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33.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구경한다 (2)
사람이 가장 취약한 때는 언제일까.
누군가는 밥을 먹을 때라고 하고, 누군가는 화장실에 갔을 때라고도 한다.
그러나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기본적으로 의식은 있으나, 잠을 잘 때는 그 의식마저 사라지고 만다.
물론 감각이 매우 뛰어난 인물은 누군가의 인기척만으로 잠을 깨고, 또 불침번을 세우는 등으로 방비를 할 수 있으나.
결국 아주 짧은 시간은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암살과 같은 일들이 밤에 자주 일어나는 것일 터.
그리고 드림 월드와 환영, 환각 마법의 차이도 여기에 있었다.
“드, 들키지 않을까요?”
“절대 안 들켜.”
환영이나 환각 마법은 대상의 의식이 있어야 사용이 가능한 마법이었다.
오히려 의식을 잃으면 마법이 해제되고, 그렇기에 비상 상황에서는 아군을 기절시켜 혼란을 잠재우는 방법도 존재했다.
반대로 드림 월드는 대상의 의식이 혼미할 때 사용이 가능한 마법이고.
또한 겉에서 보면 아무런 티가 나지 않는다.
혼자 잠들어서 잠꼬대하는 것을 보면 악몽을 꾼다고 생각하지, ‘드림 월드에 당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르윈과 타니야는 종교인들이 머무는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며 은밀히 드림 월드의 마법식을 분할시킨 마력석 파편 작업을 시작했다.
“이게 되네.”
“이것도 되는데?”
“오오…….”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던 타니야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점점 더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어떨까요?”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닌데. 그것보다 이게 효율이 좋아.”
르윈이 드림 월드를 사용하는 방법은 타니야의 상식을 초월한 것.
마족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자기 계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본 형식이 타니야가 전수받은 드림 월드였고.
그것을 이용해서 마족들을 엿 먹이기 위해 사용된 방식이 지금 르윈이 사용하는 드림 월드였기 때문이었다.
“왜, 떨려?”
“아, 아뇨. 흥분돼요.”
덕분에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인 타니야는 흥분으로 떨리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더 재미있는 거 알려 줄까?”
“뭐, 뭔데요?”
“악몽만 꾸게 만드는 것보다, 중간중간 좋은 꿈을 꾸게 만드는 게 좋아.”
“좋은 꿈이요?”
악몽과 좋은 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좋은 꿈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더 효율적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요청에 타니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 뭘까?”
“종교인이다?”
“그렇지. 신실한 종교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꿈은 뭘까.”
“…그건.”
많은 것들이 떠올랐으나,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자 다른 생각들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신을 만나는 것?”
“그거지.”
성직자도 사람인 이상 좋아하는 것이 많겠으나, 신을 모시는 자로서 신을 직접 보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러니까.’
르윈 또한 다른 의미로 라헬을 직접 보고 싶었으니까.
강신이 아닌 본체로 내려오면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것.
과연 마왕이 강할까, 여신이 강할까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르윈의 검으로 직접!
“거기에 몇 마디만 섞는 거야.”
너희가 꾸었던 악몽은 흑마법사들의 더러운 수작이었고, 내가 그것을 가엽게 여겨 너희 앞에 나타났다.
“라고 입을 털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사하다고 기도할걸?”
마음 같아서는 그 역할을 무링신으로 만들고 싶으나, 아쉽게도 아직 무링신에 대한 신앙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도도 효과가 별로였고.’
레피스가 들었다면 경악할 발언이지만, 르윈은 진심이었다.
중소 교단이나 대형 교단을 넘어, 인류 최대 종파를 가진 창조의 교단을 끌어내는 것이 무링교의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그, 그런 방법이!”
드림 월드의 끝없는 사용법에 타니야는 감탄했다.
물론 정상적인 인물이 하나만 있었어도 ‘그게 사기인데…….’라고 한마디를 해 주었겠으나, 아쉽게도 마법에 미친 마녀 하나와 그냥 미친 인생 10회 차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정의로운 일이야. 꿈으로 알려 주는 놈들은 아직 안 잡힌 마신회 놈들일 테니까.”
거기에 대의마저 완벽하니, 타니야로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이야, 나의 아이야.’
‘나를 부정하는 것이냐.’
