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32.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즐긴다 (8)
쾅!
평온했던 아카데미에 폭발음이 들려왔으나, 학생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요즘 잠잠했는데, 다시 하나?”
“마법관 챌린지? 그거 학생회에 걸리면 큰일 나지 않아?”
“화염 마법 연구 동아리 애들 말 들어 보면, 안 잡히는 것까지 포함해서 실력이라고 하던데?”
“여전히 미친 동아리네.”
이미 자주 일어났던 일이기에, 신입생들을 제외하면 당황하지 않았고.
“아악! 또 어떤 새끼야!”
그저 몇몇 학생회 관련자들만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마법관으로 달려갔을 뿐이었다.
“이러다 누구 온다니까?”
“놔 봐. 대충 한 거라고 하지만, 그을림조차 없잖아! 내 자존심이 허락을 못한다고.”
“야이, 미친년아!”
지금 당장 빠져도 모자랄 판에 승부욕을 불태우는 베렐스의 머리채를 붙잡으며, 타니야는 빠르게 그녀를 데리고 사라졌다.
그렇게 환각에 이어 폭발 테러까지 진행이 되니, 추모식 준비를 거의 끝내 가던 창조의 교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장 당황한 건 창조의 교단도, 이사장인 황금 공도 아니었다.
‘…제국에서 활동하는 마신회가 우리 말고 더 있었나?’
바로 마신회 제국 지부의 수장, 자렌이 그 주인공이었다.
마신에게 힘을 받은 순간부터 언젠가는 창조의 교단과 대립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지.
그때가 되면 인류를 배신하고 힘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은 미천했고, 미래는 불확실했으며, 노력이라는 단어는 만능이 아니었다.
범재가 노력으로 천재를 따라잡을 수 있다?
그건 천재가 나태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은 범재가 노력을 할 때 천재도 노력한다.
오히려 범재보다도 천재가 더 죽어라 노력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렇기에 그 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때 마신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그렇기에 인생의 마지막에 잠깐 하는 후회보다는,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나날이 더 많을 것 같았기에 자렌은 마신의 유혹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창조의 교단에서 추모식 관련으로 인원을 백여 명 정도 더 파견했습니다. 성직자라고 주장하나, 대다수가 성기사로 추정됩니다!”
“대지와 바다의 교단에서 추모식을 진행하기 위해 베르샤 아카데미로 인원을 파견 중이라고 합니다.”
“빛의 교단과 여명 교단도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수장님, 어떻게 할까요?”
“…….”
어떻게 하긴, 튀어야지.
그런 말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으나, 자렌은 간신히 삼켜 낼 수 있었다.
‘미치겠네.’
다 큰 성인들이다.
그것도 조금 귀엽게 생겼으면 다행인데, 마신교에 대한 세간의 인식처럼 험상궂은 얼굴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얼굴 하나만으로 범죄자 프리패스인 놈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이라니.
‘이 새끼들은 생각이 없나?’
자렌은 이미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상태였다.
흑마법사의 활동? 그럴 수 있다.
원래 마신은 자신들에게 말을 잘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자렌의 입장에서는 그게 더 좋기도 했다.
마족들 관리하는 신이 힘을 탐하여 인류를 배신한 배신자들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 시킬 일이 있다는 의미였고, 대부분이 지금처럼 귀찮고 목숨이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마신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마신도 편하고, 자렌에게도 편한 일이었다.
그러니 마신이 자신들에게 일을 시키고, 또 흑마법사들에게 따로 일을 진행했더라도 충분히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
마신도 그렇고 마신회도 그렇고 흑마법사도 소통을 잘하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애초에 마신회와 흑마법사는 역사적으로 궤를 달리하던 이들이니까!
‘미치겠네.’
마신의 유혹에 넘어가 힘을 받았고, 인류를 배신했다는 것에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따로 행동했다.
하나 마신회는 다르다.
인류를 배신한 경위도, 받은 힘이나 능력도 전혀 다르지만.
인류를 배신했을 정도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이 결국 하나의 조직으로 묶여 있는 거다.
아무리 미친놈들이 많다고 해도, 같은 조직에 말도 안 하고 테러를 저지를 정도로 정신이 나간 놈은 거의 없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신성국 주변에서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쪽에서 나온 건가?’
그런 희망도 잠시 품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에서만 추모식이 열리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번 추모식의 대상은 일곱 번째 용사였다.
가장 크게 행사가 진행되는 곳은 창조의 교단의 총본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신성국.
그리고 일곱 번째 용사가 태어나고, 그의 동료들의 가문이 아직도 남아 있는 아리타 왕국이었다.
현시대의 중심이라는 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인류사에 큰 영향력을 준 용사와의 인연은 거의 없다.
그나마 현 시대 기준으로 마지막 용사와 연이 조금 있다고 하나, 지금까지는 제국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었다.
그저 제국이 그렇게 주장하니 믿어 줄 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니 이런 미친 일을 저질러도 제국보다는 신성국이나 아리타 왕국에 저지르겠지.
‘즉, 분탕이다.’
자렌은 확신했다.
누군가 마신교의 이름을 빌려 창조의 교단에 분탕을 치고 있다.
문제는 마신교 입장에서 그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안 그랬다고 창조의 교단에 호소할 수도 없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아, 그렇구나.’ 하고 바로 잡아가겠지.
늘 자비를 이야기하는 창조의 교단이었으나, 그건 인류에게 하는 말이지 마족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인류로 태어났으나, 인류를 배신하고 마족의 편을 든 자들은 모두 마족 취급이었다.
용사가 그렇게 시켰단다.
“하.”
그러니 자렌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둘.
하나는 마신에게 싹싹 빌어 임무를 취소하는 방법.
