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33. 인생 10회 차는 축제를 구경한다 (3)
보통의 테러라면, 정체가 들키거나 테러 시도가 중간에 발각된다면 멈추는 것이 정상이었다.
테러의 장점은 기습적으로 상대방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상대방에게 지키는 것을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팰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다 상대가 자신들에 대해 모를 때에나 가능한 일.
미리 대비할 수 있으면 테러는 생각보다 쉽게 막힐 수 있다.
애초에 여론에서 개박살이 날 수밖에 없는 테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상대와 전면전에서 싸울 규모가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런 점에서 마신교는 여론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존재 자체가 인류의 적이기에 여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반대로 신경을 꼭 써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마신의 명령이다.
자신의 용사에게 별다른 것을 안 해 주는 라헬과 달리, 마신은 그래도 힘을 탐하여 인류를 배신한 이들에게 힘을 베풀어 주기는 한다.
‘그렇기에 마신교 테러는 발견해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낫지.’
그렇기에 마신이 테러를 명했으면, 그 명을 받은 자들은 무조건 테러를 일으켜야 했다.
실패를 했다고 돌아간다?
이미 인류를 배신한 이들에게 그런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실패를 하면 다시 테러를 준비하고, 그것마저 실패하면 다시 또 준비를 할 뿐이었다.
‘그것을 기회 삼아서 계속해서 적을 끌어들이는 작전을 실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귀찮은 짓을 하기에는 이제 용사를 할 생각도 없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변수가 많은 아카데미에서 할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용사를 때려치웠다고 하지만, 스트레스 좀 풀자고 죄 없는 학생들을 말려들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미 좀 늦었나?’
머릿속에 레피스를 비롯하여 이미 휘말려 버린 학생들이 순간 떠올랐으나, 곧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었으니까.
‘슬슬 시작해 볼까?’
마신교가 몰래 숨겨 둔 아티팩트는 이미 다 찾아 놓은 상태.
미약한 마기가 깃들어 있는 물건이기에, 마기에 민감한 르윈이 마음만 먹는다면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타니야와 함께 아티팩트를 몰래 개조하여 기폭 권한을 손에 넣었고.
‘슬슬 터트려야지.’
마신교의 계획을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만들었다.
“쾅.”
르윈이 작게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대강당이 크게 흔들렸다.
이미 손을 보았기에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으나, 기둥 몇 개 정도는 금이 갔을 것이다.
잘하면 부러진 것도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무너질 수도 있지만, 며칠은 가겠지.’
그 안에 창조의 교단이 마신교를 못 잡을까.
‘그럴 일은 없지.’
창조의 여신 라헬을 믿는 이들답지 않게 창조의 교단은 매우 뛰어난 종교 집단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옛날 옛적에 망했을 테니까.
“마기다!”
“성전을 준비하라!”
거대한 폭발에도 주저하지 않고 전투를 준비한다.
자연스럽게 대강당의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덤.
최소한의 인력으로 사람들을 보호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마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달려 나가는 성기사들은 창조의 교단의 저력을 보여 준다.
‘바뀌지는 않았나 보네.’
데이지에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성기사들도 썩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네.’
자신에게도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며, 르윈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 주었다.
“도련님, 안에 있으셨군요.”
“다른 애들은?”
그렇게 흘러가듯 통솔을 따라가니, 몇몇 인원이 모여 있는 곳에서 데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당황…….
“도련님, 다 들었습니다.”
“…뭘?”
“타니야 님에게 다 들었습니다.
…하지 않은 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며칠 전.
“…여기서 뭐 하세요?”
“어, 어?”
데이지가 보기에, 아니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수상한 모습을 한 타니야를 보며, 데이지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수상해.’
그리고 수상한 일에 꼭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이불 밖으로 나가는 것은 귀찮아 죽겠다면서, 정작 진짜 귀찮은 일에는 제 발로 끼어드는 사람.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주인이라는 것.
‘솔직히 물어보면 절대 대답해 주지 않겠지.’
다행인 점은 이러한 사건을 몇 번 겪었기에 익숙해졌다는 것.
