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33.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구경한다 (1)
세상은 용사의 추모식으로 한창 떠들썩하였지만, 이 시기의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화제는 따로 있었다.
“아악! 망했어!”
“고블린이 갑자기 삼단 합체를 하는 건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좀 너무한 거 아니냐?”
“골렘이 합체하는 건 좀 멋지던데.”
“그건 무생물이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고블린이 합체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바로 중간시험.
모든 아카데미가 시험 기간이거나 혹은 시험이 막 끝난 상태였기에, 학생들은 오래전에 죽은 용사보다는 자신들의 운명을 가를 시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
물론 모든 학생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더 정확하게는 그럴 여유조차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도련님은?”
“또 사라졌어.”
“깨자마자 없던데?”
예리엘과 하인스의 대답에 데이지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먼저 일어났어?”
“내가. 반에서도 빠르게 일어난 편이었는데…….”
“얼마나?”
“한 세 번째?”
그 정도면 매우 빠르게 깨어난 편이 맞았다.
드림 월드는 기본적으로 꿈을 기반으로 사용되는 마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잠들어야 하기에 드림 월드가 종료되어도 그대로 잠들어 있는 이들이 많았다.
자발적으로 깨어나는 학생의 수는 얼마 없었기에, 교수들 사이에는 학생들 깨우는 게 시험 업무라고 하는 농담이 나올 정도.
“시험은 보셨겠지?”
불안감이 가득 담긴 예리엘의 말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낙제하면 아무리 드라이르프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귀찮은 일이 생길 수밖에 없어.”
그것도 르윈이 가장 귀찮아하는 방식의 일이.
그렇기에 데이지는 르윈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매우 귀찮아질 일을 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지만.”
“…….”
“…….”
확신이 담긴 듯한 데이지의 목소리에 예리엘과 하인스는 침묵했다.
‘꽤 오래전부터 귀찮은 일이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아침에 종종 아카데미 1매점에서 모이는 모임.
그곳에서 이상한 기류가 오래전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강제로 추모식에 참여하게 된 루테스가 하루하루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을 하는 것은 평소와 똑같았고.
더 나아가서 하루하루 메말라 가는 데일드의 표정 역시 평소와 다르지 않았으나.
‘그것도 아주 큰일이.’
베리엘, 바르바, 그리고 타니야.
그들이 종종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데이지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용사의 추모식 이후라는 것도.
‘도련님도 신경을 많이 썼지.’
왜인지 모르나, 창조의 교단을 싫어하는 르윈이었다.
그 창조의 교단에서 공짜 노동력으로 학생들을 부려 먹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르윈의 반응은 그러한 것 이상이었기에 데이지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은 관여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 그런 느낌이 들어.”
감이라는 불확실한 것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으나, 불길한 느낌은 이상하리만큼 잘 맞는다는 것을 경험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게 우리 역할이지만.”
아카데미의 학생이기 이전에 자신들은 르윈의 시종이었다.
주인이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더라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버텨야 하는 것이 시종의 역할.
그것이 위험한 일이라면 더욱더 그래야 했다.
“그러니까 찾아.”
시종이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일이기도 하겠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지는 예리엘과 하인스를 보며, 데이지도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우선 대강당.’
가장 먼저 떠올린 장소는 이번 추모식이 진행되는 대강당.
최근 종교계 인원들이 여럿 추가되고, 보안도 올라간 장소였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용사님의 행사가 있을 예정이니 관계자들이 예민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런 느낌이 아니지.’
행사가 진행되는 순간부터 참여한 무링신 연구 동아리 부원으로서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데이지였다.
“안녕하세요.”
다행인 점은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부원이기에 쉽게 대강당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르윈과 라일라와 함께하며 잠입술 실력이 나날이 늘어났지만, 지금은 대놓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게 더 안전했다.
“데이지구나.”
대강당의 입구를 지키는 성기사와도 이미 안면이 있는 상태.
거기에 나름 만나는 사람들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였기에, 제법 괜찮은 관계를 형성한 상태였다.
“작업도 마무리 단계라, 일반 학생들은 올 필요가 없는데.”
창조의 교단도 양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르윈이 들었다면 바로 부정했겠으나, 학생에게 시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고작 내신에 좋은 평가 몇 줄을 적어 주는 것 말고는 무보수로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정말 중요한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참여를 받지 않았다.
“레피스 회장님이 부탁하신 일이 있어서요.”
“그렇구나.”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예외의 인원에 포함된 레피스를 팔자 성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거라.”
“수고하세요.”
고개를 꾸벅 숙인 데이지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발랄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뭔가 있어.’
선천적으로 존재감이 없는 라일라와 후천적으로 존재감을 지우는 르윈 사이에서 어떻게든 기척을 읽어 내기 위해 노력했던 데이지였다.
학생회 회장이 된 이후 라일라의 존재감이 많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그것을 대신하기라도 하는 듯 르윈이 사라지는 일이 많았기에 하루하루 능력이 발전하는 데이지였기에 알 수 있었다.
‘열? 아니, 스물?’
곳곳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있었다.
아주 은밀하게 감추어진, 일반인이라면 모를 시선이.
숨 쉬기 운동을 바탕으로 민감해진 감각에도 집중하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행동하는 이들도 몇 있었다.
‘창조의 교단도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있구나.’
순수하게 창조의 교단을 믿었던 시절은 제법 오래되었고, 이런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래도 실제로 보게 되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부패한 성직자라면 모를까, 교단에서 키우고 있는 암살자들이라니.
씁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이런 이들까지 파견될 정도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확신을 받는 데이지였다.
‘제발…….’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라.
르윈의 얼굴을 떠올리며 데이지는 간절히 기도했다.