마신이 대답을 해 줄지 모르겠고, 해 준다고 하더라도 요청을 들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남은 방법은 하나.
“아카데미에 잠입한 동료들이 힘을 내주고 있다. 이제 곧 위대한 마신의 뜻을 인류에 전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새끼들인지는 모르겠으나 화려하게 저질러 주었으니, 그걸 받고 더 화려하게 저질러 주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
“너 진짜 아니야?”
“야,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이 사는 기숙사에 불을 내겠냐?”
“…….”
“뒤질래? 왜 거기서 입을 다무는데? 따지고 보면 시작은 내가 아니라 너였어?”
오늘도 서로 티격태격하는 타니야와 베렐스를 보며, 르윈은 슬슬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진짜 마신회가 온 것 같은데.”
슬슬 올 때가 되기는 했다.
그동안 열심히 창조의 교단을 긁어서 더 많은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으나, 마신회는 그런 걸 신경 쓰는 이들이 아니었다.
‘어차피 신경을 써도 뭘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원래 신과 인간의 소통은 대부분 일방통행이다.
신이 뜻을 전하고, 인간이 받아들인다.
그것은 마족도 다르지 않다.
신이 선택한 그릇이라고 불리는 성자와 성녀, 혹은 수많은 신도에게 믿음을 받는 교황과 같은 인물.
그 정도 되는 인물들이 아니라면 신과 소통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고.
그건 마신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적은 소통의 창구를, 버린 패로 사용하는 배신자들에게 여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
그러니 마신의 뜻은 마신회나 흑마법사에게 일방적으로 전해지고, 이미 힘을 받은 이들은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멍청하지.’
알지도 못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걸 덜컥 선불로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
호구 중의 호구, 용사도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진짜라고?”
“교단들 기세 장난 아니던데.”
르윈의 중얼거림에 타니야와 베렐스는 다른 의미로 감탄했다.
아카데미의 요청을 받아 대성당 주변을 몇 차례 점검한 그녀들이 봤을 때, 대성당은 하나의 요새였다.
그것도 방어만 하는 요새가 아닌, 언제든지 성문을 열고 들이박을 준비가 된 요새!
“그걸 알고도 들이박아야 하는 게 마신회니까.”
그렇다고 마신회가 마냥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보통의 전쟁에서는 공격하는 측보다 수비하는 측이 더 유리하다고 하지만, 이걸 전쟁으로 생각하는 건 창조의 교단뿐이었다.
“불리하지 않아?”
“왜?”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 마녀를 보며 르윈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마신회는 그냥 창조의 교단의 체면만 깎아도 이기는 거니까.”
전쟁은 수비하는 쪽이 유리하지만, 테러는 공격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거기에 배신자 포지션이면 더더욱 그러했다.
“누가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그걸 막아야 한다? 그게 쉬울까?”
굳이 대성당에 시선을 집중시킨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지도 몰랐다.
대성당만을 지키는 창조의 교단을 비웃으며 아카데미에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 마신회다운 선택이었으니까.
“실제로 그런 일이 있기도 했고.”
르윈은 미리 수거한 몇 개의 아티팩트를 두 마녀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대량 살상 마법이네.”
보자마자 타니야와 베렐스의 얼굴이 굳었다.
주먹만 한 마력석이 연결된 물건은 전쟁에서나 사용될 법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설치한 놈은?”
“교단에 미리 찔러서 잡혔지.”
물건을 회수한 후, 바로 창조의 교단의 숙소를 테러.
본인의 욕망을 충분히 채운 이후, 범인의 흔적을 고의로 남겨 잡히게 만든 르윈이었다.
그러나 이런 놈들이 아직 아카데미에 몇 놈 더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앞으로 더 올 수도 있고.”
이미 왔을 수도 있다.
용사의 추모식 준비는 끝났고, 진행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이사장한테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아카데미의 문은 활짝 열린 상태였고, 추모식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베르샤 아카데미로 향하고 있을 터였다.
적어도 그 문을 닫으면 외부에서 마신교 인원이 잠입하기 어려울 터.
“마신교 때문에 위험하니까, 행사 취소합니다! 라고 창조의 교단이 그러겠어? 그 자존심만 가득한 놈들이?”
역사에서 창조의 교단은 늘 승리했었다.
르윈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죽었으니 늘 패배였고, 역사적으로도 냉정하게 따지면 무승부라고 할 만했지만.
인류를 침범한 간악한 마족들을 물리쳤기에, 아무튼 승리였다.
그것이 창조의 여신과 창조의 교단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마족도 아니고, 이제는 멸종 위기종 취급받는 마신회의 위협에 굴복해 위대한 용사의 추모식을 중지한다?
그것도 신성국을 비롯한 다른 왕국들은 다 진행을 하는데?
책임자로 온 추기경을 비롯하여 성기사들이 최소 옷을 벗을 것이고, 몇몇 이들은 책임을 지고 종교 재판에 회부될 일이었다.
“절대 포기 못하지.”
괜히 다른 교단에서 제국의 대성당이 아닌 베르샤 아카데미로 집중적으로 인원을 보내겠는가?
아무리 이번 추모식의 상징적인 존재가 베르샤 아카데미에 있다고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생각하면 대성당에 더 많은 이들이 모이는 것이 맞았다.
즉, 다른 교단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성기사일 것이다.
성기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투에 적합한 이들이겠지.
창조의 교단의 요청을 받았거나, 어쩌면 성전을 선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두목님이죠.”
“…….”
“…….”
갑작스러운 발언에 두 마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서 또 누가 나오는 건가.
“…그거 설마 나야?”
그러나 곧 르윈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다는 것을 알고 타니야가 반문했고.
“당연하죠.”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한 르윈의 반응에 바로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