덕분에 공부하며 틈틈이 휴식을 취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동화 속의 주인공이 나였다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다행인가?’
그런 의문이 들자 순간적으로 울컥한 데이지였으나, 빠르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아, 그, 그게.”
당황하는 타니야가 보인다.
여기서 몰아붙여 봤자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아직 다 못 끝냈나요?”
표정을 살짝 굳히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르윈의 얼굴을 계속 떠올렸다.
‘최대한 짜증 나는 얼굴로.’
몇 대 치고 싶은 웃음을 떠올리며, 데이지는 몇 번을 곱씹었다.
르윈이 어떤 사람인가?
상대가 마녀라고 하더라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까 평소대로, 자기 멋대로 남을 끌고 와서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겠지.
애초에 이 마녀가 아카데미에 온 이유가 그러했으니까.
‘이유는 필요 없어.’
왜 이 마녀가 휘둘릴까.
굳이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안다고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유일 수도 있었으니까.
괜히 알고 자신의 멘탈이 흔들릴 수 있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괜히 옛 선조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은 필요한 것을 얻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으, 응?”
당황하는 타니야를 보며, 데이지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다시 물었다.
“다 못 끝낸 것 같네요.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나요?”
데이지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전속 시종.
그중에서도 늘 근처에 함께하는 심복 중의 심복.
‘…처럼 보이겠지.’
르윈도, 데이지 본인도 할 말이 많은 내용이었지만.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데이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도박이었다.
“진행도는 알아야 도련님에게 보고를 할 수 있으니까요.”
도련님이 시켜서 왔다.
나도 관계자다. 그러니까 뭐 하고 있는지 말해 줘라.
태연하게 그리 말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르윈의 도움이 컸다.
‘나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비밀 병기다. 흑막이다…….’
그렇게 자신을 세뇌하며 펼치는 연기에 타니야는 속고 말았다.
“그, 그게, 지금 이쪽은 다 끝냈고. 폭발 아티팩트 같은 경우에는 새벽에 몰래 하려고 했는데.”
“그렇군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지였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다.
‘…도대체 뭔 짓을 하는 거지?’
여기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무언가를 저지르고 있었다.
심지어 폭발 아티팩트라니.
그런 위험한 것을 뭐 하는 데 쓰려는 것일까.
벌써부터 속이 쓰려 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게 뭐냐고 물어봤자 역효과만 일어날 것이다.
“생각보다 속도가 느리네요. 제가 도와줄 것이 있을까요?”
“굳이 도와줄 건 없는데.”
“도련님이 슬슬 움직인다고, 제가 처리하라고 맡겼습니다.”
“하긴 그럴 때긴 하지.”
그렇겠다고 말하는 타니야를 보며, 데이지의 인상이 미약하게나마 찌푸려졌다.
‘그럴 때라고?’
뭔지 모르겠지만, 곧 실행된다는 것이다.
그 정보에 데이지는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새벽에 진행한다는 작업, 저도 같이 참여하죠.”
그렇기에 조금 무리수라고 생각되지만, 데이지는 새벽의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말했고.
“요즘 감시가 심한데, 괜찮겠어?”
타니야는 데이지의 예상과 달리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네. 특기거든요.”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은 누구 때문에 특기가 된 상태였기에, 데이지는 그날 새벽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
모든 과정을 들은 르윈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성장했구나.”
“다 도련님 덕분이죠.”
타니야의 수상한 행동을 자신과 연관하고, 그것을 그대로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같은 편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용케 여기까지 왔네.”
모든 사실을 알았음에도, 테러가 일어나는 장소 한복판에 자신의 발로 걸어 들어왔다.
그 사실에 르윈은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제 역할이니까요.”
무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이지만, 사실 데이지도 많은 고민을 했다.
“역시 드라이르프 가문의 최종 병기다워. 다른 애들도 데이지를 본받아야 할 텐데.”
데이지의 기대 이상의 성장에 르윈은 예리엘과 하인스를 떠올렸다.
1년이 지날수록 그 외모는 빛을 발하고 있었고, 하인스는 그 얼굴로 성과를 만들기도 했으나.
