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32.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7)
인간이라는 종족은 모든 종족에게 민폐를 끼친 전적이 존재한다.
비록 지금은 그때의 시절을 아는 존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역사라는 이름으로 내려져 온 이야기는 모든 종족들에게 남아 있었다.
“제가 갈게요.”
그렇기에 베르샤 아카데미에 지원하려는 마녀를 뽑을 때, 베렐스는 손쉽게 베르샤 아카데미에 갈 수 있었다.
‘괜히 다른 애가 가면 불쌍하잖아.’
어릴 때부터 별종으로 유명한 타니야였다.
세상의 기준에서 대부분 괴짜라고 취급받는 마녀들 사이에서도 이단아 취급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낸 타니야였기에, 친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
‘대충 몇 년 있어야 하니까.’
타지로 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최소 몇 년은 체류하는데, 괜히 잘 모르는 이가 가면 타니야는 물론 가는 마녀 또한 고통만 가득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가야지.
그게 타니야도, 불쌍한 마녀도 구하는 길이니까.
그때까지는 좋았다.
비록 공주님, 아가씨라 불리는 차기 후계자까지 보살피게 된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으나.
인간이라는 종족은 생각한 것처럼 나쁘지 않았고.
또 자신을 우러러보는 시선은 꽤 기분이 좋았기에.
베렐스는 교수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흑마법사?”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이사장이 아카데미에 마신교와 흑마법사들이 잠입했고, 또 흑마법사들의 환각 마법으로 아카데미를 혼란으로 빠트리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베렐스는 아가씨를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뭐냐, 이건?”
그러나 막상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주 미약하지만 마녀의 마력 흔적이 느껴졌다.
너무나 미약하기에, 자연의 마력이랑 별 차이가 없는 마력이었다.
그렇기에 평범한 인간 마법사들은 느끼지 못했다.
오직 마녀인 베렐스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었다.
‘마녀 중에 변절자가 있나?’
순간 그렇게 생각한 베렐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게 왜?’
아주 자그마한 마력석에는 어떠한 문장이 그려져 있었으나, 그것을 세공한 방식이나 안에 담겨 있는 마력은 익숙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베렐스는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곧바로 용의자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것이 실수였다.
“읍읍읍!”
갑작스러운 공격에 기절했다.
그리고 일어나니 온몸이 구속당한 상태였다.
입은 물론 팔과 다리, 그리고 마녀에게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마력까지.
“으으읍!”
늘 충만했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베렐스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고작 마력 하나가 없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무력해질지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러나 더 충격인 것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가 악우라고 생각했던 타니야라는 사실이었다.
‘심성은 착하다고 믿었는데!’
다른 마녀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드림 월드의 발전을 꾀하는 타니야를 이단아라고 부를 때, 베렐스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드림 월드라는 것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들어간 마법이고, 그것을 위해서 다른 영역에 손을 대는 것은 마녀로서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절자가 되다니!’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마신의 힘까지 빌릴 줄이야!’
마녀 사냥의 시대.
인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신의 유혹에 넘어간 마녀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자신의 마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마녀가 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한 베렐스였다.
마녀의 수치였다.
그렇기에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몰려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악우라고 하나, 친구가 이렇게 몰릴 때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니.
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끝을 내주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한다니!
“애 이상한 생각 하는 것 같은데요!”
울상을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타니야를 보며, 베렐스는 꼭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보내 주자고 다짐했다.
***
“애 이상한 생각 하는 것 같은데요!”
타니야는 울고 싶었다.
몇 안 되는 친구이기에, 그녀는 베렐스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이전에 본인의 마법과 닮은 불같은 성격 덕분에 베렐스는 얼굴에 생각이 다 티가 나는 편이었다.
“으읍읍!”
분노, 자괴감, 슬픔으로 이어진 감정의 마지막은 각오였다.
그것도 아주 강렬한 각오.
‘뭐가 되었든, 나한테 매우 안 좋은 것 같은데!’
오해를 풀어야 했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
‘뭐라고 해야 하지?’
타니야는 베렐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아마 자신처럼 이사장의 요청을 받았을 것이다.
그녀 또한 마녀니까. 심지어 정식 교수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
‘그러다 내 마력을 느끼고, 마력석을 찾았겠지.’
찾았을 때 어땠을까.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니까 직접 만나서 따지기 위해 찾아온 것이겠지.
그래도 친구니까. 믿고 있으니까.
“망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다.
기껏 믿음을 가지고 찾아왔는데, 그 결과가 납치, 감금, 구속이라니.
타니야가 생각해도 모든 것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한 건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구속에 도움을 주긴 했으나, 나머지는 아니었다.
다 르윈이 한 일이었다.
“…….”
결국 해결법을 찾지 못한 타니야는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좀 해 봐라.
오해를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음.”
그 시선을 느꼈는지 르윈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녀석은 어떻게 처리하죠, 두목?”
모든 것을 타니야에게 떠넘겼다.
“내가 왜 두목인데!”
자신이 갑이라고 주장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자연스럽게 떠넘겼다.
그에 따라 더욱 차가워지는 친구의 시선은 덤이었다.
“두목님.”
“두목 아니라니까!”