‘내가 너희를 가엽게 여기니, 신의 뜻을 따르는 자들은 나의 말을 새겨들어라.’
그렇게 악몽을 꾸던 사제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신의 모습이 등장하여 계시를 내려 주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니.
그럴 수 있는 존재는 교황, 그리고 성자와 성녀라고 불리는 자들.
혹은 그 후보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이 아닌 꿈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그것이 너무나도 뚜렷하였기에 많은 이들이 자신이 꾸었던 꿈을 이야기했고.
그러한 경험을 한 이들이 여럿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꿈에서 들었던 범인을 조사하여라.”
그렇기에 이곳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추기경 마르크스는 교단에서 보내온 이단 심문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반나절도 되지 않아 그들이 마신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신이시여!”
여신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신다!
마르크스는 그렇게 선포하며, 이들이 꾼 꿈을 기적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가 노린 것처럼, 그 꿈을 기점으로 기만하듯 보내져 오던 춤추는 스켈레톤들 또한 오지 않으니.
창조의 교단을 비롯한 여러 교단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고.
그리고 딱 타이밍이 좋게 용사의 추모식 당일이 되었다.
***
“자, 잘할 수 있을까요?”
추모식 행사 당일.
작게 몸을 떠는 마를렌을 보며 레피스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괜찮아. 여태까지 노력했잖아? 그대로만 하면 돼.”
자신 있는 목소리였으나, 사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 그냥 아카데미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행사에서 실수 한 번 하면 다시는 안 시키지 않을까.
성화를 옮기는 중 실수로 떨구는 상상을 하니 무언가 짜릿했지만, 그 뒷감당을 떠올리니 감당할 자신이 도저히 없었다.
‘뭔가 사람도 많이 모였고, 기분도 이상하게 좋아 보이는데.’
최근 안색이 안 좋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실실 웃고 다니고 있었다.
마치 신이라도 만난 사람들처럼.
‘그보다는 미친 것 같았지만.’
실없이 웃으며 이번 추모식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하던 높으신 분들을 떠올리며 레피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중요한 행사면 애들 시키지 말고 지들이 하든가.’
이제 막 아카데미에 입학하였으나 용사의 동료였던 이들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카데미 생활도 제대로 못한 마를렌을 보며, 레피스는 안쓰러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누굴 신경 쓰냐.”
그러나 자신 또한 누군가를 동정할 처지는 아니었다.
“레피스 회장님! 이제 리허설 들어간다는데요?”
“네, 네, 전하!”
자신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기는 사람은 황녀요, 그 뒤를 따라오는 이는 옛 용사의 동료들의 후손이라니.
‘나, 진짜 거물인가?’
이제는 자신을 거물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의 말에 반론조차 하지 못하겠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 친구 녀석들도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거물 취급을 해 주고 있었다.
“마지막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아직 학생들이나 외부 인원들의 참석은 없었으나, 창조의 교단을 비롯하여 각 교단의 인물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대강당의 전면은 가득 찬 상태였다.
대강당의 단상에는 이사장인 황금 공과 추기경인 마르크스가 서 있고.
그 뒤로 의자에 앉아 있는 루테스와 레일라를 비롯하여 아카데미의 주요 학생들의 모습.
‘저기 있구나.’
익숙한 얼굴인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임원들 사이에서 이 모든 것의 원흉인 붉은 머리의 후배를 발견하고는 작게 이를 가는 레피스였으나.
“응?”
라일라와 잡담을 나누던 르윈이 자신을 발견한 모습을 보고 바로 웃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뭐라는 거지?’
성화 동아리의 회장, 헬레나가 성화를 들고 오는 순간부터 자신의 타이밍이었다.
그렇기에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레피스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을 향해 뻥긋거리는 르윈의 입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여요?”
제법 먼 거리였고, 입 모양을 읽어 내는 연습 따위는 할 일도 없었기에.
레피스는 르윈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물어보지, 뭐.”
아무리 르윈이 막무가내라고 하더라도, 이것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곧 자신의 차례였으니까.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양심이 있다면 자신을 이렇게 거물로 만든 책임을 져야 했으니까.
그렇게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려던 그 순간.
-숙여요.
“응?”
르윈의 입 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마치 귓가에 르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아니, 들린 건가?”
이게 뭐지. 그런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고개를 숙이는 자신이 있었고.
‘망했다!’