‘매번 귀찮은 일은 싫다고 하면서, 제일 귀찮은 일에는 끼어들려고 하는 그 심정은 뭘까?’
그런 생각을 가지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던 데이지는 첫 번째 목표인 레피스를 찾을 수 있었다.
***
‘나는 누구고.’
“여기서 세 걸음을 걸으시면 불의 교단에서 가져온 성화가 있습니다.”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네, 그겁니다! 그리고 그 성화에 불을 옮겨…….”
절도가 있는 동작으로 예행연습을 하는 레피스의 행동은 기계 그 자체였다.
물론 재능은 아니었다.
이미 수백 번을 한 행동인데, 못하면 신이 내린 몸치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니까!
“이제 턴을 하고, 그대로 직진하여 중앙으로 가면.”
턴을 하는 각도, 중앙 단상으로 가는 보폭과 발걸음의 횟수까지.
레피스는 과거에 참여했던 종교 행사들을 떠올리며 회개했다.
‘죄송합니다. 대충 봐서! 죄송합니다! 그냥 졸아서!’
그냥 부모님을 따라서 간 따분한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피, 땀, 눈물이 가득한 것이었다.
그걸 자신이 직접 참가하게 되어 알게 되었다.
영원히 몰랐으면 좋았겠지만!
“이제 성화를 붙이고 퇴장하시면 됩니다.”
“후.”
그렇게 퇴장까지 완벽하게 진행한 레피스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해냈다.
그런 안도감이 전신에 퍼졌으나,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이걸 내가 왜 하지?’
보통 성화를 옮기는 것은 불의 교단이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우리 아카데미에 성화 동아리라고 따로 종교 동아리도 있잖아!
이걸 내가 왜 하는 건데?
“레피스 회장.”
“네, 넵! 레피스입니다.”
그렇게 푸념을 하던 레피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 듯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저예요, 데이지.”
“아, 데, 데이지구나.”
상대가 데이지라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린 레피스였으나.
‘잠깐.’
오히려 좋지 못한 소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험은 잘 봤니?”
“그럭저럭요. 선배는 시험 어떻게 되나요?”
“나중에 따로 진행한다는데. 대신 가산점 좀 준대.”
“그래도 돼요?”
“학생들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뭐 어찌할 건데.”
무려 창조의 여신 라헬의 신탁이 내려온 일이다.
그거 때문에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여 불이익을 당하였고, 그래서 창조의 교단이 보상을 해 주겠다는데.
그것에 태클 걸 수 있는 사람은 베르샤 아카데미에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태클을 걸 수 있는 인물은 레피스의 성적과 연관이 전혀 없는 기초 교육에 포진해 있는 상태였다.
“억울하면 용사님 추모식 하지 말자고 하든가.”
추가 점수 좀 준다는 거 막겠다고 이단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군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데이지를 보며, 레피스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우리 후배는 왜 왔어?”
시험이 끝나자마자 동아리 선배님을 보기 위해 달려온다.
참으로 기특한 후배지만, 그런 후배는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레피스는 잘 알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도련님이 사라지셨어요.”
“평소의 르윈 후배잖아.”
“그렇죠. 그리고 평소처럼 뭔가 저지르고 있을 수 있죠.”
“…….”
가장 큰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는 레피스였기에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뭐, 뭔데?”
심지어 르윈이 사라지자마자 데이지가 찾아왔다는 것에 레피스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혹시 또 여기야?”
“아뇨. 요즘 이 근처에 수상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일 수도 있다는 말이구나.”
오들오들 떠는 모습은 공포에 질린 토끼와 같은 모습이었으나, 1년 사이에 레피스도 나름 성장을 한 상태였다.
“수상한 일이라면 많지. 쉬쉬하는 소문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언데드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는 환상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거든.”
“정말인가요?”
“소문일 뿐이야. 내가 실제로 보지는 못했어. 그래도…….”
그 소문이 돌고 난 이후에 갑작스럽게 창조의 교단의 인원이 추가되었고, 다른 교단에서도 다급히 인물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직자라고 찾아온 사람들의 몸매가 아주…….”
“…….”
“이상한 느낌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딱 봐도 기사 동아리 애들처럼 엄청 강해 보였다고!”
눈을 가늘게 뜨며 ‘그런 취향이셨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데이지의 시선에 레피스가 다급히 변명하듯 소리쳤다.
“아, 아무튼 이상한 소문이 돌고,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몇 번 있었어.”
“도련님이 좋아할 만한 일이네요.”
“그렇지? 근데 이 근처에 모습도 안 보이더라.”
그게 더 수상하다.
서로 공감대가 생긴 둘은 잠시 고민을 하였다.
“아, 그리고.”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레피스는 한 가지 단서를 데이지에게 제공해 주었다.
“르윈이 몇 번 일한다고 찾아오기는 했는데.”
“그건 저도 봤었습니다.”
“그때마다 타니야 마녀님하고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애들이 있다던데?”
마녀도 드라이르프에 줄을 서나.
그런 식으로 말이 나왔기에 기억을 하는 레피스였다.
“어떤 마녀님이요?”
“타니야 마녀님. 종종 매점에서 보는 그분.”
“…그렇군요.”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큰 소리로 레피스를 찾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리허설 다시 갑니다! 모두 모여 주세요!”
“…나 간다.”
“고생하세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와 같은 표정으로, 간절히 자신을 바라보는 레피스를 뒤로한 채로.
데이지는 레피스의 마지막 정보를 토대로 타니야를 찾기 위해 대강당을 떠났고.
“…여기서 뭐 하세요?”
“어, 어?”
아카데미 구석에서 매우 수상한 모습으로 뭔가를 하는 타니야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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