“제삼자의 시선을 생각해 보세요. 이제 열한 살짜리 꼬마 밑에 다 큰 성인 마녀가 부하로 있다?”
말이 되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르윈을 보며, 타니야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베렐스를 보며 타니야는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었으나, 베렐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그게 아니야.”
더 엇나가다가는 정말 이 사건의 주모자가 자신이 될 것 같다.
그렇기에 타니야는 베렐스의 입을 막고 있던 구속구를 풀며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미안해.”
입을 열자마자 나온 한마디에, 타니야는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베렐스의 오해가 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쟤가 사과를?’
자신이 잘못한 일도 ‘미, 미, 미친년아! 네가 잘못했잖아!’라고 말하던 녀석이 사과라니.
“지금이라도 자수해. 내가 사식은 챙겨 줄게.”
마지막 자비를 베푸는 듯한 말 한마디가 눈물겹게 고마웠다.
문제는 자신이 감옥에 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 대화라는 것이지만!
“오해야.”
“아까 그 마력석을 네가 만들지 않았다고?”
“그건 아닌데…….”
“내 팔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마력 억제 마도구도 네가 만든 게 아니야?”
“그것도 내가 만든 거긴 한데…….”
“그럼 이번 환각 마법에 네가 연관되지 않은 거야?”
“…….”
“하…….”
갑작스레 묵비권을 행사하는 타니야를 보며, 베렐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뭐가 오해인데?”
그 한마디에 반론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지는 타니야였다.
***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으나, 르윈의 설명과 설득으로 베렐스는 오해를 풀 수 있었다.
“…….”
“왜 자꾸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어쩌면 타니야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구속구를 벗겼음에도 날뛰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흑마법사는 가짜고, 마신회는 진짜다?”
“응, 응!”
“창조의 교단은 그 사실을 은폐하고, 조용히 처리하고자 했으나, 너는 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사건을 키웠을 뿐이다?”
“그, 그렇지.”
약간의 거짓말이 섞여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타니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하지만 베렐스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 듯싶었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왜?”
“네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데.”
“뭐?”
“창조의 교단이 은폐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냥 떠들었지, 생각하면서 행동할 애가 아닌데.”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바보?”
“이년이?”
순간적으로 욱한 타니야였으나,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기도 했다.
‘진짜 그랬을지도.’
타니야는 자신을 너무 잘 아는 베렐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베렐스의 관심은 이미 타니야를 떠난 상황.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어린 학생한테 도움을 받는 건 좀.”
아직 완벽하게 신뢰하는 것은 아니나, 타니야의 말을 믿은 베렐스는 르윈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타니야가 타인을 대하는 것이 서툴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까지 손을 벌리다니.
“르윈이라고 했지? 앞으로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시험이나 준비하렴.”
르윈이 주장한 타니야 두목설을 믿었기에, 평소처럼 학생 다루듯 르윈에게 말한 베렐스였으나.
“베렐스 아그니 교수님이시죠.”
“그렇단다.”
르윈은 베렐스가 아카데미에 온 순간부터 언제든지 그녀의 도움을 받을 준비를 해 둔 상황이었다.
“아카데미 지하에 던전이 있는데, 그곳에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온다는 거 알고 계세요?”
“듣기는 했지. 드림 월드의 설계도도 네가 찾아낸 거라며?”
“알고 계시네요?”
쓱.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르윈은 가슴속에서 적당한 두께의 책을 꺼내었다.
“드림 월드의 설계도를 찾으면서, 이런 것을 찾았는데.”
[폭렬 마법의 사용법 삼부작. 1편>탁.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베렐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진짜니?”
“진짜일걸요?”
화염계 마법사라면, 그리고 그것이 마녀라면 참을 수 없는 제목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일격에 성 하나를 날려 버린 화염계 최고 마녀의 기술인 폭렬 마법이었으니까!
“자, 잠깐만 보여 주렴. 뺏는 게 아니란다. 그냥 보기만 할게.”
숨을 헐떡거리며, 매우 위험한 눈으로 책을 더듬는 베렐스를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역시 마녀가 편해.’
수전노 혹은 구두쇠.
한 번이라도 마녀와 연관이 되었던 사람들은 마녀를 그렇게 정리한다.
상인만큼, 아니 상인보다도 더 지독하게 돈을 탐하는 종족.
그러나 그게 오해라는 것을 르윈은 잘 알고 있었다.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니까.’
마녀가 돈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돈이 있어야 마법을 연구하기 더 쉬워지니까.
직접 희귀 재료를 구할 시간에 돈으로 사는 것은 물론이고, 마탑에서 인간 다음으로 많은 물건을 구매하는 큰손이 바로 마녀였다.
자신과 연관된 마법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
그게 마녀다.
그렇기에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물건을 건넬 수만 있다면, 마녀를 부리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는 것을 르윈은 잘 알고 있었다.
“자, 잠깐!”
그러나 자신과 연관되지 않은 분야라면 충분히 냉정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타니야가 베렐스를 말리는 것 역시 르윈의 계획에…….
“난 12등분이었는데! 심지어 그걸 또 쪼갰는데!”
“…….”
왜 얘는 삼부작인데!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그렇게 주장하는 타니야를 보며, 르윈은 품속에 준비한 얇은 책 한 권을 더 꺼낼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