아무리 리허설이라고 하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쿵!
커다란 폭음과 함께 대강당이 뒤흔들렸다.
***
자고로 한 집단의 수장이라고 한다면, 부하들만 시키고 자신은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하는 법이다.
누군가는 용사처럼 모범을 보여, 집단의 수장이 선봉에 서야 한다는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면 일단 부하부터 막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 주기 위한 쇼가 아니었다.
부하들 입장에서는 진심을 담아 막는 것이었다.
생각을 해 보아라.
전쟁 때마다 제국의 선봉에 황제가 선다고 한다면 상대는 일단 황제를 향해 모든 것을 쏟아 내고, 군은 황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만약 황제가 죽는다?
그 전쟁은 이겨도 진 전쟁이다.
원수부터 황제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져 최소 유배. 기본이 사형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로 주르륵 모가지가 날아가겠지.
그런 의미로 용사는 미친놈이다.
인류의 희망, 인류의 구심점이라는 놈이 선봉에 서서 마족들에게 돌진하다니.
또 그걸 받아 주는 마왕이라니.
‘X나 낭만 넘치는 놈들이지.’
그러니까 용사고, 그러니까 마왕일 것이다.
그렇기에 강한 것이기도 하겠지.
약했다면 용사나 마왕 소리 듣기 전에 시체가 되었으니까.
사실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사와 마왕이 있었는데, 용사와 마왕이 되기도 전에 뒤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을 정도로 그들의 행동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준비한다.”
그런데 그런 낭만 넘치는 일을 내가 하게 생겼다.
용사와 마왕처럼 강하기 때문은 아니었고, 한 집단의 수장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미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인력이 부족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제국이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의 교단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적었고.
그렇기에 성기사 놈들이나 이단 심문관 놈들과 만날 일이 적었기에 제국 지부는 안전한 편이었다.
덕분에 잘난 놈들은 신성국 주변 국가로 영입이 되었기에, 마신회 제국 지부는 다른 지부에 비해 약한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원 좀 해 주지.’
그래도 대륙 최대 국가 지부인데.
인력도, 재력도 마신회 중에서 손에 꼽히는 편인데.
가만히 내버려 두면 클 수 있는 상황에서 쪽쪽 빼 갔다.
그러면서 제국의 심장부에서 테러를 저지르라니.
제정신이면 거부하겠으나, 안타깝게도 마신의 힘을 받은 그 순간부터 거절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최소 반은 죽겠지.’
이미 잡힌 숫자도 상당한데, 교단의 성기사와 이단 심문관이 있는 곳을 테러해야 한다.
그뿐인가? 황실 아카데미는 아니라지만 제법 이름 있는 아카데미였기에 경비가 상당하고, 또 끝자락이라고 하나 제국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였다.
‘베르샤 아카데미도 엿 먹이고, 참석한 교단도 엿 먹이고, 제국까지 엿 먹이게 생겼네.’
그리고 그 엿을 먹은 상대들은 기쁜 마음으로 자신들을 찢어발기려 할 터.
‘반도 못 살겠네.’
어쩌면 이곳이 자신들의 관이 될 수도 있었다.
순간 마신의 힘을 받아들였던 과거의 자신이 원망이 되었지만, 어쩌겠는가.
“리허설 중이랬지?”
“그렇습니다.”
“본격적으로 추모식이 진행되면 일을 시작한다.”
시작은 폭발 마법을 이용한 테러.
이전에 잠입한 이들 중 살아남은 자들이 설치한 폭탄이 다행히 남아 있었다.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이 버튼만 누른다면 손쉽게 행사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을 터.
그것을 기점으로 각지에 숨어 있는 수하들이 봉기할 것이다.
콰아아앙!
그래, 이렇게 말이다.
“응?”
모여 있던 수하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시선 또한 내 손으로 향했다.
“안 눌렀는데?”
기폭제를 들어 올리며 항변했으나,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위선자들에게 심판을!”
“죽여!”
곳곳에서 숨어 있던 부하들의 기운이 느껴진다.
평범한 인간에게서는 느껴질 수 없는 마신의 흔적.
흔히 마기라 불리는 것을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이들을 보며.
“…예정이 바뀌었다.”
마신회 제국 지부의 수장으로서.
“알아서 살아남아라.”
전력을 다해 도망칠 준비를 해야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