로서는 자신을 신뢰하는 의견을 듣자 기분이 묘했다.
평소라면 좋아했겠으나, 거짓말을 하는 상황에서 무한 신뢰라니.
“그, 그러니 빨리 마신회 놈들을 잡아야지.”
그렇기에 양심에 찔린 타니야는 은근슬쩍 흑마법사에서 마신회로 타깃을 변경했다.
흑마법사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마신회는 확실하게 활동 중이라고 르윈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 이사장은 전문가인 창조의 교단에 대부분을 맡긴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베리엘은 타니야와 바르바에게 이사장에게 받은 정보와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말하였고.
“도와주시겠습니까?”
믿음을 가지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
“라는데?”
베리엘의 모든 계획을 실토한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이래서 사람은 믿을 게 못 돼.’
마녀는 만나기 어려우나 믿을 만하다는 세상의 속설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믿을 만하다는 마녀도 이런데, 믿지 말라는 옛말이 더 많은 인간은 어떠하겠는가?
‘내가 할 말은 아니지.’
오늘도 배신의 결과물이 자신을 칭송하는 연설을 읽는 것을 보았던 르윈이었다.
‘닮지 않았으면 모르겠는데.’
심지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믿을 만큼 과거의 연인의 똑같은 모습에 데미지를 2배로 받는 르윈이었다.
‘뭐, 상관없지만.’
입술을 꽉 깨물며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다독인 르윈은 물건을 하나 쓱 꺼내었다.
“자.”
“…….”
타니야는 마른침을 삼키며 르윈이 내민 것을 받아들였다.
“얇아.”
누가 보는 것을 경계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타니야는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에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내용물을 확인했다.
“아 씨.”
그리고 울상을 지으며 르윈에게 항의했다.
“해석본 2-1은 뭔데?”
해석본을 12등분으로 쪼갠 것도 서러운데, 그걸 또 쪼개다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는 항의에도 르윈은 당당했다.
“시간이 없었어.”
“뭐?”
“해석할 시간이 없었다고. 요즘 바쁘잖아.”
그건 사실이었다.
바쁘게 창조의 교단을 골탕 먹이고, 그러면서 아카데미에 숨어든 마신회를 찾고 있는 르윈이었다.
그 활동을 도우며 르윈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고.
또 창조의 교단이 아직 발견 못한 마신교 신자까지 찾아내는 것을 보았기에 이번만큼은 타니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면 나중에 2-2도 줄 거지?”
“일 잘하면.”
“…….”
“아, 그리고 참고로 2-4까지 있다?”
“사기꾼 새끼야!”
황금 공조차 감탄할 노동 착취에 타니야는 울상을 지었으나.
똑, 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소매로 눈물을 닦아 낼 수밖에 없었다.
“네, 누구세요.”
“나.”
짧고 강렬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매우 익숙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베렐스?”
타니야의 오랜 악연이자 소꿉친구이며, 르윈에게 불량품 취급을 받아 반쯤 반품된 타니야를 대신하여 베르샤 아카데미의 정식 교수로 취임한 마녀.
불의 마법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가졌으며, 성격은 겉모습보다도 더 불같은 친구.
‘이상한데?’
평소라면 방문을 걷어차며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타니야는 기묘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
그렇기에 르윈에게 잠시만 숨어 있으라고 말하려 했으나, 르윈의 기척은 이미 사라진 이후였다.
‘사람 새끼가 맞나?’
사실 저 새끼가 진짜 귀신은 아닌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니야는 방문을 열었고.
“야.”
그녀의 친구는 다짜고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너 요즘 뭐 하고 다니는 거냐?”
그리고 그녀의 손에 있는 마신회의 상징이 박혀 있는 마력석을 보며, 타니야의 두 눈은 거칠게 흔들렸고.
“역시 너…….”
그 반응을 보며 확신을 가진 베렐스가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
“어, 어?”
“후! 다행이다.”
“…….”
털썩 쓰러지는 베렐스와 갑자기 나타난 르윈을 보며 타니야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