‘예리엘이 조금 부족하지?’
아쉽게도 예리엘은 뚜렷한 성과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애들은 요즘 바쁩니다.”
그러한 르윈의 생각을 안다는 듯 데이지의 말이 이어졌지만, 르윈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하인스는 여자애 하나 꼬인 건 나도 아는데. 예리엘도 바빠?”
무려 마녀 세계의 공주님을 꾀어 미래의 부마가 될지도 모르는 하인스였다.
그런 하인스와 비교가 되려면 어디서 남자가 꼬여야 할 터.
“네. 요즘 귀찮게 구는 남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러나 르윈의 생각과 달리 예리엘도 이미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중이었나 보다.
“네. 그것도 하인스보다 더 귀하신 집안이 붙었습니다.”
“얼마나?”
아직 하인스에게 붙은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는구나.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답한 것이나, 돌아오는 답변은 르윈을 순간적으로나마 멈칫거리게 했다.
“데르칸 가문의 쿠셀렌 후배입니다.”
데르칸.
북방의 지배 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가문으로, 과거 북방을 호령하던 이민족 수장이기도 했다.
가문의 이름에 칸이 들어간 것이 그 증거.
그 정도면 충분히 마녀들의 공주님하고도 비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구나.”
이 녀석들, 생각보다도 더 잘해 주고 있었구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된 르윈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데이지에게 물었다.
“어쩌다 만났는데?”
“기사 동아리에서 만났습니다. 작년에 하인스가 기초 교육 1학년이면서도 아카데미 건국제 대회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 주었다는 소리에…….”
요약하자면 또래 중 괜찮은 실력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에 북방 출신답게 호승심이 불타오른 쿠셀렌이 하인스에게 도전하였다는 것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일은 하인스가 차기 위치 로드 후보인 플라나에게 붙잡혀 승부를 받아 주기 어려웠고, 그 대타로 예리엘을 보냈으나.
“여자랑 싸울 마음이 없다고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북방답네.”
“그리고 그 말에 열받은 예리엘이 두들겨 팼고요.”
“그것도 북방답……. 아니, 잠깐. 예리엘이?”
걘 북방도 아니잖아.
그 말이 입에 맴도는 르윈이었다.
거기에?
“…후작 가문인데?”
“괜찮습니다. 도련님 이름을 팔았으니까요.”
“와!”
당당하게 주인의 이름을 팔고 두들겨 팼다고 말했으나, 실상은 정정당당한 대결이었다.
그리고 그 대결의 결과 쿠셀렌은 완벽하게 패배하였고.
“매일 한 번 이상은 예리엘과 대련을 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네.”
진심이었다. 최근 바쁜 일이 많아서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알아서 떡밥을 열심히 뿌리고 있었다니.
“그보다 도련님.”
“응.”
“이 이야기의 결말은 무엇입니까?”
구석진 자리에서 소곤거리는 두 사람과 달리, 대강당은 밖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폭음과 그 소리에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 정도 사건이면 아무리 이사장과 창조의 교단이라고 하더라도 은폐를 할 수는 없는 법.
아마 아카데미 전역에 마신교의 테러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르윈의 계획이라면 결말도 준비해 놨을 터.
그에 대해 묻는 데이지의 말에 르윈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없어.”
“네?”
거짓말하지 말라며 르윈을 노려보는 데이지였으나, 르윈의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
“없다고. 마신교 일이면 창조의 교단이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사실이었다.
르윈이 준비한 것은 마신교와 창조의 교단이 싸우는 것을 보며 구경하는 것.
그것을 위한 판을 만들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준비했을 뿐 딱히 어떤 결말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정말요?”
“정말로.”
“거짓말 안 하고?”
“내가 거짓말을 했었어?”
“네.”
단호한 그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힌 르윈이었으나.
“그럼 믿어 봐.”
그는 당당한 목소리로 그렇게 선언했다. 아니, 하려고 했으나.
“진짜로…….”
“아렐리드 영애께서 인질로 잡히셨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납치 소식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오